遊無等錄 1 - 안양의 향기에 낙타가 와서 취하고
일 시 : 2012년 9월 21일
장 소 : 전라남도 화순군 이서면 안양산
일 년에 한 번 있는 귀한 추분절이 바로 내일이다.
추분절은 춘분절과 함께 밤과 낮의 길이가 똑 같은 날이며 또한 가을이 깊어옴을 알려주는 절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림자 없는 날이 될 가능성이 많으며, 온 대지는 가을준비에 바쁜 그런 날이 될 것이라 마음이 바쁘다.
그 화창한 절기에 벼르고 벼르던 안양산과 무등산에 걸친 안무종주를 2박 3일로 계획해 보았다.
물론, 하룻만에 얼마든지 주파 가능한 거리이지만,
주마간산 격인 행보를 배제하고 느긋하게 일출을 즐기면서 또한 암릉과 능선의 억새 향연도 즐기기 위한 시도를 계획한 것이다.
추분이나 춘분절의 일출은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에 절호의 황홀경을 맛볼 수 있는 날이라는 점도 꼭 참고하시라.
오래 전부터 이곳을 지나 다니면서 백마능선의 억새들에게 너무나 감동을 먹었고,
항상 말없이 보듬어 주시는 광석대며 규봉암이며, 서석대며 입석대며 할 것 없이 항상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시어 황홀감이 일어 나곤 하였고,
안양상 정상과 낙타봉에서 바라보는 무등산 상봉의 인왕봉, 지왕봉, 천왕봉의 자태는 소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람되게 살아 가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교훈을 주시고는 하였다.
바로 무등無等의 정신은 지상 최고 평등의 정신을 노래함이었기에 광주는 항상 의연한 기상을 잃지 않고 살아왔지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그 의기로운 정신의 근저에는 항상 무등등한 무등산이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무등산의 품에 오랫만에 숙영장비를 싸들고 나서는 기분이 참으로 홀가분하다.
내 이번에는 상봉에 올라가 신의 바지가랭이 끄트머리라도 꼭 잡고야 말리라.
출발만은 항상 이렇듯 대단한 기상이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숙영할 때부터 지금까지 그 기상 하나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기운이 내를 지켜주며 삶의 근간이 되어 지금껏 힘을 잃지 않고 살았나 싶다.
그러기에 오늘도 山에 오르며 하늘님에게 감사 기도를 마음을 다해 올린다.
- 안양산휴양림 정문에서 조금 올라온 지점이 들머리가 된다 -
- 2박3일용 박배낭 -
안양산휴양림에 이르러, 일부러 매표소를 들르지 않는다.
그냥 지나치기만 하는데, 산길이 자기네 땅 안에 일부 있다고 해서 입장료 3,000원을 징수하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
물론 이곳을 관망하고 시설을 이용한다면 응당 자기들의 투자비가 있으니 입장료를 물어야 하겠지만,
어디, 국가 소유인 안양산을 올라가면서 입장료를 꼭 바쳐야 한단 말인가.
화순군은 이를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화순군과 휴양림이 결탁하지 않았다는 모습을 보이려면,
화순군의 명소인 안양산을 전 국민이 자유롭게 오를 수 있도록 Free Pass의 등산로를 신속히 개설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대구와 인천에서 관광버스 6대 분량의 산악회 회원들이 찾아와서 안양산에서 증심사까지 종주를 했는데
그들의 볼멘 소리를 그렇게도 듣고 싶었더란 말인가 말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등산로를 정비한다고 벤치만 설치하지 말고 신속히 해야할 일이 먼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시기 바란다.
