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갖다준 이상한 방망이
원명 : 귀봉변괴(鬼棒變怪)
어느 시골에 일찍이 홀로된 청상과부가 살았는데, 그 과부의 소원은 도깨비와 한번 친해 보고 싶은 것이었다. 만일에 도깨비와 친해진다면,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준다는데, 그러나 도깨비의 비위를 한번 거슬리기만 하면 논밭의 곡식은 거꾸로 심겨지고, 솥뚜껑이 날아다니고, 밤이 되면 집안에는 모래나 돌이 날아 들어오는 무시무시한 변괴가 일어나는 것으로, 아무나 쉽게 도깨비와 친해질 수도 없고, 우연한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이 과부도 우연한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과부는 홀로 방에 앉아 바느질을 하는데, 도깨비가 찾아와 이상한 물건을 하나 방안에 훌쩍 던져 주고 가는 것이었다. 과부는 깜짝 놀라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마치 큼직한 남자의 양물(陽物)과 같은 것이었다.
과부는 내심으로 '도깨비가 나를 동정하는구나.' 생각하며 그것을 손에 쥐고 들여다보며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그것은 갑자기 건장한 총각으로 변하더니 불문곡직하고 과부에게 달려들어 겁간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이 다 끝나자, 총각은 다시 한 개의 양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과부는 이러한 변괴가 일면으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그 신기한 조화에 놀랍고도 기뻤다. 그 후부터는 생각날 때마다 양물을 잡고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귀한 것은 있을 수가 없다 하고 장롱 속 깊숙이 넣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가 되면 그놈을 끄집어내어 쥐고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하면 즉시 총각으로 변하여 그 소회를 풀어주니 그 이후부터 과부는 비로소 새 광명을 찾았고, 세상에 사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으므로 언제나 회색이 얼굴에 넘쳐흘렀다.
하루는 멀리 볼일이 생겨 이웃 과부에게 집을 부탁하고 떠났다. 이웃 과부는 별로 할 일도 없고 하여, 그 과부의 살림살이나 구경하자고 과부 집에 와서 이리 저리 뒤져보다가, 마침 장롱을 열어 보니, 이상한 물건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 마치 남자의 양물 같았다. "아하! 이놈을 가지고 남 모르는 재미를 보는구나.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는 다만 보는 것뿐일 텐데, 무슨 재미가 있을까? 오히려 속만 더 태울 뿐이지." 하며 그것을 끄집어내어 손에 쥐고 이리 저리 뒤지면서 고루 살펴보았으나, 아무리 보아도 그놈으로서는 별다른 재미를 볼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하고 말이 미처 입가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놈은 갑자기 한 건장한 총각으로 변하여 벌벌 떨고 있는 과부를 다짜고짜로 끄집어 엎어서 행간을 하더니 일이 끝나자마자 총각은 온데 간데 없고 처음의 그 양물만 있었다.
과부는 모처럼 당하는 일이라 즐거워야 했으나, 즐거움도 간 곳 없고 다만 두렵고 놀라울 뿐으로 부랴부랴 서둘러 장롱 속에 집어넣고 집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나가고 제 정신이 차려지니 그놈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간절했다. 저녁밥을 짓는 장작개비도 그놈만 같아 보이고 방구석에 있는 다듬이 방망이도 그놈만 같아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밤이 깊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으나, 연신 그놈만이 눈에 어른거리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지금 가서 다시 한번 해볼까? 그 총각 놈이 또 나타날까?" 하며 이 생각 저 생각으로 하룻밤을 온통 뜬눈으로 세우고, 아침이 되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가 장롱 문을 열고 그놈을 끄집어내어 들고는 어제와 같은 말을 하니, 또 다시 그 총각이 나타나서 행간을 하는데, 그 재미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재미를 보고 나자, 이 과부는 욕심이 발동하여 "어떻게 하면 이놈을 내 것으로 만들까?" 하며 "달라고 할까?." "주지 않겠지." "그럼 같이 가지고 놀자고 할까?" "그것도 안될 말." "몰래 가지고 가버려?" 아니지 "이내 달려와서 야단일걸." 아이고 모르겠다. "어찌됐었던 올 때까지 실컷 재미나 보고 하회를 기다리자." 하고 난 이후로는 밤이나 낮이나 시간이 있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달려가서 재미를 보았다.
며칠이 지나서 과부가 돌아왔다. 두 과부 사이에서는 그간의 이야기가 오고가고 하다가 종내는 그것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주인 과부는 펄펄 뛰었다. 며칠이 지나니, 이웃 과부는 그놈의 생각이 또한 간절하여져서 주인 과부한테 가서 하룻밤만 빌려 줄 것을 간청하였으나, 도저히 들어주지 않자. 이웃 과부는 성깔이 부시시 일어났다.
