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산골에 왜 사냐고?
2024년 7월 2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오월 스무이렛날
아침 기온 17도,
이슬이 내려 촉촉하고
비소식이 있어 그런지 잔뜩 흐리다.
그래도 상쾌하다. 공기 하나는 끝내준다.
산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밭작물이 고맙다.
촌부가 산골살이를 하는 이유라고 할까?
마치 점호 하듯이 이 밭 저 밭 기웃거린다.
밤새 얼마나 자랐는지, 무슨 문제 없는지?
이슬 잔뜩 머금은 녀석들이 인사를 하는 듯,
주인님 발걸음 소리가 너무나 고맙다고...
긴 가뭄에 고생했으나 꿋꿋하게 잘 자랐다.
비가 내려 쑥쑥 그새 부쩍 많이 자란 듯하다.
상추밭에서 두 종류 상추를 조금씩 뜯고
고추밭에서 아내가 먹을 안매운 고추와
촌부가 먹을 매운 청양고추도 몇 개를 땄다.
가뭄에 열린 듯한 애호박 2개를 땄다.
밭가에 심지도 않은 아욱이 보여 잎을 땄다.
오늘 아침 자연마트 장바구니 목록이다.
아내는 상추로 겉절이를 하겠단다.
풋고추는 양념된장에 찍어먹을 것이다.
애호박 하나는 둘째네 갖다주어야겠다.
애호박, 청양고추 쫑쫑 썰어놓고 강된장 지져
상추쌈 싸서 한 볼테기 하면 기가 막히는데...
시원한 아욱국 한 사발까지 더하면 좋지 좋아!
문득 오래전 죽마고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보게, 친구!
멀쩡한 놈이 와 산골에 와서 개고생이고?"
그 말에 이놈 촌부는 이렇게 말했다.
"야~ 이 사람아!
잠시 소풍 나온 삶인데 늙으막에 이렇게
공기좋고 물좋은 산골에서 농사를 짓으며
꽃도 기르고 산나물도 뜯어묵고 살모 참
좋은기라! 내사 이리 살다가 갈라네!"
그랬더니 이 친구 하는 말이,
"인자 고생도 할만큼했으모 내랑 가끔씩
만나 맛있는 것도 묵고 술도 한잔씩하모
좀 좋겠는가, 이 사람아!"라고 했었다.
어쩌면 그 친구 말이 옳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긴 해도 24년 세월을 후회하진 않는다.
허나 그 친구는 지금 내곁에, 우리곁에 없다.
6년전, 2018년 3월 우리곁을 떠나버렸다.
먼저 가버린 또다른 나의 죽마고우이면서
친구의 아내를 따라서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무심하게도 그 친구는 나와의 굳은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고 먼저 떠나가버린 것이다.
그 친구가 촌부에게 제안한 약속은 이랬다.
"친구야!
우리 살모 올마나 살겄네.
아이들 다 키워놨으니께 둘이 배낭 하나씩
걸머매고 함께 팔도유람이나 가세나!
쉬엄쉬엄 가다가 좋다쿠는 향토음식도 묵고
술도 한잔씩 걸치모 얼마나 좋겠노?
꼭 그리 하세나!"라고 했었는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찰떡같이 해놓고 먼저
저멀리 떠나버린 친구지만 원망도 못하겠다.
오늘따라 아침에 밭에서 일을 하다가 말고
왜 그 친구 생각이 났던 것일까?
"문디 자슥, 꿈에도 한번 안오더마는..."
6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형제보다도
더 진한 우정을 나누던 친구가 많이 보고싶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첫댓글
저도 아침마다
즐거운 마트 놀이를 한답니다~ㅎㅎ
더덕이 그리 길게 자라는줄 몰랐어요
멋지게 자라고 있네요
도시에서 자연마트 놀이는 남다른 즐거움이죠. 더덕은 덩굴이 2~3m 뻗어갑니다.
감사합니다.^^
문틈 사이로 내다보니
쏜살같이 달려가 버리는
백마와 같은
우리네 인생!!
그러게 말입니다.ㅎㅎ
잡초하나 없이 잘 정리된 텃밭
이쁘게 가꾸어진 정원
막 따온 싱그런 야채들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됩니다^^
성격탓이죠.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