21세기식 봉이 김선달은 좀 곤란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 안양산 초입의 등산로는 매우 가파르며 잡목이 우거져서 등정하기가 또한 매우 힘들다 -
- 그래도 무거운 박베낭을 매고 어렵게 정상을 향해 오른다 -
- 2박3일 먹을 식량과 물, 그리고 숙영장비의 무게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감내하라 이르신다 -
- 이 억새의 맑고 청명한 빛을 보려고 이번 등정을 시도한 것 아니겠는가 -
- 정상에 가까워 오니 일망무제로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
- 드디어 안양산 정상(853m)에 입성했다 (뒷편이 무등산 천왕봉 정상부의 모습) -
- 서둘러 텐트부터 먼저 설치하기 시작했다 -
- 정상석이 너무나 초라하지만, 최고봉의 평평함은 숙영지로서 최고의 조망을 선사하는 곳이라 일품으로 상쇄된다 -
- 최근에 오른 것이 2년 전이었으며, 그때 이곳을 눈여겨 점찍어 숙영지로 간택했었다 -
- 미니멀 모드의 소형장비들이 귀엽다 -
- 비상식량인 초코렛과 연양갱은 최고의 산행 간식이라 추천해 본다 -
- 바닥공사는 맨 밑에 플란넬 시트, 그 위에 일반 매트, 그리고 그 위에 공기매트로 구성하면 비록 겨울일지라도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올 일이 없다 -
- 떠마레스트 매트 위에는 도이터 침낭과 침낭커버를 겹쳐서 구성하면 늦가을까지는 별 무리가 없다 -
- 아! 이 싱그런 억새는 왜 이렇게 높은 곳에서만 사시는지...... 정말 모르겠다 -
- 와일드 라임 텐트는 그 라임색이 자연과 너무 조화를 이루어주니 보기가 좋다 -
- 그렇게 밤이 되어 찬란한 별들의 행진에 넋이 나갈 뻔 했으나 무게 때문에 똑딱이 카메라를 휴대하여 야광모드를 다 담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애석했다 -
- 92.3Mhz Classic FM으로 밤의 적막과 함께 조율했다 -
- 이 밤, 필자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오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렸다 -
그렇게 적막의 밤을 맞이하며 필자는 인생의 큰물음에 대해서 오로지 정성을 다해 참구를 해 보았다.
바쁘다 핑계대며 하지 못했던 참 공부를 하기에 山만큼 좋은 곳이 또 있으랴.
그렇게 열심으로 안양산 정상의 밤을 맑히었다.
그러면서 역대 조사들의 열반송을 조용히 되뇌이며 음미해 본다.
석가모니(釋迦牟尼)여래 (BC 563?~BC 483?) 열반송
自燈明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法燈明 스스로에 의지하라
自歸依 진리를 등불로 삼고
法歸依 진리에 의지하라
- 그렇게 새벽이 다가오면서 환상의 구름바다를 조우하게 된다 -
부설(浮雪)거사(?~7??) 열반송
目無所見無分別 보는 것이 없으니 분별이 없고
耳廳無聲絶是非 듣는 바가 없으니 시비가 일지 않는다
分別是非都放下 분별 시비 다 내려놓고
但看心佛自歸依 내 마음 부처님께 귀의할 뿐
- 백아산 라인에 희끄무레 동이 터오르기 시작한다 -
방온(龐蘊)거사(?~808?) 열반송
但願空諸所有 다만 온갖 있는 바를 비우기 원할지언정
愼勿實諸所無 온갖 없는 바를 채우려 하지 마라
好住世間 즐거이 머문 세간
皆如影響 모두 그림자와 메아리 같나니
- 오른 족의 무등산 중봉을 벗삼아 광주시가지가 구름바다에 잠겨 있다 -
임제(臨濟義玄)선사 (?~867) 열반송
沿流不止問如何 법을 길이 이으려면 어찌하랴 묻는 말에
眞照無邊說似他 진성(眞性) 비춤이 끝없어서 그에게 이르기를,
離相離名人不稟 모양을 떠나고 이름 떠난 그것 좀체 아니 받나니
吹毛用了急還磨 취모검(吹毛劍) 쓰고 나선 급히 다시 갈라고
- 모후산 라인은 이미 구름바다의 깊은 심연에 이르렀나 보다 -
대혜종고(大慧宗杲)선사(1089 ~1163) 열반송
生也祗麽 삶이 이러하고
死也祗麽 죽음이 이러하나니
有偈無偈 게송이 있고 없고
是甚麽熱 이 무슨 뜨거움인가
- 저 앞의 구름바다 속에 필자의 明耕軒이 잠자고 있단다 -
고봉(高峯)선사(1238~1295) 열반송
來不入死關 와도 죽음의 문에 들어온 일이 없으며
去不出死關 가도 죽음의 문을 벗어나는 일이 없네
鐵蛇鑽入海 쇠로 된 뱀이 바다를 뚫고 들어가
撞倒須彌山 수미산을 쳐 무너뜨리도다
