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진이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장병들의 걸음걸이 마냥 걸어가기 시작했다.
실제 장병들의 걸음걸이라면 멋진 광경이겟지만 위버의 모습은.
진은 크게 한숨을 쉬고는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저마다의 일로 바쁜지 위버의 이상한 행동에도 관심이 없는 베다들에 축복을 빌면서.
머리를 틀어올려 핀으로 고정시킨 한 아가씨는 새틴소재의 흰 드레스를 입었는데 목부분까지 올라가 있고 손에는 장갑을 껴 얼굴외에는 맨살이 보이지 않는 정숙한 차림이었다.
귀고리는 작은 금속 구슬 아래로 하얀 새 깃털을 달았다. 목에 걸은 펜던트는 태양을 상징화한 것으로 광명의 신 라나스의 상징이었다.
귄의-바느질 없이 천 그대로를 몸에 감아 입는 것 고대 그리스 복식을 생각-를 입고 있는 시녀들을 대동하고 있는 귀부인도 보였다. 옷은 색색의 보석들을 큐빅으로 박아 화려함을 더 하고 있었다.
목걸이의 세공도 화려하고 섬세하여 지체높은 가문의 안주인인 듯 했다.
한 명의 시녀를 대동한 한 아가씨는 가슴이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드레스는 가운데 장미꽃을 박은 리본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목에는 쵸커를 하고 있었는데 그 것은 분홍색 실크 천에 가운데 장미꽃을 박은 리본을 박았고 위 아래 가장자리로 레이스를 달은 것이었다.
진이 위버를 따라잡은 것은 밑에 금박으로 그림을 인쇄(?)한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가 한 가게에 들어가는 것을 위버가 이상한 걸음걸이를 잠시 멈추고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위버."
"말하지 말아요. 나도 알고 있으니까요."
진은 별 말 없이 위버를 지나쳐 한 보석상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고 위버는 순간 당황하여 행동이 한 박자 늦고 말았다.
"자. 잠깐만요. 진!"
위버의 부름에 진은 멈춰서 뒤를 바라보았다.
"왜?"
"저길 들어갈 생각이에요? 비쌀텐데."
"마나미네랄보다 비싸긴 하지만 다른 행성에 비하면 싼 거라고."
"그야 그렇지만 비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요. 대체 돈이 얼마나 있는 거에요?"
"금화도 충분히 있으니까 걱정 마."
"나도 전직을 고려해봐야 겟군요."
"환영하지."
위버와 진은 보석상안으로 들어갔다.
진열되어 있는 악세사리들은 눈요깃거리가 되기엔 충분했지만 위버에겐 거리감이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진을 힐끔보니 진지한 얼굴로 고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진이 고심끝에 고른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주인 아저씨가 그 것을 꺼내 올려놓았다.
진이 고른 것은 목걸이 였다.
"얼마죠?"
"50티셀이다. 17번 시리즈의 다른 것도 있는데."
"어? 아저씨. 이거 계절 시리즈에요?"
위버의 눈이 반짝였다. 주인 아저씨는 신이 나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리스 필라민트의 계절 시리즈란다. 항간에는 계절 시리즈 17번으로 알려져 잇지. 여기 이건 '봄'이야. 어때 아가씨? 세트로 사면 100티셀에 줄 수 있는데."
주인 아저씨가 영문을 몰라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 잇을 때 위버의 얼굴은 몇 초 간격으로 변하고 있었다.
진이 키득거리자 위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까의 얼굴로 돌아가 당당하게 말했다.
"사줘요.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없기. 사주는 김에 보존 마법이 걸려 있는 장미꽃다발과 근사한 정장 한 벌 부탁하죠."
"좋아."
"진짜죠? 나중에 딴 소리하기 없기. 업저버의 이름으로."
"그래. 그 이름으로 맹세해."
그리하여 위버는 간절한 눈으로 주인 아저씨를 바라봐 줘야 했고 주인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여름', '가을', '겨울'을 꺼내 올려 놓아야 했다.
두 남자가 한 여자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서 잇을 때 한 여자는 한 마디 말로써 한 남자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림과 동시에 또 한 남자를 희망의 날개로 날아가게 만드는 기적을 창출했다.
"프로포즈용 반지도 보여주시겠어요?"
"아 잠깐만 기다려라."
주인 아저씨는 신이 난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찾기 시작했고 위버는 우거지상이 되어 진을 바라보았다.
"진. 너무 앞서 나가는 거 아니에요?"
"왜. 이참에 고백하지 그래? 음 그 아가씨 기다려야 하긴 하겠다. 수도까지 가는 걸로 임무가 완료될 지는 미지수고."
"남은 목걸이 두 개는 어쩌고요."
"하나는 마리 주면 되겠고. 또 하나는 미래를 대비해서."
