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익연계 마케팅이란?
"생각해 보세요. 아멕스 카드로 식료품을 살 때마다, 차에 기름을 넣을 때마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고를 때마다, 배고픈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을.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아멕스 카드의 '결식문제 해결을 위해 카드를 사용하세요(charge against hunger)' 캠페인에 동참하시면 우리는 그 이상을 할 수 있습니다." " 고(故) 존 레논의 'imagine'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면서 그의 부인이었던 오노요꼬의 보이스오버로 낭독된 위의 내용은 아멕스사가 1996년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에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금액의 일정 비율을 미국 내 결식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식문제 해결을 위해 카드를 사용하세요' 캠페인 홍보용 TV 및 라디오 광고에 등장했던 내용이다.
이와 같이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자선활동 혹은 공익, 대의명분에 일정액을 기부하기로 하는 기업의 제안을 공익연계 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이라 한다. 즉 공익연계 마케팅이란 비즈니스와 자선행위가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상호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제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을 촉진시키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익연계 마케팅 활동은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이론적으로 정리가 된 후 몇몇 회사가 시행한 이래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우 1994년 한 해 동안 이러한 공익연계 마케팅 캠페인에 소요된 예산이 1조 달러에 달했고, 참여 기업이나 제품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이렇듯 공익연계 마케팅이 활성화된 이유로는 1990년대 이후 소비자들의 구매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좌우되는 쪽으로 전환된 것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소비자들의 구매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로 변화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제품이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경쟁 제품과 차별성이 점차 없어지게 되어 제품 기능상의 이점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이제 기업을 구별해주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자산 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브랜드 자산 구축 방법은 근래에 들어 이성적, 감성적 소구방법보다 정신적 윤리적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모해왔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1980년대의 경기침체 이후 '타인을 배려하는 1990년대(caring 90s)'가 도래하였다고 한다. 이는 그 이전에 레이건이나 대처가 표방했던 우파들의 시대가 지나가고 이 자리를 보다 민주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표방하는 좌파들이 대체하면서 정신적 윤리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졌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브랜드의 정신적 윤리적 가치를 존중하는 방법 가운데 공익연계 마케팅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것이 활성화되어온 것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구조조정, 환경오염, 소비자 문제들, 노사간 임금격차 확대 등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심화된 것과 관련이 깊다. 즉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사회, 환경 문제 등에 앞서 이윤을 생각하는 기업에 대해 비판적이 되었는데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공익연계 마케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이상과 같은 상황 속에서 공익연계 마케팅은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반영해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공익연계 마케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 및 성공적인 공익연계 마케팅을 위한 조건들을 알아봄으로써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를 보다 적극 활용하여 기업의 경제적 목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 목적도 함께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2. 공익연계 마케팅의 성공 사례 및 기대 효과
현대적 의미의 공익연계 마케팅의 효시는 1983년 아멕스사가 벌인 '자유의 여신상 보수기금 마련 캠페인'이다. 당시 아멕스사는 자유의 여신상 보수기금으로 고객이 자사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를, 신규 가입 1건당 1달러를 기부할 것을 약속했고, 이것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둬 아멕스사는 총 170만 달러의 기금을 모으는데 성공했으며, 이 기간 동안 아멕스 카드의 사용이 28%, 신규가입 건수도 10% 이상 증가되었다고 한다. 공익연계 마케팅은 그 이래로 여러 기업들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그것이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미지, 명성을 높여 주고 인지도·고객 충성도를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고객 충성도를 높이며 판매를 촉진시키고 언론의 주의를 촉발시켜 보도되게 하는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즉 공익연계 마케팅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직·간접적으로 기업의 경제적 목적뿐만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또 신문, 잡지, 방송 등에 회자되면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거두는 등의 경제적 목적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어느 정도 완수하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영국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로는 테스코사의 '학교에 컴퓨터 보내기(computers for schools)'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이 캠페인은 1992년 이래로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매년 봄 판매촉진 기간동안 테스코사 매장에서 구매할 경우 고객에게 10파운드 마다 바우처를 제공하고 학교에서는 그들이 보내오는 바우처를 모아 컴퓨터 및 관련 기기와 교환할 수 있었다. 이 캠페인을 통해 테스코사는 혁신적인 소매업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으며 판매 증진 효과도 거두었고 지역사회 내에서의 기업 이미지도 제고하는 등 경제적 목적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학교에 4천 5백만 파운드 상당의 기기를 제공하고 10만 파운드 상당에 해당하는 정보통신 교육을 교사에게 실시함으로써 비경제적인 목적도 달성하였다.
이 밖에도 리즈 클래본사의 '가정내 폭력 퇴치 캠페인(women's work campaign against domestic violence)', 애본사의 '유방암 퇴치 십자군 운동(crusade against breast cancer)', 브리티시항공사의 '선의를 위해 동전을 기부하세요(change for good)' 캠페인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리즈 클래본사의 경우는 가정내 폭력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의 퇴치를 위해 애쓰는 기구에게 5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였으며 신문, 잡지,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홍보되는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두었다.
애본사의 경우는 기금 모금을 통해 유방암 원인 규명과 치료를 전담하는 연구센터를 설립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 및 판매대리인, 소비자, 임직원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등의 효과를 거두었다. 브리티시항공사의 경우 좌석에 주머니를 두어 탑승객들이 여행지에서 쓰다 남은 각국의 동전들을 그곳에 기부하도록 하여 이를 모아 UNICEF에 전달하였다.
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보살펴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친절한 이웃이 되고자 하는 기업의 이미지에 보탬이 되는 등의 효과를 거두었다.
