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틸팅열차의 개발 및 성과
서승일 철도연 기존철도기술개발사업단장 : sise@krri.re.kr
1. 서론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이라 불려왔다. 아름다운 산과 그 사이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강은 우리 국토의 특징이고 자랑거리이다. 100여년 전에 출발한 우리나라 철도는 곡선을 이루면서 산악지역에 적합하게 발전하여 왔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철도는 오랜 기간 동안 국토의 대동맥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그런데, 철도는 근래에 발달된 고속도로 등 도로교통에 밀려나 지속적으로 수송 분담률이 저하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2004년 4월에 개통된 고속철도는 침체 위기에 있는 한국철도의 부흥을 알리는 전주곡이 되고 있으나, 경부선과 호남선 중심의 고속철도만으로 한국철도의 완전한 부흥을 이루기에는 부족한 감이 많이 있다. 100여년 동안 건설되어 왔고, 활용되고 있는 기존 철도 노선의 부흥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철도의 부흥이 완성될 것이다.
철도는 정시성과, 안전성, 신속성이 주요한 특성이면서 장점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곡선이 많은 기존 철도 노선에서 속도의 증가를 통한 신속성의 확보는 제한이 있다. 특히 곡선에서 열차가 주행하는 경우 원심력이 증가하게 되므로, 승객의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속도를 감소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틸팅열차는 곡선에서 속도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오토바이가 곡선을 주행할 시에 원심력 극복을 위해 안쪽으로 기울어지는 원리를 적용한 열차라 할 수 있다. 틸팅열차는 곡선을 검지하게 되면 차체가 강제적으로 곡선 내부로 경사지게 함으로써 원심력을 감소시키고 이를 통해 열차의 탈선, 승객의 쏠림 등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틸팅열차의 유용성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틸팅열차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현재 실용화가 이루어져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틸팅열차에 대한 연구는 기존선로가 발달된 영국에서 시작되었으나, 연구의 효용성 논란으로 중단되었고, 이태리에서 이어져서 화려하게 완성되었다. 펜도리노(Pendolino)라 불리우는 이태리의 틸팅열차는 고속철도를 위협하는 시속 250km의 속도로 기존선로를 주행하면서 주요 도시간의 운행시간을 40% 이상 단축하고 있다. 최근에 영국은 이태리의 틸팅열차를 역으로 수입하여 서해안간선철도(West Coast Main Line)에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X-2000이라는 틸팅열차를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 일본 등에서도 독자적인 틸팅열차를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틸팅열차는 고속화를 위한 새로운 선로 부설에 따르는 비용 절감과 환경파괴의 방지, 전기에너지 활용에 따른 친환경성 등의 장점이 있는 철도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자체 기술로 한국형 틸팅열차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철도기술연구개발사업을 통해 한국형 틸팅열차가 제작 완료되었으며, 현재 시험운전중에 있다. 본 기사에서는 한국형 틸팅열차 TTX(Tilting Train eXpress)의 특성과 개발 현황을 소개함으로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실용화를 위한 정보 교환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2. 틸팅열차의 원리
틸팅열차는 캔트부족보상(cant deficiency compensating) 열차라고도 불리운다. 선로의 곡선부에서 열차가 주행할 시에는 원심력이 작용하므로 내부에 있는 승객이나 화물이 곡선 바깥 방향으로 쏠리게 되며, 열차의 횡압이 증가하고 좌우 차륜에서 하중 부담력이 달라지게 되어 탈선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곡선 선로에서는 캔트 즉 좌우 선로의 높이에 차이를 두어 원심력과 중력이 이루는 각도만큼 차체가 경사지게 함으로써, 궤도 부담력을 균등하게 하고 내부 화물이나 승객이 횡방향으로 쏠리지 않게 한다. 그런데 선로에서 운행하는 열차는 고속의 객차부터 저속의 화차까지 다양하므로, 원심력을 극복할 수 있는 갠트의 양이 다양하여 고정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선로 등급에 따라 운행하는 열차의 평균적인 속도를 기초로 하여 캔트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고속으로 주행하는 열차의 경우 캔트가 부족하여 곡선부에서 열차의 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어서 운행 시간 단축에는 제한이 따르게 된다. 그러나 틸팅열차는 <그림 1>과 같이 곡선부에서 차체를 안쪽으로 기울일 수 있는 장치를 구비하고 있어서 곡선부에서 고속 주행에 소요되는 캔트와 선로의 캔트의 차이만큼을 틸팅각으로 보상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곡선부의 증속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림 1> 틸팅열차의 원리
3. 한국형 틸팅열차의 주요 특징
한국형 틸팅열차는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되는 동력분산식의 전기차량으로서 설계속도 200km/h로 운행될 예정이다. 표 1은 한국형 틸팅열차의 기본 정보를 나타낸다. 한국형 틸팅열차는 기존의 열차와는 달리 차체가 허니콤 샌드위치 구조의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제작되어 기존의 차체 대비 30% 이상의 경량화를 달성하였고, 세계 최초로 전체 차체를 일체형 성형 기법으로 제작한 특징이 있다. 일체형 복합재 철도차량 차체 제작 기술은 국가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하기도 하였다. 또한 틸팅열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틸팅대차는 첨단의 전기기계식 액튜에이터를 이용하여 차체의 경사를 조정하며, 자기조향장치가 부착되어 곡선에서의 횡압을 감소시켜서 탈선을 방지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틸팅구동을 위한 곡선 감지는 가속도 및 자이로센서 센서뿐만 아니라 GPS를 이용한 위성신호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곡선 감지 신호는 틸팅제어컴퓨터에 송신되며, 열차 속도 및 곡선 반경, 캔트량의 정보에 기초하여 틸팅 액튜에이터를 구동하고 차체를 순차적으로 경사시키게 된다. 열차의 지붕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집전장치는 전차선을 안정적으로 추종하기 위해 차체가 경사할 때에 반대로 경사하게 된다. 집전장치의 하부는 역틸팅을 위해 모터 및 벨트에 의해 구동되는 스러지(sludge) 구조로 되어있다. 열차 내부의 좌석도 회전이 가능하며, 냉난방장치, 방송장치 등의 편의시설도 고급화하여 승객의 쾌적성을 높였고<그림3>, 열차의 운전 및 제어장치도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성이 높은 시스템으로 개발하였다. 추진제어시스템은 가변전압가변주파수 방식의 1유니트의 컨버터 및 인버터가 3상유도전동기 2대를 일괄 제어하게 되어 있다.
