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흥미진진, 이국풍경, 분쟁과 갈등, 삶과 죽음 그리고 다음, 농도 짙은 농담 그 외에 많은 것들이 책 한 권을 읽으며 떠오른다. 조미료가 재료에 녹아들어 맛을 내는 것과 조미료에 먼저 반응하는 미각 사이에서 완독이 갈린다. 다양한 요소가 담겨 있어 여러 해석을 기대했다.
글로 오감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데 놀란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충분히 전달한다. 가벼운 농담에서부터 해학과 풍자로 자학에 이르는 농도 짙은 말장난 가득이다. 그럼에도 무게감을 놓치지 않는다. 감탄한다. 질문을 그대로 남긴다. 그대로 둠으로써 매끄럽게 다른 주제로 전환한다. 많은 주제를 담고 있으면 흐릿해진다. 마지막으로 가면서 다른 주제는 투명해지고 개인에 대한 성찰만 남는다. 그리고 명확하다.
셰한 카루나틸라카은 “나는 언젠가, 내 조국의 전쟁과 분열을 다룬 이 소설을 서점의 판타지 코너에서나 보게 될 날을 소망한다.” 라고 말한 만큼 갈등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분쟁에 등장하는 구도가 잡혀 있고 주로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다. 누가 죽였는가 보다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 이야기한다. 삶 보다 죽음이 의미 있다는 소설 속 주제는 원인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죽었다. 결론이다.
카루나틸라카의 소설은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처럼 기존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부수고, 낯설고 광활하며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성을 드러낸다._『뉴욕타임스』
익숙한 장소에 모여 아직은 어색한 스리랑카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여러 다양한 감상이 모인다. 비슷한 의견으로는 특색과 다양성, 여러 주제가 있다. 뉴욕타임스 추천사와 같은 맥락이다. 주인공 말리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다. 그는 자신에게 너라고 부르는 2인칭 시점을 유지한다. 이 장치를 통해서 우리는 여러 접근을 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의견은 미국과 영국풍으로 다가오는 하드보일드였다. 정모에서 다루었던 레이먼드 챈들러가 떠오른다. 영국 타임스 추천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살만 루슈디, 레이먼드 챈들러, 존 르 카레, 〈기묘한 이야기〉를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소설은 흔치 않은데, 이 책이 그렇다. 카루나틸라카는 모든 장르의 관습을 존중하면서 이야기를 화려하게 쌓아올린다._『타임스(영국)』
네게 명함이 있다면,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말리 알메이다 사진작가, 도박꾼, 걸레.
리처드 드 소이사는 말리가 취한 모델이다. 영어를 구사하는 콜롬보 출신 중산층으로 저널리스트, 작가, 배우, 인권운동가이며. 정부군, 타밀 반군, 마르크스주의자 사진을 찍었다. 1990년 2월에 무장 괴한에게 납치된 다음날 발견된다. 총을 맞은 채였다. 소이사 어머니가 재판 진행을 촉구했지만 재판은 15년이나 이어지며 그녀는 결과를 보지 못한다. 납치범 두 명은 경찰 간부였다. 15년간 진행한 재판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된다. 란차고다는 그중 한 명이다.
스리랑카는 낯설다. 지도를 살펴보면 인도 아래 큰 점 모양으로 인도의 눈물로 부른다. 스리랑카를 해석하면 눈부시게 빛나는 뜻을 가진 스리와 섬을 뜻하는 랑카가 더해진 이름이다.2019년 세계 3위에 오른 차 수출국으로 실론티가 떠오른다. 옛 지명 실론에서 경작한 유명한 차다. 영국 식민 지배를 연상한다. 스리랑카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 식민지를 거친다. 불교를 믿는 싱할라족과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은 식민 지배 이전부터 갈등이 지속되었다. 식민지를 거치며 갈등은 극대화된다. 영국은 소수 민족 타밀족을 앞세워 식민지를 운영한다. 독립 이후 다수 싱할라족 성향이 강한 정부는 싱할라족 우선 정책을 편다. 타밀족에게는 차별이다. 1983~2009년 25년 동안 내전이 벌어진다.
1983년 '검은 7월' 폭동이 있었다. 타밀족 무장단체가 스리랑카 북부 정부군을 급습해 13명 군인이 죽는다. 13명 장례식이 열리던 날, 인파는 타밀족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살해한다. 5600여 명이 사망한다.
2008년 1월 스리랑카 정부는 타밀 반군가 체결한 정전 협정을 파기하였다. 2009년 5월 18일 스리랑카군은 타밀일람 해방 호랑이의 지도자 벨루필라이 프라바카란를 사살한다. 지도부가 붕괴해 항복한다. 내전은 끝난다.
사후세계는 모두가 환급을 원하는 세무서다. 23.
소설에서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크게 산 자와 죽은 자이다. 산 자 중에는 타밀족과 싱할라족과 외국 사람, 죽은 자 중에서 중간계에 머물러 있는 영혼과 빛을 통과해 다음으로 나아가는 영혼과 관리인이다. 동물 영혼과 악귀가 등장해 인간이 되고 싶어하고 영혼을 먹어치운다. 작가는 표범 유령을 소설 속 영웅으로 뽑는다. 표범은 윤회를 끝내기에 충분하다. 굳이 인간이 되려한다. 소설 마무리는 삶과 죽음에서 취해야 할 철학으로 주제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가 그린 사후세계는 불교, 힌두교와 같은 종교에서, 만화, 단편, 단테 신곡을 참고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너는 공원을 걷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너를 보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 그중 절반 이상은 혼백이 등에 달라붙어 있거나, 나란히 달리고 있거나, 귀에 속삭이고 있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혹시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닐까, 너는 늘 생각했다. 251.
네 귀에 들리는 그 목소리는 당신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