이상과 같이 공익연계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았는데, 이 사례들이 시사해주는 점은 공익연계 마케팅이 <표 1>과 같은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즉 공익연계 마케팅은 기업의 이윤추구에 도움이 되는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익과 관련된 효과도 아울러 달성할 수 있도록 해준다.
3. 성공적인 공익연계 마케팅을 위한 지침
그렇다면 공익연계 마케팅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기대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아멕스사의 마케팅 담당자였던 J.C.Welsh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원칙 1 지역적으로 접근하라(be local)
소비자들이 사는 지역에 관련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컨대 부천에 사는 사람들은 전국적 공익과 연계된 프로모션보다는 자신들 지역의 교향악단이나 어린이 병원을 지원하는 캠페인에 보다 호의적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국적 혹은 전세계적 차원의 공익도 지역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영국의 테스코사의 '학교에 컴퓨터 보내기' 캠페인이 성공한 것도 각 지역 지점들을 통해 지역사회 학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실습 교육 등을 펼치는 등 다양한 지역적 전략들을 동원하였기 때문이었다.
원칙 2 구체적으로 접근하라(be concrete)
소비자들은 정치인들로부터 다이어트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온갖 모호한 약속들에 싫증난 상태이다. 따라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식의 추상적인 말보다는 특정한 불우 아동 한 명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기부하겠다는 약속이 소비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막연히 '환경을 보호하자'보다는 북한산 국립공원, 동강 하는 식으로 특정한 대상을 정화하기 위한 기금을 모금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원칙 3 긍정적으로 접근하라(be positive)
세 번째 원칙은 공익연계 마케팅 캠페인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즉 소비자들을 우울하게 만들어서는 제품을 사도록 설득할 수 없기 때문에 캠페인에서도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을 강조하기 보다는 공익에의 공헌이 가져다 주는 혜택(예컨대, 학교에 컴퓨터 또는 책을 보냅시다, 누구나 무료로 유방암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등)을 강조하여야 한다.
원칙 4 소비자를 교육하라(educate the consumer)
소비자들이 공익연계 마케팅 캠페인에 열정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공익연계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 뿐만 아니라 연계되는 공익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믿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애본사가 미국내 소비자들에게 유방암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6천만부의 안내책자를 배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울러 종업원 교육은 소비자 교육의 일부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익과 연계시킬 경우, 종업원들이 그 효과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원칙 5 적정한 시점에서 멈춰라(know when to stop)
마지막 조건은 이번에 실시하는 공익연계 마케팅 캠페인이 영구적 프로모션이라는 관념의 유희에 빠져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모든 마케팅 전략에는 명확하게 규정된 완료시점이 있어야 한다. 이는 특정 공익과의 장기적인 연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간에 걸쳐 특정한 공익을 헌신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은 지속적인 브랜드 구축작업과 광고를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특정 공익과 동일시되는 등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으나 이러한 장기적 헌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지역 프로모션, 특별 행사, 종업원 참여 프로그램 등을 런칭해야 한다.
4. 맺음말
앞서 살펴보았듯이 공익연계 마케팅은 기업의 경제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기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의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며 기업 및 브랜드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를 형성시키고 제품·서비스의 구매를 촉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win-win 전략으로 세계적으로 점차 전체 마케팅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이후 몇몇 기업들이 이러한 공익연계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1995년에 실시한 '작은 나눔 큰사랑 캠페인'이나 한미은행이 2000년에 전개한 '사랑나누기 2000 통장' 행사, 진로 참이슬 소주의 결식아동 돕기운동, 유한킴벌리의 숲 살리기 캠페인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공익연계 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공익연계 마케팅에 참여하는 기업도 소수이고 연계되는 공익의 종류도 결식아동 돕기, 장학금 지급 등 몇몇 개로 한정되어 있으며, 수년간에 걸쳐 장기적으로 실행되는 외국의 공익연계 마케팅에 비해 일회적, 단기적일 뿐 아니라, 캠페인에 대한 다양한 홍보 및 지원 노력들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는 무엇보다 현재 우리 나라의 기부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여 기부문화 자체가 경제 규모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경우 1999년 기준으로 자선 기부금 총액은 2600억원이었는데 그 가운데 70%가 연말 후원금이었으며 1인당 기부금은 5800원이었다고 한다. 이는 1999년 기준으로 자선 기부금 총액이 1900억 달러(약 250조원)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배가 넘으며 전체 국민의 98%가 어떤 형태로든 기부금을 내고 1인당 기부금이 70만원에 달하는 미국이나, 연간 자선 기부금 총액이 200억 파운드(약 40조원)이며 전국민의 2/3가 기부금을 내며 1인당 기부금이 24만원 정도인 영국은 물론 같은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 등에 비해서도 훨씬 뒤지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연계 마케팅은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상황 속에서 기업들에게 차별적 소구점을 제공해 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지금은 '밀레니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공익연계 마케팅을 전개하기에 최적의 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누구나 '새해의 다짐(new year's resolution)', 즉 새해를 맞이할 때 새해에 이루고자 하는 약속을 굳게 다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를 새로운 세기에 적용하여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소원을 다짐하는 것을 밀레니엄 효과라고 한다. 실제로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다수의 소비자들이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여 자신이 속한 사회, 국가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며 이에 기업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야 말로 기업들이 공익연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때이다. 일부에서는 근래 붐을 이루는 닷컴 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왜 우리 사회에 빈곤이나 문맹이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이런 문제들을 6개월 내에 해결합시다'라는 식으로 제안, '새로운 시대의 사회적 양심'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공익연계 마케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이윤 추구도 병행하여 효과적으로 달성하도록 해준다. 따라서 오늘날과 같이 기업 및 브랜드 차별화가 쉽지 않은 경쟁 상황에서, 그리고 날로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들이 산적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공익연계 마케팅은 반드시 적극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