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1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211토] 동반성장위, 대형마트 피자·치킨 꼼수부터 따져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재계가 합의해 만든 '9ㆍ29 동반성장 추진대책'에 따라 조만간 출범하는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내정됐다. 대책이 나온 지 두 달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던 위원회가 이제야 가동되는 것은 만시지탄이다. 그러나 재임 시절 친서민 실용정책을 이끌며 현장의 실상을 눈여겨봐온 정 전 총리가 상생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은 반갑다. 더구나 '이마트 피자''롯데마트 통큰 치킨'등 대형 유통업체의 무차별 영세업종 진출이 논란을 빚는 시기인 만큼 동반성장위나 정 위원장이 과제와 역할을 잘 설정해야 한다.
9ㆍ29대책은 공정거래 질서 확립,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중기 자생력 지원 등에 걸쳐 상생 시스템 정착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핵심은 동반성장이 산업생태계 문화로 뿌리내리게 하는 민간과 정부의 강력한 점검ㆍ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 구상은 여기서 나왔고, 이것이 역대 정부의 상생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MB스타일'로 이해됐다. 화려한 백 마디 구호보다 낡은 관행을 개선하는 하나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상생의 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익부문과 학계 등 20여명으로 구성될 동반성장위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동반성장지수를 만드는 일이다. 주요 대기업이 발주-납품-정산 과정과 기술협력에서 얼마나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했느냐를 측정하는 지표를 만들어 공개하는 것이다. 아울러 동반성장위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선정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동반성장위의 역할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행 법령과 9ㆍ29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교묘하게 불공정행위를 계속할 경우 마땅한 제재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동반성장지수 등의 객관적 지표는 대기업의 평판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고 '윤리적 소비행위'까지 촉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정 내정자는 이런 점을 잘 알아 자신의 평판에 걸맞은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대형 마트의 얄팍한 피자ㆍ치킨 장사부터 따질 만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211토] 이제 인권위 이름으로 인권을 모욕하지 말라
세계인권선언 62돌(12월10일)을 맞은 지금 대한민국 인권의 자화상은 참담하기만 하다. 수십년간 인권운동에 헌신해온 인권시민단체들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은 사라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상황이 퇴행을 거듭하고 인권위는 본연의 의무를 방기한 채 엉뚱한 일에 매달리고 있으니 당연한 개탄이다.
집권 초부터 인권위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이 정권은 인권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기구를 축소하고 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들을 인권 문외한들로 속속 채워 나갔다. 그나마 인권위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발버둥쳤던 상임위원들은, 인권위를 유명무실화하려는 권한축소 조처에 따라 동반사퇴했다. 그 자리를 극우인사들이 차지한 뒤 인권위는 거침없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본래의 사명인 우리 국민의 인권 증진엔 눈감은 채 대북 압박 등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노골화한 것이다.
‘2010년 대한민국 인권상’ 중 단 두개뿐인 정부 포상 부문을 북한 인권운동가와 연구자에게 몰아준 것이 그런 사례다. 앞서 상임위원을 극우인사들로 교체한 뒤 처음 열린 지난 6일 전원회의에선 대북 전단 살포와 선동방송을 권고하는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및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접근권 부여 권고’를 통과시켰다. 반면 ‘야간옥외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처리에 대한 의견표명’은 부결시켰고,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진정사건 조사결과 보고’는 보류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은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는 거리가 먼 위험한 선전활동일 뿐이다. 더군다나 국가인권위는 북한인권위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조는 이 법의 적용 범위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국민의 인권은 나 몰라라 하면서 북한 인권만 거론하겠다니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정권의 보위부이자 나팔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인권상 수상자들의 집단 수상 거부 사태가 빚어지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아시아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 한국 인권위의 등급을 하향조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국제앰네스티 본부도 인권위 사태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 정부 아래서 인권위는 이제 희망이 없는 조직이 됐다.
