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럴 수가
양 승 근
"손님 여러 분, 장시간 귀향하시느라 얼마나 지루하고 피곤하십니까. 아마
지금쯤 허리도 뻐근하고 무릎도 녹작지근, 온 구석구석이 꿉꿉하지 않은 데
가 없으실 겁니다. 이런 마당에 잠시나마 죄송스러운 말씀을 올려볼까 염치
불구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루한 시간에 짓눌려 있던 나를 깨운 것은 내 나이쯤으로 보이는 행상인
사내였다. 고속직행 버스가 드디어 첫 번째의 경유지에 도착하자 행상인이
올라온 것이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15분 여
만 더 가서 완행 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7,8분만 더 달리면 코앞이 고향집인
것이다.
사내는 왼쪽 어깨에 묵직한 국방색 가방을 메고 있었고 힘깨나 쓰는 어깨
인양 까아만 색안경을 눈에 바싹 붙여 끼고 있었다. 색안경은 유달리 크고
칠흑 빛깔이었다. 가방에는 지휘봉 같은 긴 막대기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
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특별하게 내세울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입니다
만, 보시다시피 까만 안경을 쓰고 다녀야 하는 불행한 사람입니다."
안스럽게도 색안경은 앞을 못 보는 맹인이었다.
"사지 멀쩡한 걸 밑천으로 농사라도 짓고 싶었지만 까만 안경을 쓴 주제에
언감생심 생각조차 못해 보고 염치불구 이 자리에 선 것입니다. 눈에 거슬리
고 듣기 싫더라도 이 불쌍한 까만 안경잽이 하나, 아니 병든 노모에 거느린
새끼들까지 다섯입니다만, 살려 주신다 셈치고 너그럽게 보아주시면 감사하
겠습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색안경은 자신이 메고 있는 국방색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색
안경의 덩치로 보아 볼펜이나 껌 등은 아닐 것 같고 대만산 전자 손목시계거
나 조그만 미니 카세트 쯤 될까? 아니면 전자 수첩 정도 될까? 내 옆자리의
중년 남자나 통로 건너 젊은 부부들도 마찬가지의 점깨가 나왔는지 색안경의
손끝에 시선을 매달고 있었다. 그러나 색안경의 다섯 손가락은 보란 듯이 내
점깨를 엉터리로 만들고 있었다.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효도선물이 될 만한 것을 좀 들고 나오게 된 것입
니다. 손님 여러분께서 보시고 있는 이 매끄럽고 이쁘장한 요걸로 말할 것
같으면 귀신같은 재주를 가지고 있는 신비스런 보물, 바로 구슬 옥(玉)자 옥
이 올습니다."
덩치하고는 안 어울리게 유들유들한 말투였다.
"옥장판 광고 많이 들어보셨지요? 네 한 분도 없군요. 자, 그럼 옥팬티, 옥
침대, 옥베개, 옥반지, 옥비녀, 옥팔찌, 옥목걸이를 비롯하여 춘천옥을 아시지
못하는 분은 한번 손 들어보세요."
당연한 얘기지만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모르는 이가 있었어도 손을 들었을
리 또한 없었다.
하지만 나는 웬지 긴가 민가 마음속의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초등학
교 동창 중에 허달중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색안경을 보면 볼수록 자꾸 그
친구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와 헤어진 지가 벌써 20여 년이
넘은 터라 자기가 아무개노라 밝히며 악수를 청해와도 긴가민가하기는 마찬
가지일 것 같았다.
"역시 한 분도 없군요. 색안경을 낀 주제에 어떻게 손을 들었는지 안 들었
는지를 알았느냐고 따지고 드는 분도 없군요. 좀 억지 논리 같지만 따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손 든 사람이 한 분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나는 완전히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색안경이 손을 들어보라 했을 때
무심코 승객들의 반응만을 살펴보았을 뿐 그가 앞 못 보는 맹인이라는 점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색안경이 스스로 맹인이라는 말을 하
지 않았지 않느냐는 말로 색안경의 웅변(?)에 아무 생각 없이 빨려 들어간
나 자신을 위안했다.