"진 부탁하는데요. 날 바람둥이로 만들지 말아줘요."
진은 웃었다.
"후후. 알았어. 어쨌든 근사한 정장 한 벌 사줄테니까 이참에 고백해."
"누구에게요?"
진은 싱긋 웃었다. 그 웃음은 이슬처럼 맑았고 햇살처럼 밝았다.
"주근깨가 매력인 아가씨에게. 너 마리 좋아하지?"
위버는 얼굴을 붉혔다.
"어. 언제부터."
"작년 이맘때쯤."
위버는 기막혀 했다.
"그러면서 놀린 거란 말이에요?"
"재밌잖아."
위버는 한숨을 쉬었고 진은 피식 웃었다.
주인 아저씨가 진열대에 반지들을 올려 놓았다.
"천천히 골라봐."
진은 위버를 위해 제법 비싸보이는 예쁜 반지를 골랐다.
주인 아저씨가 목걸이 2개를 따로 포장하고 반지까지 포장을 마쳤다.
남은 목걸이 두 개는 포장없이 계산했다.
주인 아저씨의 열렬한(?) 배웅을 뒤로 한 채 두 사람은 가게를 나왔다.
위버는 미안했는지 진에게 근사한 생일 선물을 사주겠노라고 호언장담 했다.
진은 피식 웃고는 '리본이나 사 달라고' 말했다.
위버가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리본들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진이 위버를 끌고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의아해진 위버가 의문을 제기하려 했으나 진의 얼굴은 말을 걸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뭔가 굉장한 것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위버는 잠자코 끌려가기로 결심했다.
진이 멈춘 것은 한 귀퉁이에 자리한 어느 작은 가게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 거리 보다는 그들이 지나쳐온 거리에 있어야 어울릴 법한 소박한 가게였다.
바깥 진열대에는 여러 색실을 꼬아 만든 장신구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정말 없는게 없군요. 설마 유니실드의 장신구를 파는 가게가 있을 줄이야."
"나도 몰랐어."
"그냥 지나칠 거 아니죠?"
"그럴거면 널 끌고 여기 오지도 않았어."
"돈을 더 가져올 걸 그랬어요."
"그러지 그랬어."
"사고 싶은게 눈에 띌 줄 몰랐죠. 그런데 이거 한 개에 얼마나 할 까요?"
"글쎄."
진은 주위를 들러보다 팻말을 발견했다.
"저기."
그녀는 손가락으로 팻말을 가리켰다.
팻말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 있었다.
'1개 1피넛.'
"이게 한 개에 1피넛이라고요? 말도 안 돼요."
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너무 하는 걸."
위버는 진열대에 손을 뻗어 하나를 집어 들었다.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원색의 실들로 이루어진 장신구에는 작은 구슬이 달려 있었다.
"이건 적어도 20피넛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진도 하나를 꺼내 들더니 전문 감정가라도 되 듯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 이건 40피넛. 이 건 100피넛은 되겠는 걸."
재미가 붙었는지 두 사람은 경쟁하듯 제멋대로 가격을 매기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같은 물건을 서로 다르게 매기며 자신의 가격이 적당하다고 주장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가게에서 한 중년의 아저씨가 나왔다.
그는 가게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두 사람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어린 남녀가 관심가질만한 물건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찾는 손님이 거의 없는 가게였다.
둘은 가게에서 아저씨가 나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고는 헛기침을 뱉었다.
그제서야 두 사람의 시선이 아저씨를 향했다.
"이보게들 남의 가게 앞에서 지금 뭐하는 건가?"
"아 죄송해요. 생각지도 않은 물건을 보게 되서 그만. 아저씨가 주인이세요?"
"아니."
두 사람의 시선에 아저씨는 다시 헛기침을 뱉더니 말을 이었다.
"나는 남의 가게라고 햇지. 내 가게라고는 하지 않았어. 이보라고들.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이 가게는 내 가겐 아니지만 지금은 내가 맡고 있지."
"그럼. 원 주인은......"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
"네?"
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 원 주인이라는 분이 유니실드엿나요?"
"그래. 내 친구지."
세 명의 인간은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위버였다.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아저씨께서 맡으신 거군요. 장사는 잘 되요?"
아저씨는 눈짓으로 팻말을 가리켰다.
"저거보면 모르겠니."
"장사가 안 되는 군요."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탄조로 말했다.
"아 내 마누라는 뭐라고 그러지만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말이지. 그래서 봐주고 잇는 거야."
"절친한 사이셨나 봐요."
위버의 말에 아저씨는 그냥 웃었다.
위버가 진을 보았다.
"진."
"응?"
"하나 사 가는 게 어때요? 시드도 좋아할 거에요."
"글쎄. 과연 좋아할까?"
"네?"