그리고는 "도대체 이년은 그것을 한번 빌려주는데, 그놈이 닳느냐 어디로 날아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집어먹어 삼키느냐?" 하며 내심 괘씸하여 "어디 두고 보자." 하며 벼르는 것이었다. 그러다, 두 과부는 좋지 않은 말이 몇 마디 오고가더니 이내 대판거리로 싸움이 벌어져, 이웃 사람이 아무리 말려도 온통 듣지 않고 죽기살기로 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소문은 마침내 그 고을의 원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원님은 "어디 세상에 그럴 리라 있겠는가? 귀신이란 원래 심신에서부터 생기는 것이고, 도깨비란 정신이 부실하여 헛것이 보이는 것인데."하며 원님은 극구 부인하고 아전배는 사실이 그렇다고 우겨대었다.
결국, 원님은 그 사건의 두 과부를 물러 그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과부가 갖다 바치는 그 물건을 원님은 손에 쥐고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모양은 틀림없이 소문과 같이 양물 같았으나,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으며, 또한 그것이 과연 그러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궁금하고 답답한 나머지 원님은 "그러면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하고 원님은 혼자 말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원님의 말이 채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그 양물은 총각으로 변하여 다짜고짜 사모관대를 하고 동헌에 높이 앉아있는 원님에게 달려들어, 여러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행간을 하고는 다시 원래의 양물로 변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원님은 한편으로는 놀랍고, 창피하였으나 자기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이 사실을 자세히 적어 장계(狀啓)와 함께 감영으로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소문은 마침내 입에서 입으로 펴져 나가 고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감영으로 가지고 왔다 하니 귀결이 어찌될까? 그 소문이 사실인가? 하여 그 물건을 멀리서나마 한번 보려고 감영근처에는 구경꾼으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감사도 원님의 장계와 더불어 그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상하기는 하나, "어디 세상에 그럴 리가 있겠느냐? 아마 원이 미쳤거나 실성하였겠지." 하고 더욱 유심히 그 물건을 들여다보니 흡사 남자의 양물 같았다.
그러나 이것이 설마 그럴려고? 하며 궁금하기 짝이 없어 "그럼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하고 감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랬더니 역시 그 말을 채 다하기도 전에 더벅머리 총각이 나타나서는 사람들이야 있건 말건 다짜고짜 감사를 엎어놓고 행간을 하더니 일이 끝나자, 본래의 양물의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감사는 치사하고 괘씸하여 분이 머리끝까지 올라 "이 요물을 불에 태워 버리자." 하고 감영 뜰에 모닥불을 지피게 하여 그 속에 던져 넣었으나, 타지도 않고 녹지도 않아, 다시 끄집어내어 펄펄 끓는 물에 넣었으나 삶아지지도 않고 익지도 않았다.
그러자. 감사는 하는 수없이 모든 것을 단념하고 "조물주가 불쌍한 과부를 위해서 이런 것을 만들었는가보다." 생각하고 그것을 과부에게 다시 돌려주고 말았다 한다.
주지스님의 목을 매달다 원제 : 계경주지(繫頸住持) 전라북도 김제에 있는 금산사(金山寺)에는 한 때, 여승(女僧: 比丘尼)들이 수도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인화라고 하는 여승은 음탕하고도 교묘하기 짝이 없어서 여러 차례 남승(男僧: 比丘)을 비롯하여 남자 신도들을 매혹시켰었다. 그러자, 주지 혜능은 이에 크게 분개하여 모든 승려를 모아 놓고, "우리는 의당히 계율을 엄격히 지켜야 할 것인즉, 어찌 한 아녀자로 인하여 더럽힘을 당해서 되겠는가?." 하고 인화를 쫓아내도록 하고, 다만 남승으로 하여금 음식과 의복을 맡게 하여 비로소 도장(道場)이 맑고 정숙하게 되었다. 어느 날. 혜능이 절 문을 나서서, 마침 인화의 집 앞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이것을 담 울타리 틈 사이로 엿 본 인화는 "이 중놈이야말로 낚기가 쉽겠구나." 