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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ㆍ한파 이겨낸 ‘해남 문내수로’.. 낮 시간 살얼음 깨고 채비 투입하면 겨울 붕어 인사! □글ㆍ사진 : 황정호<광주 낚시가좋아 대표> 지난 연말의 보름 이상 쏟아져 내린 ‘30년 만의 충청과 호남 폭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문제는 폭설 이후부터였다. 폭설 이후 닥친 한파로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혹한기 며칠을 빼고는 겨우내 물낚시가 가능하던’ 호남 내 대부분 저수지도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그렇다고 얼음낚시를 시도할 상황은 아니어서 졸지에 꾼들은 갈 곳을 잃어버린 셈이 됐다. 조황의 좋고 나쁨을 떠나 아예 출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12월과 1월 중에도 해남ㆍ무안ㆍ진도ㆍ고흥ㆍ장흥 등 요소요소의 저수지를 순례하며 밤낚시를 즐겨오던 필자에게도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였다. 30년만의 폭설, 한파에 호남도 얼었다 섬붕어도 부진세, 배 끊겨 발 묶이기도 그나마 마지막 보루인 섬낚시가 있어 겨우 숨통은 트여 있는 셈이었지만, 철옹성 같던 섬도 올해만큼은 부실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섬에서도 살얼음으로 치기엔 너무 두껍게 얼음이 어는 날이 적지 않았고, 바다날씨가 워낙 사나워 요행히 섬에 들어갔다 해도 배가 끊겨 며칠씩 묶이는 경우는 예사가 되고 있다. 필자도 그간 3번 섬낚시를 갔으나 모두 조황이 썩 좋지 못하였다. 한번은 강풍에 철수배가 끊겨 섬에 갇히기도 했다. 이후 ‘혹시나?’ 하고 섬 대신 해안가를 돌아다니던 지난 1월 8일, ‘해남 성만2지 얼음이 녹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 길로 달려가 밤낚시에 돌입했다. 하지만 새벽 2시가 되자 빠른 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짐을 쌌다. 다행히 문내수로 쪽에서 제법 고기가 비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남의 손처럼 감각이 무뎌진 곱은 손을 호호 입김을 불어 녹여가며 새벽 일찍 문내수로로 옮겼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수로 최상류권으로 둠범형 수로였다. 차에서 내려 진입할 때 바라다 보이는 전망은 매우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물가에 도착하니 역시나! 전역에 살얼음이 덮여 있었다. 낚시를 해야 될까 말까 일행들과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상황 보아하니 이곳 역시 틀렸다.” “아니다. 수초제거기에 낫을 끼워 두드리면 구멍을 뚫을 수 있겠다. 물색 보니 일단 담그기만 하면 붕어 얼굴은 볼 수 있겠다.” 두 패로 나뉜 의견은 "어렵게 여기까지 왔으니 어쨌든 시도해보자“로 최종 정리됐다. 사실 필자를 비롯하여 일행들 대부분의 맘속엔 일종의 오기가 생겼다. 그동안 하도 얼음구경을 하다보니 ‘이 정도쯤이야!’ 하는 어쩌면 자신감이었다. 역시 사람은 가끔은 가혹한 상황에 일부러라도 부대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자리를 잡고 우선 사용할 낚싯대 개수만큼씩 얼음을 깼다. 그렇다보니 대를 편시간이 늦어졌다. 그러나 오전 9시경, 첫 입질을 받는 순간 이제까지의 고생은 봄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그래 바로 이 맛이라니까!” 그래도 문내수로에선 붕어 상면 모든 게 얼어붙는 밤낚시는 무리 한편 입질이 뜸한 시간, 수로를 한바퀴 돌아보니 무성한 갈대숲속 여기저기에 10여 명의 꾼들이 낚시에 몰두하고 있었다. 마치 깊은 산중에 들어박혀 도를 닦듯이 한 뼘 크기의 살얼음 구멍 속에 채비를 담그고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이 너무도 반가웠다. 이날 현장에서 문내수로를 자주 찾는다는 광주 낚시인 몇 사람을 만났다. 그들의 이번 겨울 경험담과 의견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①밤낚시는 어렵고 낮낚시에 입질이 온다. ②입질 시간대는 두 번이다. 아침 8시에서 오전 11시까지. 이후 입질이 끊어졌다가 오후 3시경 다시 이어져 해지기 직전인 오후 5시 30분경까지 낚시가 된다. ③이렇게 아침과 오후 두 번의 입질 시간대를 지키면 한 사람당 평균 10~15 마리씩은 낚는다. 하지만 당일 조황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수로를 찾은 전체 20여 명의 조과를 살펴보니 월척 턱걸이 급이 5마리 나왔고, 나머지는 각자 2~3마리씩을 낚았는데, 씨알은 5~9치 급이 주종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일행과 주위의 다른 사람들까지 전원 철수한 뒤 필자 혼자서 잔류했다. 아무래도 밤낚시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해지기 전까지 4마리를 거두었다. 바람 한점 없는 고요한 날씨였으나 어둠이 내리면서 수면과 찌와 낚싯줄과… 모든 것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결국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차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체력과 의지는 그만두고라도 수면과 낚싯줄 자체가 얼어붙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낚시는 무의미했다. 이번 겨울엔 추위가 워낙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웬만한 저수지에서는 밤낚시가 쉽지 않다. 이럴 땐 밤낚시를 고수할 게 아니라 융통성 있게 새벽길을 달려 문내수로의 ‘아침장’을 노려보는 것도 지혜가 아닐까 싶다. 눈을 뜬 시간은 새벽 5시. 하지만 평소처럼 곧바로 채비를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선 채비를 담글 지점의 얼음을 다시 깨야 했다. 결국 다시 채비를 담그고 낚시를 시작한 시간은 새벽 6시. 입질은 40분에 한 마리 꼴로 왔다. 낮 12시까지 10여 마리를 추가할 수 있었다. 이날 둘러 본 수로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①연안 대부분 구간에는 갈대가 분포한다. 물 안쪽으로도 군데군데 갈대가 군집돼 있어 무난한 포인트 선정이 가능하다. ②대부분 바닥에는 말풀이 자라고 있다. 살얼음이 덮이지 않는다면 갈대보다는 말풀이 분포하는 맨바닥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 ③전체적인 수심은 0.8~1m 정도이다. ■필자 연락처 : 광주 낚시가좋아(062-527-5787). |
수초제거기에 낫을 세팅해 얼음구멍을 뚫고 문내수로에서 구멍치기를 구사하는 낚시가좋아 회원. |
수로 군데군데에서 갈대밭 사이를 노리는 낚시인들. |
수로 전역에 얼음이 덮여 있다. |
문내수로 붕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