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수도원순례에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남편이 손수 마련해 준 피정을 떠난다. 이렇게 혼자 자유로이 떠나는 피정은 기억에 없다. 이번 피정의 목표는 “ 묵은 마음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기” 이다. 7월 22일 수요일 아침 6시 30분 제주행 비행기를 행여 놓치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새벽 4시경부터 잠을 설친다. 5시경 이국 만리에서 남편이 보내온 까똑 까똑 잠을 깨우는 소리에 멀리 있지만 마음은 늘 함께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른 아침이어서 아니면 태풍 영향인지 대구공항이 한산하다. 제주공항에서 9시 20분에 일행을 만나 버스로 피정의 집에 가야 하는데 7시 30분경에 도착했으니 두 시간 가량을 공항에서 보내야 한다. 아침을 먹지 않고 피정의 집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어야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데 커피향에 이끌려 치즈 케익과 커피를 가까이 하고 만다. “성 이시돌 피정의 집” 버스로 가는 길의 풍경이 마치 자유로운 내 마음과 같다. 국내 수도원순례 때 묵었던 낯설지 않은 곳에 도착해 가장 먼저 소개의 시간을 갖는다. 태풍의 영향으로 취소한 분이 많아 이번 자연 피정에 49명이 함께 한다. 가장 인상에 남고 부러운 분은 친정 부모님과 시어머니를 보시고 온 자매님이다. 가까이에 계신 부모님을 잘 모시지 못하면서 하느님사랑, 이웃사랑은 웬 말인가? 내 차례가 되어 북유럽순례 대신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어찌 보면 꿩 대신 닭이지만 주님께서 마련해 주신 이 시간들을 잘 봉헌해 꿩보다 나은 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개한다. 진행자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점심시간입니다”는 소리에 한바탕 웃음이 강당에 울려 퍼진다. 남편을 보내고 거의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았는데 겨울에 수도원순례팀이 머물렀던 이 곳 피정의 집 식단은 그 옛날 어머니가 해 주신 밥 맛 바로 그 맛이다. 하이라이트 시간 후 올해 금경축을 맞으신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소속 이 미카엘신부님의 미사 집전으로 피정 시작 미사를 드리며 이제부터 시작이야!!! 성 이시돌 센터 전시관 관람을 위해 나서는데 빗방울이 다가온다. 우의를 입고 우산을 쓰고 줄지어 나아간다. 수녀님께서 만드신 촛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도자기로 된 예쁜 접시를 두개 구입한다. 기도하는 상위 촛대중 두개의 초받침이 맘에 들지 않아 바꿀려고 생각하던 참이다. 새미은총의 동산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과 함께 폭우가 쏟아져 우산, 우의 어느 것으로도 막을 수 없었지만 청정한 비, 은총의 비가 퍼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며 감사의 노래가 절로 나온다.십자가의 길 기도에서는 침묵중에 각 처에서 눈길이 닿는 곳에 머무르며 주시는 메시지를 읽으라고 하는 진행자의 말대로 특별한 기도를 한다.묵주의 기도 호수를 돌아 15처에서 하늘 높이 부활하신 하느님께서 환하게 반기시는데 가슴 가득 기쁨의 소리가 들려온다. 성모동굴에서 비를 피하며 밖을 바라보니 바람과 함께 몰려오는 빗님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옷과 신발까지 몽땅 젖었지만 걱정은 없다. 옷은 말려 주실 것이고 신발은 구해 주실 주님이 계시기에...저녁을 먹고 30대 중반의 솔로 J자매님과 인사를 나누는 그날 밤에 남편이 방짝과 잘 지내라고 메시지를 보내온다. 바람도 세차고 비도 와서 습한 기운이 들어오지 않도록 바깥 창문을 닫고 선풍기와 친구하며 방짝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잠자리이길 주님께 청한다.
첫댓글아, 혼자 떠나는 피정이나 여행의 참맛을 해본 사람이 아니면 어찌 짐작이냐 할 수 있으랴!!! 그 기분이 바로 전달되어오는 듯합니다. 특히나 피정은 혼자 하는 것이 제맛이지요! 거기다 맛있는 밥까지...ㅎ ㅎ ㅎ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눈에 그린 듯 선하게 다가오는 피정입니다. 시작이 아주 좋네요!
첫댓글 아, 혼자 떠나는 피정이나 여행의 참맛을 해본 사람이 아니면 어찌 짐작이냐 할 수 있으랴!!!
그 기분이 바로 전달되어오는 듯합니다.
특히나 피정은 혼자 하는 것이 제맛이지요!
거기다 맛있는 밥까지...ㅎ ㅎ ㅎ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눈에 그린 듯 선하게 다가오는 피정입니다. 시작이 아주 좋네요!
쏟아지는 폭우를 이렇게 장시간 맞아본 적은 기억에 없습니다.
바람소리, 빗소리만이 들려오는 고요함, 청정함...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15처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환하게 웃으며 내려다보시는 그분...
영원히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잠과 밥...ㅎ
이시돌 피정의 집 밥은 바로 그옛날 집밥
굿입니다.
아항....피정 떠나신다고 회장님께서 말씀하셨던게 기억나요...
같이하지 못하는 서운함이 잔뜩 배어 있었걸랑요...
그런데 저 개인적으로는 피정은 혼자 떠남이... 실컷 기도두 하고 실컷 하느님 안에 자유롭고...ㅎ
같이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