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와 테레시 윌리암스나 모파상에 대해서 밤새 토론할 수 있는
유일한 여배우 애슐리 주드에 대한 가장 지적인 탐구.
애슐리 주드가 디너 파티를 열고 있다. 토머스 제퍼슨(제3대 대통령)은 예수 옆에 앉아 있고, U2의보노는 보비 슈리버(U2)의 맞은 편에 있는 테레사 수녀와 칼 마르크스 사이에 앉았다. 순간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겠지만, 곧 이 파티가 판타지 디너라는 것을 알아챘을 거다. 역사에서 건져올린 올스타를 총 출동시킨 이벤트라는 것을. 파티에는 몇몇 작가와 아티스트도 있고, 이런 자리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던 이들을 대표하는 '상당히 조리있게 사고하는 여자'도 있다.그녀는 지금 마틴 루터 킹 2세의 발치에 앉아, 그녀의 남편(그는 스코틀랜드인으로 카레이싱 드라이버다)을 위해 축배의 잔을 들고 있다."사랑하는 다리오의 자기 확신과 냉철함을 위하여!"라고 외치면서. 그녀가 무엇을 입었냐고? 사실 그건 좀 까다로운 질문이긴 하다. 그녀는 좋아하는 디자이너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디자이너들의 히스토리는 물론 패션사 전체를 꿰고 있을 만큼 패션에 대해 해박한 편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의상 코드는 모던하되 빈티지 여운이 있다고 생각해두자.애슐리를 나쁘게 묘사하지는 않겠다. 몇몇 여배우들은 앤 섹스턴(자살로 생을 마감한 페미니즘 시인)의 '너무나 예민해서 살기가 힘든'시의 한두 구절을 인용하면서 점수를 따고 있을지는 모른다. 물론,애슐리 역시 섹스턴의 큰딸이 쓴 충격적인 회고록<머시 거리를 찾아서(Searching for Mercy Street)>의 일부분을 인용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그녀는 뻔뻔스럽게 스타의 명성을 떨어뜨리는 짓거리를 하다가도 외할머니의 옛 지혜 쪽으로 살짝 화제를 돌리는 영특함을 지녔다. "만사가 엉망인데 상황이 더 꼬일 땐 가방 속에 항상 쿠키를 넣고 다니세요."라고 말하면서 말이다.사실 애슐리는 복잡 미묘한 여자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 점에 대해선 할리우드를 탓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맡았던 배역 덕분에 그녀는 자기를 파괴하려는 의도를 지닌 남자와 결혼한 무모한 여자로 비쳐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그녀의 결혼 생활은 바위처럼 견고하다. 그녀에게 자극을 주는 것은 타블로이드에 실리는 잡동사니가 아니다. 그것은 지적이며 영적인것들, 그리고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는 그런 것들일 뿐.그녀는 난데없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며 이야기를 펼쳤다. "매일 자신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리는 거예요. 시시콜콜한 것들이 몽땅 머릿속으로 들어가도록 놔두자고요. 뒤죽박죽이 되면 노화의 과정이 멈추는 것 같거든요.""레이디 멘디처럼."난 응수한다. 난 이 여자가, 자신안으로 날 끌어들이기 위해 게임을 걸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나도 빅 대화의 장에서 얘기를 술술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누굴 말하는 건지 알지요?" 나는 가볍게 되물었다."물론이죠."그녀가 이 말을 어떤식으로 내뱉는가가 포인트다. 내 말투는 무뚝뚝하고 거만한 편인데 애슐리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그녀의 눈빛과 어조는 진실을 숭배한다고 말하는 것만큼 진지하다. 자기 비하가 뒤따를 땐 진지함이 가장 잘 먹힌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어쨌든 우리의 대화에서 '그 진실'이 그녀 마음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부분적인 이유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첫 만남과 관련이 있다. 바로 또 하나의 리얼리티 속에서 우리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노와 그의 공모자 보비 슈리버, 그리고 크리스터커 등과 함께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한 'Heart of America" 투어에 참여했다. 버스를 대절해서 미국 중서부를 누볐던 그 기간 동안, 우리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매일 6천 5백명이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으며 매일 9천 5백명이 감염되고 있다는 아프리카의 비극을 상기시켰다. 