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위원장은 '축구 철학'이라는 단어를 얘기할 때마다 매번 한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축구 철학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이를 열정적으로, 강조해서 설명했다. 명확한 축구 철학을 정립한 뒤, 이를 바탕으로 만든 시스템 안에서 철학에 부합하는 지도자와 선수를 육성할 커리큘럼을 제시해야 자신이 대한축구협회에 몸담은 시절부터 줄곧 외친 '능동적인 축구'를 운동장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김판곤 위원장의 생각이다. 위원장. 사실 그의 직책은 더는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아닌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그럼에도 서문에 그를 '위원장'이라고 칭한 이유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그가 사이드라인 뒤에서 팀을 지휘하는 감독보다는 기자회견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이 엄선해 선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의 한국 대표팀 운영 방식을 논리정연하게 브리핑하는 '위원장'의 모습으로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부터 작년 1월까지 대한축구협회에서 국가대표팀 운영을 총괄하며 한국이 작년 월드컵 본선에서 무려 12년 만에 이룬 16강 진출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놓은 뒤,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그는 2017년을 끝으로 홍콩을 떠나 대한축구협회에 합류했는데, 작년 초 약 5년 만에 말레이시아에서 감독직 복귀를 선언했다. "제가 대한축구협회에 남긴 좋은 성과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우리 한국 대표팀이 어떤 방식으로 경기에서 이길 것인지, 그리고 승리를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 방향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봤어요. 그 방향성을 토대로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려고 애를 많이 썼고요. 감독을 선임한 다음에는 대표팀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경기력 평가를 할 때도 우리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계속 점검했죠. 그런 방향성이 토대가 됐기 때문에 대표팀 운영이 한 길로 쭉 간 부분은 잘 됐던 거 같아요. 이 과정 안에서 그런 감독을 찾아내기 위해 프로세스를 정하고, 후보군을 만들어서 경쟁시키고. 감독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상당히 많이 했어요. 그렇게 경쟁을 시켜서 적합한 감독을 협회에 추천하는 모델을 한번 보여줬다는 건 성과였다고 생각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12.27 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