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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는 ‘직딩 엄마’들이 유난히 관심을 갖는 학교가 있으니 서울 공릉동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화랑초등학교다. 매년 평균 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화랑초등학교는 얼마 전 한 전국초등학교 대상 조사에서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성과 학습 그리고 교육 환경까지, 아이들을 꼼꼼히 챙겨 ‘직딩 엄마’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화랑초등학교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지하철 7호선 화랑대역에서 내려 꼬박 10분을 걸어가니 그제야 훤칠하게 키가 큰 학교 정문이 눈에 띈다.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때문인지 겨울바람이 상쾌하다. 서울여자대학교 안에 있는 화랑초등학교(교장 정진해)는 영화에서 보던 숲속 명문 기숙학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렇다고 규율에 얽매이는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다. 숲속 언덕을 올라 마주한 교정은 아늑함 그 자체다. 세 건물이 맞물려 있는 것 같은 Y자 모양에 건물별로 1-2·3-4·5-6학년을 배치해 서로 독립된 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중간 통로 쪽에 교무실과 공동 교실을 두어 학년 소통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교실 어디에서 봐도 바깥 풍경에는 어김없이 소나무가 반갑게 맞는다. 교실 창문을 열고 손을 뻗으니 나뭇가지가 손끝에 닿는다. 앞마당에는 작은 연못과 생태공원이 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교실에 문이 없다는 것(입시에 신경 써야 하는 6학년 교실엔 방음문이 있어 필요할 때 닫을 수 있다). 또 중앙 현관을 제외한 학교 건물 전체에 온돌이 깔려 있어 아이들이 실내화 없이 맨발로 생활한다. 당연히 미세 먼지가 적다. 학교 측의 이런 섬세한 배려 때문일까? 아이들은 집 안방을 연상시키는 자세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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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 사방 풍경이 숲… “온돌에 누워 수업 받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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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해 교장은 “날씨가 추워지면 바닥 난방을 가동, 한겨울에도 바닥이 뜨끈뜨끈해 아이들은 제 집처럼 누워서 공부할 수도 있다”면서 “‘집 같은 학교’가 아이들이 가져줬으면 하는 화랑초등학교의 이미지”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마주친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리포터와 학교를 둘러보는 정 교장을 마주하면 100미터 전방에서도 뛰어와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건넨다. ‘어쩌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취재 내내 정 교장은 인사를 받느라 분주했다. “우리 학생들이 전국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답니다. 집같이 편안한 분위기와 규율보다는 자율 속에서 예의를 배우고, 체계적인 학습 체계 덕분이 아닐까 해요. 전체 분위기가 학업 실패로 생길 수 있는 스트레스를 보완하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07년 5월 어린이날을 기념해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전국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표집해 실시한 심리검사에서 중·소도시, 사·공립을 포함해 행복지수 척도에서 화랑초교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 방과 후 아이들은 특기·적성반으로 이동해 원하는 수업을 받는데 플루트나 바이올린, 첼로, 가야금 등의 악기는 물론 발레, 만들기, 종이 접기, 과학 실습, 골프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악기를 배우는 반은 외부 초빙 전문 강사가 수준별 학습을 진행한다. 한 반에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수는 7~8명 선. 선생님과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지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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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학교 방문, 촌지는 ‘절대 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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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초교가 사립초등학교 중에서 학부모들에게 특히 높은 점수를 받는 부분은 학교 경영의 투명성이다. 입학금 100만 원, 수업료 3개월치 130만~140만 원 선(중식비, 스쿨버스 이용료, 특기·적성 활동비, 특성화 교육비 포함)의 비용만 지불하면 일체의 추가 지출이 없다. 이 금액에 재료비나 현장 학습 교통비도 포함된다. 물론 공립과 비교하면 많은 지출이지만 알게 모르게, 공식·비공식적으로 수업료 외에 ‘돈을 걷는’ 일부 사립학교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관심을 갖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물질적인 관심은 사양합니다.” 정 교장은 학기 초 학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표하는’ 청소 도구 구입이나 교사용 각종 물품 구입은 ‘절대 불가’란다. 학교 행사에 엄마들을 동원하는 일도 없다. 화랑초교가 ‘직딩 엄마(맞벌이)’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가 설명되는 대목이다. “학교는 부모들이 할 수 없는 교육을 대신하는 제2의 가정입니다. 그래서 믿고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 이상의 보살핌과 안전, 믿음이라는 원칙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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