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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시장, 역대 흥행순위(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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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괴물
이 영화를 논하는데 딱히 말이 필요할까 싶다. 봉준호라는 스타 감독과, 송강호, 변희봉, 배두나, 박해일 등 당대 최고급의 연기파 배우들이 자리를 꿰차고, 헐리우드 특수효과팀이 참여한 대한민국 최초의 본격 몬스터 필름! 논란의 소지가 다분했던 미군의 한강 독극물 방류와 에이전트 오렌지 등을 담아내었고, 이병우가 참여한 한강찬가, 외로운 화염병 등의 OST는 영화만큼이나 대인기를 끌기도 했다. 감독 봉준호는 제작비의 1/3인 50억을 오로지 괴물의 CG에만 아낌없이 투자하는 과감함을 보여줬다. 동시대의 욕구와 마케팅 파급력, 스타감독과 명배우, 상업적 센세이션과 영화적 도발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대작. 영진위 집계 최종 관객수 13,019,740명, 2006년 흥행순위 1위. 총제작비 150억(근사치).
2위 왕의남자
2005년 조용히 개봉하여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준익을 최고의 '경제적 감독'의 지위로 끌어올려준 작품. 폭군이 집권했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광대들의 슬프고 신명나는 삶에 동성애 코드를 끼워맞춘 절묘한 감각에 막 피어나는 이준기의 마스크, 감우성의 무르익은 연기력이 덧씌워진 명작. 걸작이라 부르기엔 약간 2% 부족한 면도 없지 않지만, 1위인 <괴물>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제작비로 이 정도 성과를 이뤄낸 걸 보면 거의 산업적 기적이라 부를 수 있지 않나 싶다. 시대의 감성적 수요를 멋지게 포착해낸 기획의 승리. 영진위 집계 최종 관객수 12,302,831명, 2005년 흥행순위 1위, 총제작비 46억(근사치).
3위 태극기 휘날리며
국내 유일의 블록버스터 전문감독 강제규의 대작. 개봉 당시부터 현대 한국영화계 최초의 전쟁영화이자 원빈과 장동건이라는 두 스타 배우의 캐스팅으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비록 공개된 영화는 기술적으로 모자란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전쟁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스펙터클한 전쟁씬 연출로 눈을 사로잡았다. <실미도>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 함께 대히트를 기록함으로서 스케일 큰 팩션영화 붐을 일으킨 장본인격이라고 할 수 있다. 영진위 집계 최종관객수 11,746,235명, 2004년 흥행순위 1위, 총제작비 146억(근사치).
4위 해운대
코미디 전문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윤제균의 운명을 건 야심작. 한국 최초의 재난영화로서 비록 헐리우드 재난영화의 플롯을 답습하였고 CG의 질도 그에 못미쳤지만 그 새로운 도전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설경구, 하지원의 스타파워와 재난영화 특유의 휴머니즘 드라마, 헐리우드 스탭진이 참여한 해운대의 메가 쓰나미는 대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허나 감독과 제작을 겸한 윤제균으로서도 이것이 엄청난 도박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진위 집계 최종 관객수 11,396,796명, 11월 18일 현재 2009년 흥행순위 1위. 총제작비 160억(근사치).
5위 실미도
실존했던 684특수부대의 비극을 소재로 하여, 강우석 특유의 직설화법과 설경구, 정재영의 파워풀한 연기가 조화를 이뤄 괴력을 발휘한 대작. 액션과 스펙터클에 치중하기 보다는, 역사의 재현과 비장함에 촛점을 맞춤으로서 동시대 관객들의 강렬한 공감을 이뤄냈다. 이 영화로 (지금은 주춤하고 있지만)강우석은 2003년 한국영화 시장의 왕이 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진위 집계 최종관객수 11,081,000명, 2003년 흥행순위 1위, 총제작비 110억(근사치).
6위 디워
심형래와 영구 아트무비의 백전불굴의 신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작품. 비록 평면적인 이야기 구조와 단조로운 캐릭터, 질이 떨어지는 특수효과로 씁쓸한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고, 투입된 어마어마한 제작비에 비해 국내 흥행은 참패에 가까웠지만, 한국도 이런 영화가 가능하다는 산업적 가능성의 발로를 튼 공로는 무시할 수 없다. 영진위 집계 최종관객수 8,420,000명, 2007년 흥행순위 2위, 총제작비 700억(네이버 뉴스 참고).
