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합정-상수에 이르는 지역을 사람들은 흔히 홍대근처라 부른다. 홍대 주변만이 가지는 독특한 문화가 이 지역들에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아는 곳.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곳. 이번 홍대 답사는 개인적으로 그런 이유로 참여하였다. 지리교사연수 '서울 들여다 보기 - 장소마케팅 관접에서'의 연수 과정으로 다녀온 홍대 일대, 그 답사보고서를 지금부터 써내려가려 한다.
6호선 상수역 4번출구로 나와 한강 방향으로 걷다보면 사거리에 이런 집을 볼 수 있다. 여의도를 마주본 곳, 한강이 보이는 곳... 개발하기에 딱! 좋은 곳 아니겠는가. 그 개발의 힘이 이곳에 밀려오면서 사진과 같은 오래된 집들은 저 눈들처럼 봄이 되면 없어질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집이 있는 사거리를 둘러보면 이곳을 제외하고 특히 한강변으로는 이미 개발이 된 상태이다. 아래 사진이 바로 맞은편의 한강변 모습이다.
멀리 여의도의 쌍둥이 빌딩이 보인다.
아까 그 오래된 집을 안고 오른쪽으로 돌면 멀리서 엄청난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바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당인리 화력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이다. 과거에 이 일대가 "당인리"라는 지명으로 불렸는지 교수님은 계속해서 당인리 발전소라고 하셨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워진 화력 발전소라고 한다. 본래 2010년까지 가동하고 문을 닫으려 했으나 최근 이 지역이 개발 영향을 받으면서 문을 닫으려던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던 일인 것처럼 되었다. 아무래도 좋은 위치에 넓은 부지를 갖추고 있으니...
조금 더 놔두면 땅값 오르는 건 당연지사. 페인트도 다시 칠하고 오래오래 하려나보다. ㅎㅎ 아무튼 말이 그렇기 오래할 수는 없는 노릇. 언젠가 이 자리가 비워졌을 때 무엇이 새롭게 채울지가 이번 답사의 고민거리가 되겠다. 단순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 보다는 오르세 미술관처럼, 화력 발전소 건물 일부를 상징으로 남기면서 좀더 의미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도록 하는 것을 어떨까. 미술관이 될 수도 있고 공연장이 될 수도 있고 무엇이 되든 말이다. 꼭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철저히 감출 필요는 없지 않는가.
화력발전소 인근 골목을 들어서면 "Anthracite"라는 이름의 커피집이 나온다. 바로 아무리봐도 커피집이 어딨는지 찾을 수가 없다가 눈을 조금 더 크게 뜨니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 모습 그대로 간판만 달고 커피집으로 문을 연 것이어서 모르는 사람은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외부는 물론 99.9% 누가봐도 공장이다. 커피집이라는 간판만 없다면. 아직 문을 열지 않아서 내부는 볼 수 없었지만, 1,2층으로 된 내부는 생각보다 괜찮다고 한다. 다음에 문 열 때 다시 한 번!
코아할인마트, 그 머리 위에는 코아마트라고 쓰여진 어색한 굴뚝이 솟아 있다. 누가봐도 코아마트가 아니라 코아목욕탕이라는 글씨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다. 과거에 이 자리는 목욕탕이 있던 곳이다. 그 건물을 그대로 마트로 사용하고 있다. 당인리 발전소의 모습이 이렇게라도 남게 된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곳에 들어서는 것들에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어 참 좋을텐데...
날씨가 너무 춥기도 하였거니와 이 건물 자체 답사도 의미가 있어 들어온 곳, 상상마당. KT가 문화사업 지원의 일환으로 홍대에 지은 건물이다. 독립영화관, 디자인팬시점, 전시공간, 커피숍 등이 있다.
차를 마시고 홍대 일대를 돌다가 점심을 먹으러 이동. 이곳은 드라마 "트리플"의 촬영 현장이었던 레스토랑이다. 홍대 메인거리 뒷편으로는 이런 일반 가정을 개조한 레스토랑이 꽤 많다. 청담동이랑 비슷한 양식이긴 하지만, 홍대만의 독특함이 있다. 점심 시간에 가면 1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에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파스타나 리조또 정식을 먹을 수 있다. 아주 괜찮게 나온다 ㅎ 미리 예약하시길 ^^ => 본드팩토리
이 거대한 건물은 뭔가 가우디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아무튼, 한국에 있는 느낌은 분명 아닌 것 같은 장소성을 주는 이 건물은 카페이다. 담에 꼭 한 번 가봐야지 ㅎ
전시 공간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첫째, 미술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업공간. 둘째, 개인전을 열 수 있는 화랑들, 셋째, 국공립 미술관, 마지막으로 넷째 대안공간. 대안공간은 비영리 공간으로 젊고 참신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초청하여 전시한다.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공모에 응시한다고 모두 전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비영리인만큼 제도적 정치적 제약 없이 실력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금 들어가려는 이 공간, 서울시에서 창작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 곳은 서울시의 후원을 받긴 하지만, 형식상 일종의 대안공간으로 현재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볍게 차도 마실 수 있고 꽤나 괜찮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홍대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려보시길.
한강은 지금처럼 직강공사가 되고 제방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높은 하상계수와 심한 조차로 인한 넓은 감조구간이 한강변 일대에 자주 큰 홍수를 일으키곤 했다. 그때마다 물길이 바뀌고 하면서 이곳저곳 물웅덩이가 만들어지고 작은 샛강들이 이곳저곳을 흐르게 되었다. 그 샛강 사이사이를 잇던 잔다리들 때문에 이 골목이 "잔다리로"라고 이름붙여졌다고 한다. 잔다리를 한자로 하면 "세교"가 되고, 이것이 변형된 것이 지금의 서교동이라고 한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휴대폰 가게는 임시 건물이다. 그 아래로 죽 연결되어 있는 건물들도 마찬가지로 가건물들이다. 과거에 이곳에 철로가 놓여 있었을 때 이 가건물들이 생겨났고, 철로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아랫쪽 가건물들은 함께 철거되었다.
이 곳은 한창 공항철도와 2호선을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덕분에 이 지역도 개발의 바람이 아주 거세게 불고 지나갔다. 눈이 즐거웠고 향수를 불러일으켜 마음이 포근했던 아름다운 고택들은 모두 사라지고 곧 주상 복합이니 쇼핑몰이니 오피스텔이니 하는 것들이 우후죽순 들어설 자리이기도 하다. 개발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존의 개념이 전혀 없이 무조건 옛것은 낡고 촌스럽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긴 하다.
이곳은 아까 언급했던 대안 공간의 한 곳은 Loop라는 공간이다. 어느 지원도 받지 않는 비영리 대안 공간으로 교수님 덕분에 관장님이시자 큐레이터이신 서진석 님의 아주 깔끔하고 완벽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래 사이트들을 참고하시면 대안공간에 대해서 좀더 잘 알 수 있으실 듯!
http://www.galleryloop.com/
http://news.nate.com/view/20081218n00775
내가 맘에 들었던!! 게릴라 걸스의 작품 ㅎ
서지석님께 설명듣는 우리들!
첫댓글 정말 무슨 건물이 들어설지 -_- 발전도 좋지만 옛모습이 어느정도 남아있는게 더 좋은 것 같아요 ㅎ
그렇죠? 그러니 지역 주민만이 아니라 다들 관심갖고 지켜 볼 필요가 있겠지요 ^^
오오... 저번에 홍대 주변 다녀왔는데, 저는 그 일부 밖에 못본 거군요.ㅜㅜ 다음에 홍대 주변 다닐 때는 이 글 참고해야겠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