- 물기 머금은 텐트도 꽃과 어울려 환희의 한 때를 즐거워 하였다 -
태고보우(太古普愚)국사 (1301~1382) 열반송
人生命若水泡空 삶이란 물거품과 같나니
八十餘年春夢中 팔십 평생이 일장춘몽이로다
臨路如今放皮袋 이제 길을 떠나며 가죽 껍데기를 벗자니
一輪紅日下西峰 둥그런 붉은 해는 서산에 떨어지노라
- 어제 보았던 화순읍내의 아파트군을 보아라 -
나옹혜근(懶翁惠勤)선사 (1320∼1376) 열반송
七十八年歸故鄕 칠십팔 년 고향으로 돌아가나니
天地山河盡十方 이 산하대지 온 우주가 다 고향이네
刹刹塵塵皆我造 삼라만상 모든 것은 내가 만들었으며
頭頭物物本眞鄕 이 모든 것은 본시 내 고향이네
- 그 화순읍내가 이렇게 멋진 구름바다에 가라앉아 단잠! 중이시다. 멋지지 아니한가? -
함허득통(涵虛得通)선사 (1376~1433) 열반송
湛然空寂 本無一物 넉넉하여 공적하니 본래 한 물건도 없으며
神靈光赫 洞徹十方 신령스러운 빛이 혁혁하여 온세상에 뚜렷하여라
更無身心 受彼生死 다시는 몸과 마음이 생사를 받지 않아
去來往復 也無罣碍 오고 감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도다
臨行擧目 十方碧落 나아가려다 눈을 뜨니 온세상이 뚜렷하여라
無中有路 西方極樂 없는 가운데 길이 있으니 서방극락이로다
- 용암산 라인에도 어김없이 은혜의 구름바다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계시니 바라보는 마음도 환희심에 젖을 밖에...... -
청허휴정(淸虛休靜)선사 (1520~1604) 열반송
千計萬思量 천 가지 계획 만 가지 생각
紅爐一點雪 붉은 화로 속 한 점 눈송이
泥牛水上行 진흙 소가 물 위를 가나니
大地虛空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도다
- 드디어 일출의 신비가 시작 되었다 (새벽 6시 15분경) -
부휴(浮休)선사 (1543~1615) 열반송
七十餘年遊幻海 칠십 년 꿈과 같은 바다에서 놀다가
今朝脫却返初源 오늘 이 몸 벗고 근원으로 돌아가네
廓然空寂本無物 텅 비어 적적하여 한 물건도 없나니
何有菩提生死根 어찌 깨달음과 나고 죽음이 따로 있겠는가
- 어제와 똑같은 해! 맞는가? -
고한(孤閑)선사 (1561~1647) 열반송
空來世上特 헛되이 세상에 와서
作地獄滓矣 지옥의 찌꺼기만 만들고 가나니
命布體林麓 이 몸은 저 숲과 산기슭에 버려
以飼育獸 짐승의 먹이가 되기를
- 어제의 해 맞겠지만 마음만은 어제의 번뇌망상 여의지 않았을까 -
소요태능(逍遙太能) (1562∼1649) 열반송
解脫非解脫 해탈이 해탈이 아니니
涅槃豈故鄕 열반이 어찌 고향이리
吹毛光爍爍 취모검의 칼날이 번뜩이니
口舌犯鋒鋩 입 벌리면 그대로 목이 잘리네
- 해님이시어! 이곳에 오른 정성을 헤아려 주시라! -
괄허(括虛)선사 (1720-1789) 열반송
幻來從幻去 환에서 와서 환을 쫓아가나니
來去幻中人 오고감이 환 가운데 사람이로다
幻中非幻者 환 가운데 환 아닌 것이
是我本來身 나의 본래 몸일세
-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天神님께 기도 드리오니, 부디 받아 주소서 -
경허(鏡虛)선사 (1849~1912) 열반송
心月孤圓 마음달이 외로이 둥그니
光呑萬像 빛이 만상을 삼켰어라
光境俱忘 빛과 경계를 함께 잊나니
復是何物 다시금 이것이 무슨 물건인가
- 구름바다시어, 모두를 사랑하게 해 주소서 -
혜월(慧月)선사 (1861~1937) 열반송
一切有爲法 일체의 함이 있는 법은
本無眞實相 본래 진실한 상이 없도다
於相義無相 상에서 상 없음을 안다면
卽鳴爲見性 성품을 보았다고 하느니
- 억새와 해는 근본에 있어 다른가 -
용성(龍城)선사, 1864~1940) 열반송
諸行之無常 모든 행이 무상하고
萬法之俱寂 모든 법이 적적하여라
匏花穿離出 박꽃이 울타리를 뚫고 나아가
閑臥麻田上 삼밭에 한가로이 누웠나니
- 정답은 삼라만상이 모두 같다! 이다 -
석우(石友)선사 (1875~1958) 열반송
囊括乾坤方外擲 하늘과 땅을 바랑에 넣어 한 켠에 밀쳐놓고
杖挑日月袖中藏 해와 달을 지팡이로 따서 소맷자락에 감추노라
一聲鍾落浮雲散 한 줄기 종소리에 뜬구름 흩어지고
萬蘿靑山正夕陽 만 갈래 청산에 비로소 석양이 비치나니
- 그러면 저 반영反映도 같은가 -
동산(東山)선사 (1890~1965) 열반송
元來未曾轉 원래 일찍이 바꾼 적이 없거늘
豈有第二身 어찌 두 번째 몸이 있으랴
三萬六千朝 삼만 육천 일
反覆只這漢 날마다 되풀이하는 다만 이놈뿐이니
- 그렇다! 반영反映도 우주의 한 형제다 -
효봉(曉峰)선사 (1888~1966) 열반송