<그림 2> 한국형 틸팅열차 시제차의 편성
<그림 3>일등석 객실 내부
<표 1> 한국형 틸팅열차의 주요 정보
항목 |
내용 |
열차 편성 |
6량 1편성(Mcp-M-T-Th-M-Mcp) |
차량 정보 |
Mcp |
판토그래프를 가진 제어구동차 1등석 객실(29좌석) |
M |
동력차 2등석 객실(56좌석) |
T |
부수차 2등석 객실(56좌석) |
Th |
장애인용부수차 2등석 객실(52좌석) |
총좌석 |
278 좌석 |
최고운행속도(설계속도) |
180km/h(200km/h) |
차량형식 |
EMU(동력분산식) |
무게(만차상태) |
344톤 |
총길이 |
143m |
차체 |
하이브리드 재질
(허니콤샌드위치 구조의 탄소섬유복합재+스테인레스스틸) |
출력(추진전동기) |
4,000kW(250kW급 3상유도전동기 16대) |
틸팅구동 |
전기기계식 액튜에이터 |
대차 |
자기조향방식의 틸팅대차 |
4. 한국형 틸팅열차의 제작
한국형 틸팅열차는 건설교통부를 주관부처로, 건설교통기술평가원을 전담기관으로 하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총괄 주관하여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서 2001년부터 6년 동안의 개발기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참여기관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시스템엔지니어링 수행 결과에 따라 각 부품들을 완성하고 조립하였으며, 각 단계 별로 구성품 시험 및 조합시험을 실시하여 성능을 검증하였다. 개발된 주요 구성품 및 참여기관을 소개하면 <그림 4>와 같다.
6년의 개발기간동안 한국형 틸팅열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행한 주요 과업 내용을 정리해 보면 표 2와 같다.
<표 2> 한국형 틸팅열차 개발 과정
연도 |
구분 |
개발 내용 |
2001. 8. ~ 2002. 7. (1차년도) |
개념설계 |
-틸팅열차시스템 사양 제시
-차량시스템 개념설계 |
2002. 8. ~ 2003. 7. (2차년도) |
기본설계 |
-차량시스템 기본설계
-시스템 관리 기준 설정
-시스템 성능 시뮬레이션 |
2003. 8. ~ 2004. 7. (3차년도) |
상세설계 |
-차량시스템 상세설계
-시스템 인터페이스 검증 |
2004. 8. ~ 2005. 7. (4차년도) |
단품제작 및 시험 |
-차량시스템 단품 제작
-구성품 시험 및 검증 |
2005. 8. ~ 2006. 7. (5차년도) |
단품제작 및 조립시험 |
-차량시스템 제작
-구성품 조합 시험 및 검증 |
2006. 8. ~ 2007. 7. (6차년도) |
차량제작 및 시운전 |
-틸팅열차시스템 제작
-완성차 시험
-본선 주행 시험 |
5. 한국형 틸팅열차의 시운전 및 실용화
한국형 틸팅열차는 개발 완료되어 공장에서 구내시험을 실시하였고, 오송기지로 이송되어 충북선에서 본선 시험 운행을 실시하고 있다. 본선에서 주행시험을 비롯하여 집전장치 시험, 승차감 시험 등 다양한 시험을 실시하여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며<그림5, 그림6>, 선로시스템에 대해서도 속도향상 적합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후 2년간에 10만km 주행거리를 달성하면서 신뢰성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며 신뢰성 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상업 운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한국형 틸팅열차의 투입 가능 노선에 대해 경제성 및 실용화 가능성 여부를 판단해 보기 위해 운행시간을 TPS(Train Performance Simulation)를 이용하여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표 3과 같은 결과가 얻어졌다. 기존선로에서 틸팅열차의 운행에 따라 새마을호 대비 약 20%의 운행시간 단축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 5> 차체 틸팅 및 차량한계 시험
<표 3> 기존선에서 틸팅열차의 운행시간 단축 효과
6. 결론
한국형 틸팅열차는 고속철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존선로 주변의 주민들에게 고급화된 철도의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고속철도 중심의 경부선과 호남선을 기본축으로한 주요 간선의 철도 네트워크 구성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또한 디젤연료를 사용하는 노후 새마을 열차의 대체 수요로서 역할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틸팅열차가 기존 선로를 힘차게 주행할 때 한국 철도의 부흥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6> 공장에서 완성차 시험 중인 한국형 틸팅열차
<그림 4>한국형 틸팅열차 개발 참여 기관 및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