하고는 장담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모여있던 여러 중들은 인화의 말을 듣고서, "네가 만일에 주지 혜능 스님을 낚는다면, 이 절의 전토(全土) 일체(一切)를 너에게 주겠노라." 고 하며 내기를 하였던 것이다. 이 말은 들은 인화는, "그러지. 내 의당히 저 중놈의 목을 내일 아침 절 앞에 있는 커다란 고목나무 밑에 매달 것이니, 그대들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계시오." 하고는 곧장 머리를 땋고 효경(孝經)을 옆에 끼고 주지 혜능을 찾아갔었다. 혜능은 그의 얼굴이 너무 예쁜 자태를 보고서, "넌 누구 집 아들이냐?" 하고 묻자. 인화는 "저는 아무 곳에 살고 있는 선비 집 아들이 온대, 전임 주지께 글을 배웠으나, 폐문(閉文)한 지 벌써 오래 되었으므로 감히 찾아와서 뵙는 것이랍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혜능은 인화로 하여금 그의 앞에서 글을 읽게 하였는데, 경문의 구두 떼는 것이 몹시 분명하고, 목청이 청량(淸亮)하였으므로 혜능은, "가히 가르칠 만 하겠구나." 하며 크게 기뻐하고는 이내 유숙을 시켰었다. 그랬더니, 인화는 잠이 들어서 거짓으로 섬어( 語: 잠꼬대)를 짓는 것이었다. 이것을 본 혜능은 인화를 불러 자기의 잠자리로 끌어들이고 보니, 이는 남자가 아니고 곧 아리따운 한 여인이었으니, 혜능은 "아이고 이게 웬일이야." 하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인화는 "스님! 저는 곧 인화입니다. 사내와 계집사이의 커다란 정욕은 곧 천지가 물건을 점지하신 참된 마음이었으므로, 옛날에 아난(阿難)은 마등가녀(摩登迦女)란 음녀(淫女)에게 혼미(昏迷)하였고, 나한(羅漢)은 운간(雲間)에 떨어졌거늘, 하물며 스님께서 그 두 분에게 미치지 못하겠습니까." 하며 혜능을 매혹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혜능은, "아! 애석하구나. 이제 나도 법계로 이룩된 몸을 헐게 되었구나." 하고는 곧 서로 정교를 통하게 되었는데, 그 순간 인화는 거짓으로 배가 아픈 시늉을 하며, 그 소리가 문 밖으로 들리도록 하자. 혜능은 남들이 알까 보아 두려워하여 엉겁결에 자기의 입으로 인화의 입을 막아 소리나는 것을 방지하였다. 그러자. 인화는 더욱 아픈 표정을 지으며 "스님! 저의 병이 매우 급하오니, 날이 밝기 시작하거든 저를 업어서 절 문 밖 고목나무 밑까지만 데려다 주시면, 저 혼자서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집으로 돌아가리라." 하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혜능은 그의 말에 하는 수 없이 인화를 등에 업고 인화로 하여금 두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껴안게 하고 절 문을 나서려는 그 찰나였다. 인화는 짐짓 두 손의 힘이 풀어진 듯이 하여 몸을 땅 위에 떨어뜨리고는, "아이고, 배는 아프고 스님의 등은 높아서 아무리 손으로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으니 허리띠를 풀어서 스님 목덜미에 두르고 두 손으로써 잡는다면 떨어지지 아니할 듯합니다." 하고 통성(痛聲)을 내는 것이었다. 그러자, 혜능은 또, 그가 원하는 대로하고서 고목나무 밑에 이르자. 여러 중들이 이미 나와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를 본 혜능은 창황망조(蒼黃罔措)하는 표정을 짓는 순간. 인화는 벌떡 일어나서 허리띠를 잡아당겨 혜능의 목을 졸라매어 이끌고는 중들이 모여있는 앞으로 다가서면서, "이것이 이 중놈의 목을 매단 것이 아니고 뭐더냐." 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이에 중들은 이 광경을 보고서 크게 놀라고 결국에는 그들의 전토(全土)를 인화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서생원의 막내딸이 시집을 갔다가 한 달만에 친정에 근친을 왔는데, 얼굴에 수심이 가득 깃들어 있어 이 애가 아무래도 시집살이가 고되어 그런가 보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애야! 시집살이가 고되더냐?」 하고 물으니 딸은 고개만 설레설레 흔든다. 「그럼. 어디 아픈 데라도 있니?」 하고 어머니는 근심스레 묻자. 「아니요. 별로 아프지도 않는데, 뱃속에 뭐가 들어 있지 않나 해서요.」 「그래? 그렇다면 큰일이로구나.」 하며 어머니는 벌써 태기가 있다니, 이건 보통 병이 아니로구나 생각하고, 이웃마을의 의원을 불러다가 진맥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아무리 진맥을 해 보아도 별다른 이상이 없어 의원은 「아무런 병이 없는데요.」 하고 말하자. 새 색시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 「그럴 리가 없어요. 저의 이서방이 밤에 자려 올 때면, 꼭 무우만한 큰 덩이를 갖고 들어오는데, 나갈 때는 고추 만한 것을 갖고 나가요. 줄어든 몫은 어디로 어떻게 되어 버리는지 여간 걱정이네요.」 하는 것이었다. 원제: 피부출외(避婦出外) 어느 촌사람이 며느리를 얻었는데, 그 여인은 너무나 자색(姿色)이 아름다웠다. 