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유계약 대상자 중 최대어 중 한 명인 KCC 하승진 |
[루키] 이재범 기자 = 매년 최고 보수를 보장받았던 하승진(221cm, C)은 과연 어떤 FA 대박을 터트릴까?
올해 자유계약(FA) 대상자 중 최대어는 문태영(194cm, F)이다. 최고의 득점력을 갖춘데다 높은 보수(5억7천만 원)에도 문태영을 영입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문태영과 같은 수준의 다른 국내선수라면 포지션 순위로 영입할 수 없거나,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
문태영을 제외한다면 하승진을 꼽을 수 있다. KCC를 2008~2009시즌과 2010~2011시즌에 챔피언에 올려놨다. 하승진은 데뷔 세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무대도 밟았고, 2010~2011시즌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었다.
무엇보다 최장신 센터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승진이 지난 시즌 경기규칙의 변화로 고전했다고 해도 이번 FA 대상자 중 가장 큰 관심의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하승진은 2008 국내선수 드래프트 1순위에 뽑혔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선수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들의 첫 FA 계약을 통해 하승진의 이번 FA 계약을 대략적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우선 하승진 이전 드래프트 1순위는 현주엽부터 김태술까지 10명이다. 이들 중 8명은 약 30% 가량 인상률을 기록했다. 전정규와 방성윤 만이 삭감되었다.
다만, 방성윤은 원 소속 구단이었던 SK로부터 30% 인상된 5억2천만 원을 제시 받았다. 5천만 원 차이로 FA로 풀렸으나, 타 구단의 영입 제의를 받지 못했다. SK는 방성윤을 대신할 김효범을 영입했다. 방성윤은 원 소속 구단과의 재협상 기간에 대폭 삭감된 보수에 계약할 수 밖에 없었다. 1순위 중 FA 계약에서 실질적 연봉 삭감 당한 선수는 전정규 1명이다.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선수는 케이티 코치로 선임된 송영진이다. 역대 1순위 중 데뷔 5년 보수가 가장 낮은 1억3천만 원이었다. 덕분에 최고인 84.6%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당시 송 코치는 한 가지 탁월한 선택을 했다. 지금은 사라진 다년 계약을 체결한 것. 송 코치는 5년 동안 활약 여부와 상관없이 5시즌 동안 2억4천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FA 계약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선수는 김주성이다. 2007년 FA 자격을 얻은 김주성은 당시 규정상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인 6억8천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KBL은 예전에 일부 선수들의 보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샐러리-캡의 40%(이후 30%로 줄었으며, 지난 시즌에 없어졌다)로 최고 보수를 제한했다. 김주성이 FA로 풀릴 당시 샐러리-캡이 17억 원이었으며, 여기의 40%가 6억8천만 원이었다.
동부가 최고액을 제시해 다른 구단에 김주성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김주성의 가치를 인정한 계약이었다. 또한 이는 문태종이 LG로 이적하며 기록한 6억8천만 원과 함께 FA 계약 역대 최고액(역대 최고 보수는 2008~2009시즌 김주성의 7억1천만 원)이다.
FA로서 팀을 옮긴 1순위는 현 오리온스 조상현 코치와 MBC 스포츠플러스 현주엽 해설위원뿐이다. 지난해 사인앤트레이드로 KGC인삼공사에서 KCC로 적을 옮겼기에 김태술까지 포함한다면 3명이다.
1순위 10명의 연봉인상률은 18.7%이다. 다만, 방성윤이 SK가 제시한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는 가정하의 인상률은 34.2%로 대폭 상승한다.
FA 계약 시 보수가 삭감된 전정규, 데뷔 5년 차임에도 보수 자체가 낮았던 송 코치와 김동우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선수와 하승진의 프로 5년의 기록을 한 번 비교해보자.
하승진은 1순위 7명의 선수와 비교할 때 데뷔 5시즌 정규리그 출전 경기수에서 많이 뒤지는 편이다. 부상과 NBA 진출을 위한 도전으로 매 시즌 40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한 방성윤(160경기)과 현주엽 해설위원(200경기)만이 하승진의 212경기보다 적게 출전했다.
