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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 저런 얘기 스크랩 사회초년생 베니스 세바, 돈에 대해 생각하다.
남아프리카 세바 추천 21 조회 663 14.03.22 16:35 댓글 18
게시글 본문내용

"이제 설레이지 않다!"

 

더이상 이탈리아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지 않다.

가이드 일을 해도 성취감이 별로없다.

이태리음식이 그다지 맛있지 않다

더이상 탱고를 춰도 재미있지 않다.

글을 쓰는 일이 즐겁지 않다.

 

분명 전에는 이 모든 것이 재밌었고, 모든 것이 감사했으나 이젠 그 감성이 나오지 않는다.  세바는 우울해졌다.  조금씩 공허감이 든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무엇을 쫓아가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한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세바는 익숙해졌다.  베니스는 더이상 낯설지도 새롭지도 않다.  이젠 무언가를 위해서 불안하며 달려가지 않아도 된다.  이젠 안정되어졌다.  이젠 가이드로서 "손님들이 만족한다!"는 말도 가끔씩 들린다.

 

새로운것은 알기 위해 노력했왔고, 낯선곳은 익숙해지려고 노력했고, 일을 하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려고 열심히 달려왔다.  그런데 그것들이 충족이 되고 나니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기면 나태해진다.  그것을 전문용어로 '매너리즘'이라고 한다.  비공식언어로 '좀 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이 조금 크면 몰려드는 생각이 있다.  그건 바로 '불평'이다.  옛 속담에도 물에 건진 놈 살려주면 자기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가?  세바는 불평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다.

 

"나는 왜 이 좁은 집에서 이태리사람들하고 아둥바둥 눈치보며 살아야할까?

 나는 왜 돈을 더 많이 벌지 못할까?

 나는 왜 차가 없을까?"

 

그러면서 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것이다. 

 

"누구누구는 돈을 이만큼 벌고 있데!  누구는 차를 가지고 있데!  누구 땅샀다더라!"

 

세바는 가치관에 혼란을 겪는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불만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급기야 그는 삶의 감사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우울해졌던 것이다.

 

필자는 이런 현상은 세바만 겪는게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  모든 사회초년생들이 장차 겪을 현상이고, 기업에서 대리즈음 되면 충분히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시나리오이다.

 

이런 상황을 겪다보면 보통은 돈을 더 벌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행동을 한다.  그 '돈'이 궁극적인 이유가 되어버리면 수단과 방법따윈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람의 신뢰나 정은 절대적으로 배제된다.  그리고 그 돈을 위한 '정당성'이란 것을 찾는다.  그것은 가끔 남을 험담을 하며 찾기도 하고, 핑계로 찾기도 한다.

 

세바는 그 '정당성'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돈을 더 많이 줄 수 있는 회사와 사장님들을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자신이 여태껏 피땀흘려 쌓아온 노력은 그 '돈'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기회를 염탐하려고 한다.

 

그때 그는 어느 베니스의 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 몇마디가 세바의 운명을 바꾸게 했다.

 

"세바야!  지금 그 몇푼 안되는 그 돈 때문에 불평하고, 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하면 그러면 지금은 조금더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사람도 잃고 돈도 다 잃는거다!  사람은 돈을 무서워 할 줄 알아야한다.   돈 때문에 사람관계 깨지고 신뢰 잃는거 한순간이다!  그런 생각은 소인배들이나 하는 거야!  돈은 나중에 벌면 된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다 알아주게 되어있다!" 

 

소인배적인 생각을 했다는 생각에 세바의 머리통은 순간 뜨거워지면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에 잠긴다.  이런 소인배의 생각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 머무르고 있으며, 어디로 가게 될지 추적이 시작된다.

 

머리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모든 근본적 원인은 '돈'이었다.  '돈'이 충족이 되지 않기에 모든 불평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 좀 살만하니까 욕심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그때 때마침 세바의 부모님이 유럽여행을 하고 베니스를 들린다.  그는 그때 부모님께 속사정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  그의 부모님은 직설적으로 세바에게 조언한다.

