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활기찬 아침, 군중들의 모습은 시종일관 역동적이었습니다. 군중의 물결에 떠밀리듯 보이겠지만 나름대로 그 사이를 헤쳐나가 나무 평상처럼 짜 맞춰 놓은 의자 곁으로 다가 가 앉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배낭을 가슴으로 껴안고 안도하며 군중 속에 고독을 빠르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한 때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사방으로 혈기 차게 뛰어다니던 자신의 삶의 역사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출근의 군중들의 삶의 행렬, 열차의 정해진 시간표대로 도착과 동시에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듯이 사람들은 순시 간에 모였다가 흩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의 목적을 추적하는 추적자들과 다름없이 보였습니다. 그 틈에서 노년의 기슭을 걷고 있는 자신은 군중 속에 고독을 느끼기에 족했는지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마침 작은 지갑 안에 꽂혀 있는 지폐가 생각나 편의점으로 다가 가 커피를 구매한 후 한 모금 마셨습니다. 다시 두 모금째 마사며 잠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잠시 쉬겠다는 의도가 분명한 단어입니다. 그 사이 사람들은 여객 승하차 장을 이용하여 빠져나오고 밀려 올라가고 경의중앙선과 고속전철 산천 ktx와 도심을 가로지르는 7호선의 연계통로는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9시를 넘기며 운집의 속도는 느슨해지고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 셋이 모였습니다. 성원을 이루자 위치를 바꿔 3호 객차 앞에 서서 기다리다 좌측창가에 나란히~~~ 커다란 창문으로 스치는 신록의 아름다움과 흐르는 강물 풍경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자 청평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역사를 빠져나오면서 가평군 청평읍의 오랜만의 모습을 살피다. 본 느낌은 참 보수적인 청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택시에 올라 도착한, 잣향기 푸른 숲은 가평군 상면 행현리 산 92-1 일대에 펼쳐진 아름다운 숲입니다. 서리산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맥은 축령산으로 연결되고 두 산의 정상을 축으로 동쪽은 잣향기 푸른 숲으로 관리되어 있고 서쪽방향은 축령산 자연 휴양림으로 운영 관리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고집스럽게 찾아가는 고향 같은 숲입니다. 4월에는 산벚꽃이 5월에는 철쭉이 그리고 하순부터 펼쳐 놓는 산수국 보랏빛 자태는 잣나무 아래를 별세계로 꾸며 놓는 곳이며 여름은 물이 풍부하여 전형적인 여름계곡으로 유별난 곳입니다. 가을은 형형색색의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은 설경이 근사한 곳이며 봄철에 숲을 가득 채우는 야생화군락과 피톤치드는 살아 있다는 사실에 행복의 근거를 깨닫게 해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입장료 관리 사무실로 접근 입산 허락을 받으려다 잠시 머뭇~~ 증명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앗! 증명서 부재, 엉겁결에 대신 내민 어르신 교통카드 소용없는 짓이다. 핀잔만 들었다. 요즈음 왜 잘 챙기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행동반경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여직원 근무 시엔 안면이 있어 인사만으로 통과하곤 했는데 오늘은 남자 근무자가 까탈하다. 잔소리 끝에 통과 쉼터에 잠시 머물며 행장정리, 백동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가 재속의 흔적들을 지우고 있었다.
여러 갈래 숲 길,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무장애길을 선택하였다. 잣나무 숲 사이로 느릿하게 펼쳐진 나뭇길이 노년의 산책길로는 안성맞춤, 내가 좋아하던 소설가의 자전 성장기, 소설의 제목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먹었나? 싱아는 먹어도 괜찮은 풀이름, 먹어도 괜찮아 그랬을까? 나이를 꼬박꼬박 챙겼더니 오늘같이 어눌해졌다. 먹으면 먹는 대로 늙는 것이 사람의 나이테다. 윗 몸이 쓰임새가 있었는지 톱으로 썰어낸 후 밑등만 남긴 백동나무 나이테가 한 백 년이다. 자신 나이테를 가늠하다 쓸모없는 짓~ 하고 돌아 서서 또박또박 걸어 나갔다.