현 해설위원은 데뷔 시즌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차출로 11경기에 나서지 못한데다 데뷔 세 시즌의 경기수가 45경기였다. 이를 감안하면 하승진은 방성윤 1명보다 더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매 시즌 50경기 이상 출전한 적이 없고, 지난 시즌에는 38경기 출전에 그친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하승진이 활약한 5시즌 중 KCC는 4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두 번이나 챔피언에 올랐다. 이들 이외에도 역대 1순위 중 5시즌 모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선수는 없다. 데뷔 5시즌 만에 챔피언에 두 번 등극한 1순위는 이규섭, 김주성, 양동근, 김동우뿐이다.
하승진은 보통 정규리그 경기를 소화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시즌 초반보다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위력을 떨쳤다.
덕분에 KCC는 ‘슬로우 스타터’라는 별명을 얻었고, 정규리그 3위로서 세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무대도 밟았다. 하승진을 앞세워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승진은 이를 잘 보여주기라도 하듯 5시즌 정규리그 평균 27분 14초 출전한 것보다 플레이오프에서 3분 가량 더 많은 30분 34초 출전했다. 2009~2010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부상으로 한 경기에 억지로 9분 가량 출전했던 경기가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FA 계약은 전 시즌 성적보다 5시즌 동안 팀 내 기여도를 고려하는 측면이 크다. 하승진은 지난 시즌에 부진했지만, 데뷔 이후 활약을 놓고 보면 그 누구 못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말이다.
하승진은 늘 최고의 몸값을 보장받았다. 1년 차에는 KBL 규정이 정한 신인 선수 최고 몸값인 1억 원으로 시작했다. 데뷔 2년 차에 KCC를 챔피언에 올려놓고 신인상 수상과 함께 2억8천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국내선수 드래프트를 데뷔한 선수 중 오세근과 함께 데뷔 2년 차 최고 보수(전체 선수 중 문태종의 4억6천만 원이 2년 차 최고액)다.
3년 차에는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음에도 3억5천만 원을 받았다. 김주성과 함께 3년 차 최고보수(문태종 5억, 문태영 4억5천, 이승준 3억9천 등 제외)였다. 4년 차와 5년 차에는 김주성을 뛰어넘는, 동률조차 허락하지 않은 최고 몸값(물론 문태종, 문태영, 전태풍, 이승준 제외)에 계약했다.
KCC는 샐러리-캡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늘 해당 년차 중 최고액을 하승진에게 제시했다.
FA 계약 첫 해 최고액은 앞서 언급한대로 김주성과 문태종이 기록한 6억8천만 원이다. 역대 보수 기록을 살펴보면 6억8천만 원보다 더 많은 계약을 한 선수는 김주성(7억1천, 7억, 6억9천 2회)뿐이다.
방성윤의 SK 구단 제시액을 반영한 1순위들의 첫 해 FA 계약 평균 인상률 34.2%를 하승진의 전 시즌 보수(5억2천만 원)에 적용하면 약 6억9천8만 원이다. 김주성 외에는 그 누구도 기록하지 못한 6억8천만 원을 초과하는 보수도 가능하고, 상징적인 7억 원까지 내다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을 때의 이야기다. 하승진은 항상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늘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지난 시즌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렇다면 예상보다 다소 낮은 금액에 계약도 가능하다. 역대 팀 최고 보수(김태술, 6억2천만 원) 경신 수준에서 도장을 찍을 수도 있다.
KCC는 이럴 경우 양동근의 사례(연봉 5억1천만 원, 인센티브 6천만 원)처럼 하승진에게 인센티브를 낮게 책정해, 실제 받을 수 있는 연봉을 높게 제시해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다.
KBL뿐 아니라 대부분의 구단들이 1일부터 5일까지 휴무였다. 본격적인 FA 대상자와의 협상은 6일부터 시작된다. 이는 KCC도 마찬가지. KCC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하승진과의 첫 대면을 7일 할 예정이다. 원만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최소 2회 이상 협상을 통해 계약을 한다.
KCC는 하승진에게 최고 수준에 준하는 계약을 제시할 예정이다. 역대 1순위들의 FA 계약 기간은 모두 5년이었다.
하승진은 과연 지금까지처럼 KBL FA 계약의 새로운 역사를 쓰며 도장을 찍을 수 있을까? 그 결과는 15일에 나올 것이다.
참고로 센터 순위 2위인 하승진은 KCC와 계약에 실패한다면 김준일(1위)과 김종규(3위)를 보유한 삼성과 LG로 이적할 수 없다. 또한 하승진을 영입하는 구단은 보상선수 1명과 2억6천만 원(전 시즌 보수 50%) 또는 10억4천만 원(전 시즌 보수 200%)을 KCC에 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