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한옥집은 왕릉과 국립수목원으로 알려진 경기도 광릉에서 불고기로 유명한 식당이다. 주덕현 오너셰프는 1959년에 태어나 광릉에서 초중고를 나온 동네 토박이다. 군 제대 후 작은 식품점을 차려 몇 년간 운영했다. “부모님이 광릉 앞에서 기념품점을 하셨어요. 고2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계를 도왔죠.”
음식 만들기에 흥미를 느껴 기초부터 배워 나갔다.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뛰어든 것은 큰아버지의 매운탕집을 인수하면서다. “어머니가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솜씨도 있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저도 음식에 관심이 컸죠.” 1992년에 지금의 자리로 매운탕집을 옮겨왔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상황을 바꿔 놓았다. 남양주 일대에 많던 영세공장들이 속속 폐업했다. 식당 운영이 어렵게 되자 아내와 함께 거리로 나섰다. 전국의 산을 돌며 등산로에서는 막걸리를 팔았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과일과 꼬치구이에 양념불고기 노점상을 했다. 다시 식당으로 복귀한 그는 새로운 음식과 영업방식으로 재시작을 결심했다.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는 동안 아내에게 고기를 구워 `````달라고 해서 먹을 정도로 고기를 즐겼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장사가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실천에 옮겼습니다.” 숯불에 구운 불고기를 포장과 배달로만 판매했다. 그에 따르면, 가스불이나 프라이팬에 구운 것과는 달리 숯불에 잘 구워진 고기는 구수함이 오래간다. 시간이 지나도 맛있다. 거기에다 저렴하고 간편해서 인기가 폭발했다. 2000년부터는 식당 내 판매도 병행했다. 식당 바로 옆의 주택들을 매입해 식당도 확장했다. 그러다 한 방송프로그램에 ‘간판 없는 맛집’으로 소개되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2006년에는 13개 테이블에 종업원 18명으로 하루 9시간 동안 17회전이라는 기록을 이루기도 했을 정도였어요. 일반 고기구이집은 테이블에서 굽는 형식이라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는 주방에서 구워 접시에 담아내기에 가능했죠. 인근에 좀 더 나은 환경의 분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정통 평양냉면과 메밀쌈을 도입했다. 평소 꿈꿔온 ‘건강한 음식’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다. 광릉한옥집의 메뉴는 간단하다. 메밀전병으로 채소를 싸서 숯불고기를 곁들여 먹는 것이 기본이다. 숯불에 올릴 고기는 돼지(국내산·1만원·200g)와 소(한우·1만5000원·200g) 가운데 선택한다. 질 좋은 국내산 고기를 주방에서 직화로 구워 놋접시에 얹어낸다. 대나무 잎 모양으로 부쳐낸 메밀전병에 견과류를 뿌린 어린잎 채소와 백김치 무볶음을 얹고 고깃점을 더한 후 말아 먹는다. 다양한 재료들이 어우러지며 채소의 신선함에 고기의 구수함이 더해진다. 메밀전병의 부드러움과도 조화를 이룬다. “어릴 적 먹던 것처럼 양념을 약하게 해서 직화로 구워내는 불고기가 제 자랑입니다. 또 건강한 식재료로 메밀을 선택했습니다. 서양의 크레페와 토속음식인 메밀빙떡에서 착안해 메밀전병쌈도 생각해냈죠.”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정통 평양냉면도 연구해서 메뉴에 올렸다. 메밀 함량 70%에 툭툭 끊어지는 면발과 육수의 덤덤한 맛은 기존 냉면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육수는 김칫국물을 섞지 않고 한우로만 만든다. 대신 정통 평양냉면 애호가라면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다만 메밀싹을 푸짐히 얹어내는 비빔냉면은 양념장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성이 약한 편이다. “어떤 목표로 음식을 만들고 식당을 운영하는가”에 대한 그의 답변은 이렇다. “맛도 맛이지만 깨끗한 음식, 깨끗한 식당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방위생은 물론이고 재사용을 않는 음식 구성이죠. 행주가 아닌 키친타월만 쓰고 화장실에도 종이를 뽑아 손을 닦게 해두는 등 곳곳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냄새 나는 양말바람으로 돌아다니는 온돌방을 식당에 두지 않는 것도 위생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혹은 메밀음식 특성 탓인지 좀 과하게 먹고 나서도 속이 부담스럽지 않은 게 광릉한옥집의 음식이다. 맛과 재료에다 위생까지 겸비한 중저가의 한식집이 드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다만 인파가 몰려드는 휴일이면 조금 어수선해질 수도 있다. 화요일 휴무.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