그런데, 아들이 초립동인데 비하여 며느리는 나이가 찼는데, 혼인이 지난 뒤 날을 가려 며느리를 데려오는데, 그 친정부모 또한 따라 나섰다. 신랑집에서는 많은 이웃과 친지를 초청하여 신부를 맞이하는데, 이른바 신랑이 자리에 않고 빈객이 또한 만당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때 어린 신랑이 여러 빈객 앞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계집애가 오는구나, 오는구나. 일전에 저 팔로 나를 눕히더니 꽉 끌어안고, 다리로 나를 끼더니 무겁게 내리 누른 후에, 제 오줌누는 물건(玉門)으로 밤새껏 문지르며 혹은 나의 배 위에 타기도 하고, 숨이 막혀 헐떡 헐떡거리며, 씩씩거리면서 사람을 못 견디게 단련시키더니 어찌하여 왔느냐? 나를 또 붙잡아 가려고……. 어이 무서워.』 하면서 곧 밖으로 달아나는데, 만좌한 빈객들이 그 사돈의 체면을 보아 자못 묵묵히 말이 없더라. 원제: 춘전난출(春前難出) 홍풍헌(洪風憲)의 처가 음모(陰毛)가 무척이나 많아, 추운 겨울밤에 얼음 위에서 오줌을 누다가, 그 터럭이 얼음과 더불어 함께 얼어붙어서 떨어지지 아니하여 일어날 수 없게 되자. 큰 소리로 남편을 부르짖어대니 방안에 있던 풍헌이 깜짝 놀라 뛰쳐나와 머리를 낮추어 입김으로 불어 얼어붙은 부인의 음모를 녹이려다, 날씨가 너무 추워 풍헌의 수염마저도 그만 땅에 얼어붙어 풍헌도 일어나지 못하게 되며 풍헌의 입이 그 처의 음문(陰門)과 서로 향하여 엎드려 있었다. 그러다, 날이 새어 이웃집 김약정(金約正)이 문밖에 찾아오자. 『관청 일이 비록 막중하나, 나는 해동(解冬)하기 전에는 출입키 어려우니, 그대는 이 뜻을 관가에 고하여 나의 소임을 바꾸게 하라. 명춘 이후로는 권농(勸農)을 하시라 해도, 내 마땅히 따라 가리라.』하고 풍헌이 말하더라. 원제: 집수엄구(執手掩口) 어떤 한 청년이 이웃집에 살고 있는 예쁜 여인을 사랑하여 그 남편이 멀리 나간 틈을 엿보아서 억지로 달려들어 일을 치렀다. 그 일이 있은 후에 그녀는 그 행적이 드러날까 봐, 관가에 가서 고발을 하였다. 그러자, 원님이 그녀에게 심문하기를 『그래, 저놈이 비록 먼저 달려들었다 할지라도, 네가 받은 그 이유는?』 하였을 제, 그녀는 『저이가 한 손으로 저의 두 손을 잡고, 한 손으로는 저의 입을 막고, 또 한 손으로는……그래서 소녀의 약질로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답니다.』 하고 변명을 하는 것이었다. 이에 원님은, 『천하에 어디 세 손을 지닌 놈이 있단 말이냐. 이년, 무고죄(誣告罪)를 면하기 어렵구나.』 하고 거짓으로 화를 벌컥 내었더니, 그녀는 크게 두려워하며, 『사실, 손을 잡고 입을 막은 것은 그이의 손이지만, 그것을 집어넣은 손은 소녀의 손이었습니다.』 하고 바로 고백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원님은 책상을 치면서 크게 웃었다.
하녀의 학질을 고친 재상 원제: 인병간비(因病奸婢) 어떤 재상의 처가 집에 어린 여종이 있었다. 이름은 향월(向月)이요, 나이는 18세에 제법 자색을 지녔다. 재상은 늘 향월을 사랑해 보려 하였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였었다. 때마침 향월이 학질( 疾)에 걸려 고생을 하는 중이었다. 그때. 재상의 벼슬은 내국의 제조(提調)였다. 하루는 그의 장모가 사위인 재상에게 청하기를, 『우리 향월이가 학질로써 이다지 고생을 하는데, 내국에는 반드시 좋은 약이 있을 것이니 한번 약을 구해서 치료해 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기에 그는, 『그럼, 어느 날 어느 때 그 병이 더 심해지는지요?』 하고 묻자. 장모는, 『바로, 내일이라네.』 하고 대답하니 그 재상은, 『그럼, 내일 공무를 끝낸 뒤에 좋은 약을 갖고 올 터이니, 뒷동산 깊숙한 곳에 커다란 병풍을 둘러 자리를 만드십시오. 그리고, 그 안에 향월을 눕히고 다른 사람들은 함부로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하면 제가 곧 치료해 드리리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장모는 곧 그의 말과 같이 준비하였다. 그 이튿날. 재상이 뒷동산 속으로 들어가 불문곡직하고 향월을 껴안았다. 향월이 크게 두려워하여 땀이 흘러 등을 적시는 것이다. 재상은, 『학질이란 몹쓸 병인만큼 이렇게 가혹히 다루지 않는다면 결코 고치기 어려운 법이니라.』 하고 거듭 일을 치르려 할 때, 향월은 『만일, 부인께서 이 일을 아신다면 반드시 제게 벌을 내릴 것이니, 전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하는 것이다. 그러자, 그는 『그렇지 않아. 이 일은 부인이 시킨 일이니라.』 하고, 일을 다시금 시작하여 흥이 무르녹아지자. 향월은 재상의 허리를 부둥켜안으면서, 『이젠, 부인께서 알고 죽인다 하여도 아무런 원한이 없소이다.』 하여 학질이 모르는 사이에 나은 줄을 깨닫지 못했다. 그 후 그의 장모가 역시 학질을 만나서 사위로 하여금 치료를 하게 했더니 사위는, 『그 병은, 장인 영감이 아니고선 결코 치료하지 못 한답니다.』 하고 웃음을 머금었다.