 

 Splendid hotel, Venice

부모님과 베니스에서 저녁식사

 

"니가 여기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말을 하노!  물론 잘하고 있을거라는건 믿어의심치 않는데, 니 사장님을 생각해야지!  그 이태리말도 안되고, 베니스에 와본적도 없는 철부지를 데려다가 다 가르쳐주고 키워놨더니 이제 니가 조금 살만한가베?  니가 여기에서 일할 수 있는게 누구때문인데!  사장님이 직원월급 주는게 그게 쉬운 것 같나?  까불지말고 사장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일해라!  난 니가 여기까지 와서 일한다는게 참 안 믿기고 자랑스럽다!"

 

세바는 부모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수만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본다.  이태리에 계속 있을 것인가? 한국에 남을 것인가? 제 3국으로 갈것인가?  다른 회사에 갈 것인가?  온갖 상상속의 나래를 펼쳐본다.  그런데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 무슨 탁상공론이란 말인가?  아무리 시나리오를 짠다고 한들 그건 단지 시나리오일뿐 현실과는 이질적이다.  문뜩 누군가가 조언해준 속담이 생각이 난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이것이 해석을 잘못하면 '자꾸 굴러야 이끼같은 잡초가 끼지 않는다' 뜻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본래는 그 뜻이 아니다. '자꾸 이리저리 구르다보면 돌에 이끼마저 끼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한자리에 우두커니 자리잡고 있어야만 이끼라도 낀다고 한다.  이끼는 서양에서는 좋은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세바는 이태리에, 그리고 현재의 회사에 남아있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임금협상을 하기도 전에 그의 사장 왕반장은 세바를 부른다.  왕반장은 세바가 요즘 고민이 많다는것을 직감적으로 꿰뚫고 있었다.

 

"네가 요즘 고민이 많아 보이는구나!  그래 고민이 많을때지~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빨리 성장했네!  재주를 잘 부리는 놈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하는게 맞지!  내가 너 임금 올려줄게!  사람들이 요즘 너 잘하고 있데!"

 

세바가 이탈리아에 온지 약 1년 8개월만에 임금이 올랐다.  많이 오르건 적게 오르건 금액이 중요한건 아니다.  올랐다는게 중요하고 업그레이드를 했다는게 중요하다.  롤플레잉 '리니지'같은 게임을 할때 밖에 나가서 오크들을 죽이면 경험치가 올라간다.  그리고 그 경험치가 쌓이면 레벨업을 한다.  레벨업을 하면 전투력과 힘과 마력등이 올라간다.  그 레벨업의 희열을 느낀다.

 

"레벨업~~~~!!!!"

 

 

자본주의사회에서 임금은 '능력'을 말해준다.  선수가 능력이 좋으면 여러곳에서 콜이 들어온다.  그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선수는 조건에 맞춰 더 좋은 소속사로 이적하기도 한다. 

 

 사장은 직원마음 100% 알지 못한다.  직원 자신의 소유가 아닌 사장이 소유하는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한다.  언제 짤릴지도 모르고, 언제 망할지도 모른다.  내가 열심히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버는건 내가 아니라 사장이다.  열심히 일해주고 좋은 성과를 내줄때는 달콤한 설탕발린 사탕을 주지만, 성과가 좋지 않으면 헌신짝처럼 버려진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오랬동안 몸담았건만, 회사는 높은 임금의 부담덕에 명예퇴직이라는 불명예의 견장을 달아준다.

 

 직원도 사장마음 100% 알지 못한다.  무능한 직원을 데리고 책임감때문에 월급을 줘야하는 사장의 마음을 직원이 어떻게 알것이며, 회사가 망해갈때 사장은 비바람을 헤쳐가며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발버둥치며 가슴앓이하는 사장의 마음을 직원이 알까?  자기 앞에 당장의 월급만 생각한다.  직원은 그 사장마음 모른다. 

 

세바는 뭔가 생기가 돈다.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올랐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이 올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인간은 어쩔 수 없나보다.  '돈'하나에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돈'하나에 생기가 돌고 삶이 행복해지나보다.

