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오락, 영화] 2003년 01월 13일 (월) 10:32
'김두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극본 이환경·연출 장형일·월∼화 오후 9시55분)가 14일 극중에서 광복을 맞으며 50회를 끝으로 1부를 마쳤다. 일제 강점기, 주먹을 무기로 활약한 김두한의 애국심을 그린 <야인시대> 1부를 통해 시청자들은 쌍칼, 구마적, 개코, 번개 등 뒷골목에서나 쓰일 법한 이름들과 매우 친숙해졌다. 또 일본인이 김두한을 부른 이름 '긴또깡'은 최고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오는 20일 시작될 2부에서는 이미 알려진 대로 탤런트 김영철이 안재모의 바통을 이어받아 정치인 김두한을 연기하는 등 새로운 인물이 대거 투입된다. 박영록(김영태 역)과 장세진(문영철 역), 이혁재(김무옥 역) 등은 2부에도 계속 출연하지만, 안재모 외에도 하야시 역을 맡았던 이창훈을 비롯해 개코 역의 이동훈 등 많은 얼굴을 볼 수 없다.
기자는 10일 오후 정들었던 종로를 떠나는 '야인'들이 밀담을 나누었던 자리를 찾았다. 장소는 안재모, 이원종, 박준규, 최철호, 이재용 등 <야인시대> 1부 주역들이 총출동해 그간의 감회를 풀어놓은 SBS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야인시대' 특집>(15일 오전 9시 100분간 방송될 예정) 녹화 현장.
#안재모 "윽, 쑤신다 쑤셔"
전국을 휘어잡았던 '주먹' 안재모는 사실 온몸 구석구석이 멍투성이인 걸어다니는 '부상병동'. 미리 나온 대본에 격투신이 있으면 그 걱정 때문에 1주일 동안 잠을 설칠 정도로 격투 장면에 대한 부담이 컸다.
"구마적과 일전을 벌였던 우미관 앞 공터(부천 오픈세트장)에만 가도 그냥 팔다리가 쑤셔와요. 웬만한 부상은 거기서 다 당했거든요."
실제로 안재모가 지난 여름 구마적과의 격투에서 대역의 발차기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아 땅바닥에 쓰러진 곳도 바로 우미관 앞 공터였다.
#이창훈 "윽, 저린다 저려"
하야시 역할을 맡았던 이창훈의 소감은 좀 의외였다. <야인시대>를 찍으면서 다리가 저리고 눈이 피곤해 힘들었다고. 쌍칼과 구마적, 그리고 김두한 등이 화려한 주먹솜씨를 자랑하는 와중에도 정작 일본 야쿠자의 우두머리인 하야시는 앉아서 계속 눈에 힘만 주고 있었다는 투정이다.
"방송 내내 앉아 있었어요. 앉아서 하는 일도 주로 째려보는 거죠. 뭐 좀 한다 싶으면 칼 닦는 거였고요.(웃음)"
#최철호 "어, 취한다 취해"
<야인시대>에서 실제 모습과 극중 배역이 가장 잘 맞아떨어진 배우는 신마적 역을 열연했던 최철호다. 그는 자칭, 타칭 <야인시대> 최고의 'good' 캐스팅이다.
"신마적은 극중에서 대단한 '애주가'라서 드라마 내내 취해 있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그런 신마적이 딱 제 모습이래요. 싸움을 할 때도 항상 취해 있었죠. 그래도 김두한에게 패하기 전까지는 최고의 주먹이었는데… 하하하."
#이세은 "어라, 여기가 아니네…"
김두한을 사랑한 나미코 역할로 일약 '만인의 연인'으로 떠오른 이세은은 요즘 까딱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여의도로 가는 도중에도 무의식중에 부천으로 향하는 표지판을 따라가곤 한다고.
"40회에서 제가 빠졌을 때만 해도 부천 오픈세트에는 '야인'들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했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얼굴이 많아서 놀러 가기도 힘들어졌어요."
#이원종·박준규 "웃기지 좀 마!"
드라마 <야인시대>가 장안의 화제로 발돋움한 시발점인 구마적과 쌍칼의 우미관 결투. 일본인과 결탁하려는 구마적에게 쌍칼이 반기를 들고 도전장을 던진 것. 실제 싸움을 방불케 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접전 뒤에는 사실 '웃음 대결'이 있었다. 드라마를 찍기 직전 영화 <4발가락> 촬영을 함께해 친해졌던 이들의 장난기가 발동, 화면에 잡히지만 않으면 서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댔다. 승부는 무승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져나와 동시 NG였다.
"그때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애를 썼던 탓에 오히려 진지한 표정이 잘 나온 것 같아요."
#이재용 "긴또깡~ (콜록콜록)"
화제의 드라마 <야인시대>에는 욕을 많이 먹어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던 연기자가 있다. 바로 일본인 형사 미와 역을 맡았던 이재용이다. 마지막 회에서 자살할 때까지 악행을 도맡다시피 했던 미와는 '긴또깡' 하며 부르는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트레이드마크. 그러나 미와의 목소리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고민 끝에 조금은 가볍고 얄미운 목소리를 생각해냈어요. 가슴에서부터 끌어올리는 목소리여서 목도 많이 상했죠."
실제로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파의 보스 역으로 출연했을 때 이재용의 목소리는 미와하고는 정반대였다. 당시 이재용은 굵고 낮은 톤의 경상도 사투리로 분위기를 제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