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가득한 포천 당일치기 여행 / 신들이 빚었나 신비 가득한 비둘기낭폭포 / 흔들흔들 포천한탄강하늘다리 코로나19보다 ‘아찔’ / 멍우리길·부소천교 주상절리 협곡 장관 / SNS 핫플’ 포천아트 밸리 인공계곡 맞아?
포천 비둘기낭폭포
태양이 머리 위에 똑바로 선 것을보니 시간은 이제 낮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나 보다. 산책로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자 거대한 현무암 협곡의 절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폭포의 물줄기를 따라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면 모습을 드러내는 동굴과 영롱한 빛깔의 블루홀. 그 위로 정오의 햇살이 영화처럼 수직으로 쏟아져 내려 물 표면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터키석, 토파즈, 사파이어, 아쿠아마린 등 푸른 보석들과 에메랄드, 그린 다이아몬드 등 녹색 보석들을 쏟아부어 놓은 듯하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감독들이 반할 수밖에. 억겁의 세월이 빚은 자연의 신비, 포천 비둘기낭폭포는 한참을 넋을 잃고 말없이 바라보게 만든다.
포천 비둘기낭폭포 입구
#신들이 빚었나 신비 가득한 비둘기낭폭포
‘비둘기야, 비둘기야 덕만공주를 부탁할게’. 경기도 포천 영북면 대회산리 비둘기낭폭포 입구에 도착하자 독특한 안내문이 시선을 잡아끈다. 2009년 고현정(미실), 이요원(덕만공주), 박예진(전명공주) 등이 출연해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선덕여왕’ 얘기다. 전명공주가 덕만공주를 대신해 독화살을 맞고 죽어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배경이 바로 비둘기낭폭포. 2010년 인기를 끈 드라마 ‘추노’에서도 비둘기낭폭포가 등장한다. 오지호(태하)가 부상당한 이다혜(혜원)를 업고 가 치료하는 장면이다. 이뿐만 아니다. ‘킹덤’, ‘추노’, ‘최종병기 활’, 늑대소년’, ‘괜찮아 사랑이야’ 등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이곳을 선택했다. 감독들이 비둘기낭폭포의 매력에 사로잡힌 것은 우리나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오묘한 신비로움 덕분이다.
포천 비둘기낭폭포
이름 좀 있는 폭포를 감상하려면 보통 계곡을 한참 거슬러오르거나 가파른 산길을 오랫동안 걸어야 한다. 하지만 비둘기낭폭포는 그런 수고가 필요 없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계단 10여개를 내려가자 협곡 아래 거대한 동굴을 품은 비둘기낭폭포가 여행자들을 반긴다. 상류의 작은낭폭포, 중간의 비둘기낭폭포를 따라 떨어지는 물줄기가 만들어 놓은 커다란 소가 감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다. 짙은 푸른빛은 가장자리로 갈수록 녹색빛으로 아련하게 옅어진다. 소와 절벽이 만나는 곳은 침식작용으로 낮에도 어두컴컴한 동굴을 만들어 놓았다. 높이 30m가 넘는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까지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더한다.
포천 비둘기낭폭포와 소
이런 독특한 지형은 신생대 제4기인 약 50만년 전에서 13만년 전에 형성됐다. 북한땅인 평강군에서 분출된 현무암질 용암이 110㎞가량 흘러내리며 평강∼철원∼포천∼연천에 용암대지를 만들었다. 오랜 세월 한탄강과 주변 하천이 용암대지를 깎으면서 거대한 현무암 협곡이 탄생했다. 비둘기낭폭포는 과거 주상절리 틈 사이에 맷비둘기들이 둥지를 틀고 서식했기에 이런 독특한 이름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동굴모양 때문에 비둘기낭이 됐다는 얘기도 있다.
포천 비둘기낭 폭포 한탄강 전망대
#흔들흔들 포천한탄강하늘다리 코로나19보다 ‘아찔’
비둘기낭폭포 주변으로 재미있고 아름다운 여행지들이 몰려 있어서 당일치기로 모두 돌아보기 좋다. 폭포 근처 한탄강 전망대에 오르자 검은 현무암 협곡이 끊임없이 펼쳐진 한탄강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계절 푸른 소나무와 가을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빛바랜 단풍으로 치장한 거대한 협곡을 따라 시퍼런 한탄강이 흘러가는 풍경이 압권이다.