 

이젠 이태리에서 설레임을 느낄 시간은 지났다.  이제 진짜 생존을 위해 발버둥쳐야한다.  그럴려면 능력을 키워야하고 영역을 넓혀야한다.  그리고 '돈'을 벌어야한다!  그리고 그 돈을 차곡차곡 잘 모아야한다.  그래야 나중에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돈에 끌려가서는 안된다.  돈을 쫓아가면 안된다.  돈을 지배해야한다.  열심히 일하고,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돈은 따라오게 되어있다.  사회 초년생 세바는 이제 세상과 돈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천천히 하나씩 서두르지않고, 경험을 조금씩 쌓아가야한다.  언젠가 돈을 지배하는 날이 올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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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3.22 18:29

    첫댓글 저랑 똑같은 고민을 하셔서 놀랐어요 ㅠㅠ 저만 이런게 아니었군요

  • 작성자 14.03.23 05:01

    베키윌프님도 저와 같은 고민하시고 계시군요!!!~~~
    힘내요!!!~ 아자!!!~

  • 14.03.22 19:47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맘고생 하셨을턴데 멋지게 털어버리셨네요!
    앞으로도 화이팅하세요!ㅎㅎ

  • 작성자 14.03.23 05:02

    네 감사합니다~~~

  • 14.03.22 21:12

    고민이 많은데...좋은 글이네요.

  • 작성자 14.03.23 05:02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됩니다~^^

  • 14.03.23 01:20

    세바님 글 항상 재밌어요~글구 정밀 도움되는 글 같네여..

  • 작성자 14.03.23 05:02

    제 글을 칭찬해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 14.03.23 06:22

    직장생활 하다보면 꼭 빠지게되는 고민인거 같네요..근데 어딜가나 100프로 만족이란건 없는듯해요..
    다 장단점이 있더라구요^^
    외국에 나가셔서 일하시는게 쉽지는 않은일일텐데..

  • 작성자 14.03.23 15:38

    그죠? 직장생활하면 느끼는거 맞죠?
    저 혼자 앓다가 주위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하나둘씩 해결을 했답니다.
    다행히 이제 저는 홀가분한 상태에요~ 후훗~^^

  • 14.03.23 17:11

    @남아프리카 세바 저두 일년 반개월 단위로 그랬어요 ㅋㅋㅋㅋ

  • 14.03.23 06:25

    부정 보다는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보시길.. ㅋㅋㅋㅋ

    스티커
  • 작성자 14.03.23 15:38

    네!! 아자아자 감사합니다~~

  • 14.03.23 12:18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을까 ..기대하면서 읽었는데..역시나..세바님답게..^^
    인생 참재밌지 않나요? 한가지 한가지 .깨달을 때마다..세바님..우리는..삼십년을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위해서.지금의 시간을 투자하는거예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하고. 세상을 바르고 즐기려 하는 눈과 마음을 가졌지 때문에..좋은 인생교훈 얻으시고 지금 레벨 업 되신것 같애요.. 추카추카!

  • 작성자 14.03.23 15:43

    아... 많이 부족한 저에게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저를 다시보고 반성하고,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댓글로 다시 마음 잡으며 살고 있답니다. 글을 쓰면서 가끔 타지에서의 외로운 마음을 털어버리기도 한답니다.

    고맙습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 14.03.23 15:21

    형.. 저도 사실은 그런생각을 했었던적이 있었네요~ 불과 얼마 전에요... 제가 느낀것은 ... 그깟 돈 몇 푼에 이러이러 저러저러 하지 말자에요... 저는 비록 사람과 신뢰의 관계는 깨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가 이상하더라구요 -_-;;;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지금 당장은 적을지언정.. 나중에는 아닐 것이라고.. 이번에 크게 배운 것 중 하나입니다.. :)

  • 작성자 14.03.23 18:15

    그랬구나 너도 그런 생각을 가졌었었구나~. 힘내자~ 세상사는거 참 쉽지 않다 그지?? 화이팅하렴!
    나도 화이팅할게!!!~~~

  • 14.03.25 23:03

    @남아프리카 세바 맞아요.. 세상사 십중팔구... 우리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세삼... 더욱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지요... 형님도 파이팅하세요... 저는 정말로 이번에 너무 느끼는 바가..커서... 이제는 더더욱이 그런 생각은 안 갖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 형 힘들어도 아자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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