7위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흥행감각을 입증받은 김용화 감독의 두번째 작품으로서, 이번에도 예상밖의 지구력으로 디렉터스컷까지 극장 개봉하는 뚝심을 발휘함으로서 얼마전 <과속스캔들>을 밀어내고 7위에 안착했다. 국내에서 소외받은 스포츠 종목인 스키점프를 배경으로 그려낸 국가대표 선수들의 웃음과 감동의 드라마. 클라이맥스인 스키점프은 고가 장비인 케이블 캠을 이용하여 촬영하였는데 그 몰아치는 희열과 박진성이 영화의 말미를 멋지게 포장한다. 상업적 과감성이나 미학적 도발 없이 배우들의 호연과 섬세한 연출, 탄탄한 드라마만으로 성공해낸 기획의 승리. 영진위 집계 최종관객수 8,388,931명, 집계가 얼마전 마무리 되었으므로 아직 최종 연도별 흥행순위는 알 수 없음. 총제작비 110억(근사치).
8위 과속스캔들
1위부터 10위까지의 한국 흥행순위에 속하는 10개의 작품 중 유일한 신인감독의 (그것도)데뷔작. 코미디 장르의 올드 페이스인 차태현과 신인파워를 보여준 박보영, 아역파워의 왕석현까지... 바로 위의 <국가대표>와 더불어 시대를 막론하고 재미있고 감동이 있는 영화라면 얼마든지 성공이 가능하며, 그 방법은 대 흥행몰이가 아니더라도 장기적 상영으로 얼마든지 가능함을 입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진위 집계 최종관객수 8,290,000명. 집계가 2009년에 마무리 되었으므로 아직 최종 연도별 흥행순위는 알 수 없음. 제작비 43억(근사치).
9위 친구
조폭장르의 일대 붐을 몰고 온, 곽경택의 비장미 넘치는 대작. 장동건은 <친구>를 통해 비로소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으며, 유오성은 특유의 거친 페이스로 스크린에 강렬한 남성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비록 시대착오적 마초영화라는 비난도 있었으나, 수없이 패러디되고 회자되며 일대 신드롬을 몰고 왔으며 끝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라는 타이틀로 그 입지를 자리매김한다.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고 최단 기간 제작비 회수, 최단 기간 최고 관객 동원 등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라스트의 수없이 칼을 맞으며 죽어가는 장동건과 학생시절 부산을 가로지르는 친구들의 달리기 장면은 이 영화의 상징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진위 집계 최종관객수 8,181,377명, 2001년 흥행순위 1위, 제작비 45억원(근사치).
10위 웰컴 투 동막골
6.25 전쟁 중이었던 한국을 배경으로, 세상과 멀리 떨어진 동막골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그려낸 전쟁 드라마. 장진 사단 출신의 감독 박광현이 메가폰을 잡아(두번째 장편영화) 마케팅 공세와 입소문을 타고 대흥행을 거뒀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선례를 쫓아 북한군을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인간으로 표현했고, 동막골과 상반되는 참혹한 전쟁 속의 개인의 상처와 딜레마 등을 그려냈다. 미군을 연합국으로서 '함께 싸워준 은인'이 아닌 '결국 우리에겐 관심없는 타자'로 묘사함으로서 보수단체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으나 결국 관객은 그것을 불쾌함으로 보지 않았다. 영진위 집계 최종관객수 8,008,622명, 2005년 흥행순위 2위, 순제작비 77억원(근사치).
집계를 마무리하며.
여러분!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역대 10대 흥행작이 모두 자국영화인 시장이 아마 미국말고 또 있을까 싶습니다. 스크린쿼터라는 보호막 없이, 관객들의 사랑과 관심, 영화인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값진 명예의 전당입니다. 비록 거기에 따라 바스라져간 독립영화들이라는 그림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영화 시장은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거기에 2009년작 중 10위권에 새로이 진입한 작품이 3편! 한국영화는 이렇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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