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경일, ‘개천절’
매년 양력 10월 3일은 한국의 전통적인 명절인 개천절(開天節)이다. 하지만 제천의식의 경우만은 전통적인 선례에 따라 음력 10월 3일에 거행한다. 10월 개천절은 한국의 국경일의 하나로 기원전 2333년 단군기원 원년 음력 10월 3일에 국조(國祖) 단군(檀君)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의 건국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되었다. 현재 한국의 4대 국경일은 3.1절, 제헌절(7.17), 광복절(8.15), 개천절(10.3)이 있으며, 모두 공휴일로 정해져 국가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원래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개천이란 옛날 환웅(桓雄)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神檀樹)에 내려와 홍익인간 · 이화세계의 뜻을 펼치기 시작한 사건을 가리킨다. 보통 개천은 BC(기원전) 2333년 10월 3일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날은 실제로는 단군이 나라를 세운 날이었고 고대 개천절은 음력 10월 3일로 우리민족의 고유한 제천행사의 시기와 일치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금의 개천절은 양력 10월 3일이지만 여러 단군숭봉단체는 전통에 따라 음력 10월 3일에 제천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개천절은 민족국가의 건국을 경축하는 국가적 경축일인 동시에, 문화민족으로서의 새로운 탄생을 경축하며 하늘에 감사하는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적 명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우리민족은 10월을 상달〔上月〕이라 불렀고 한 해 농사를 추수하고 햇곡식으로 제상을 차려 감사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제천행사(祭天行事)를 거행하게 되는 10월을 가장 귀하게 여겼으며, 아울러 3일의 ‘3’ 숫자를 길수(吉數)로 여겨왔다는 사실은 개천절의 본래의 뜻을 보다 분명히 한다고 하겠다.
개천절은 원래 음력 10월 3일이므로 대한민국 건립 후까지도 음력으로 지켜왔는데, 1949년에 문교부가 위촉한 ‘개천절 음·양력 환용(換用) 심의회’의 심의결과 음·양력 환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와 '10월 3일'이라는 기록이 소중하다는 의견에 근거, 그리고 1949년 10월 1일에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음력 10월 3일을 양력 10월 3일로 바꾸어 거행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종교(大倧敎)에서 행하던 경하식(慶賀式)은 국가적 행사에 맞추어 양력 10월 3일에 거행하기로 정한 것이다.
北韓(조선)에서는 공휴일은 아니지만 정부차원에서 개천절을 기념한다. 북한은 1993년 평양시 부근에서 단군의 유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후 대대적으로 평양근교에 석재(石材) 피라미드 양식의 단군릉을 건축했고 개천절마다 ‘단군제’라는 제사를 지내며, 단군을 우리민족의 원시조(原始祖)로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1993년 10월 2일 北韓의 사회과학원은 단군이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에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죽은 ‘실제인물’이라고 주장하였고 현재 북한의 역사학자들은 단군이 평양에서 고조선을 건국하고 평양을 수도로 삼았으며, 평양에서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천절은 국조 단군이 나라를 세운 날을 기념하는 날로 우리 겨레의 ‘생일’이며, 민족과 겨레의 뿌리를 마음에 되새기는 날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은 10월 상달 가을의 수확을 즐기는 백성들의 환호와 축제 속에서 단군은 ‘개국대업’을 창시하였고 한민족의 기원을 열었던 것이다. 현재 한국 내 일부 역사학자들은 단군의 존재를 신화로 주장하고 있고 종교학자와 단체들은 단군을 신흥종교나 우상화, 미신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본 교회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하여 단군사상을 비하하고 단군정신을 부정하고 있다. 현재 많은 이들이 ‘민족의 시조’라고 불리는 단군을 먼 ‘옛날 전설 속의 할아버지’로 알고 있다.
국조 단군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사상은 환인(桓因) 환웅으로부터 단군이 계승한 원대한 이상이며,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그것이 여전히 우리민족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 단군의 기록이 최초로 나오는 ‘삼국유사’까지 1300년, 그 후 3000년 동안 ‘北韓의 인물’이었던 단군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놓고 현재 南/北 역사학자들 사이에는 많은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민족의 핏줄 속에 흐르고 있는 단군정신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다. 단군정신은 우리민족의 뿌리이고 구심점이며, 우리민족의 희망이자 이상 그 자체이다. 단군 ‘할아버지’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천절은 모름지기 모든 국경일 가운데서 ‘으뜸’이 되어야 할 날이다. 우리 겨레의 뿌리를 마음에 되새기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역사를 존중하고 역사에 애착하는 한국사회에서 개천절은 모든 국정공휴일 가운데서 가장 등한시하고 초라한 행사로 끝나는 날이다. 현재 한국인들은 이 나라와 이 겨레가 생긴 날보다 예수님, 석가님 탄생일에 더 큰 의미를 두며, 따라서 그날은 온 나라가 법회와 크리스마스 행사로 흥분하며 ‘야단법석’을 피운다. 환웅 · 단군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섭섭하시겠지만 당신의 후손들 대부분은 개천절을 쉬는 날 정도로 아주 단편적으로 알고 있을 뿐 그 유래와 의미를 모르고 있다.
매년 양력 10월 3일 ‘공휴일’인 개천절 날,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단군 할아버지’를 기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땅의 단군의 후예들은 이 나라, 이 민족의 소자출(所自出)도 모르고 관심도 없으며, 심지어는 우리는 단일민족이 아닌 여러 가지 피가 뒤섞인 혼혈잡종으로 단군의 직계후손이 아니기에 시조(始祖)나 국조(國祖) 따위의 주장을 과감히 없애자고 한다. 그리고 ‘환웅할아버지’ · ‘단군할아버지’를 찾는 것은 편협한 국수주의 발상이며, 사상과 종교의 자유가 있는 이 나라의 국민적 화합을 해치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망발한다.
...뿌리를 잃고 역사를 잊어버리며, 오로지 현세주의(現世主義)만 팽배한 이 나라, 이 족속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