기운을 얻으려 폐기능을 활짝 열었다, 상큼한 산소가 몰려와 오감을 파고든다. 아~~ 상쾌해 탄성은 내 몸이 비로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불편을 잡아주니 상쾌 해 진 것이다.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 않는 것이 산소. 특히 비 온 후 찾은 숲 순도가 가장 높다.
도시에서 길드려진 마음이 숲 환경에 적응해 갈 무렵 인적이 소란을 몰고 왔다. 얼핏 나무 사이로 보이는 관광버스, 순환 길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대신 숲 안부 느릿 길을 찾아들었다. 소음과 멀어지니 보고 듣는 것이 순치된다. 이어서 평온의 시간이 몰려왔다. 참 좋다. 너무 좋아~~~ 거대한 문명이 도사리고 있는 대도시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앞서 가다 뒤를 보니 가지 끝에 달린 연한 잎을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물에게 새 생명은 귀한 존재다. 자연은 무위(無爲)에서 유위(有爲)를 이끌어 낸다. 그 힘은 무엇일까? 바로 자연(自然)이다. 스스로 이뤄내는 힘 그리고 모든 것을 통섭의 가치로 환원하는 평등심이 존재하는 숲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진은 진실의 총아! 함축적인 단어다. 사진(寫眞)은 진실 이외것은 담지 않는다. 몇 장의 사진만으로 글을 만들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대화, 제목을 뽑았다.
인기척에 놀란 다람쥐의 경계심 다람쥐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이나 동물, 곤충, 새 등 눈에 자신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다. 자연과 동물에겐 인간은 하나의 무기라 치부된다.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수련하지 않으면 창과 칼 같은 날카로움을 버릴 수 없다. 이것을 알기에 인간은 종교에 귀의하는 것이다. 욕심을 누르면 선함을 부르지만 욕심을 키우면 화를 부른다. 이를 순치시키려는 행위가 바로 숲을 찾는 일이 아닌가 한다.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는 학습이 바로 자연과의 어울리는 시간이다.
돌배나무 꽃 잎과 더불어 강물이 어른 거리는 지점에서 사람들이 지니고 사는 뒤배경을 전부 사라지게 하였다. 사람 그 자체만으로도 윤곽이 돋보인다. 바탕이 좋으면 살아나는 것이 인간의 실체다. 평화의 바탕을 딛고 서 있을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러나 평화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평화를 위하여 끝없이 마음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녹빛 정원에서
호수와 진달래의 서정성이 발목을 잡았다. 축령의 호사 덕분일까? 숲이 품고 있는 연둣빛이 풍덩 호수에 몽땅 뛰어들었다.
녹빛에 겹쳐지는 심성 또한 그 색 안으로 침잠되어 평화의 주체가 된다. 모순이 없는 환경이 완성된 것이다.
절박함이 없는 여유로움 자연에는 가득하다
미소에는 그늘이 없다.
청계산 트레킹에 대한 보상으로 계단길을 피하기로 작정했다. 절고개로 오르는 길을 피하고 느릿하게 오를 수 있는 야생화 분지길을 선택하였다.
꽃대를 꺾어보면 핏물 같은 수액 그래서 피나물이다. 피나물 꽃이 지천이다.
콩과식물 얼레지, 흙과 대면하고 살듯 땅만 쳐다보고 산다. 자태만은 고고한 성품이 느껴진다.
붓꽃 중에 가장 어린 아기붓꽃 보랏빛도 있다.
개별초
산개나리꽃도 만개,
아직도 산벚꽃은 절정의 시기를 넘어섰지만 꽃나무로써의 품위와 멋을 놓지 않고 봄 숲 한가운데 서 있다.
등 뒤로 보이는 산이 축령산(祝靈山) 정상, 축령산의 전설은 조선왕국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고려말에 사냥을 왔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는데 몰이꾼의 말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하여 산정상에 올라 산신에게 제를 지낸 후 사냥을 하여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이때부터 고사를 올린 산이라 하여 축령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완만한 길을 올라서며 걸음여행 도반들과 약속을 하였다. 이곳에서 서리산 정상을 무망 한 후 철쭉꽃이 피어 있는 것이 육안으로 보이면 서리산 정상에 오르고 낌새가 없다면 축령산자락 걸음여행을 약속해 두었다.
