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도에서 소매물도로
매물도에서 해품길을 걷고 난 뒤 통영항에서 출발한 다음 배를 타고 소매물도로 향했다. 매물도에서 소매물도는 지척이라 20분도 채 안 되어 이번 여행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소매물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매물도는 등대섬까지 포함해도 두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굳이 소매물도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결정했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을 보려면 이 작고 아름다운 섬에서 자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때마침 우리가 소매물도에 내린 시간이 등대섬까지 갈 수 있는 몽돌길이 열린 시간이라 짐을 급하게 풀고 등대섬으로 향했다.
소매물도의 아름다운 풍경
국립공원 이야기 14 - 소매물도엔 어떻게 가나요?
소매물도로 가는 배편은 통영과 거제에 하나씩 있다. 소매물도가 통영시 한산면에 속해 있기 때문에 섬이 거제시와 더 가까움에도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세 편 정기 배편을 운항한다.
평일: (통영항 출항) 06:50/10:50/14:30, (소매물도 출항) 08:25/12:30/16:30
주말, 성수기: (통영항 출항) 06:50/09:00/10:50/12:00/14:30, (소매물도 출항) 08:25/10:30/12:30/14:00/16:30
소요시간: 1시간 30분~1시간 50분
운항요금: (왕복) ₩32,700
배멀미가 심하거나 배 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거제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는 편이 낫다.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타고 오는 사람이 아니라면 통영을 거쳐 저구항까지 가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저구항에서 배를 탄다고 해서 시간적인 면에서 많은 이득을 볼 수는 없다.
하절기 (3.1~11.30): (저구항 출항) 08:30/11:00/13:30/15:30, (소매물도 출항) 09:30/12:05/14:30/16:15
동절기 (12.1~2.28): (저구항 출항) 08:30/11:00/14:30, (소매물도 출항) 09:30/12:05/15:20
운항요금: (왕복, 주말) ₩26,300, (왕복, 주중) ₩24,000
소매물도에 가는 시간을 정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물때 시간이다. 배가 정박하는 본섬보다 썰물 때 걸어서 갈 수 있는 등대섬이 ‘쿠크다스섬’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섬이기 때문이다. 남해 저 멀리 있는 소매물도에 왔음에도 등대섬에 발을 딛지 못하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면 국립해양조사원의 소매물도 물때 시간표를 확인하고 여행을 떠나도록 하자.
소매물도 물때 시간표: https://hshaewoon.kr/?page_id=33
등대섬의 환상적인 기암절벽을 만나다
소매물도의 등대길은 분교를 지나 등대섬으로 가는 3.1km 길이다. 등대섬으로 곧장 향하면 1시간도 채 안되어 하얀 절벽이 주위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등대를 만날 수 있다. 늦겨울이라 오후 5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등대섬으로 천천히 걸어갈 때 이미 저녁 노을 빛이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붉게 만들고 있었다. 본섬의 가파른 언덕길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북이 형상의 등대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등대섬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는 하얀 등대는 최대한 자연을 헤치지 않고 등대섬을 아름답게 꾸민 듯하다.
몽돌길을 걸으며 바라 본 소매물도의 일몰
힘들게 오른 언덕길을 뒤로 하고 등대섬을 향해 내려가니 썰물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몽돌길이 보인다. 등대섬으로 향하는 길은 오랜 세월동안 자연의 이치인 파도에 의해 수없이 깎여 둥글둥글한 형태가 된 몽돌로 이루어져있다. 크기는 제각각인 몽돌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놀라운 힘을 느낄 수 있다. 몽돌을 밟으며 몇 시간 뒤면 물에 잠기는 길을 걸으면 등대섬에 도착하게 된다.
소매물도의 일출
등대섬 꼭대기에 올라서면 등대와 똑같은 새하얀 색의 기암절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순백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듯한 등대섬의 절벽은 자연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저녁 노을은 마치 백색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하얀색 절벽을 붉게 물들인다. 뒤를 돌아보면 소매물도 역시 등대섬 못지 않게 아름다운 절벽을 뽐내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한려해상 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는 찬사를 받는 소매물도는 대한민국을 연상시킨다. 외관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아침에 바라본 등대섬의 하얀 절벽
바다 위에 있는 다른 섬들이 자연산 회나 각종 먹거리로 유명하지만 소매물도는 작은 크기 때문인지 저녁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맛집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숙박하는 곳에서 숯을 비롯한 바비큐 장비를 빌릴 수 있었기에 우리가 육지에서 준비해 간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었다. 바다 한 가운데 파도 소리와 함께 밤하늘 속 빛나는 별을 보면서 고기를 먹은 이 날 저녁은 해외여행과 마찬가지로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아침 산책을 하며 바라본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경
겨울이라 해가 뜨는 시간이 오전 7시 정도로 늦었기 때문에 충분히 잠을 잔 뒤 일출을 보기 위해 어제 갔던 길을 다시 걸었다. 이름도 모르는 섬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니 소매물도라는 먼 곳까지 온 내 발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등대섬을 바라보니 어제 걸었던 몽돌길은 물에 잠겨 있었지만 물 속에서도 여전히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시 등대섬에 가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푸른 바다 위 등대섬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만 같았다.
숙박지인 다솔펜션에서 우리를 맞이한 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통영항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여객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병풍처럼 펼쳐진 매물도, 비진도, 한산도를 바라보니 한려수도가 왜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섬 사이를 연결하는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비진도와 임진왜란에서 조선이 왜군에 대승을 거둔 역사적인 현장인 한산도를 언젠가 다시 가 볼 거라 결심하며 통영에 도착했다. 다행히 매년 봄 통영에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고, 이 때 한산도를 탐방하면서 한려해상 국립공원 탐방을 이어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