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소만 나흘
아직은 들풀은 많이 보이지 않고 밭에 작물만 보인다. 땅은 무척 메말라 보인다.
들깨 씨앗 뿌려 처음으로 싹을 보았다.
조그마한데 '나 들깨에요~~' 하는 듯한 앙증맞은 모습이 참 이쁘다.
내 밭에는 주로 마늘이 한창인데, 저 땅 속에서 잘 자라고 있는지 초보농사꾼은 궁금하기만 하다.
그래서 하나 꺼내보았다. 아직 넣은 마늘 그대로인듯 조그마하다. 잘 보고 먹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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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소만 여드레
집 앞 진주대평무로 보이는 아이 잘 자라고 있다. 가까이서 보니 참 예쁜 꽃이구나!
그 동안 미처 몰랐는데... 하늘땅살이하면서 미안함도 많아지고 고마움도 많아지고 그렇다.
이 녀석 혼자서는 씨앗보기 힘들다하여 꽃만 볼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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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 소만 아흐레
궁금해서 매일 매일 보러 오는 통에 혼자서도 열심히 씨방을 만드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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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소만 열 하루
산을 넘어 밭에 가다가 반가운 새가 가까이 있다. 선이에게 물까치가 맞냐고 하니 맞단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참 고마운 경험이다. 산 가까이 살며 하늘땅살이하는 일상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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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가니 이미 덥다. 반가운 딸기로 기운을 차린다. 작지만 알찬 밭딸기!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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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씨앗을 열심히 뿌린 곳보다, 밭에서 나고 떨어져 겨울 난 아이들이 정말 기운이 좋아 보인다.
풍성히 아욱밭을 만들려고 하는구나! 여긴 오이 밭이니 부지런히 솎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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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소만 열이틀, 오동나무 평상 만들기
한 달 전에 오동나무 평상을 만들어 사용하는데 선이도 내 옆에서 잔다고 딱 붙어 자니 비좁아서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힘 좋은 드릴이 아직 무섭기도 하지만 만드는 재미가 커서 무서움 쯤 너끈히 이긴다. 작은 드릴 하나로 첫 번째 평상을 만들고 목공소에서 두 개의 구멍 내고 나사못 박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일머리도 더 생겼는지 처음보다 더 수월하게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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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든 평상은 내 키에 맞추어 160센티 길이에 80센티 폭으로 했다. 가로 세로 80센티 두 판을 이어붙이고 자는데 경첩으로 잇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고 들고 까는데 무겁지 않아 내 몸에 맞는 것 같다.
마을 놀이터에 있는 평상은 정말 딱딱하고 나무는 다 딱딱한 줄 알았는데 오동나무 평상은 전혀 나무 위에서 자는 것 같지 않아 놀랐다. 아직 저녁이면 한기가 있는 때인데 누우면 등이 따뜻해지는 것도 신기했다. 아, 그래서 오동나무 위에서 자는 것인가? 조상들이 참 지혜롭구나 생각했다.
두 번째 평상은 버려지는 나무를 최대한 적게 하고 공간을 넉넉히 하려고 1미터 폭에 2미터로 만들었다.
첫 번째 것과 크기 차이가 상당하다. 역시나 내게는 무게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여기서 평상만들기는 마무리 되는 줄 알았는데.... 진이가 자기도 쓰겠다고 한다. 하루 이틀 쓰고 돌려줄 줄 알았는데, 한창 자라는 아이에게도 편안한지 계속 잘 쓰고 있다. 덕분에 한 번 더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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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소만 열사흘
무 씨방이 통통해졌다!! 신기하다. 어디 근처에 무가 자라고 있는 것인가?
씨앗 이력이 분명치 않아 나눌 수는 없어도 홀로 씨앗맺고 있는 것을 보니 생명의 신비로움에 볼 때 마다 신기하다.
집 앞에 흙을 더 만들어 심어서 잘 자라는지도 보고 싶다. 이 무가 올 봄 나의 실험정신을 끌어내고 극대화시키는 것을 보며 미처 모르던 나를 또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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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소만 열 엿새
무 씨방 통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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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가보니 오이 밭에 비름이 한창이다. 나물하는 이들 여기 비름 있소~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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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랑 걸어가다 바지 가랑이에 파가 치인다. 파 씨앗 영글고 있어 건드리면 쏟아질까 마끈으로 묶어둔다. 묵직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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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뿔시금치!
