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청소년들이 '평화 줄넘기'를 하는 모습
"북한이탈아동이라는 것을 들키면 곤란해요. 애들이 어찌 생각할까 잘못 생각할까봐 걱정돼요. 놀지 말라고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올 거 같으면 말을 돌려요. 말 돌리면 애들이 모를 것이니까요."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살고 있는 한 북한이탈청소년의 이야기이다. 북한이탈아동·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부모들도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출신이 드러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낙인효과(stigma)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이탈주민과 아동·청소년들은 신체적·경제적·사회적으로 불리한 상태에서 지역사회의 이방인으로 살고 있었다.
2011년 3월 현재 인천에는 1,703명의 북한이탈주민이 살고 있다. 이중 70%인 1,183명이 논현동에 거주하고 있다. 한편, 이 지역 4개 초·중등학교에는 114명의 북한이탈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우리에게 '먼저 온 미래'이다. 즉 언젠가 통일이 되었을 때 지역에서 남북한 주민들이 살아가는 데 겪게 될 모습들의 압축판이기 때문이다. 먼저 온 미래가 잿빛인 데엔 근거가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들은 빈곤, 교육, 취업 등 삶과 관련된 문제에 대부분 직면해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지역사회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남한 주민들과 청소년들은 대체로 이들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 남한 주민들은 이들에 대한 정부지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이들은 북한이탈주민들보다 한국에 어려운 사람이 많다고 주장하면서 과도한 지지를 경계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점으로 이들이 자신의 조국을 버리고 온 배신자로 낙인을 찍고 있었다. 학교에서 청소년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남한 학생들에 의한 '왕따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신들의 '출신성분'을 숨기려고 하면서 남한사회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발견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분노와 불신을 키워가고 있는 듯 보인다. '두 개 주민'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우월한 자와 열등한 자, 억압하는 자와 억압당하는 자, 시혜자와 수혜자…. 이처럼 우리에게 '먼저 온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빈곤과 억압, 그리고 상호 간 불신과 분노, 북한이탈주민들의 낙인감과 무력감. 한쪽이 치욕감과 분노로 숨죽이는 사회가 과연 온전한 사회일까. 그토록 한국사회가 갈망해 온 통일의 모습이 이런 것이라면 어떤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가.
이제부터라도 대안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우선 기본적인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이탈주민과 청소년들을 한국사회의 시민으로, 지역의 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이들이 인간의, 주민의 권리를 갖고 있다는 걸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공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생산하고 체계적인 운영방식에 나서야 한다. 우선 문제가 복합적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경제적인 문제, 심리·정서적인 문제, 가족문제, 지역공동체에서의 문제, 학교문제 등의 문제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무엇보다도 지방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때로는 주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들이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해결의 주체는 시민들이다. 지역의 시민들, 즉 주민들이 그들을 지역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차이의 존중과 상대의 처지에 대한 상호이해와 관용을 머금고 자란다. 특히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기통치를 이상으로 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신의 지역사회 모습을 토론하고 결정해야 한다. 즉 두 국민이 한 국민이 될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자각과 결단이다. 이처럼 '먼저 온 미래'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학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통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논현동 북한이탈주민이 하는 정말 맛있다는 순대국집 한번 같이 갑시다.
빨리 날 잡아 연락주세요^^
전 무저건... 코~~~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