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을 위한 선의 지혜] 3. 세계적인 명상 붐과 한국불교의 과제 1
명상, 과학적인 효과 앞세워 세계적으로 확산
현대인 가장 괴롭히는 스트레스
과학·의학·심리학 등과 연결돼
조계종 간화선 종책은 아쉽지만
도심 명상센터 건립 기대 모아
외양간을 개조한 플럼빌리지 명상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상 붐이 크게 일고 있다.
지금 서양에서 유행하는 힐링 명상은 부처님의 깨달음과 참선에 기반하여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대중화된 참선법이다.
왜 서양 선진국을 중심으로 명상이 확산되고 있는지,
이것을 한국불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현대인을 가장 괴롭히는 스트레스
현대인은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세계화되면서 세계는 일등만이 잘 사는 힘든 시대가 되었다.
세계 최고 또한 경쟁자를 압도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 밀려날지 알 수 없는 불안 속에 산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현대인은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니
스트레스와 번아웃(burnout, 쌓인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심신이 지친 상태)과
같은 피로가 나날이 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만연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적절히 치유하지 못하면
우울증과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니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프랑스서 명상붐 일으킨 플럼빌리지
절대 신(神)을 믿는 이웃 종교는 인간의 행복과 불행이 신의 뜻이라 말한다.
그러니 인간이 행복하게 살려면 신을 믿고 구원을 얻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믿음 천국, 불신 지옥’이 이분들이 제시하는 답이다.
신에 의지하여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좋은 길이다.
하지만, 서양 선진 국가의 종교 흐름을 보면,
신 중심의 종교가 현대인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거 같다.
반면에 불교의 지혜는 내 밖이 아니라 안을 바로 보라 한다.
몇 년 전에 선원 수좌스님들과 봉암사 세계명상마을 건축 불사를 위해
유럽의 유명한 명상센터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 카톨릭 국가인 프랑스의 벽지(僻地) 보르도 지방에 있는
틱낫한스님의 플럼빌리지를 가보고 느낀 바가 컸다.
베트남에서 평화운동을 하다가 프랑스로 망명한 틱낫한스님은
1982년에 프랑스 농촌 보르도에서 작은 농가를 하나 인수하여 명상 공동체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명상 공간이 없어 소 키우던 외양간을 청소해서 명상실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삶의 의미에 방황하던 프랑스인들이
플럼빌리지를 찾아오자 자기 마음을 바로 보는 명상을 안내하여
자기 체험을 통하여 치유를 경험하고 간 뒤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나 지금은 4개 마을 규모로 성장하여 세계적인 명상센터로 발전하였다.
틱낫한스님의 명상센터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동부와 서부에 큰 명상센터가 있다.
이와 같이 프랑스와 미국 등 선진국일수록 심해지고 있는 스트레스와 우울 문제를
신 중심의 종교에서는 믿음 이외에 별다른 치유책이 없지만,
불교에는 참선 명상이라는 탁월한 대안이 있다.
선의 지혜로 세계 최고 기업을 일군 스티브 잡스
20세기 후반기에 미국에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베트남 전쟁에 미군 참전을 반대한 반전운동을 계기로 히피 문화가 확산되면서
동양의 정신문화인 명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시대에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비틀즈가 그러했고,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대표적인 명상가들이다.
특히 스티브 잡스(1955~2011)는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스마트폰을 만든 걸출한 인물이다.
그는 선종 5가(五家)의 한 문파인 일본 조동종(曹洞宗) 선승
오토가와 고분치노(乙川弘文, 1938~2002)에게 참선을 배웠는데,
참선에 심취하여 출가의 결심을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일본인 스승은 출가를 만류하며
“재가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참선을 할 수 있다.
당신은 비즈니스가 더 맞는 것 같다.”고 안내한 것을 계기로
잡스는 애플을 창업하게 된다.
잡스는 결혼식 주례로 참선 스승을 모실 정도로 참선에 열정적이었는데,
잡스가 선 정신으로 창업한 애플은 이후 스마트폰으로 세계 최고 기업이 되었다.
잡스가 애플을 경영하면서 직원들과 토론 중에 한 말은 그의 안목을 보여준다.
잡스는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라
최고급 카메라와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손바닥만한 컴퓨터를 만들자고 하자,
한 직원이 그렇게 하면 너무 비싸서 누가 사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고 가지고 싶어 하는 최고의 명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잡스는 단지 먹고 사는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기업을 경영한 것이다.
이것이 불교의 지혜이고 선 정신이다.
