1차약 글리벡 12년, 임상약(DCC-2618) 11개월, 2차약 수텐 8개월, 3차약 스티바가 시작.
아주 간단한 우리 엄마의 지금까지의 치료 과정입니다.
착한 환자인 엄마는 글리벡 먹을 동안은 CT 검사, 교수님 진료 후 3개월, 이렇게 아주 순조로운 생활을 하셨습니다. 글리벡이 듣는 동안에는 눈의 핏줄 터짐, 입술이 갈라짐으로 인하여 매운 음식 섭치 불가, 빈혈수치 저하로 인한 조혈제 주사 등등이 부작용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경미한 부작용 같았으나 그 당시에는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과 조그만 무리하면 눈의 핏줄이 터져 여행도 많이 못 다니셔서 삶이 많이 단조로워져서 우울증이 올까 생각하였으나 우리 엄마는 긍정적인 사람이더군요. 그것도 약이 잘 듣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긍정적인 마인드. 그러던 중 위와 간에 있던 종양 제거 수술을 하였습니다. 8시간 정도 수술 시간이 걸리는 아주 대수술이었습니다. 엄마에겐 정말 힘든 수술이었고 이로 인해 다시는 수술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 거 같습니다.
임상약(DCC-2618)을 먹으면서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였습니다. 머리 빠짐, 근육통 등등 잔잔한 부작용 말고도 신장수치 저하, 칼륨 수치 증가, 고혈압 발생, 빈혈수치가 너무 낮아 수혈 등등 정말 힘든 부작용을 거쳤습니다. 서울을 올라가는 횟수도 많아졌구요. 기본 6주에 1번, 부작용 발생하면 더 자주 서울로 갔습니다. 몸의 대부분 기능은 한번 나빠지면 다시 좋아지기는 힘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몸의 기능이 나빠지는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어쩜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한 피는 왜 그리 많이 뽑는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값이 약을 무료로 먹는건가 이런 생각.
임상약을 먹을 때부터는 서울 올라가는 기차표는 예매 하였지만 대구로 오는 것은 진료가 다 끝난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그날 진료가 끝나는 경우보다는 다음날 진료가 이어지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혹은 다른 과와 협진을 해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였습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는데요. 수혈을 해야해서 수혈을 하니(적합한 피 기다리고 맞는 것까지 다) 10시쯤 끝났습니다. 그리고 병원을 나서려고 하니 정말 그렇게 눈이 많이 왔는지도 몰랐습니다. 택시는 없고 엄마는 수혈을 했고 그 몸을 이끌고 병원에서 날 밤을 샐 수는 없어서 카카오택시를 계속 호출....극적으로 호출 성공. 택시타고 SRT 타러 가는 길에 기차표 예매. 마지막 기차 타고 대구로 내려오니 눈은 하나도 와 있지 않던 대구의 새벽 그 날.
수혈을 하게 되면 피가 준비되는데 3-4시간 대기, 1팩 맞는데 2시간, 2팩이면 4시간동안 맞아야 하므로, 항상 응급실까지 가야 했으며 새벽 1시쯤 진료가 마무리됩니다. 응급실 특징상 침대는 비좁고 보호자는 달랑 의자 하나에 의지해야 했으며 코로나로 인하여 응급실 가기 전에 코로나 검사까지...정말 이게 최선인가 이런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말이 쉽지...정기 검진 때 마다 수혈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그것도 3주에 1번씩 병원을 갈 수는 있을까. 대구에서 수혈 가능한 곳을 찾으면서 좀 많이 막막하였습니다. 이런 와중 임상약 본사에서 약을 그만 주기로 하면서 수텐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임상약이 안 듣다니 좀 걱정도 되고 실망감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쩜 다행이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수혈 안해도 되니, 그리고 아직 수텐이 있잖아라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던 거 같습니다.
수텐의 손발증후군은 정말...이때까지 부작용 중 최고였습니다. 손발이 모두 빨갛게 되면서 통증이 심하였습니다. 엄마는 부작용 때문에 줄이자고 하였고 나는 그러다가 약이 안 들으면 어쩌냐고 그냥 먹자고 하면서 엄마랑도 많이 실랑이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교수님께 여쭈어보고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내심 교수님이 그냥 원래대로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실 줄 알고... 그러나 교수님은 환자 의견을 더 들어주셨습니다. 그래서 25mg으로 2주 복용, 1주 휴약의 사이클로 약을 먹었습니다. 다른 의사선생님의 처방이었다면 치료방법을 의심하면서 이 의사 믿어도 돼 하면서 치료방법을 의심하였을 거 같습니다. 그러나 강교수님께서 하자고 하시니 그럼 그렇게 해야지....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2021년 10월경쯤 정기적으로 위내시경을 하라고 하셔서 했는데, ‘반지고리세포암’이 발견되었습니다. 다른 암이 발견 되었다니 정말 너무너무 큰 충격이었고 힘듦이었습니다. 교수님 진료를 앞당겨 가니 소화기내과로 진료를 잡아주셨습니다. 엄마는 정말 수술을 안 하고 싶다고 수술에 대해 상당히 거부반응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발견된 것이 내시경절제술(시술)로 해결될 문제라서 5일 입원하고 제거하였습니다. 그때 의사선생님께서 2년간은 그대로 두어도 되는데요...이런 말씀을 하셔서 의아해 했는데......지금 생각으로는 그냥 두었어야 했나 이런 생각도 들지만(몸에 칼을 대었기 때문에 몸이 많이 약해졌고 또한 약이 안듣나라는 막연한 생각과 걱정) 막상 암이라는 말에 그냥 둘 사람은 없을 거 같아요.
“이제 수텐도 안 듣네요. 약을 바꾸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일단 피부과, 신장내과 진료 보죠.”