[조선일보 사설-20101211토] 軍, 이제 말을 아끼고 행동을 준비하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국군(軍)이 밝힌 '북 도발에 자위권(自衛權) 차원의 대응' 방침에 대해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이 '(북의 국지 도발에 대한) 한·미 공동 작전계획 수립은 예스(yes)', '전폭기는 노(no)'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격앙된 한국 내 분위기를 감안해 이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멀린 합참의장은 한국이 단독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전했다. 예상됐던 일이다. 남·북의 '우발적' 군사 행동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일은 없어야 하고, 미국 역시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은 오래된 미국의 대한(對韓) 정책 기조(基調)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연평도 포격(砲擊)은 우발적이 아니라 치밀하게 사전 준비한 의도적 공격이다. '우발적 충돌'과 '의도적 공격'에 대한 대응은 달라져야 한다는 게 한국 국민의 일치된 의견이다. 미국 역시 한국 국민의 이런 정서를 알고 있기에 멀린 합참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한국에 비행기를 이용한 (자위권 행사) 방침을 포기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미 합참의장 회의 후 나온 발표문은 "북한의 국지 도발에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온 기존 작전계획을 보완해 앞으론 한·미동맹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겠다"고 돼 있다. 북한의 도발에 한·미가 함께 맞서겠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한국군 단독 대응이 위험한 상황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두 가지 뜻이 동시에 들어 있다.
유엔 헌장 51조는 "유엔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무력 공격을 받은 회원국이 스스로를 지키려고 취하는 고유한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연평도 민간인 거주지역까지 공격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이 F-15K 전폭기로 북의 개머리기지와 무도의 방사포·해안포 진지를 폭격하는 것은 자위권 차원의 정당한 조치다. 한 국가가 적(敵)의 공격에 어떤 대응 무기로 맞서느냐 하는 것 역시 해당 국가의 고유(固有) 권리이고, 현장 상황에 맞춰 가장 적절하고 가용한 대응무기를 쓰는 게 최상책이다. 이런 맥락에서 '비행기 출격' 여부는 '자위권 차원 대응'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우리 군 수뇌(首腦)들은 이번 연평도 사태 이후 연일 '강경 대응' 방침을 입에 올리고 있다. 군은 이제 말을 아끼고, 북이 다시 도발해 올 경우 확실하게 응징할 수 있는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 북의 도발 양상을 세분화하고 각각의 상황에 따른 대응 무기와 반격 방안이 들어간 가상 시나리오를 만든 뒤 여기에 맞춰 실전(實戰)과 다름없는 훈련을 반복해야만 북의 공격에 또다시 무기력하게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01211토] 항생제 오·남용 막을 특단대책 시급하다
기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다제내성균, 일명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 수도권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2명으로부터 NDM-1 유전자를 지닌 ‘카페베넴 내성 장내세균(NDM-1 CRE)’이 분리됐으며, 추가로 2건의 의심사례가 발견돼 확인 검사 중이라고 한다. 슈퍼박테리아는 주로 면역력이 약한 중환자를 중심으로 전파되며 정상인이 일상 생활에서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번 감염 환자들이 모두 해외 여행 경험이 없이 같은 병원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 중 감염된 점으로 미뤄 또 다른 변종의 출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병원 측은 감염예방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보건 당국은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면서 역학 조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당부한다.
항생제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가 항생제 오·남용 결과로 등장한 만큼 항생제 사용량을 줄일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2009년도 의약품 소비량 및 판매액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항진균제·항바이러스제 등을 포함하는 항감염약의 1000명당 1일 소비량은 OECD 국가 중 1위다. 항생제 처방을 남발하는 국내 의료계와 이를 부추긴 제약업계, 항생제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아무렇지도 않게 복용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항생제 처방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의약분업을 실시했음에도 항생제 사용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항생제 과다처방에 대한 보건 당국의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 소비자들의 의식개선 또한 시급하다.
인체에 사용되는 항생제뿐 아니라 동물이나 양식 어류에 사용하는 항생제도 문제다. 좁은 공간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축산농가나 양식장에서는 사료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 축산업계의 항생제 사용량은 덴마크의 16배, 미국의 3.8배나 된다. 그 항생제가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흡수돼 내성균이 생길 소지를 만든다. 농축어업 종사자들이 항생제를 적절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211토] 예산안은 부실심의, 지역구만 챙긴 의원들
여당이 내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당은 '4대강 날치기 예산 무효화'를 선언하고 장외 투쟁에 들어가면서 정국이 냉각되고 있다. 국회가 다시 난장판이 되지 않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데도 여야 모두 서로를 비난하며 제 갈 길을 가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특히 예산안 강행 처리 과정에서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중요한 사업 예산은 빠지고,이른바 실세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은 크게 늘어나는 등 허점이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여당이 강행 처리라는 정치적 부담을 질 때는 회기내 처리라는 당위성 외에도 국가경제와 국민생활 지원이라는 정책적 목표에도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가 딴판으로 나타나면서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12세 이하 어린이가 병의원에서 필수예방접종을 받을 경우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책정한 338억8400만원의 예산과,12~24개월 영유아에 대한 A형 간염 예방접종비 지원예산 62억6500만원이 전액 삭감된 것이 대표적이다. 예산안이 얼마나 부실하게 심의됐는지는 여당이 전략적으로 추진키로 했던 사업예산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이 불교계에 약속했던 180억원 규모의 템플스테이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강원도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사업비 30억원이 사라진 것 등이 그렇다.
