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셋째주 부활 제4주일 성소주일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요한 10.11-18)
오늘도 당당하게
이재근 신부.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성목요일을 맞아 교구 사제들이 모여 일 년간 사용할 성유의 축성 미사를 드리던 날.
금경축을 맞이한 한 원로 신부님의 소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50년 사제 생활 동안 이리 가고 싶을 때는 저리 보내졌고
그래서 저리로 더 가야지 했을 때는 다시 이리로 보내졌습니다.
또 이 일을 하고 싶을 때는 저일을 해야 했고
그래서 저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을 때는 다시 이 일을 해야 했습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다.
더 이상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거나 힘이 들면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이 직업니다.
반면 사제직은 그렇지 않다.
나에게 전혀 이득이 없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 많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도 당연시 된다.
원로 신부님의 말씀처럼 내 의도와 다른 일도 다반사로 해야 한다.
사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이 다 그렇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내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할 때도 있고
심지어는 누군가가 나의 공을 가로채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종종 깨닫게 된다.
한 번은 생각지도 못하게 인사 발령이 난 적이 있다.
작은 시골 본당 신부님께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급하게 내가 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저녁이 되면 나를 제외한 모든 주민이 잠자리에 들만큼 조용한 곳이었다.
발령 직전까지 여러 행사들을 기획하고 준비해 온 탓인지 모든 것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2년 뒤 그곳을 떠나올때에는 내 사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되어있었다.
진심으로 날 사랑해 주신 교우들과 가족처럼 대해준 동네 주민들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착한 목자 이야기`를 묵상할 때면
나는 혹여 사제직을 직업으로 착각할 때가 없는지 반성해본다.
그래서 감사보다 불평하고 있진 않은지...
그럴 때마다 예수님은 볼품없는 나의 삶에 친히
`착한`이라는 말을 붙여주시며 `잘살고 있으니 조금 더 당당해져라...` 격려해 주시는 것 같다.
혹시 행복보다 슬픔이. 웃음보다 눈물이 많은 삶이라고 느껴진다면
예수께서 들려주시는 착한 목자 이야기가 위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내 인생 앞에 `착하다`는 말을 붙여주시는 그분 말씀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당당하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