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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정 스님이 예불 시간 중 독경을 하고 있다. 조계사 경내 매장(작은 사진)에선 다양한 독경 테이프를 팔고 있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
불교 음반 2000여종… 혜광 스님은 140장 내 제작사, 전국 사찰 돌며 '길거리 캐스팅' 하기도 전국의 사찰에서는 늘 염불(念佛) 소리가 흐른다. 때로는 '금강경(金剛經)'이 흐르고 '반야심경(般若心經)'도 들린다. 개중에는 스님들이 하는 염불도 있지만, 산 속 빈 암자에선 테이프를 틀어 놓는 때도 있다. 전국의 1300만 불자(佛子)들을 극락의 세계로 안내하는 소리다.
시중에서 팔리는 불교 관련 음반은 모두 2000여종이다. 불교 음반은 크게 세 종류다. 염불과 독경, 법문(法門), 명상 음악이다. 불교용품 전문점 '마하몰'에 따르면, 염불·독경이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법문과 명상음악·찬불가가 각 30%가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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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있어야 독경의 스타불교 음반의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염불과 독경이다. 울산 연지암의 혜광 스님은 독경 음반계의 대표적인 스타다. 140장 넘게 음반을 냈다. 음반 수로 보면 읊어보지 않은 경전이 없을 정도다.
불교용품판매업체 관계자는 "혜광 스님은 음반 판매만 가지고도 암자 운영비는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인 스님은 발음이 정확해 젊은층이 특히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성수 스님, 화암 스님 등도 불자들의 취향에 따라 폭넓게 팔린다.
어떤 염불이 불자들의 사랑을 받을까. 조계사 주지 세민 스님은 "계속 경전을 읽고 부처님께 자신을 내던지며 정진(精進)해야 소리가 깊어진다"고 말했다. 스님의 내공이 중요하단 얘기다. 그는 올해로 예순다섯이 됐지만, 지금도 보통 하루에 8시간씩은 독경을 한다. 7시간 동안 끊기지 않고 독경을 한 일도 있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 몸은 쇠해졌지만, 하루에 8시간씩 꾸준히 수련했기에 30년 전에 낸 음반보다 지금 소리가 더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민 스님은 불교 방송 라디오에서 아침 저녁 예불도 진행한다.
스님들의 '데뷔'는 옛날 가수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음반 제작사에서 전국 각지의 사찰을 돌면서 '길거리 캐스팅'을 하는 것이다. 유병직(50) 한소리 레코드 대표는 "불교 음악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한가락 하는 스님'에 대한 제보가 들어온다. 그러면 사찰에 가서 직접 들어보고 스튜디오로 모셔와 오디션을 보고 음반을 만든다"고 했다. 음반 취입을 하고자 하는 스님들이 염불을 녹음한 '데모 테이프'를 보내오는 경우도 1년에 20건 정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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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은 권위가 중요소리가 가장 중요한 독경과 달리, 법문 음반은 권위가 중요하다. 법문은 글자 그대로 법(法)에 이르는 문(門)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높은 위치에 있는 스님의 말씀이 인기를 끈다. 조계종의 큰 어른인 법전 종정의 법문이나 법어(法語)는 나올 때마다 많은 불자들로부터 호응을 얻는다. 하지만 법전 스님의 법문 음반은 없어 오직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다.
음반을 낸 스님 중에는 혜국 스님, 우룡 스님, 종범 스님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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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음반이 가장 대중적명상 음반은 가장 대중적인 음반이다. 독경과 법문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계속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명상 음반은 1990년대 중반 처음 등장했다. 불경을 쉽게 풀이해서 차분한 음악에 얹어서 낭송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스님들이 낭송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 성우의 목소리가 나온다. 명상 음반 중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고(故) 엄주환씨의 목소리다. 최근에는 김도현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명상 음반은 불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팔린다. 독경이나 법문 음반과 달리 불교색이 옅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불경의 내용을 다른 종교의 말을 인용해 풀이한 것도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