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적신호’
2006 도하 아시안게임 한국야구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내는데 그쳤다. 대만·일본에게 잇따라 패하며 금메달은커녕 은메달까지 일찌감치 날아갔다. 당초 아시안게임 3연패라는 목표를 달성해 한국야구의 위상을 재확인하겠다는 김재박호(號)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해외파 8명을 출동시킨 대만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회인 야구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게 끝내기 역전패한 것은 치욕적이었다.
‘도하 참변’으로 한국야구는 위기에 봉착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는 이제 추억일 뿐이다. 진정한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 온힘을 기울일 시점이 온 것이다. 위기의 한국야구를 타개해나갈 돌파구를 찾아본다.
스트라이크존 축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내프로야구 스트라이크존이다. 3~4년 전부터 국내 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은 ‘좌우 폭이 넓고 상하 폭이 좁은’ 형태로 자리 잡았다. 스트라이크존을 넓혀 빠른 템포의 투수전을 유도, 경기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거포 부재와 함께 ‘타고투저’ 현상을 야기했다. 지루한 투수전과 스몰볼이 대세가 되자 재미없는 야구라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결국 스트라이크존 축소가 희망이다. 타자들이 보다 자신 있게 스윙하고 선구안 능력을 배가시켜 극단적인 타고투저 흐름을 막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격야구를 도모하게 되고 눈에 띄게 줄어든 장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투수들 입장에서도 당장에는 성적이 떨어질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제구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투타 공생의 길이 바로 스트라이크존 축소다. 게다가 한 풀 꺾인 국내 리그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다.
투타 불균형 극복
한국야구는 전형적인 ‘투고타저’다. WBC 때도 한국야구의 힘은 방망이보다도 마운드에서 비롯됐다. 해외파들이 총집합하고 국내 최정상급 투수들이 함께한 마운드는 빈틈이 없었다. 오승환-류현진 등 투수 쪽에서는 계속해 유망주가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야수, 그러니깐 타자 쪽에는 유망주가 가뭄에 콩 나듯하다. 올 시즌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이대호가 있지만 이대호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전체적인 국내 리그의 투타 불균형은 심각하다. 특히 타자들의 기량저하 두드러진다.
이 같은 투타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투수 편애를 없애야 한다. 대다수 중·고교 선수들이 야수보다 투수를 선호한다. 속된말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투수 편애는 결국 타자들의 기량저하와 투타 불균형을 초래해 리그의 질을 떨어뜨렸다. 야수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 그들을 발굴해내고 성장시키는 게 관건이다.
야구 인프라 확대
한국야구는 WBC에서 4강 신화를 이룩했다. 질적으로는 ‘아시아 최강’ 일본에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최정예 팀을 얼마나 더 많이 구성할 수 있느냐, 즉 양적인 면에서 일본과는 하늘과 땅 차이를 보였다. 일본이 최정예 팀을 2~3개 이상 더 구성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WBC 최정예 팀 하나가 고작이다. 야구 인프라에서 크나큰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교야구팀이 60여개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무려 4천개의 고교야구팀이 있다. 일본의 사회인 야구선수단도 말이 아마추어지 웬만한 프로 2군 수준을 지녔다. 야구 인프라에서 오는 차이다. 최근 급성장한 대만도 야구 저변과 인프라가 만만찮게 확대됐다. 우리나라도 야구 인프라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야구 유소년들을 육성해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야구 인프라 확대와 한국야구 위기 극복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이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