소금장수에 뺏긴 떡과 아내 원제: 염상도처(鹽商盜妻) 산골의 한 생원이 초가 삼간에 내외가 같이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저녁에 소금장수가 와서 하루 밤 자고 가고자 간청을 하니, 생원은 『우리 집이 말과 같고 방이 또한 협소한 데다가 안팎이 지척이라 도저히 재울 수가 없소.』 하면서 한 마디로 거절하였다. 그러나, 소금장수도 그만한 말로서 물러나지 않았다. 『저도 빈반(貧班)이라, 소금을 팔아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데, 이곳을 지나가다 마침 해가 져서 이미 인가를 찾아서 하루 밤 자는 것이 허락되지 않을 진데, 비단 호랑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어찌 인정 같지 않음이 이런 수 있습니까?』 그 말을 들은 생원은 당연한 사리에 거역치 못하고 허락하고 안으로 들어가 밥을 먹은 후에 그 처에게 말하였다. 『요사이 내가 송기 떡이 몹시 먹고 싶은데, 오늘밤에는 송기 떡을 해 가지고 그대와 같이 먹음이 어떠하오?』 『사랑에 손님을 두고 어찌 조용히 함께 먹을 수 있어요?』 『그건 어렵잖아요. 내가 노끈으로 내 불알에 맨 후에 노끈 끝을 창문 밖으로 내어놓을 터니 떡이 다되거든 가만히 와서 그 노끈 끝을 쥐고 당기고 흔들면 깨어나 들어와서 조용히 함께 먹을 수 있지 않아요?』하며 남편이 채근을 하자. 그 처는 마침내 그러기로 하였다. 원래 이 집 안팎은 다만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터라, 내외 간에 하는 말을 소금장수가 귀를 대어 엿들으니 생원이 나오므로 소금장수는 먼저 자리에 누워서 자는 척하고 생원의 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생원이 나와본즉 소금장수는 이미 자리에 누워 자고 있으므로 안심하고 노끈으로 그 불알을 매더니 한끝을 창 너머로 내어놓고 누워 정신 없이 잠이 들어 코를 우레 같이 골았다. 그 때. 소금장수는 생원이 깊이 잠든 것을 알고 살그머니 일어나서 생원의 불알에 맨 노끈을 풀어 가지고 자기 불알에 매어놓고 누웠다. 얼마동안 누어있으니, 창 밖에서 노끈을 몇 번 흔들므로 소금장수는 가만히 일어나서 안으로 들어가 문 앞에 서서 적은 소리로 속삭였다. 『여보 불빛이 창에 비쳐 혹시 소금장수가 자다가 깨어나 엿볼지도 모르니 불을 끄오.』 『어두워서 어떻게 떡을 먹어요?』 『아무리 어둡다고 하지만, 손이 있고 입이 있는데, 어찌 떡을 먹지 못 하겠소.』 생원의 처는 웃으면서 불을 껐다. 소금장수는 방에 들어가 생원 처와 함께 송기 떡을 먹고 나니, 또한 욕심이 발동하므로 생원 처를 끼어 안고 누워서 싫도록 재미를 보고 슬그머니 나왔다. 바깥으로 나온 소금장수는 곰곰히 생각하였다. 떡도 먹었겠다. 재미도 보았겠다.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더 있다간 탄로가 날지 모르니, 에라 빨리 가버리자. 소금장수는 곧 떠날 준비를 하여 가지고 생원을 불렀다. 『주인장! 주인장! 벌써 닭이 울었으니 나는 떠나야겠소, 하루 밤 잘 쉬고 갑니다. 후일에는 다시 만납시다.』하며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떠나가 버렸다. 늦게 잠을 깬 생원은 내심 생각하기를... 닭이 울도록 어찌 아무 소식이 없을까? 떡을 하다가 잊어버리고 자버린 것이나 아닐까?... 하면서 불알을 만져 보았다. 이 어찌된 일인가 매어 두었던 노끈이 어느 사이에 풀려지고 없었다... 