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부의 날입니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문화를 만들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입니다. 부부의 날을 맞이해서 미국의 대통령들이 아내에게 보냈던 러브레트를 소개합니다.
I wouldn’t be the man I am today without your guidance, kindness, and warmth”(당신의 가르침, 친절함, 따뜻함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내가 없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랑 고백이 화제입니다. 얼마 전 밸런타인데이 때 지지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would’와 ‘without’이 나오니까 가정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내가 있다’라는 평범한 문장보다 가정법을 쓰면 강조 효과가 있습니다. ‘you will always mean the world to me’(당신은 나의 전부)이라는 문장이 이어집니다.
“Jilly, you’re the love of my life and the life of my love”(질, 당신은 내 인생의 사랑이고, 내 사랑의 생명력이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질 여사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how did I get so lucky?”(나는 왜 이렇게 운이 좋은 거지). 빌 클린턴 대통령은 결혼생활이 너무 빨리 갔다고 “where did the time go?”라고 안타까워합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지도자이지만 알고 보면 그도 한 여인과 사랑해서 결혼한 남자입니다. 러브레터를 통해 평범하고 인간적인 대통령을 볼 수 있습니다.
Will you marry me? Whoops. I forgot you did that 49 years ago today.”(나와 결혼해줄래? 아차, 49년 전에 결혼했다는 걸 잊었네). 사랑 넘치는 부시 대통령의 결혼 49주년 기념 러브레터입니다. 70세 때 보낸 편지입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결혼하고 싶다고 합니다. 80여 년에 걸친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대통령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 같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부시는 17세, 바바라는 16세 고교 시절 크리스마스 댄스파티에서 만나 첫눈에 반했습니다.
만난 지 1년 만에 고난이 찾아왔습니다. 부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제2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한 것입니다. 그것도 후방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바바라는 나라를 위해 떠나는 남자친구를 막지 않았습니다. 부시는 전투기에 ‘바바라’라는 애칭을 붙였습니다. 일본군에 격추돼 태평양에서 표류하다 구조돼 고향에 돌아가자마자 결혼했습니다. 부시 20세, 바바라 19세 때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러브레터는 이어집니다. “I’ve climbed perhaps the highest mountain in the world, but even that cannot hold a candle to being Barbara’s husband”(나는 가장 높은 산을 정복했다. 하지만 그것은 바바라의 남편이라는 사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hold a candle to’는 직역을 하면 ‘촛불을 들다’라는 뜻이지만 ‘비교가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견습생들이 촛불을 들고 비추면서 선생님들이 일하는 것을 배운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인생에서 많은 성공을 이뤘지만, 당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에 견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I spent the day after the call trying to think up reasons why I should bust up the Conference and go home.”(전화 통화 뒤 회담을 그만두고 집에 갈 이유를 고민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책상 위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패를 놓아두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냉철한 사고력의 소유자이지만 감성이 풍부한 리더이기도 합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 미국에서 6000마일 떨어진 독일 베를린 근교에서 포츠담회담이 열렸습니다. 역사적인 회담에 참석한 트루먼 대통령은 향수병을 느꼈습니다. 당시 결혼 26년 차 부부였습니다. 아내 베스 여사가 보고 싶어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전화만으로 부족했는지 다음날 회담을 팽개치고 집에 가고 싶다는 편지를 썼습니다. 트루먼은 미국 유일의 고졸 출신 대통령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농부, 사환 등으로 일하며 힘든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 일요학교에서 만난 친구였던 베스 여사를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났습니다. 트투먼 대통령이 9년 동안 구애했습니다. 긴 구애 기간을 “my longest campaign”(나의 가장 긴 유세)이라고 했습니다. 이 기간에 베스 여사에게 자주 편지를 썼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의 러브레터 습관은 이때 시작됐습니다. 그중 대표작 9편을 추려 ‘9년간의 9편의 러브레터’(Nine Love Letters in Nine Years)라고 해서 트루먼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Feb. 14 may be the date they observe and call Valentine’s Day but that is for people of only ordinary luck. I happen to have a Valentine’s life which started on March 4, 1952 and will continue as long as I have you.”(2월 14일을 밸런타인데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운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다. 나는 운 좋게 밸런타인 인생을 살고 있다. 그 인생은 1952년 3월 4일 시작됐고, 당신과 함께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배우 시절이던 1961년 밸런타인데이에 보낸 러브레터입니다. 당시 결혼 12년 차 커플이었습니다. ‘Valentine’s Day’와 ‘Valentine’s life’을 비교해 낸시 여사를 감동하게 했습니다. 1952년 3월 4일은 이들의 결혼식 날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은 결혼기념일에 에어포스원에서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When you are gone I’m waiting for you to return so I can start living again.”(당신이 곁에 없으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래야 나는 다시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