스스로 앞장서 추진했던 사업예산마저 누락시키거나 대폭 삭감된 것을 보면 정부와 여당의 예산 편성 및 추진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안의 회기 내 처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지만 이처럼 반드시 필요한 예산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은 어떤 변명도 통하기 어렵다.
반면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은 큰폭으로 늘어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의 이상득 의원과 국토해양위원장 출신 이병석 의원 지역구인 경북 포항 · 울릉과 관련된 사업 예산은 무려 1430억원 늘었고,예결위원장인 이주영 의원,국회의장인 박희태 의원 지역구 예산이 수백억원씩 증액됐다.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지원 의원과 이회창 선진당 대표 지역구 예산도 각각 65억원,33억원 늘었다.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정작 중요한 사업예산은 빠뜨리면서 실속을 챙긴 의원들은 이들 말고도 많다.
한나라당은 뒤늦게 예산전용 등 보완대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을 떨지만 이는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빚을 것이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반복되는 예산 국회의 폭력사태와 나라살림은 안중에도 없이 지역사업만 챙기는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예산안 심의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1211토]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착잡한 심경
어젯밤 노르웨이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의 수상자석은 비어 있었다. 세계 각국은 이를 보며 중국의 거친 굴기(起)에 대한 염려를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은 반체제 지식인 류샤오보(劉曉波)가 이 상을 받으러 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물론 여러 나라 대사들이 시상식에 불참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넣었다. `공자평화상`을 급하게 만들어 시상한 것은 너무나 어색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패권을 다툴 수 있는 G2 국가가 됐다. 그 위상에 걸맞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행동양식을 보여줘야 한다.
한반도와 아시아 안보 문제를 다루는 데서도 중국이 과연 책임 있는 자세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나흘 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9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중국 언론들이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로 중요한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고 밝힌 걸 보면 한국에서 외교적 무례까지 범하면서 북한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 모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촉구했지만 중국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북한에 책임을 묻지도 않은 채 계속 싸고도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균형자로서 자세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어제 "북한은 중국이 했던 것처럼 개방해서 경제성장을 이뤄야 하며 북한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중국이 적극 독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스스로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로 발전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주기 바란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박영균(동아일보 기자)-20101211토] 의원들, 한미 FTA 현장을 가보라
지난 주말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에는 의외의 인물이 미국 협상대표단에 나타났다. 나흘 동안 진행된 협상 테이블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하버드대 로스쿨 친구였던 마이클 프로맨이 3명의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들과 함께 등장한 것이다. 프로맨은 현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보좌관이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국제경제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협상 진행상황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일이 전화로 보고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마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2007년) 타결된 한미 FTA를 ‘오바마의 물건’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지난달 초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미 FTA 협상을 타결짓지 못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근로자와 미국 경제를 위해 충분한 협정이 아니었다”고 결렬 이유를 밝혔다.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의 결과를 염두에 둔 지적 같다. 미국 협상대표들은 ‘자동차는 미국의 정신’이라며 자동차 관세 철폐시한의 유보를 고집했다고 한다. 추가협상 타결 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모두가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는 더 많은 선택을, 미국에는 더 많은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협상 결과를 평가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한미 FTA의 비준이 순조로울 것임을 예상케 한다.
