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중함 / 김석수

[김석수]

일상의 소중함 / 김석수

코로나 19가 전국으로 확산되어 한 달간 수영장 문을 닫는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 지난 2월 말부터 코로나 상황에 따라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9월 말까지 문을 열지 못 하다가 10월 초에 열었다. 한 달 반 만에 또 닫는다. 매일 아침 수영장에 가던 일상이 오늘부터 또 깨졌다. 수영하고 나면 하루 동안 몸이 가볍고 상쾌한 소확행이 없어져서 아쉽다.

나는 큰 서점에 가끔 가기를 좋아한다. 필요한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꼭 책을 사러 가는 것은 아니다.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어떤 책을 보고 있는지 훔쳐본다. 신간 서적 코너에서 좋아하는 책을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언젠가는 진열대 앞에서 책을 읽다가 다리가 아파서 의자가 있는 곳으로 옮겨서 한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평소에 잘 읽지 않는 과학이나 예술 서적의 표지를 보기도 한다. 금년에는  대형 서점에 못 가 보았다. 예년에 세모가 다가올 무렵 북적북적 붐비는 서점에서 책장을 넘기며 연말 분위기를 느끼던 것이 그립다.     

42년째 고등학교 반창회를 하고 있다.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이 20명 내외로 모인다. 매년 네 번 하는 모임이다. 나는 해마다 두어 번쯤 참석했다. 스승의 날에는 담임 선생님을 모시고 한다. 선물도 드리고 덕담도 듣는다. 선생님은 팔순에 가깝고 까까머리 친구들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다. 공직에 있던 친구들은 정년퇴직하고 교직에 있는 나만 직장에 다닌다. 총무가 카톡으로 연말 모임 대신 인사말을 보내왔다. 올해 모임을 못 해서 서운하지만 모두 건강하기 바라며 코로나가 없어지면 만나자고 한다. 얼굴보고 농담도 주고받고 싶다. 어려운 시절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골프장에 간 지 오래다. 예전에는 주말에 함께 운동하러 가자고 불러주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지난봄부터 거절했더니 지금은 함께 가자는 사람이 없다. 최근 집안 동생이 예약해서 식구들과 가기로 했던 약속도 취소했다. 코로나 상황이 나빠져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골프는 잘 치지 못한다. 친교 활동으로 좋은 운동이다. 하얀 공을 힘껏 쳐놓고 파란 잔디 위를 거닐면서 푸른 하늘을 처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년 봄에 그런 재미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끔 가던 영화관이나 공연장도 못 갔다. 아내는 영화를 좋아해서 흥행작이 나오면 같이 보러 가자고 한다. 한번은 영화 보다가 졸았다. 그런 나를 아내는 못마땅해 하면서 놀렸다. 영화관에서 조는 사람은 나뿐이란다. 주말 오전 영화보고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재래시장 가판대에서 사먹던 음식이 생각난다. 집 건너편에 있는 예술회관 공연장에 금년에는 한번도 가지 못 했다.

요즈음 항상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간다. 처음에 습관이 되지 않아서 밖에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 마스크를 가져오기도 했다. 여름에는 숨이 막히고 갑갑했지만 추워지니 괜찮다. 대부분 사람들이 마스크 쓰고 생활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얼마 전에 호주에서 코로나 때문에 겨울철 독감이 유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차일피일하다 예방 접종하지 못 했다. 독감 유행 소식은 아직 없지만 걸리지 않도록 꼼꼼하게 주의해야겠다. 마스크 없이 예전처럼 다닐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2020년을 보내며 코로나로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깨끗한 공기나 물이 가까이 있으면 귀중한지 모르듯이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도 그렇다. 모두가 힘든 한 해다.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대학 졸업을 앞둔 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절망이 앞을 가리고 있지만 일상이 회복되는 그날까지 희망을 품고 함께 나가자고 말하고 싶다. 코로나 이전과 같은 일상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보낸다. 

[이팝나무]

와, 40년동안 반창회를 하신다니 놀랍습니다.
그 끈끈함이 어떨지 짐작이 갑니다.
팔순이 된 선생님의 보람이겠어요.
부럽습니다.

어서 일상이 돌아오기를 소망합니다.

[김석수]

고맙습니다.

[작은미소로]

정말로 소중한게 무엇인지 깨달은 한 해였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김석수]

고맙습니다.

[황성훈]

마지막까지 일 등하셨네요. 올 한해 선두를 달리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작가님의 글 읽으며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김석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