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대신 벌꿀을 돌보는 오누이에게 무슨 일이?
지난 5일 방송된 MBN '휴먼다큐 사노라면'에서는
벌꿀 재배하는 부모님과 이를 돕는 남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습니다.
꽃이 피기 시작한 나무에 벌이 모여들자 벌꿀을 재배하는
재춘 씨는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봅니다.
재춘 씨 부부는 더 좋은 꿀을 얻기 위해 꽃이 많이 피는 곳을
찾아 매년 여름마다 벌통 자리를 옮깁니다.
오늘 찾아온 한적한 수풀은 단번에 재춘 씨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춘 씨는 "꽃 필 때 되면 산이 하얘, 청정지역이라서
여기서는 벌 키우기도 좋다"라며 들뜬 기분으로 말합니다.
재춘 씨 부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요란하게 날아다니는
벌들 사이로 혜림 씨도 분주합니다.
그때 혜림 씨가 "오빠, 큰일 났어 초 올려놓고 왔잖아"라고
다급하게 외칩니다.
혜림 씨와 승빈 씨가 불 위에 올려놓았던
밀랍을 깜빡한 겁니다.
곧바로 양봉장을 빠져나가 집으로 가는 승빈 씨.
밀랍을 확인한 혜림 씨는 "이거 못 쓰겠다"라고 말하며
속상해합니다.
오빠 승빈 씨는 "시간 잘 보라고 했잖아"라고 걱정합니다.
밀랍은 보통 80도 안팎으로 녹여야 하는데 깜빡하는 동안
온도가 100도 가까이 오른 겁니다.
혜림 씨는 "향이 너무 많이 날아갔을 것 같다"라며
"그래서 못 쓴다. 여름 내내 더운데도 밖에서 땀 흘려 가면서
일한 건데 너무 아깝다"라고 속상해합니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봉장으로 돌아오는
아버지 재춘 씨는 "이 녀석들 잘하고 있는지 가서 보자"고
말합니다.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고 갔는데 정작 오누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5일 방송되는 MBN ‘휴먼다큐 사노라면’은
‘지리산 벌꾼 박씨네’ 편으로 진행된다.
경남 산청의 지리산 자락에 부지런한 벌꾼 가족이 있다.
아버지 박재춘 씨(56)를 비롯해 아내 손덕순 씨(53),
아들 승빈 씨(28), 딸 혜림 씨(26)가 그 주인공이다.
가족은 한여름 벌꿀 채밀에 대비해 벌 개체수를 늘리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버지가 벌통을 열면 오누이가
훈을 뿌리고 어머니는 벌들의 먹이가 될 화분을 분주히 날라준다.
재춘 씨네 가족은 산 속 한 켠에 마련된 허름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부산에서 사업을 했던 부부는 부도가 나면서
집과 회사를 다 잃고
한창 사춘기였던 자식들과 10년간 떨어져 지내야 했다.
그 사이 훌쩍 자란 오누이는 부모님과 함께 살기 위해
도시 생활을 접고 산골로 내려와 벌꾼이 됐다.
남들이 보기엔 낡고 볼품없는 농막이지만 재춘 씨네
가족에겐 새로운 꿈을 그려나갈 공간이다.
가족의 집에서 3분 거리에 재춘 씨의 어머니가 살고 계신다.
할머니는 재기해 보겠다고 애쓰는 아들의 모습과 부모님을
돕겠다고 산골에 내려온 어린 손주들이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그래도 오누이가 내려오면서 재춘씨는 벌통을 세 배나
늘리고 울금 농사도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오누이를 대동해 밭에 도착한 재춘 씨는
속사포같이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하나라도 더 많이,
빨리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할머니의 눈에는 귀한 손주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근심이
가득하다. 결국 밭고랑 한가운데서 산골이 떠나가라 언성을
높이는 재춘 씨와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