개인의 이익과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결혼식에 주례를 선 일본 선승과 스티브 잡스 부부.
세계에 불고 있는 명상 열풍
잡스의 이러한 가치관은 사업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어
전 세계에 인문학 경영과 선 명상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바야흐로 동양에서 시작된 불교의 참선 명상이
기독교 전통의 서구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어 삶의 지혜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미국 첨단 기업들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는 명상 붐이 크게 일어났다.
구글의 엔지니어들도 회사에서 명상을 시작했고,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사람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명상을 한다고 뉴스에 나올 정도다.
미국 MIT대 존 카밧진 박사는 대학 시절 접한 히피 문화를 통하여 불교 참선을 만났다.
그는 한국 조계종의 숭산(崇山, 1927~2004) 스님을 만나 참선을 배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창의력과 집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체험한다.
그는 불교 참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명상 전통을 공부하고 연구하여
마침내 1979년 매사추세츠대학 병원에서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약칭 MBSR)’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대중에게 안내하기 시작하였다.
카밧진의 MBSR은 병원의 난치병 환자들에게 치유 프로그램으로 크게 주목 받았다.
이후 전 세계 주요 병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활용하게 되었다.
이에 자극 받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는 MBCT(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마음챙김에 기반한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 서양에서 불고 있는 명상 열풍은 동양에서 출발한 불교에서 배워간 것이지만,
불교 명상법을 바탕으로 과학, 의학, 심리학과 연결하여
새로운 명상과학이라는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 마디로 서양은 불교의 깨달음을 위한 참선 명상법을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 치유를 위한 생활명상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기업, 병원, 학교, 스포츠, 군대 분야까지 명상을 활용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 역수입되는 서구 명상 프로그램들
미국 등 서구의 명상 흐름은
21세기 들어 세계로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도 전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명상가들 중심으로 알려지다가
지금은 심리학과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거의 대세가 된듯하다.
여기에 더하여 삼성, LG, SK와 같은 국내 최고 대기업들이
임직원의 복지 차원에서 명상이 활용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한 임원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사건이 일어나자
애플과 구글의 명상 도입 사례를 참조하여 임직원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삼성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 중이다.
특히 몇 년 전에는 경북 영덕 칠보산 중턱에 동해 바다를 조망하는 멋진 뷰를 가진 곳에
큰 연수원을 건립하여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이나 심리 상담학 분야에서는
존 카밧진의 MBSR과 옥스퍼드대의 MBCT 프로그램과 같은
서구 명상 프로그램이 병원과 학교, 심리상담센터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동양에서 탄생한 불교 명상은 이제 서양으로 가서 과학과 만나
명상의 과학적인 효과를 앞세워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사회에도 도입되고 있다.
아마도 이런 흐름은 이제 대세가 된 거 같다.
이것은 불교에 좋은 일인가? 아니면 불교에서 배워가서 불교를 어렵게 만들 것인가?
서구 명상 프로그램 한계와 불교 대안
세계적인 명상 붐에 조응하여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에서도 그동안 몇 가지 시도가 있었다.
먼저 2005년도에 간화선 대중화 종책 차원에서
조계종 교육원과 전국선원수좌회가 공동으로 간화선 수행지침서인
〈간화선-조계종 수행의 길〉(조계종출판사)을 편찬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계종 포교원에서는
10주 과정의 ‘간화선 입문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였다.
하지만, 원장 소임자와 실무자의 변동으로 간화선 대중화 종책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 사이에 남방 상좌부승가의 위빠사나 명상과
미국의 명상 프로그램은 더욱 더 대중에게 다가갔다.
불교 명상법 중 최상승이라는 간화선은
세계적인 명상 붐에 종단 차원의 역할이 부재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 사이에 힐링 명상은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개인과 기업, 병원, 학교, 스포츠계에까지 대세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계종에서는 변화의 기운이 보인다.
37대 총무원장에 취임한 진우스님은 종단 차원에서 명상의 대중화를 위해
명상 프로그램의 개발과 도심의 명상센터 건립을 종책으로 세워서 추진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매우 환영할 일이다. 한국불교의 변화가 기대된다.
다음 호에서는 서구 명상 프로그램의 문제와 한국 선의 대안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한줄요약
스티브 잡스가 선 정신으로 창업한 애플은 스마트폰으로 세계 최고 기업이 됐다.
잡스의 이러한 가치관은 사업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줘
전 세계에 인문학 정신과 선 명상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세계적인 명상 붐에 조응한 한국불교의 변화가 기대된다.
2023. 02. 03
박희승 교수
현대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