지난 가을 씨앗 받아 뿌리고 봄에 자잘한 시금치 한 움큼 갈무리하고 씨앗받을 것 남겼는데 자라는 모양새 보니 두 뿌리 남기고 죄다 수시금치였다. 이런... 암 시금치를 넉넉히 남겼어야 하는데... 씨앗이 달리기 전에는 아직은 둘이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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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시금치 씨앗. 암시금치 줄기 겨드랑이 사이사이 이런 뾰족한 씨앗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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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나누고도 넉넉할 것 같다. 밭 아래 배드민턴 장에서 아이들이 배드민천을 치길래 나는 의자에 편히 앉아 뾰족한 씨앗 조심히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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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 후 계곡물에 시원한 발물한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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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망종
모양만 씨방이고 속은 비지 않았나 확인해봤다. 무언가 들어있다! 잘 익어가렴~~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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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망종 이틀, 온순환협동조합 안철환선생님 배움 시간
작년에 도시농부 텃밭 교육으로 한 번 강의 듣고 난 후라 무척 반갑고 기대됐다.
농사지으면서 많은 것을 시도하시고 실험하시며 도전해오신 것이 짧은 강의 속에서 참 대단하시다 생각되었다.
퇴비에 대한 교육과 실습으로 알차게 잘 배웠다. 부산물과 오줌 열심히 순환시키며 살아가보자! 똥도 곧... 실천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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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텃밭 한켠에 음식 부산물로 퇴비를 만드는 곳이 있었다.
나도 집에서 퇴비만들다 도저히 집 안에서 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그곳에 갖다 발효시켰는데,
냄새도 심하고 벌레도 있고 했던 것이 이제는 냄새도 안 나고 좋은 흙으로 변해 있었다.
시간과 미생물과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길들의 수고로 이렇게 부산물이 다시 흙으로 가니 쓰레기 없는 아름다운 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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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파 씨앗이 보인다. 작은 씨앗 흩어질라, 조심스럽게 또 무척이나 기쁘게 갈무리했다.
남은 싱싱한 파는 이웃들과 나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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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망종 사흘, 이른 아침 선선하다.
해뜨면서 눈이 떠져서 부지런히 밭에 갔다.
날이 더워지니 아침 먹고 가면 김매기 하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다.
날도 선선하고 해도 쨍쨍하지 않아 4시간을 밭에 있었는데 피곤하지가 않다.
토박이 씨앗 고추 모종 2 그루 심은 것 중 하나에서 고추가 하나 열렸다.
튼튼히 잘 자라라고 방아 다리 따서 온날 날푸성귀 밥상하는 옆지기에게 주었다. 안 맵고 좋단다. (나도 맛보고 싶었지만... 또 열릴 것이니 그때 먹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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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망종 나흘
올해 하늘땅살이는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다! 전번에 무엇(뿌리배추)인지 모르고 톡 끊어버리는 찰나 옆 밭 언니의 다급한 외침! 은경아~~~~!! 이 무슨 불길한 음성이란 말인가?! 작년에 맛나게 김치를 담가 먹었어도 작고 얇게 자란 이것이 갓도 아니고 무도 아니고 배추는 더더군다나 아닌 줄 알았는데, 다시 붙일 수도 없고 정말 안타까워 한숨만 쉬다가 언니가 혹시 모르니 잘 붙여보자 했는데, 그것이 중심줄기는 생명을 잃었어도 그 아래 뿌리쪽 가까이에서 움트고 움터 줄기가 뻗쳐나와 이렇게 씨방까지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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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방 모양은 있는데 안은 비었을 수도 있다는 글 읽어보고 나도 확인했다. 고맙게도 씨앗이 영글고 있다. 내가 계획하지 않았지만 작년에 심고 남은 작은 배추가 겨우내 살아남아 올해 꽃을 피우고 이렇게 생명을 퍼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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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산을 넘기 전, 어느 집에 작년부터 눈여겨 보던 작은 밭이 있다.
작년에는 더 많은 나무로 지주대를 세웠던 곳인데 올해는 몇 개 세워놓으셨다. 볼 때마다 참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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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인수마을밥상 매실 울력
마을 이웃들과 함께 매실 꼭지따고 삼베 행주로 닦았다. 100킬로의 매실이 금세 동났다.