吾說一切法 내가 말한 모든 법은
都是早 拇 모두 다 군더더기
若問今日事 오늘 일을 묻는가
月印於千江 달이 천강(千江)에 비치니라
- 구름바다 위에 내일의 낙타가 유영하는구나 -
춘성(春性)선사 (1891~1977) 열반송
八十七年事 여든일곱 해의 일이
七顚八倒起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고꾸라졌다 일어남이라
橫說與竪說 횡설과 수설이여
紅爐一點雪 붉은 화로 위의 한 점 눈송이로다
- 반영과 낙타여 생사고락의 춤을 추어 보거라 -
구산(九山)선사 (1910~1983) 열반송
滿山霜葉紅於二月花 가을 서리 내린 낙엽이 봄꽃보다 붉나니
物物頭頭大機全彰 두두물물 만물의 큰 기틀이 모두 뚜렷하도다
生也空兮死也空 삶도 공이요 죽음도 공이러니
能仁海印三昧中微笑而逝 부처님의 해인삼매 속에 미소 짓고 가노라
- 두두물물頭頭物物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모두 호접지몽胡蝶之夢의 물아일체物我一體로구나 -
혜암(慧庵)선사 (1884~1985) 열반송
行狀衲衣一枝 누더기 한 벌과 지팡이 하나로
東走西走走無窮 동서를 끝없이 달리나니
傍人若問何處走 어디로 달렸느냐 묻는다면
天下橫行無不通 천하를 가로질러 통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리
- 아니! 저 삐진 낙타를 무엇으로 달랠꼬 -
성철(性澈)선사 (1912~1993) 열반송
生平欺狂男女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彌天罪業過須彌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치네
活陷阿鼻恨萬端 산채로 아비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나니
一輪吐紅掛碧山 둥근 수레바퀴 붉음을 내뱉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 아하! 구름바다 곧 사라짐을 낙타는 한탄하고 있구나 -
서운(瑞雲)선사 (1903-1995) 열반송
無形叩之卽有靈 형상이 없으나 두드리면 곧 신령스러움이 드러나고
三毒火湯過平生 삼독의 화탕지옥에서 한평생을 보냈나니
脫却體露還本鄕 이제 몸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寒月空山屬眞人 차가운 달 빈 산이 진리의 몸이로세
- 광주가 보이거든 낙타를 위한 헌시라도 바치려무나 -
월산(月山)선사 1912~1997) 열반송
廻廻一生 일생을 돌고 돌았으나
未移一步 아직 한 걸음도 옮기지 않았도다
本來其位 본래 그 자리는
天地以前 하늘땅보다 먼저이니라
낙타에게
어제 낙타 노닐다 웃고 가더니
오늘 낙타 헤매다 울고 가는구나
어제와 오늘이 한 겁劫의 찰나라면
겁외겁을 더해 낙타 울음 물리련다
- 小 鄕
- 낙타여 울지말고, 타일렀던 말만 잘 새기거라 -
일타(日陀)선사 (1929~1999) 열반송
一天白日露眞心 하늘에 밝은 해가 진심을 드러내니
萬里淸風彈古琴 만리에 맑은 바람 거문고를 타는구나
生死涅槃曾是夢 생사와 열반이 일찍이 꿈이려니
山高海활不相侵 산은 높고 바다 넓어 방해롭지 않구나
- 낙타 떠난 뒤끝을 무등께서 어서 오라 반기신다 -
정행(淨行)선사 (1902~2000) 열반송
如是來如是去兮 이와같이 오고 이와같이 가나니
百年生涯刹那間 백년 생애가 찰라로구나
萬里長天一樣色 끝없는 하늘은 한 모양이니
靑山不動白雲流 청산은 의연하고 흰구름은 유유할세
- 그렇게 구름 마시던 낙타는 허허롭게 떠나 갔다 -
탄성(呑星)선사 (1930~2000) 열반송
山色人我相 산빛도 인아의 모습이요
流水是非聲 흐르는 물도 시비의 소리로다
山色水聲離 산빛도 물소리도 떠난 곳에
聲啞居平生 귀머거리도 벙어리도 평생을 살리라
- 낙타는 내의 진심을 알아 주었으리라 -
혜암(慧菴)선사 (1920~2001) 열반송
我身本非有 나의 몸은 본래 없는것이요
心亦無所住 마음 또한 머물 바 없도다
鐵牛含月走 무쇠소는 달을 물고 달아나고
石獅大哮吼 돌사자는 소리 높여 부르짖도다
- 그렇게 빛고을에 동이 터 오른다 -
청화(淸華)선사 (1924~2003) 열반송
此世他世間 이 세상과 저 세상을
去來不相關 오고감을 상관치 않으나
蒙恩大千界 은혜를 입음은 대천세계이거늘
報恩恨細澗 은혜를 갚음은 작은 시내라 한스럽나니
- 천왕님도 낙타 말귀 알아들음을 반기시고 -
월하(月下)선사 (1915~2003) 열반송
一物脫根塵 한 물건이 육신과 세상에서 벗어나고
頭頭顯法身 두두물물 모두 법신을 나투네.