메시지도 끔찍했지만 버스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날씨는 춥고 식사도 형편없었을 뿐 아니라, 매일같이 통풍이 안 되는 극장들과 푹푹 찌는 프레스 컨퍼런스 룸에 서 있어야 했다. 보노는 과로와 수면으로 인해 얼굴이 누렇게 떴을 정도였다. 그러나 애슐리는 다리오와 함께 끊임없이 허브 티를 마시면서도 지지와 사랑을 외쳐댔다.이제 이미지 하나를 그려봐라: 인디애나폴리스의 한극장 백 스테이지에서 애슐리,보노,다리오,보비 슈리버,또한 10년째 HIV에 감염된 채 살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 아네스 니야마야로가 빙 둘러섰다. 그때 그들을 기도로 이끈 게 누군지 아는가? 아일랜드의 음유시인도, 케네디가(家)의 액티비스트도 아닌, 바로 할리우드의 여배우였다. 결코 과장된 제스처를 곁들인 몇 분의 상황이 아니었다. 이 여자는 엄숙히 선언하고 선 무대 위에서 청중한테 부탁했다. "보노를 위해 기도해주세요.감싸주시고요. 그는 신의 부름을 받은 사람이니까요."이 이미지는 우리로 하여금 뭔가 사악한 걸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영화 버전의 그녀 삶에서 애슐리는 깅엄(줄무늬나 바둑판 무늬의 면포)을 입을 순 없는 건가? 그러나 그녀는 우리의 기대를 혼란스럽게 한다. 테네시 주의 농장에 있는 집에서는 스위트 팬츠와 나이트 가운을 입겠지만, 외출할 때의 애슐리는 확실히 포스터 걸이다. 오늘 밤 그녀는 아르마니 화이트 셔츠에 버즈 존스 진을 입고 (사무엘 잭슨의 영화 의상을 맡은 사람이 옷들을 챙겨줬다고 한다),볼이 약간 뾰족한 프라다 슬링백(발꿈치 부분이 끈으로 된 구두)을 신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액세서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난 남편의 에어턴 센나(20세기 최고의 포뮬러원(Formula One)레이서로 1994년에 차가 콘크리트 벽에 부딪쳐 사망했다) 커프스 단추를 달았어요."이 말을 화두로 이야기가 이어졌다."그래요, 우린 결혼했고 섹스도 하죠.하지만 지금은 보다 깊은 수준에 와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남편은 내가 이 커프스 단추를 달게 놔둬요. 그러다가 좀 지나면 우린 한마음이 되어서 커프스 단추를 셔츠에서 떼서 소중하게 간직하죠." 이젠 그녀가 진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얘기할 차례다. 그것은 일에 대한 열정이다. 작년에<프리다>를 제작하고 출연하면서 그녀의 친구인 셀마 헤이엑에게서 목격했던 그런 열정 말이다. 올해 말, 그녀는 마크 러팔로와 네드 비티와 함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로 브로드웨이에 선다. 이 연극은 그녀에겐 특별한 도전이다."난 일하고있을 땐 몸무게를 유지할 수 없어요. 하지만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위해선 몸무게를 늘려야만 할 거예요. 시대극에서 모던한 몸을 보는 건 싫거든요." 연극을 위해 그녀는 엄청난 책임도 져야 한다. 6개월 동안 일주일에 8번 무대 뒤에 숨어있다가 같은 역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고 힘든 일을 하겠다고 나섰을까? "체리 존스(토니상 수상 배우로 <야 야 자매들의 신성한 비밀(Divine Secrets of the Ya-Ya Sisterhood)>에서 애슐리와 공동 주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공연이 80회에서 1백20회는 될 테니 아마 계산하기도 힘들 거라고요. 추수감사절에도, 새해 첫날에도 공연하는 거죠. 하지만 평생에 한 번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거예요." 걱정하진 마시라. 그녀는 자기 페이스를 지킬 줄 아는 현명한 여자다. 그녀는 남편을 떠올리지 않으면 대화의 화제도 못 바꾸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그녀가 커리어나 주위 사람들한테 철저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결혼이라고, 즉 남편의 과도한 레이스 스케줄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가족의 과거사를 해체했고, 그래서 우린 그녀가 중요한 것들엔 늘 냉정한 시선을 견지해왔다는 것을 안다.과거사 : 부모의 이혼 후 애슐리, 엄마 나오미, 언니 위노나는 너무 가난해서 한때 사치품이라곤 수돗물뿐이었다.사실 : 폴린 숙모와 랜던 삼촌은 농장에서 구식으로 살았어요. 우린 여름을 삼촌 부부랑 지냈죠. 여기서 그 스토리들이 나와요. 한 발은 과거에 한 발은 미래에 걸치는 건 유익했어요. 과거사 : 애슐리는 엄마와 언니의 투어 버스를 청소하고 하루에 10불씩 받았다. 사실 : 저희 가족이 투어를 다닐 때, 난 가끔 버스 안의 침실을 언니랑 같이 썼어요.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좀 깔끔을 떨었고 자유시간도 많은 편이었죠. 그래서 버스 안을 청소했어요. 맞아요, 그때마다 언니는 나한테 10불을 주곤 했쬬.그러니 신데렐라 스토리와 데이지 메이 신화는 떨쳐버리시라. 