"저번에 기억 안나? 처음 만났을 때 너의 반갑다는 인사에 그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아 그건 그렇지만 이건 다르지 않을까요? 뭐랄까. 어쨋든 집단은 개인들의 집합이고. 종족 고유의 것은 곧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와는 다를지 몰라도 분명 아무 감정도 없지는 않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잇겠지. 좋아. 하나 골라봐."
위버가 선물 할 것을 고르려는데 아저씨가 저지했다.
"잠깐만. 자네들이 선물하려는 베다가 유니실드인가?"
"네. 우리 일행이에요.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유니실드 친구가 있어요."
"아 나는 카프 지트만이다. 유니실드 친구에게 선물을 하고 싶단 말이지? 그럼 좋은게 잇지. 잠깐만 기다려라."
지트만씨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진과 위버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시후 지트만씨가 가게를 나와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지트만씨는 비취색의 장신구를 위버에게 내밀었다.
"뭔가 수수하네요."
"그렇게 보여도 그 친구의 정성이 듬뿍 담긴 거란다."
진이 주머니에서 1티셀 금화를 하나 꺼내 지트만씨에게 건넸다.
"돈은 필요 없다."
"정성이 담긴 물건을 그냥 받을 수는 없어요."
"아니 이건..." 지트만씨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다 입을 열었다.
"사실은 그 친구가 사라지기 전에 내게 몇 년 후에 유니실드와 그와 같이 다니는 자들이 찾아올 거라고 그 때가 오면 이걸 선물로 주라고 했단다. 유니실드는 오지 않앗지만 그와 자네들을 말하는 것 같은데 돈을 받을 순 없어."
"그럼 이렇게 하죠."
위버가 입을 열자 두 사람의 시선이 위버를 향했다.
"이건 지트만씨의 친구분이라는 그 유니실드가 시드에게 주는 선물이니까요. 이건 그냥 받고 우린 우리대로 선물 하는 게 어때요?"
"그렇게 하자. 하나 골라갈 게요."
그리고 진은 금전을 진열대 위에 올려 놓았다. 위버는 세심하게 고르기 시작했다.
위버가 고심끝에 고른 것은 노랑, 주황, 빨강 등의 색실로 만든 나비모양의 장신구였다.
위버는 화려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 듯하나 진은 꽤 마음에 들었는지 같은 것이 또 없는지 찾아보았다.
색과 모양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었으나 나비를 형용화한 장신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진이 주머니에서 1티셀 금화 하나를 더 꺼내려 했으나 지트만씨가 그녀를 말렸다.
몇 분간의 공방끝에 결국 1티셀 금화 하나로 나비 장신구 2개를 사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사실 이 공방전에서 지트만씨는 거스름돈을 주려 했으나 진의 한 마디로 무산 되었다.
"친구분이 정성으로 만든 물건의 값어치를 스스로 깎아내리지 마세요."
위버와 진은 지트만씨에게 작별을 고하고 다음 거리를 목표로 삼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초록빛이 섞인 파란색 숄을 두른 부인이 시종을 대동하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숄 아래로 보이는 드레스의 색은 따스한 느낌을 주는 파란색 이었다.
뒷 모습이라 정확한 드레스의 모습을 볼 길은 없으나 현재 보이는 모습만 해도 눈에 띄었다.
구두의 굽은 빨간색이었다.
갑작스런 이변들 때문인지 이번 유행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는 듯 하여 정숙하면서도 약간의 노출이 있는 옷들이 유행하고 있었다.
어떤 아가씨가 입고 있는 옷은 붉은 기운이 연하게 도는 하얀 실크 드레스로 그 드레스는 목 아래에서 가슴까지 하얀 레이스를 층층이 박았고 진주로 장식했다.
허리는 분홍색 실크로 리본을 묶었고 치마 아랫단도 층층의 하얀 레이스를 박고 진주로 장식했다. 그녀가 걸어 가는데 얼핏 보이는 속 레이스(?)는 크림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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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을 모르겠네요. 쨌든 이번에 듣고 잇는 교양 강좌가 꽤 도움이 되고 잇습니다.^^
두번재 이야기덕분에 여성의 드레스와 계속 씨름해야 하는 저로서는 절실한 자료죠.
아 그리고요. 신발 말인데요.
어느 시기인지 기억이 가물한데요. 중국에서도 황제는 붉은 신발을 신었나 봐요.
뭐 이쪽은 굽이 붉은 거긴 하지만요.
아 유니실드의 장신구에 대해서는 처음에 생각했던 건 우리나라 노리개 비슷한 거였는데요
뭐 지금도 용도는 비슷하다고 생각은 드는데 정확한 모양은(...)
첫댓글 잘봤습니다! 소설 한편한편에도 상당한 정성을 들이시는.. 건필하세요!
옷 차림 묘사를 능동 표현으로 바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