"아무튼 이 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디에 어떻게 좋길래 사람들이 그토
록 옥,옥 하는가, 를 말씀 드릴 것 같으면, 만병을 통치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병의 근원을 통치하고 있으니 만병 통치한다도 해도 되지
않겠나 하는 것입니다. 그럼 만병의 근원은 무엇이냐, 바로 기막힐 기자, 기
(氣)가 아니겠습니까? 기(氣)가 막힌 사람이 숨인들 제대로 쉴 수 있으며 숨
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사람이 기운인들 제대로 쓰겠습니까?"
몇 사람의 입에서 피식피식 기(氣) 새는 소리가 났다. 당신이 말하려는 의
도를 다 안다, 그러니 웃기는 소리 그만해라, 하는 뜻일 터였다.
그러나 색안경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제 할 말만 여
전히 풀어놓았다.
"여기에 계신 분들 중에도 어깨가 뻑적지근, 다리가 녹작지근, 무릎이 시큰
시큰, 허리가 뿌득뿌득, 하시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의 여행 탓이라고 하겠습니다만 그 여행 탓에 기가 막혔기 때문 아니겠습니
까. 혈액 순환이 안 된 탓 말입니다. 다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가만, 여기
손님 중에 옥을 가지고 계신 분 있으세요? 옥반지나 옥팔찌, 옥목걸이를 걸
으셨거나 옥팬티를 입으신 분..."
역시 손을 드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고 때마침 버스가 정류장을 출발하
느라 색안경이 앞뒤로 휘청했다. 하지만 색안경은 아주 여유 있게 위기를 넘
기고는 마치 멀쩡한 눈을 가진 사람처럼 휘~ 둘러보기까지 했다.
"보시다시피 아무도 없지요? 예, 그래요. 옥을 몸에 지니지 않았기 때문에
온 삭신이 쑤시지 않은 데가 없는 겁니다. 바로 혈액 순환에 탁월한, 다시말
해 막힌 기를 뚫어 주는 미네랄 덩어리 옥을 지니지 못한 까닭이라 그 말입
니다."
서론 한 번 진땀나게 길었다. 나는 또 그 진땀나는 서론 때문에 생각의 공
간 속을 한가위 보름달 떠오르듯 꽉 메워 오는 사람과의 지난날을 회상해야
했다. 예의 그 허달중이라는 사람이었다. 요것이 뭔지 아냐? 바로 요걸로 말
할 것 같으면 내가 짤짜리로 딴 수정 구슬이야. 으찌 니 쌍 해가지고 딴 거
라 이 말이야. 야, 한번 해보지 않을테야? 으찌 니 쌍. 허달중은 매사에 다
그런 식이었다. 무슨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으레 자문자답하면서 길게 늘여
말하곤 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짤짜리로 돈을 따서 수업료도 내고 영화
관에도 잘 출입해 타 학교 학생이라 해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
도였다. 나 역시 만나지는 못했어도 학생 시절 만큼은 늘 그의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새삼 그가 부럽기도 했었다.
"손발이 어름짱같이 차갑고, 고혈압, 저혈압으로 머리에 수건 질끈 동여매
야 사는 사람이나 우울증, 불면증으로 안정제와 수면제 아니면 잠을 못 자는
사람, 자다 말고 느닷없이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팔 주물러라 다리 주물러
라 설치는 사람, 겨우겨우 잠을 자고 났더니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이 팅팅 불
어 딴 사람이 되어 있는 사람, 건망증이 우려되고 치매가 우려되는 사람......"
색안경의 너스레는 끝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승객들의 기분 같은 것은 아
예 안중에 없는 사람 같았다. 진실로 믿건 안 믿건 상관없다는 투였다.
보다 못했는지 풍채 좋은 한 초로의 아주머니가 색안경의 말을 막고 나섰
다.
"나, 내릴 때가 다 됐는데 그 만병통치 팔 거요, 안 팔 거요?"
"아, 예예. 팔아야죠. 팔구 말구요. 백화점 가시면 싸게는 이만 원, 삼만 원
입니다만 백화점도 백화점 나름 재수 없이 배짱 두둑한 사기꾼 백화점에 가
면 부른는 게 값."
"아따, 성미 급한 사람 숨 넘어 가겠네요, 원."
아주머니가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보챘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 비싼 자릿세가 안 나가고."
갑자기 버스가 주춤거렸다. 갑작스런 장애물이 나타난 모양이었다.