그러나 서울에 돌아온 우리 협상대표는 야당의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대통령 보고 직후 민주당을 찾아갔으나 보고도 필요 없다고 문전박대를 당했다. 민주당은 내용을 보고받을 생각은커녕 무조건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한 것이다. 보고를 받고 나서 반대하는 것보다 아예 반대하는 것이 더 강력한 반대의 표시라고 여긴듯하다. 민주당은 “한미 FTA는 매국·굴욕협상”이라고 딱지를 붙였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가 양보한 것이 3조원이고 양보 받은 것은 30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김동철 의원은 ‘5년 동안 5조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완성차 관세 철폐를 4년 유보한데 따른 관세 부담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동차업계는 협상 내용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수출품 관세가 낮아지는 섬유업계는 “섬유산업 재도약의 기틀을 다질 수 있게 됐다”며 대환영이다. 미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한미 FTA 발효로 손해를 볼 수 있는 축협도 “쇠고기 추가 개방을 막아내고, 냉동 돼지고기 관세 철폐기간을 연장하는 등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노력에 고마움을 표한다”고 성명을 냈다. 한·EU FTA 체결 때 강하게 반대했던 양돈협회도 한미 FTA에 대해서는 “양돈농가에 의미 있는 성과”라며 만족을 나타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협상 결과를 비판하고 비준을 거부하는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자동차업계를 비롯해 섬유 제약 축산 양돈 업계가 모두 협상 결과를 환영하고 있는데 이들 야당은 누구의 말을 듣고 반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업의 이해득실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업종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가 좋다는데 무작정 반대하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일본 정부와 업계는 한미 FTA 타결로 일본의 대미 수출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의원들은 한미 FTA 발효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기업과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는가. 한번이라도 미국의 자동차 회사나 미국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양국관계를 진지하게 논의해 보았는가. 먼저 현장을 찾아가 보고 나서 진정 국민들의 고충을 대변했는지, 당파의 이익보다 국가이익을 우선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기선민(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01211토] ‘차도남’
도시는 늘 분주하고 차갑고 고독하게 그려졌다. 사람들은 “아침에 우유 한 잔, 점심엔 패스트푸드”를 겨우 입에 쑤셔 넣는다(신해철, ‘도시인’).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조용필,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곳은 “러시아워 속에서 러시아워 속으로, 스모그 속에서 스모그 속으로 걸어”가는 일상의 반복이다(최승호, ‘러시아워’). 그래서일까, 도시는 눈이 내려도 “전쟁처럼 내리”는 스산한 곳이다(기형도, ‘도시의 눈’).
이런 도시의 이미지는 요즘 가장 빈번히 쓰이는 인터넷 신조어 중 하나인 ‘차도남’에도 녹아 있다. 차도남은 ‘차가운 도시 남자’라는 뜻이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도 차도남 현빈의 매력 덕에 시청률 20%를 넘었다. 특징은 이렇다. 전문직, 워커홀릭, 영어 능통, 전자기기에 대한 지식, 커피나 와인 등의 고급 취향. 세련된 옷차림은 물론이다. 이 모든 요소가 모여 어딘지 모르게 차가워 보여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남자, 차도남을 이룬다. 유의어는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이다.
차도남의 결정적 특징 하나 더. 자신의 여자에게 따뜻하다. 이런 이유로 1940년대 할리우드 배우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캐릭터에서 그 원형을 찾기도 한다. ‘말타의 매’ ‘빅 슬립’에서 연기한 고독한 터프가이, 하드보일드 탐정 말이다. 비딱하게 문 담배, 좀처럼 웃음을 찾기 힘든 표정, 이 세상엔 단문(短文)만 존재한다는 듯한 냉소적 말투. 하지만 불친절해 보이는 남자에게도 레닌 식으로 말하면 ‘약한 고리’가 있다. 사랑하는 여성이다. 남자의 트렌치코트와 중절모를 추억상품으로 남긴 ‘카사블랑카’는 그 극치다. 보가트가 연기한 주인공 릭은 사랑하는 일자(잉그리드 버그먼)와 일자의 남편에게 미국행 여권을 넘기는 가슴 아픈 선택을 한다. 멋있지만 슬픈 남자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위대한 영화』에서 이렇게 썼다. “보가트는 냉혹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초연한 척하면서 자신의 낭만적인 성향을 감춘다.”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연기하는 차도남은 안하무인 재벌2세지만 가난한 스턴트우먼 하지원을 사랑한다. 하지만 능력과 취향, 자상함을 두루 갖춘 차도남은 불행하게도 현실엔 없는 남자다. 행여 차도남을 지향한다면 허세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어디 차도남 안 나타나나 기다린다면? 그건 더 나쁘다. ‘56억7천만 년’(함성호)보다 더한 고독의 시간이 고스란히 내 차지가 될지 모르니.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중근(논설위원)-20101211토] 변호사 조영래