내가 자다가 잠결에 벗겨버렸는가?... 하고 창문을 더듬더듬 더듬어 보니 거기에는 노끈이 그대로 있었다... 옳지 떡을 해놓고 이것을 흔들어 보아도 아무 소식이 없으니까. 그냥 자 버린 게로구나... 생각하고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 처는 정신 없이 자고 있었다... 이제 소금장수도 없으니 안심하고 떡이나 먹어보자... 하고 그 처를 깨웠다. 『여보! 나는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는데, 떡은 어쩌고 잠만 자오.』 처는 눈을 뜨고 빙그레 웃으며, 『무슨 말씀을 하오? 아까 떡도 먹고 그것도 하시고는…… 또 무엇 하러 들어왔어요?』 『?……』 『아까 들어와서 불을 끄고는 떡을 먹고 그것까지 실컷 하시고는 이제 또 무슨 말씀이요. 그럼 그 사람은 당신이 아니고 귀신이란 말이요?』 처는 사뭇 놀리는 쪼다. 그러나 생원은 더욱 의심이 깊어갔다. 『그럼 당신이 떡을 해놓고 노끈을 당겼소?』 『그렇잖고요. 노끈을 당기니 당신이 들어왔지 않아요?』 대답은 하나 그 처가 곰곰이 생각하니 이상하였다. 생원은 무릎을 치면서, 『허! 그놈! 허! 그놈! 소금장수란 놈이 한 짓이로구나. 그 원수 놈이 우리 집 마누라와 떡을 훔쳐먹은 게로구나! 허 그놈』 생원은 당황해 하면서 어찌 할 줄을 몰랐다. 그 처는 민망하고 부끄러웠으므로 그 순간을 모면할 도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태연스럽게 웃으면서, 『그래서, 그런지 어째서 이상합디다요. 운우의 재미를 볼 때 그놈이 어찌나 크고 좋은지 전과 다르다고 생각하였더니, 그것이 소금장수의 것이었던가 보군요.』 하니, 생원은 기가 막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여인의 음호와 폐궁 원제 : 취악폐궁(臭惡廢弓) 옛날에 한량 한 사람이 봄과 여름이 바뀔 무렵에, 산중에 있는 사단(射壇)에 들어가 활을 쏘다가 그 아래 시냇물에 물을 마시기 위하여 내려갔더니, 한 젊은 여인이 빨래를 하다가 늦은 봄볕에 피곤하여 소나무 그늘 밑에 누워 잠이 깊게 들었었다. 이를 본 한량은 그녀의 앉아서 불러보아도 깨지 아니하고, 어루만져도 알지 못하는지라, 그 옆에 누워서 한 팔로 여자를 베개하고, 다리를 얹고 허리를 안은 후에 엄지손가락으로 음호(陰戶) 가운데로 들이밀어, 움직여 흔들어도 여인이 깊은 잠에 취하여 깨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한량도 또한 곤하게 잠이 들어 한낮이 지나 비로소 깨어본즉, 엄지손가락이 아직도 그녀의 음호 가운데 있거늘, 빙그레 웃으며 빼어보니, 오랜 시간동안 습기가 있는 음호 가운데서 엄지손가락이 불어 커져서 부고(浮高)의 모양과 같고, 또 좌우의 손가락과 손가락사이에 흰죽 같은 것이 널리 퍼졌으며, 그 곳에서 악취가 고약하게 났다. 그는 급히 시냇물에 깨끗이 씻고, 또 씻은 후 다시 사단(射壇)에 돌아와 활을 잡고 화살을 당기는데, 활줄이 코와 볼 사이에 이르러 엄지손가락의 악취가 아직도 다 가시지 않고, 코를 찌르므로 활을 쏘매 화살은 절반도 못 가서 떨어지고 말았다. 계속하여 쏘아보나 능히 격식대로 쏘지 못하고 매양 코와 볼 사이에 이른 즉, 코에 닿아 견디기 어려움에 마음 또한 안정되지 않고 산란하여, 스스로 우스우나, 쏘기를 매양 이와 같이 하여 드디어 궁병(弓病)이란 묘한 병에 걸려 여러 달 동안에 폐공(廢工)이 되었다 한다. 차후, 이 말을 듣고 절도치 않는 자 없었다.
