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침대에 잠들어 있더군요 얼마나 작았는지 오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죠 아이의 이마를 쓸어주고 속삭였어요 엄마야 여니야, 엄마야 눈을 뜨더군요 초점 없는 눈으로 저를 보더군요 태어나서 엄마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며칠 동안 집안에 숨어 우린 티브이를 함께 보고 빵을 뜯어먹었어요 아이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더군요 화요일의 아이였던 거예요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죠 무엇을 보고 겪으며 자랐을지 짐작할 수도 없더군요 아이는 반은 동물 반은 인간 같았죠 자꾸만 침대에 오줌을 싸서 한동안은 기저귀를 사용해야 했어요 밤마다 이불을 빠느라 손목이 너덜거렸어요
여니는 수정 같다가 먹구름 같았어요 맑게 빛나다가 급격히 어두워졌죠
여니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눈보라가 쳤어요
영원히 그치지 않는 눈이 있다는 거 아세요?
여니는 말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죠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하는 여니였지만 우리에겐 말이 필요 없었어요 눈빛 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죠
여니가 처음 한 말은 '아니아니'였죠 언젠가부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새처럼 고개를 흔들며 '아니아니' 하고 말하곤 했어요 그 작은 고갯짓을 보고 있으면 나는 어떻게든 이 아이만은 지키고 싶어졌어요
작은 날개
지킨다는 건 가만히 곁에서 무엇도 망가지지 않게 아끼는 거죠
무엇도 '아니아니' 하지 않게 하는 거죠
*
월요일의 아이에게는 고통에 대해
화요일의 아이에게는 언어에 대해
수요일의 아이에게는 기억에 대해
목요일의 아이에게는 전환에 대해
금요일의 아이에게는 빛과 어둠에 대해
토요일의 아이에게는 외로움에 대해
일요일의 아이에게는 망각에 대해
극단까지 밀어붙여 임계점을 높이는 방식으로
날개를 하나씩 꺾어
피로 물든 꽃다발을 만든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