서리산 정상부근을 살펴보니 7부 능선 위로는 아직도 초봄이다. 메마른 가지만 보일뿐 연둣빛은 실종, 서리산은 문자 그대로 추위를 알리는 서리와 관련된 산이다. 맥은 광주산맥이다. 절고개에서 서리산 정상을 바라보니 정상부근만 연둣빛이 보이지 않는다. 서리산 북서쪽은 늘 응달이 져 서리가 내리면 녹지 않아 상산(霜山)이라 하여 서리산이라 부른 것이다.
서리산과 축령산의 형태는 동고서저(東高西低) 형태로서 한반도 고유의 지형을 닮았다. 동쪽 잣나무 푸른 숲은 폭이 짧고 가파르고 서쪽 축령산 휴양림은 폭이 넓고 서쪽으로 물 길이 길게 늘어섰다.
축령산 휴양림 길 양쪽에 심어 놓은 철쭉도 거의 개화된 곳이 없다.
좌측 상단에 서리산 철쭉밭 아직도 초봄이다. 아무래도 5월 10일 이후가 되어야 만개될 것 같다.
동에서 산을 넘어 서쪽 축령산 휴양림 정문 표지석에 섰다. 시간을 보니 3시 50분경, 상봉역을 9시 20분에 출발하여 10시에 청평역 도착 그리고 잣향기 푸른 숲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18분. 행장을 수습 후 출발한 시간은 10시 30분 즈음 휴식시간 포함 5시간 40분 걸음 여행을 하였다.
축령산 휴양림! 산지개발을 아름답게 꾸민 성과가 돋보이는 곳이다. 이러한 산지개발은 유명산 휴양림이 효시다.
허기가 다가 왔다. 바로 앞에 산채 비빔밥을 잘하는 계곡 가든이 있어 안심한다. 다가가 보니 옛 모습은 사라지고 커피카페로 바뀌었고 버스 종점으로 사용하며 되돌려 나가던 공터로 이사를 하였다. 그리고 경량철구조물을 이용하여 신축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남자가 안마 의자에 앉아 안마 중이었다. 직감적으로 쉬는 시간이구나 판단하였다. 몇 시부터 시작하십니까? 묻자 오늘 영업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묻자 쉬는 날이란다. 기운이 쭉 빠졌다. 되돌아 나와 그 아래에 있는 인심 좋은 할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또한 아무것도 없었다. 이젠 방법이 없었다. 버스를 타고 나가든지 택시를 부르는 일만 남았다. 오후 4시에 30분에 도착하여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하기에는 너무 지루한 시간이다. 택시를 부르려 하니 너무 거리가 멀어 포기하고, 결국 버스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신축한 식당에서 만들어 놓은 (실은 옛 식당에서 사용하던 식탁이다) 야외용 테이블이 있어 잠시 앉아 기다렸다. 식당 주인인 듯 한 남자가 이리저리 오고 가다 한 마디 던지고 간다. 남의 테이블이 앉아 있는 것이 실례가 아니냐 하며 나가달라 한다. 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한 사람의 손님도 더 만들어야 할 사람이 손님을 내쫓다니 상술에 ABC도 모르는 사람이다. 우리 일행 이외의 사람들도 투덜 되며 우르르 다들 몰려 나가 도로변 사이드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며 한 마디씩 하였다. 어처구니없다는 비난의 말들이 많았다. 옛적에 운영하던 주인은 참 친절하고 살갑게 대하며 친화력이 좋았는데... 도착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이동하여 마석역 앞에 도착하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들러 식사를 챙겼던 식당으로 찾아 들어갔다. 넉넉하신 마음은 그대로다. 친절함도 변화가 없다. 두부양념조림 맛깔스럽다. 그리고 갈치조림 또한 입맛을 살렸다. 잠시 전에 있었던 일과 너무 대비된다. 만약 다시 오늘과 같은 걸음 여행이 이어진다면 축령산 휴양림에 들어오는 버스시간에 맞춰 일정을 잡고 점심은 마석역으로 곧장 내려와 이 집에서 해결할 계획이다. 손님은 부르는 것이지 내쫓는 것이 아닌데...
여행은 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