남은 커다란 망 몇 개 가져와 산 넘어 밭에서 갈무리하며 쓰려 한다. 늘 작은 양파 망만 있어 불편했는데 넉넉한 망 생기니 배가 부르다. 갈무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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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망종 아흐레 -모내기
산 넘어 밭에 많은 이들의 수고로 만들어진 논! 그곳에서 모내기를 했다. 비가 온다고 했지만 참말로 뜨거운 햇볕이 우리를 반겨주고 민요를 부르며 즐겁게 모내기를 했다. 겨우 몇 구덩에 벼를 넣었는데 손과 허리가 쉬고 싶다 한다.
6/14 망종 열흘
벌써 너무 더워 밤에 계속 설치니 몸이 고단하다. 집에서 편하게 입으려고 삼베로 넉넉한 바지 만들었다.
삼베 옷이나 버선이나 꽃신을 보면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난다. 새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이전처럼 막연한 두려움으로 힘들어하지 않는 것을 보면 생로병사, 삶과 죽음에 대한 마음가짐이 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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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눕기엔 넉넉한 평상이지만 선이와 같이 자기엔 좁아서 둘 다 자고 나면 몸이 불편했다.
드디어 세 번 째 평상을 만들었다.
아직 재단은 할 줄 모르기에 마을 동생에게 부탁해서 곱게 잘라준 나무 잇기만 하면 되니 2시간 만에 끝냈다.
평상 두 개를 붙여 놓고 자고 나니 참말로 좋다!
아직 평상에서 자는 것이 몸으로 어떤 유익이 있는지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지만
큰 불편없이 사용하고 있으니 몸도 점점 알아채갈 것이고 잠도 편안해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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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망종 열 하루
선이와 아침 일찍 먹고 부지런히 준비해서 밭으로 향했다. 비도 안 오고 밭에 용수가 넉넉한 상황이 아니어서 물은 줄 수 없으니 액비라도 주려고 갔다. 마늘에 오줌 액비 1, 물 5로 희석해서 한 컵 정도씩 골 파고 넣어 주었다.
(==>>> 마늘 잎이 누래지는 것을 보고 마늘을 거둘 때가 가까워옴을 느꼈다. 그러면 어떤 거름이라도 해가 될 수 있는데 더 깊이 생각하고 묻지 않고 잘 영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액비를 넣었다. 곡우 이후 땅 속에 열매맺는 것들은 넉넉한 물이면 족하다는 것을 잘 기억해야겠다!)
김매기하다 보니 마늘 한 뿌리가 뽑혀 있다. 마늘 같이 큰 작물을 못 보고 김매기하며 뽑을 리는 없는데... 궁금하던 차에 잘 되었다 하고 보니 여전히 마늘 하나 크기이다. 언제나 6쪽 마늘 같이 될까 조바심도 나지만 마늘이 겨울에 잘 살아남아 이렇게 마늘쫑도 주고 자라주는 것만도 고맙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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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쫑이 언제나 나오려나 궁금하던 차에 이미 이렇게나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계속 안 보였는데.. 내가 못 본 것인가... 도적같이 때가 오는 것을 본다. 마늘쫑 좋아하는 마을 동생에게 맛보라고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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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토마토도 싹이 모두 잘 나와서 옆 밭으로 나누기도 하고 꽃도 노랗게 피고 부지런히 자라고 있다. 갈 때마다 순지르기를 하는데도 또 새로운 것이 보이는 것을 보면 놀라운 자람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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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도옥수수가 이렇게 많이 자라고 있다. 선이 키와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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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배추가 톡 하면 터질 듯하여 절반 정도 거뒀다. 역시나 살짝만 건드려도 씨알이 흘러나온다. 매실담겨 있던 고마운 큰 망에 담아 좀 더 말리기로 했다.
비를 좀 내려주기를 바라며...
첫댓글 언니의 즐거운 하늘땅살이 이야기 속 생기가 넘치네요 ^^
저희도 뿔시금치 보면서 어떤게 암시금치이고 수시금치일까 추리해보고 그랬어요.
꽃가루 많이 떨어지는게 수시금치겠지~했는데 맞았어요ㅎㅎ
올해 경험이 있으니 이제 자신있게 시금치 구분하겠어요!
선이도 많이 자랐네요. 간만에 얼굴보니 반가워요~
아... 그렇구나! 시금치 암수 구분 올가을 뿌려 더 세심히 살펴보며 몸으로 익힐 것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