"맘씨 좋은 우리 기사 분이 버스까지 공짜로 태워 주시니 단돈 만원으로
모시겠습니다. 바삐 오시느라 선물 준비 못하신 분, 나도 이제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효도 한 번 하셔야겠다는 분, 여기가 어떻고 저기가 어떻고 툭하면
결리느니 쑤시느니 하시는 분, 단돈 만원 짜리 한 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색안경은 좌석 위쪽의 선반을 용케도 헛짚는 일없이 옮겨 잡으며 한 손으
로는 연한 그린 색과 초록색, 우유빛의 납작납작한 알갱이들로 이루어진 옥
팔찌를 들고 걸음을 떼었다.
"색상은 몇 가지 안 됩니다만 손님께서 알아서 선택하시고 만원 짜리 색상
도 알아서 주십시오. 배춧잎을 주시던지 단풍잎을 주시던지 딱 한 장으로만
모시겠습니다."
"두 개만 줘요. 시어머니하고 하나씩 차게..."
초로의 아주머니를 필두로 내 앞까지 오는데 일곱 개를 팔았다. 색안경은
연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사이사이에 예의 그 만병통치에 관
련한 사설을 엮었다.
"가운데 거시기가 약해 부인한테 기죽어 사는 사람, 생리 때마다 허리가
끊어진다고 길 가다가 주저앉는 사람, 손발에 땀이 너무 많아 다한증에 걸린
사람, 반대로 손발이 버걱 같이 바싹 말라 인생 다 살았다고 한숨짓는 사람,
아 예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가까이 다가온 색안경의 입 매무새를 보는 순간 나는 또 느닷없이 허달중
을 떠올렸다. 핼로우, 핼로우,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해브 어 나이스 데이(여
보세요, 여보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외갓집을 갔다온 허
달중이 외국인들만 보면 듣거나 말거나 중얼거렸고 멀리 있을 때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도 했다. 외삼촌이 미군 부대에 다닌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수
단이라는 것을 나는 좀더 커서야 알았다.
"업무중 피로는 가라. 운전 중에, 공부 중에 졸음은 가라. 운동 후, 일과
후 피로는 가라. 각종 피로 회복에는 오로지 생명의 돌 옥, 옥으로 잡으세
요."
좋은 말이라는 말은 온갖 것을 다 끌어다 대며 나를 스쳐 뒤쪽으로 갔다
되돌아오고 있었다.
"옥, 이거 깨지는 거 아녀?"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예, 맞습니다. 깨집니다. 경옥이 아니고 연옥이라 더욱 잘 깨집니다. 하
지만 깨져야 옥입니다. 깨지지 않는 것은 옥이 아닙니다. 사람도 딱딱한 사람
보다 부드러운 사람이 좋듯이 옥도 경옥보다 연옥이 몸에 좋습니다."
색안경의 팔에 걸려 있던 길다란 길막대가 내 어깨를 가볍게 찔러왔다. 이
여, 이게 누구야? 자네 명수 아닌가? 허달중이 어깨를 찌르며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색안경은 그냥 스쳐 지나갔다. 허달중이를 알
아보고도 모른 체한 죄책감 때문일까?
나는 그제서야 허달중이 맹인이 되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음을 상
기했다. 약간의 여유를 가졌다.
"저어..."
지나치게 마음을 놓은 탓일까? 갑자기 내 입에서 생각지도 않던 말이 튀
어나갔다.
"아, 예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색안경은 보이지도 않을 것이면서 예의 그 커다란 검은 눈동자(?)를 내게
로 돌렸다. 섬뜩했다. 마치 쏘듯이 바라보는 것 같았다.
"여기 하나..."
나는 당황스럽게 말했다.
"예예, 골라 보세요."
