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과거사 논란 '자살설 사실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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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쟁의 회오리로 세 번의 파직과 두 번의 백의종군을 겪은 이순신 장군이 KBS-1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방영을 계기로 새삼스레 소문과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원균 명장론, 이순신 자살설 등 고작 4회분이 방영된 상태에서 이 드라마 시청소감 게시판에는 벌써 1만건에 육박하는 글들이 올라 논란의 강도를 짐작케 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2주째 시청률은 21%대로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원균은 명장이었다? 가장 극심한 논쟁은 ‘원균 명장론’이다. 네티즌 황달근씨는 “원균 간신론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한 의도적인 이순신 장군 편들기 탓”이라며 드라마 방영을 계기로 원균의 명예회복을 주장했다. 연출자인 이성주 PD도 “역사 재해석은 신중해야 하지만 간신의 대명사가 된 원균이 왜란 후 권율, 이순신과 함께 일등공신에 오른 만큼 그리 폄훼할 까닭이 없다”며 원균 명장론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반대하는 쪽은 공신 선정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네티즌 이영덕씨는 “원균이 명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뚜렷한 전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서진영씨는 “선조가 이순신을 두려워 해 무리하게 원균을 일등공신에 올렸다. 곽재우, 사명대사 등은 공신에 못 들어가고 왕을 따라 피란간 내관과 문신들만 대거 들어갔다”며 원균 재조명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장군은 갑옷을 벗었다? ‘이순신 자살론’은 쉽게 결론 나기 어려운 논쟁이다. 드라마에서는 노량해전에서 전쟁터에서 죽으려는 의도로 갑옷을 벗고 전투하는 장면으로 처리해 자살설 쪽으로 풀어나갔다. 숙종 때 인물인 이민서가 쓴 ‘김덕령 장군 전기’에도 ‘이순신이 바야흐로 전쟁 중에 갑옷을 벗고 앞장서 나섬으로써 스스로 탄환을 맞아 죽었다’고 적혀 있다.
거북선 연구의 권위자인 남천우 박사는 ‘유물의 재발견’이라는 저서를 통해 전쟁 당시에 죽지 않았다는 이른바 ‘은둔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설에 대해 ‘내게는 아직 배가 열 두척이 있습니다’의 저자인 김종대 판사는 노량대전은 근접전으로, 어느 전투보다도 위험해 뱃머리에 서서 군사들을 진두지휘하던 이순신이 조총을 맞고 죽은 것으로 결론 짓는다. ‘이순신의 두 얼굴’의 저자인 김태훈씨도 “적어도 기록에 의하면 갑옷을 벗었다는 글은 없다. 사천해전에서도 앞장서서 싸우다 부상을 당한 전례가 있듯이 육박전에 가깝던 노량해전에서 유탄에 맞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군 막사에 닌자? 드라마 자체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닌자처럼 복면을 한 왜군 자객이 두 번이나 장군의 막사에 침입하는 장면을 넣은 것은 무리한 설정이라는 것. 임진왜란 해전사 저자인 이민웅 해군 소령은 “자객이 장군 막사에 난입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난중일기에도 그런 기록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성주 PD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네덜란드 잠수부를 이용해 거북선 탈취 작전을 폈다는 사료가 있다. 우리측도 기생 등을 첩보전에 이용하는 등 전투 외에도 다양한 작전이 구사됐다”고 주장해 극적인 요소를 고려한 허구지만 허무맹랑한 설정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원철희기자 soy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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