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말씀
김재언
기다리고 기다렸어요
가리지 않았습니다
허방은 앉힌 적이 없습니다
걸려 넘어질 때
심장이 쿵쾅거리면
저를 낮춰드릴게요
얇은 귀가 술렁이면
네 개의 맨발로 막아보겠습니다
제 발로 가본 적도 없습니다
밀면 구르는 저를
새털구름이라 불러도 좋습니다
벼랑으로 밀리면
바퀴 달린 낙하산을 펴 드릴게요
예견할 수 없는 동거는
가시와 방석 차이입니다
닦을수록 내력이 깊어지는 저를
등지기라 불러주시겠어요
저녁이면
웃음소리를 태워주는 그네가 되겠습니다
부디,
꽃자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제가 바라는 건 나이테를 잊는 일
나무였다면 낮은 숲을 달래고
바람이었다면
유목의 소리를 귀담아 듣겠습니다
--김재언 시집 {꽃의 속도}(근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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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언의 의자의 말씀
반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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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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