색안경이 몇 개의 옥팔찌를 허공중에 불쑥 내밀었다. 내 시선에서 약간 빗
나간 위치였다. 하지만 그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나는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어머니의 거친 팔목을 생각하고 연한 그린 색을
선택했다. 그리고는 만원 짜리 한 장을 꺼내 색안경의 손에 쥐어주었다. 색안
경은 연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뒷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그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웬일인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맹인 안마사의 시
술 모습이 떠올랐다. 맹인들은 거의 안마사를 많이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색
안경은 그 마저도 배우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맹인이 앞을 못 본다 해서
업신여겨서는 안 되리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었다. 언제가 5십여 미터 전
방 쯤에 길막대로 바닥을 더듬으며 걸어가는 맹인을 발견하고 그 거리의 곱
에 위치한 전철역까지 도착하기 전에 추월하겠다는 마음으로 잰걸음을 놓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아예 뛰걸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얼마나 비정상
적인 치기였는가를 금방 깨달아야 했다. 따라잡은 것은 불과 3십여 미터에
불과했던 것이다. 두 눈 멀쩡한 일반인을 따라잡은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것
이다.
색안경은 정상인 못지 않게 아무런 불편 없이 제품을 팔았고 두 번이나
반복해서 버스 안을 왔다 갔다 했다. 그 사이 승객들은 네 개를 더 샀다. 그
러니까 결국 열 한 개, 십 일 만원 어치를 판 폭이었다. 시간으로 따져 불과
십여 분만에 그만한 액수를 올렸다는 것은 만병통치를 바라는 마음에서였건,
동정에서 우러나온 것이었건, 아니면 색안경 말마따나 효도를 하기 위해서였
건, 아무튼 대단한 성과였다.
"감사합니다. 피곤한 여행 중에 소란을 피워 대단히 죄송합니다. 추석 명절
잘 보내시고 앞날에 행운 있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버스가 두 번째 정류장에 도착하고 있었다. 내릴 사람들이 기지개를 켜면
서 짐들을 챙겼다. 별다르게 챙길 짐이 없는 나로서는 서울을 떠날 때 읽기
시작했던 신문을 들고 일어섰다. 색안경으로부터 샀던 옥으로 인해 왼쪽 가
슴에 볼록한 이물질을 느꼈으나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야야! 뭐 이리 비싼 걸 사 왔냐? 늬댁 몸 풀 때 보태잖구!"
예정일이 가까워 함께 귀향하지 못한 며느리 걱정겸 해서 한 마디 할 게
뻔했다. 하지만 보석 가게에서 비싸게 산 것이 아니라 버스 안에서 단돈 만
원에 산 것이라고 이실직고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차가 멈추고 색안경이 맨 먼저 내렸다. 옥을 두 개나 샀던 초로의 아주머
니가 따라 내렸고, 나 역시 통로에 서 있던 다른 사람들에 이어 내렸다.
색안경이 저만치에서 길막대 끝으로 바닥을 노크하며 가고 있었다.
나는 먼저 화장실을 찾았다. 팽팽한 느낌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완행버스
를 기다리는 것보다 급했던 것이다.
완행 버스는 방금 전에 지나가고 앞으로 40분 여를 더 기다려야 했다. 그
시간이면 걸어가더라도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미 도
시의 교통망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그 거리를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렇다고 40분 여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자연스레 택시들이 진을 치
고 있는 공터를 향해 걸었다.
"야, 몇 탕 뛰었냐?"
등을 보이고 있는 사내였다.
"뛰긴 뭘 뛰냐. 그냥 놀고 있지."
노란 제복의 택시 기사가 대꾸했다.
"짜아식, 메뚜기도 한 철인데 대목에 못 벌면 언제 버냐?"
"그러게 말야. 달중이 닌 몇 개라도 팔았냐?"
'달중'이라는 말에 나는 무심코 발길을 멈췄다.
"나? 나야 짭짤했지. 왕복 삼, 사십 분에 한 팔만 원 돈 벌었으니까."
"야! 니가 낫다, 니가 낫어. 나하고 동업하면 안 되겠냐?"
"야야, 소가 웃겄다, 소가 웃어. 쎄일즈라고 다 똑같은 줄 아냐?"
"하기사 색안경 쓰고 사기치는 니보다야 못하겄지."
"아니 다행이다."
그러면서 그는 저만치 들어서고 있는 서울행 버스를 발견하고 돌아서며
잽싼 동작으로 색안경을 썼다.
"허달중!"
짧은 외마디 비명이 내 입속에서 빙그르르 자맥질했다. 버스 안에서 옥을
팔던 색안경이 다름 아닌 허달중이었단 말인가? 이럴 수가!
허달중이 보란 듯이 희고 긴 길막대로 바닥을 툭툭 치며 승강장 쪽으로
잰 걸음을 놓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