재사의 요절이 슬픈 것은 그가 살 만큼 살았으면 일궈냈을 성취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고래로 요절에 ‘천재’라거나 ‘못다 핀’ 등의 말이 따라붙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의술이 발달한 지금도 간간이 요절을 목도하지만, 근래 가장 안타까운 요절은 20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영래 변호사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의 요절에는 ‘못다 핀’이라든지 ‘처연함’이라는 상투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제제다사도 평생 하나 남길까 말까 한 기념비적인 성취를 그는 43년의 길지 않은 생애에, 그것도 암울한 시대에 여럿 이뤄냈다. 사법시험 합격 후 민청학련 사건으로 6년 동안 수배를 받으면서도 그는 청계천 봉제공장 노동자들을 찾아다닌 끝에 시대의 명저 <전태일평전>을 내놓았다. 복권 후 변호사로 활동한 8년 동안 그가 보여준 역량은 가히 천재적이었다. 홍성우 변호사의 추도사대로 “조영래가 가는 곳에는 진실이 있었고, 정의가 있었고, 승리가 있었다.” 1986년 권인숙씨를 성고문한 경찰관 문귀동을 끝내 법의 심판대에 세움으로써 독재정권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고, 87년 서울 상봉동 연탄공장 근처의 진폐증 환자를 도와 ‘공해병’을 이 땅에서 처음 인정받았다. 84년 서울 망원동의 수재민 2만4000여명과 함께 5년10개월간의 법정 싸움 끝에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아냄으로써 집단소송의 새 지평을 연 것도 그였다.
지인들은 그의 힘이 인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겸손에서 나왔다고 증언한다. 정의와 약자에 대한 보호 앞에서 그는 서울대 수석입학, 사법시험 합격이라는 영예와 현실적 이익을 초개와 같이 버렸다. 또 그는 자신이 한 일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부끄러워한 인격자였다. 김지하 시인의 <양심선언>을 그가 집필했다는 것도 훗날 알려졌고, <전태일평전>의 저자라는 사실은 사후에야 공개됐다.
오늘날 그의 진가는 독재 권력에 대한 저항과 날카로운 시국사건 변론보다 인권과 환경문제 등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데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남다른 혜안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로 시대를 앞서가는 대안을 찾아냈다.
어제 조 변호사의 20주기를 즈음하여 그를 추모하는 모임이 열렸다.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간 오늘, 그의 부재가 더욱 아쉽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윤홍우(부동산부 기자)-20101211토] 보증에 발목 잡힌 회생
"내년에 공공 공사 발주 물량은 줄어든다는데 민간 공사는 아예 보증이 안 되니 살길이 막막합니다."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비상이 걸렸다. 공공 발주 물량은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민간 공사의 경우 보증이 쉽지 않아 공사 입찰에 뛰어들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A건설사의 경우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지난 10월부터 각종 민간 공사 입찰 문을 두드렸으나 보증이 사실상 힘들다는 말을 듣고 포기해야 했다. B건설사는 워크아웃 체결 이후 진행 중인 사업의 하자 보증이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설업은 특성상 공사를 위해 계약 보증, 선급금 지급 보증, 하자보수 보증 등 다양한 보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건설공제조합ㆍ서울보증보험 등의 보증 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지난 1~2년간의 부동산 경기침체로 각종 보증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들 기관이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민간공사는 물론 공공 공사조차도 담보를 제공하거나 다른 건설사와 공동시공이 아니라면 수주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워크아웃 건설사의 한 임원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담보 잡힐 만한 것들은 다 팔아버렸고 공동시공을 하려 해도 다른 건설사들 사이에 왕따가 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으로 이들 건설사의 회생 길은 점점 더 막막해지고 있다. 그나마 보증이 수월한 공공 공사마저도 내년에는 발주 물량이 3분의1가량 줄어든다. 발주시장의 큰 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사업구조조정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워크아웃 건설사들의 해외공사에 대해서는 보증의 길을 열어줬지만 국내공사 부문은 신용보강 방법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회생의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건설산업 건전성을 위한 구조조정은 결국 대기업만 살아남는 '부익부 빈익빈' 구조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