닭 도둑이 명판관이요 원제 : 單袴猶惜 ( 단고유석 ) 시골사람 하나가 밤에 자기 처를 희롱하며 『오늘밤에 그 일을 반드시 수십 차 해 줄테니, 그대는 어떠한 물건으로 나의 수고에 보답하겠느뇨?』 하니 여인이 대답해 가로되, 『만약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제가 세목(細木) 한 필을 오래 감춰 둔 것이 있는데, 명년 봄에 반드시 열일곱 새 누배과를 만들어 사례 하리오다.』 『만약, 기약만 지켜주면 오늘밤 들어, 하기를 열일곱 번은 틀림없이 해 주리라.』 『그렇게 하십시다.』 이날 밤. 남편은 일을 시작하는데, 일진일퇴의 수를 셈하기 시작하며 가로되, 『일차……이차……삼차.』 이렇게 세니 여인이 가로되, 『이것이 무슨 일차, 이차입니까? 이와 같이 한다면 쥐가 나무를 파는 것과 같으니까, 일곱새 누배과 커녕 단과도 오히려 아깝겠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일차가 되는가?』 『처음에는 천천히 진퇴하여 그 물건으로 하여금 나의 음호(陰戶)에 그득 차게 한 후에, 위를 어루만지고, 아래를 문지르며 왼쪽을 치고 오른쪽에 부딪쳐서, 아홉 번 나아가고 아홉 번 물러감에 깊이 화심(花心)에 들이밀어, 이와 같이 하기를 수백 차를 한 후로 양인이 마음은 부드러워지고, 사지가 노글노글하여 소리가 목구멍에 있으되 나오기 어렵고, 눈을 뜨고자하되 뜨기 어려운 경지에 가히 이르러, 「한번」이라 할 것이라. 그리하여, 피차 깨끗이 씻은 후에 다시 시작함이 두 번째 아니겠소?』 하며 이렇게 싸우고 힐난하는 즈음에 마침. 이웃에 사는 닭 서리꾼이 남녀의 수작하는 소리를 들은 지 오래라. 크게 소리쳐, 『옳은지고, 아주머니의 말씀이여! 그대의 이른바 일차(一次)는 틀리는도다. 아주머니의 말씀이 옳다. 나는 이웃에 사는 아무개로서 누구누구 두세 친구가 장차 닭을 사서 밤에 주효나 나눌까 하므로, 그대의 집 두어 마리를 빌리니, 후일에 반드시 후한 값으로 보상하리라.』 하니, 그 도둑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 여인이, 『명관(名官)의 송사(訟事)를 결단함이 이와 같이 지공무사(至公無私)하니, 뭐 그까짓 두어 마리 닭을 어찌 아깝다 하리오.』 하고 다시, 『값은 낼 필요가 없도다.』 이와 같이 시원하게 대답하였다.
요강은 없더이다 원제 : 溺缸必無 (익항필무) 어느 부잣집 청상과부가 매양 젖어미와 짝하여 자다가, 하루는 젖어미가 병고로 자기 집으로 돌아갈 새, 과부가 이웃집 여인에게 청하여 가로되, 『젖어미가 출타하여 홀로 자기 무서우니, 아주머니 집 종 고도쇠(高道釗)를 불러 주시면 저녁을 잘 대접할 테니, 함께 수직(守直)케 해 주심이 어떻겠습니까?』하니 이웃집 아주머니 허락하여 곧 고되쇠를 보내 줄새, 고도쇠는 그 때 나이 열여덟에 우둔하고 지각이 없는 놈이었다. 과부 집에 와서 저녁밥을 얻어먹고 당상(堂上)에서 누워 자는데, 그 코고는 소리가 우레와 같으며, 아직 한번도 여체(女體)를 경험하지 못한지라 순수한 양물(陽物)이 뻣뻣이 일어나서 잠방이 속을 뚫고 밖으로 나와 등등하게 뻗치고 섰거늘, 밤은 깊고 적막하여 어린 과부가 이를 보고, 갑자기 음심(淫心)이 발동하여 가만히 고도쇠의 바지를 벗기고 자기의 음호(陰戶)로써 덮어 씌어 꽂고는 들이밀었다 물러갔다 하여 극진히 음란을 행한 후에 정액(精液)을 배설하고, 일어나 고도쇠의 바지를 도로 입힌 후에 자기 방에 돌아가 자다가, 다음날 아침에 그 종놈을 보냈으나 그 날도 젖어미가 오지 않는지라 청상과부는 또한 그 날 저녁에도 고도쇠 보내주기를 청하니, 이웃집 아주머니가 곧 고도쇠를 불러 설유해 가로되, 『뒷담 집 아가씨 댁에 기명(器皿)도 많고 음식도 많고 의복도 많으니, 네가 그리로 가는 것이 좋으리라.』한즉, 『비록 기명은 많으나, 요강이 없습니다.』하니, 『그 부잣집에 요강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하고 주인아주머니가 꾸짖으니, 『요강이 없는 고로 엊저녁에 아가씨가 손수 소인의 바지를 벗기고, 소인의 신두(腎頭) 위에 오줌을 쌌습니다.』한즉 이웃집 아주머니가 듣고 또 스스로 부끄러워 감히 다시 가란 말을 하지 않았다.