포천한탄강하늘다리 주상절리 풍경
포천한탄강하늘다리 노을
전망대에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아찔한 풍경이다. 협곡을 가로지르며 아슬아슬하게 놓인 포천한탄강하늘다리가 입을 쩍 벌리게 한다. 오솔길을 따라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한다. 첫걸음을 떼어놓자마자 출렁출렁거리며 흔들리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다리 중간쯤 도착하면 하늘다리의 하이라이트. 투명한 유리바닥으로 훤히 보이는 아찔한 낭떠러지를 따라 장쾌하게 흘러가는 시퍼런 물줄기를 내려다보니 간담이 서늘해 그만 다리의 힘이 풀리고 만다. 전국의 많은 출렁다리들을 거의 가보았는데 한탄강하늘다리를 이길 정도로 공포감을 느낀 적이 없다. 높이 50m 상공에 매달린 폭 2m의 하늘다리는 200m나 이어져 현무암 주상절리가 만든 협곡의 빼어난 풍경을 눈에 가득 담게 된다.
인근에 트래킹 코스로 인기 높은 한탄강주상절리길이 조성돼 협곡을 따라 걸으며 힐링하기 좋다. 4개 코스 중 3코스인 벼룻길은 비둘기낭폭포∼멍우리협곡 전망대∼벼룻교∼부소천교로 이어지는 6㎞ 구간으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멍우리협곡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길 끝 부소천교에서 만나는 부소천과 한탄강의 협곡도 뷰포인트다. 깎아지른 주상절리 수직절벽이 끊임없이 펼쳐진 풍경이 압권이다.
부소천 협곡 풍경
내비게이션에 ‘멍우리협곡’을 치면 부소천교 주차장으로 안내하며 바로 앞이 협곡이다. 다만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아주 좁은 농로여서 안전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늘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4코스 멍우리길도 인기가 높다. 5㎞로 1시간15분이 소요되며 징검다리를 두 차례 건너는 짜릿한 스릴을 즐기며 멍우리교로 이어진다. 비가 올 때는 다리가 침수되니 주의해야 한다.
화적연
#‘SNS 핫플’ 포천아트 밸리 인공계곡 맞아?
부소천교 주차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화적연도 꼭 들러야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기대 이상이다. 한탄강이 휘몰아치며 돌아가는 길목에 기이한 형상의 화강암 바위가 우뚝 솟은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난다. 전망대에서 보면 물개를 닮은 것도 같고 고개를 쳐든 달팽이 같기도 하다. 이와 달리 화적연(禾積淵)은 우리말로 ‘볏가리소’로 볏짚단을 쌓아 놓은 듯한 모양의 연못이란 뜻이란다. 많은 전설이 내려온다. 늙은 농부가 3년 동안 가뭄이 들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자 하늘을 원망하며 연못가에 앉아 “용도 3년 동안 잠만 잔다”고 넋두리를 했다. 그러자 화적연 물이 왈칵 뒤집히며 용머리가 튀어나오더니 하늘로 올라갔고 그날 밤부터 비가 내려 풍년이 들었단다.
화적연
화적연 돌탑
이런 전설과 볏짚단을 닮은 모양 때문에 화적연 바위는 신성하게 여겨졌고 가뭄이 극심할 때 조정에서 정승을 보내 국가차원의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한탄강은 휘어지면서 화적연 주변에 고운 모래와 크고 작은 조약돌을 넓게 펼쳐 놓았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여유 있게 걸어본다. 강가에는 다녀간 이들이 돌탑을 쌓아놓았다. 눈을 감고 강물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빌어본다.
포천아트밸리 천주호
포천아트밸리 산책로
포천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포천아트밸리. 요즘 스마트폰으로 ‘포천여행’을 검색하며 1위로 오르는 곳이다. 비둘기낭폭포나 화적연과 달리 신북면 기지리 천주산 자락에 사람의 손으로 만든 계곡이다. 1960년대부터 ‘포천석’으로 불리던 화강암을 캐던 채석장으로 한때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됐지만 갈수록 채산성이 떨어져 2002년 문을 닫은 뒤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됐다. 포천시가 이를 문화예술공간으로 꾸며 2009년 문을 열었다.
포천아트밸리 천주호
포천아트밸리 조각공원
아트밸리가 유명해진 것은 정상의 아름다운 천주호 덕분이다. 걸어서 15분 정도이지만 매우 가파른 경사로여서 대부분 모노레일을 탄다. 산책로를 따라 천주호에 도착하자 버스킹그룹의 흥겨운 연주가 낭만을 더한다. 양옆에 수직 절벽을 거느린 호수 풍경은 매우 이색적이다. 화강암을 채석하며 파고 들어간 공간은 최대 수심 20m의 거대한 에메랄드빛 호수가 됐는데 이곳이 채석장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탄강 협곡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도롱뇽과 피라미가 사는 1급수일 정도로 관리가 잘 되고 있단다. 산책로를 따라 아찔한 나선형 계간을 내려와 왼쪽길로 접어들면 계곡의 반대편에서 아트밸리를 조망할 수 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만나는 조각공원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들로 꾸며져 여유로운 늦가을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