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比스님 해설 작은 임제록
사진/용학스님 ◉ 정안(正眼)이란 임제 스님이 어느 날 하북부에 갔더니 부주 왕상시가 스님을 청해서 법좌에 오르게 했다. 그때에 마곡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대비보살의 천수천안 중에서 어느 것이 바른 눈 입니까?" 임제 스님이 말했다. "대비보살의 천수천안 중에서 어느 것이 바른 눈인가? 빨리 말하라." 그러자 마곡 스님이 임제 스님을 법좌에서 끌어내리고 마곡 스님이 대신 법좌에 올라앉았다. 임제 스님은 마곡 스님 앞으로 가까이 가서 "안녕하십니까?"라고 하니, 마곡 스님이 어리둥절하여 머뭇거렸다. 임제 스님도 또한 마곡 스님을 법좌에서 끌어내리고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마곡 스님은 곧바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자 임제 스님도 곧 법좌에서 내려왔다. 【강설】 관세음보살의 천수천안 중에 어느 것이 정안(正眼)인가? 하고 물었는데 임제 스님은 똑같은 질문으로 대답하였다. 관세음보살에게는 천수천안뿐만 아니다. 천 손 만 손 팔만 사천 모다라 손이 있고, 천 눈 만 눈 팔만 사천 모다라 눈이 있다. 몇 개의 눈이 있든지 관계없이 이와 같은 형식의 법담은 조사스님들에게 자주 보인다. 『능엄경』에도 있다. 설법제일의 부루나가 '청정본연(淸淨本然)한데 어떻게 해서 홀연히 산하대지(山河大地)가 생겼습니까?'라고 물으니 부처님은 똑같이 '청정본연한데 어떻게 해서 홀연히 산하대지가 생겼는가?' 라고 되묻는다. 임제 스님과 마곡 스님이 천수천안의 질문을 주고받은 것과, 법좌에서 끌어내리는 일을 주고받은 것과 세존과 부루나가 똑같은 말로 법담을 주고받은 것을 한데 묶어서 저 삼계(三界)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다. 비록 그것을 부처와 부처의 경계요, 조사와 조사들이 주인과 손을 서로 바꿔가며 상즉상입(相卽相入)의 무애자재한 경지를 보여준 것이라 하더라도. 천 개의 눈은 그만두고 그대의 한 개 눈은 어떤가? 이렇게 환하게 보고 있으니 어찌하겠는가? 똑똑히 듣고 있으니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청정본연하지 않은가? 청정본연하니까 산하대지가 이렇게 있지 않은가? 마곡 스님이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나, 임제 스님이 바로 법좌에서 내려온 것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진정한 정안을 보여준 멋진 마무리라고 하겠다. 두 사람이 합작으로 엮어낸 빼어난 법문이다. 선가에서는 그것을 빈주호환(賓主互換)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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