莫論去與住 가고 머뭄을 논하지 말라
處處盡吾家 곳곳이 나의 집이나니
- 흰구름이 멀리까지 낙타를 배웅했나니 -
서옹(西翁)선사 (1912~2003) 열반송
雲門日永無人至 구름 낀 문에 해는 긴데 이르는 사람 없고
猶有殘春半落花 남은 봄에 꽃은 반쯤 떨어졌네
一飛白鶴千年寂 한 번 백학이 나니 천 년이 고요하고
細細松風送紫霞 부드러운 솔바람 붉은 노을을 보내나니
- 환희의 바다도 이별을 예고한다 -
법홍(法弘)선사 (1915-2003) 열반송
一念成四大 한 생각이 사대를 형성하니
因緣聚霧散 인연따라 모였다 안개처럼 흩어지누나
心識本來空 마음과 생각은 본래 공하니
日月澄淸明 해와 달이 맑고 밝도다
- 삼라만상이 다시 기지개를 켜며 일어 나니 -
서암(西庵)선사 (1946~2003)열반송
나는 그런 거 없다.
정 물으면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
그게 내 열반송이다.
- 그렇게 내는 낙타를 타일러 보냈다 -
인곡(仁谷)선사 (1941~2005) 열반송
我有一鉢囊 내게 바랑이 하나 있거늘
無口亦無底 입도 없고 밑도 없도다
受受而不濫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出出而不空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나니
- 세상을 그렇게 관조하며 보듬기만 하리라 -
관조(觀照)선사 (1943-2006) 열반송
森羅萬象天眞同 삼라만상이 본디 부처의 모습이네
念念菩提影寫中 한 줄기 빛에 담아 보이려 했나니
莫問自我何處去 내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 말라
水北山南旣靡風 동서남북에 언제 바람이라도 일었더냐
- 선지식들의 노랫가락에 목만 타는구나 -
환희심을 가지고 빛나는 일출을 맞이했던 마음이 매우 흡족하다.
그 맑고 찬란한 오로라가 내의 가슴에 깊이 찾아 들어와 보석이 되었던 까닭이다.
지상에서 인간들은 지옥이 여기라고 아우성들이지만,
그 지옥을 덮은 구름바다 위의 천상에서는 두두물물이 모두 천국임을 인지하고 산다.
다만 모르는 이는 와서 보지 못한 이들뿐이리니,
그대 천상 일이 궁금하거든 이곳에 오르시어 바라 보도록 하시라.
어디에 미움과 증오가 있으며,
어디에 번뇌망상과 해꼬지가 있을쏘냐?
모름지기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나니......
山의 눈으로 山을 바라 보거라.
거기에 정답 있나니......
- 오늘은 안양산에서 장불재 아니면 동화사터까지 진출해서 유숙하리라 마음 먹는다 -
- 그렇게 무거운 짐진 자, 떠나리라 -
선지식들의 열반송을 모두 일별하고 나니 천상의 일이 천하의 일과 같음을 문득 깨닫는다.
어디에 진리 있으며 어디에 허실 있을까.
모두가 한 통속이요, 한 패거리들이로다.
잠깐 머무는 인생길에 너무 아등바등 하지 말자꾸나.
허허! 웃으며 그렇게 허허虛虛롭게 떠나자꾸나.
......
허허허!
- 2012년 10월 26일 완성하다 -
小鄕 權大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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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환용이 산행일지라 생각했는데... 다른사람이네..쩝... 잘 지내고 있냐?
나도 데리고 가라고 하려는데 이건 모야~~ 환용이가 이나잖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