2022년 2월달 피부가 간지럽고 다리 아래가 부은 엄마를 보면서 이뇨제만 먹으면 되겠지 하고 간 정규진료에서 수텐이 안 듣는다는 말을 듣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서 너무 슬펐습니다.
신장내과 진료를 보는 2주동안 아무 처방도 내려지지 않아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며 뭐라도 해주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대학병원 진료 특징상 바로 처방이 되지 않고 검사하고 1주일 뒤에 교수님을 봐야 하는 상황에서 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신장내과 진료 보고 종양내과 강교수님 진료 볼 때까지 우리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이제 스티바가까지 왔으니 정말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 때문에요.
대구에서 진료 보고 싶다는 엄마와 아직은 강교수님께 진료 보고 싶다는 나....그 사이에서 고민했을 내 동생...
결론은 엄마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습니다. 엄마는 수텐의 부작용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그런 수텐이 이제 안 들으니 스티바가는 얼마나 힘들지, 그리고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시는 거 같았습니다. 또한 저도 이젠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거든요. 엄마가 정말 원하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진료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고통을 참아가면서 서울까지 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것. 서울에서 진료를 봤다고 당일날 진료가 마무리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 1달에 3번 서울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정말 피곤하고 힘들었다는 것, 그리고 부작용을 빨리빨리 처리해줄 수 없다는 것, 대구에서도 선뜻 진료해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강교수님 보는 날, 교수님께 말씀 꺼내자마자 교수님은 환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줄테니 편한 대로 하라는 말이 좋으면서도 정말 방법이 없는 거구나 하는 절망감도 들었습니다. 교수님도 이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시나 등등....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대구에서는 원래 처음으로 우리를 봐 주셨던 교수님께로 갔습니다. 엄마는 그 교수님 좋아하거든요. 친절하시고 사람을 참으로 편하게 해주신다면서. 내가 더 잘 보는 의사선생님 찾아보자고 하니 서울의 최고 의사선생님께도 안 보는데 뭐 하려고...내가 보고 싶은 선생님한테로 가자 라고 하시네요. 이제 우리 가족은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방법이 있나요? 어떻게 하셨어요? 이런 질문을 하시는데,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있다면 긍정적인 마인드와 의사선생님 처방대로 따랐던 것입니다.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조절하지 않고 처방대로 따랐던 것이 가장 큰 거 같구요. 집밥을 꼭 해서 드시고 탄산, 커피, 튀김, 술, 날것 음식 등등 환자가 일반적으로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은 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하셔도 혈액 수치라든가 다른 장기의 나쁨은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쩜 자연스러움 아닐까요.
“우리 엄마가 이렇게 저렇게 했는데 왜 나빠져” 라고 저의 지인한테 하소연 하듯이 말하니 그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너가, 엄마가 신이야? 그건 신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니야.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거 같았습니다. 정말 내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 했으니 이렇게 되어야지. 제가 하는 직장 일도 그렇게 되지 않는데, 어떻게 사람 목숨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선은 다해야겠지요.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는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정말 어려운 말이구요. 저도 사실 잘 되지 않아요. 원망도 했다가 눈물도 흘렸다가 빌어보기도 했다가...
환자이든 보호자이든 꼭 선택의 순간이 옵니다.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최선만 있고 그 최선은 누구에게나 옳은 선택인 거 같아요. 자책하지 마시고 비교하지 마시고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하고 결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
첫댓글 한줄 한줄 공감도 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누가 정답인듯 말할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희망은 꼭 잃지 마시고 꼭 방법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지만 그래도 그래도 힘내봅시다요.
너무가슴이 아프네요
힘내시고 절대로 포기하지마시길 기원합니다
글한줄한줄이 꼭저의 이야기 같아서요
힘내세요 힘내시라는 말뿐할수없는것이답답합니다
과정들이 모두 같지는 않으나 비슷하네요. 너무나 공감되는 글입니다. 저도 늘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게 잘 하는 걸까 맞는걸까 생각해요. 그래도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함께 힘내요 우리.
먼저 힘내시라고
희망을 가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두번의 개복수술을 받고 글리벡 내성으로 수텐복용중인데 글리벡이 얼마나 좋은 약인지 새삼느끼고 있는중입니다.
첫 ct결과는 수텐이 효과가 있는데 글리벡때도 그랬듯이 조만간 갑자기 종양이 전이되어 나타날까봐 불안불안 합니다...
수텐은 부작용이 참힘드네요.
첫복용때는 손발에 물집이 잡히고 특히 발때문에 화장실을 기어다니기도 하고 잠자는 아내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새벽에 볼일을 볼때
울컥울컥 했네요.
다행히 휴약기간에 회복이 되면서 헐었던 입도 좋아지고 발도 손도 좋아져서 남들처럼 걷고 먹으며 나름 행복을 만끽했고
또 복용을 하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부작용이 전보다 덜해서 살만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의 ct결과가 어떨지 걱정은 되지만 오늘 하루도 어찌될지 모르는데 아직 찍지도 않은 ct걱정을 할 단계는 아니겠지요.
특히 저같은 전이 환우분들은 하루하루의 몸의 증세와 검사때 마다 불안감이 엄청날듯합니다.
다들 힘내라 희망을 가져라 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쉽지가 않지요.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생활하는게 의학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자님!
화이팅!!
어머님이 원하시는대로 잘 하신거 같아요~~~~~ 병 으로 부터 자유로울수없는 현실이 얼마나 안타깝고 서러운지는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를겁니다 ~~~ 옆에서 지켜보기 힘이들고 갑갑하겠지만 그냥 묵묵히 희망을 버리지 말고 사랑으로 지켜봐주셔요~~~
가슴아프고 눈물겹네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