대신 그녀의 여행 경험을 생각해보시라. 그녀는 19세 때 켄터키 대학생들과 그룹으로 프랑스 투어를 떠났다가 파리의 한 호텔에 묵게 됐다. 그녀는 "엄마한테 파리에 있게 해달라고 사정했어요. 나 자신을 찾고 있는중이라고 했죠."라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후 그녀는 켄터키 대학으로 돌아가 불어를 전공했고 우등코스 졸업 학위를 받았다. 이후 LA로 간 그녀는 스타들이 모이는 유명 레스토랑의 호스티스라는 편안하고 수지맞는 직업을 가졌다.사무엘 존슨은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위선을 떠는 남자는 없다"고 말했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이 늦은 시간에 애슐리 주드는 스코틀랜드에서 전화를 받으며 책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이런 대화를 오하이오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시작했었다. 그녀는 윌리스 스테그너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얘기했고(음, 숀 펜이 스테그너의를 추천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언니 위노나한테 준 것 때문에 상처받진 않았던 모양이다.),난 기 드 모파상에 대해 늘어놨다. 후에 난 그녀한테 모파상의 <벨아미(Bel-Ami)>한 권을 줬다(그녀의 불어는 완벽하지만, 그것은 영어판이었다).1947년도 클래식이 리메이크된다면 그녀한테는 큰 역할이 될 작품일 듯.그래서 지금 우리의 대화는 스테그너의로 옮겨갔다. 그녀는"누군가가 각본을 썼었는데 '젊은 캐서린 헵번'을 여주인공으로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캐서린이 비교당하는 걸 견딜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영화를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한."처음 그녀는 빈정대는가 싶더니 곧 신중해졌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비교는 비위나 맞추는 것들이죠. 그래서 난 내 기사는 안 읽어요. 건설적이지가 않거든요."그녀가 읽는 것은(아니 탐독하는 것은)패션 디자이너들이 열성 고객들을 위해서 만든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룩 북(look book)들이다. 그녀는 집중력을 발휘해 그 책들을 전부 읽었기 때문에 날카로운 견해를 날릴 준비까지 돼 있다. 아르마니에 대해선 : 그 텍스타일들을 만져보면 아주 근사할 거예요.프라다 : 크로셰(뜨개질)에다 아플리케 처리를 한 화이트 셔츠는 대단해요. 인스프레이션은 위안을 주는 게 돼야 하죠.루이 비통 : 어디든지 리본이 있으니 난 아주 운이 좋아요.전에 그녀한테 패션 에디터의 예리함이 있다는 걸 느꼈던 터라,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됐을 때 다른 스타들한테는 절대 묻지 않던 질문을 했다. "옷이 공짜면 더 좋은가요?"애슐리는 평소 버릇대로 질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아니오. 옷은 남편이 사야 여자들이 즐겁죠."라고 말하며 넘어갔다.작가하고 옷 이야기를 하는 게 별 재미가 없었는지, 그녀는 다시 문학 얘기로 옮겨갔다. 그날 저녁 우린 둘 다 좋아하는 <위대한 개츠비>부터 시작했는데 난 데이지가 켄터키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면 그녀는 어떤 역할을 원할까? 조단 베이커가 맞지 않을까그녀의 생각도 일치했다."난 조단을 할 거예요. 그녀는 잘 속이잖아요. 내게 사기꾼 기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무엇때문에 그녀가 사기를 쳤는지 알아보고 싶어요."그녀는 요즘 내가 뭘 읽고 있냐고 물었다. 공교롭게도 난 레베카 엘슨의 시집<외경심에 대한 부담(A Responsibility to Awe)>을 읽고 있었는다. 엘슨은 수년간 암과 투병하다가 39세에 죽었다. 올해로 애슐리는 34세였고, 그 시인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난 시 하나를 읽어주었는데 우린 감정이 격해져서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제목에 대해 묵상하는듯했다. 그 시는 현재 그녀가 삶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요약해 주는 것 같았다. 얘기인즉, 그녀는 상처를 받았다. 진실이다. 하지만 우리들중 많은 경우가 그렇다. 애슐리 주드 옆에 있으면 행복해지는 건 그녀가 그걸 알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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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가 있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