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환율] 위안화가 페그(peg)되어 있는 한 평가절상 필요없다

환율 전쟁이 한창이다. 강한 달러 정책을 표방하던 미국은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 덕분에 ‘모처럼 약해진’ 달러를 앞세워 세계 시장 점령에 나섰다. 그러나 단일국으로 적자 최대인 중국의 위안화에 대해 아직도 달러는 강하기만 하다. 위안화는 달러화에 페그되어 있어, 위안화의 약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아시아를 둘러싼 환율전쟁에서 ‘고래’는 미국과 중국인데 엉뚱하게 한국이란 ‘새우’의 등만 터져나고 있다. 스위스 은행인 UBS는 이 전세계적인 환율 현상을 분석하면서, 아시아에서 특히 환율이 저평가된 몇몇 국가들을 지목했다. 중국, 일본, 인도, 그리고 대만 통화 순서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가장 제대로 평가된 통화는 인도네시아의 링귀트이며, 그 다음으로 홍콩달러와 한국의 원화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중국의 고정환율제에 공개적으로 비판함과 동시에 한국과 일본, 대만의 환율정책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아시아 4대 외환보유국의 달러화 자산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그동안 ‘강한 달러가 국익에 좋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 정부는 산업계를 배려해 약한 달러 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앞으로 무역흑자가 누적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통화가치 절상 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미국이란 초강대국의 압력 앞에서 최대경상수지적자국인 신흥 강대국 중국의 태도는 의연하다. 중국인민은행을 비롯, 정부 모두 위안화 절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발표로 일관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8.277위안/달러인 위안화가 달러화에 재페그(repeg)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기껏해야 하루의 변동폭(band)이 늘어나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고정환율제를 택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변동환율제이다. 달러가 대량 유입되면 원화는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산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부산 지역 수출기업 150여 개를 조사했을 때, 수지를 맞출 수 있는 환율은 1230원 정도인데, 지금은 1180원 대까지 떨어졌다. 수출업체들은 6월 말부터 수출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출혈수출을 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수출 1달러 하면 20원정도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외평채 발행 한도 4조원 증액이 승인되었다. 외환시장 개입 때 사용가능한 원화자금이 기존 미소진 한도분을 포함해 4조 8천억으로 증가된 것이다. 그러나 외환보유액 증가와 통화량 증가를 동시에 수반하는 시장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원화절상을 결국 대세로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은 억울하다. 환율전쟁의 주범 중국은 평가절상 계획이 없다라고 당당히 발표하지만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덜 저평가된 환율을 가졌음에도 극심한 평가절상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위안화가 페그되어 있는 한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평가절상 압력에 저항할 아주 좋은 이유를 가졌다는 것을 말이다. (1566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