삼보(三寶)의 분배 원제 : 침수분작(沈手分酌) 시대가 분명치 않는 호남 땅 어느 절에서 무차대수륙재(無遮大水陸齋)를 지낼 때, 남녀가 모여들어 구경꾼들이 무려 수천 명이나 되었다. 재가 파한 후에 나이 적은 사미승(沙彌僧)이 도량(道場)을 소제하다가 여인들이 모여 않아 놀던 곳에서 우연히 여자의 음모 한 오리를 주어 스스로 이르되, "오늘 기이한 보화를 얻었도다." 하며 그 털을 들고 기뻐 뛰거늘 여러 스님들이 그것을 빼앗으려고 함께 모여 법석이로되, 사미승 아이가 굳게 잡고 놓지 않으며, "내가 눈이 묵사발이 되고 내 팔이 끊어질지라도 이 물건만은 가히 빼앗길 수 없다," 하고 뇌까리니 여러 스님들이, "이와 같은 보물은 어느 개인의 사유물일 수는 없고, 마땅히 여럿이 공론하여 결정할 문제니라." 하고 종을 쳐서 산중 여러 스님이 가사장삼을 입고 큰방에 열좌(列坐)하여 사미아이를 불러, "이 물건이 도장 가운데 떨어져 있었으니, 마땅히 사중(寺中)의 공공한 물건이 아니냐. 네가 비록 주웠다 하나 감히 어찌 이를 혼자 차지하리요." 사미가 할 수 없이 그 터럭을 여러 스님 앞에 내어놓은 즉, 여러 스님이 유리 발우(鉢盂)에 담은 후에 부처님 앞 탁자 위에 놓고, "이것이 삼보(三寶)를 장(藏)했으니, 길이 후세에 서로 전할 보물이다." 하거늘 스님이, "그러한즉 우리들이 맛보지 못할 게 아니냐?" 한즉 혹자는 또한, "그러면 마땅히 각각 잘라서 조금씩 나누어 가지는 것이 어떠냐?" 하니 여러 스님이 가로되, "두어 치밖에 안 되는 그 털을 어찌 여러 스님이 나누어 가지리요?" 그때. 한 객승(客僧)이 끝자리에 앉았다가, "소승의 얕은 소견으로는 그 털을 밥 짖는 큰솥에 가운데 넣어 쪄서 돌로 눌러서 물을 길어 큰솥에 채운 후에 여러 스님께서 나누어 마시면 어찌 공공(公空)의 좋은 일이 아니리요. 나와 같은 객승에게도 그 물을 한잔만 나누어 주신다면 행복이 그 위에 없겠소이다. 한즉 여러 스님이, "객 스님의 말씀이 성실한 말씀이다." 하고 그 말에 찬성했는데, 그때 마침 절에 백세 노승이 가슴과 배가 아프기를 여러 해, 바야흐로 추위를 타서 문을 닫고 들어앉았다가 이 소리를 전해듣고 홀연히 나타나 합장하며 객승에게 치하해 가로되, "누사(陋寺)에 오신 객 스님이 어찌 그 일을 공론하면, 늙은 병승과 같은 나는 그 터럭의 눈꼽 만한 것도 돌아오지 않을 터인데... 오늘 객 스님 말씀에 가히, 그것을 마신 후 오늘 저녁에 죽는다 하더라도 여한은 없겠소이다. 원컨대 객 스님은 성불(成佛), 성불(成佛)하소서." 하였다.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이조 선조 때의 이야기. 송강 정철과 서애 유성룡이 어느 손님 한 분을 대접하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는 백사 이항복, 일송 심회수, 월사 이정귀도 함께 참석하였다. 술자리가 벌어져 온갖 잡담을 나누다가 누가 먼저 말머리를 꺼냈는지 이 세상 모든 소리 중에 무슨 소리가 제일 듣기 좋은가 하는 문제가 나왔다. 모두 한 나라의 이름난 재상들이요. 세상을 뒤흔드는 이름난 문장가들이기 때문에 다 한 마디씩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먼저 송강이, "달 밝은 밤에 좋은 노래 소리를 듣는 게 제일 좋지" 일송은, "단풍 든 가을 산에서 우는 원숭이 소리가 제일 듣기 좋은 소리지" 하였다. 다음 서애는 "새벽녘쯤 되어서 술통에서 떨어지는 술 방울 소리보다 더 운치 있는 소리는 없지" 다음 월사는 "고요한 초당에서 나오는 젊은이의 시 읊는 소리가 제일일 거야" 마지막에 가서 백사는 웃으면서 여러 친구들에게 얘기하기를, "글쎄 여러분들이 하신 말씀은 다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제 생각 같아서는 좋은 밤에 안방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여자의 옷 벗는 소리 이상 더 듣기 좋은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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