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몇 가지 구입해 오라는 주문을 받았다. 별 고민 없이 전자랜드에 들러 선풍기는 ‘신일’선풍기를 골랐다. 딸아이를 위해 ‘아이리버’ MP3와 새로 출시된 ‘삼성’ 애니콜을 구입했다. 문구점에서는 아들을 위해 ‘바른손’ 공책과 앨범을 샀다. 또 집 앞에서는 토요일에 요리할 ‘오뚜기’ 카레를 구입했고, 덤으로 ‘하이트’ 맥주도 몇 병 샀다. 집에 돌아와 구입한 물건을 내려놓으니 모두가 흡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그 만족도의 해답은 ‘대표 브랜드’였다.
<행자부 ‘UN 혁신특별상’ 수상> 샤넬, 구치, 루이비통, 펜디, 페라가모…. 모두 우리 귀에 익은 ‘명품 브랜드’다.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브랜드에 따라 많게는 열배 이상의 가격차가 난다. 또 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 최고 기업은 코카콜라다. 그 가치를 미국 돈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696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70조에 이른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의 3분의 1정도를 사들일 수 있는 금액이다. 보이지 않는 자산인 브랜드의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일등 브랜드는 살아남는다.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기왕이면 일등 제품을 사려는 성향이 강해서 상승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기업들은 온통 대표 브랜드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브랜드 세상이다. 기업에 브랜드가 없으면 망하듯이 지역과 국가에도 브랜드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 정부의 혁신노력이 세계적 ‘공공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행자부가 정부 혁신을 진단하기 위해 개발한 정부혁신지수(GII)가 한국 공공행정의 대표 브랜드로 등장했다. 23일 유엔(UN)본부에서 열린 “UN 공공행정의 날” 행사에서 한국의 행정자치부 장관이 ‘혁신부문 특별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정부혁신지수는 공공기관의 혁신수준을 계량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300여개의 지표를 통해 정부 혁신의 추진 과정을 측정했다. 즉,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49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혁신 수준을 서열화 하고 각 기관을 혁신 준비기-점화기-추진기-확산기-정착기 등 5단계로 분류한 것이다. 이밖에도 우리 정부는 공공 분야에 주어지는 세계적 권위의 상들을 잇따라 수상하고 있다. 조달청의 전자입찰시스템인 ‘나라장터’가 유엔 공공행정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세계 정보기술올림픽(WCIT)에서 우리 정부는 공공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뒤지지 않는다. 서울시는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뉴욕 상하이 홍콩 시드니 싱가포르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국가 ‘대표 브랜드’ 정착 노력을> 이렇듯 각종 시상과 평가를 통해 우리나라의 혁신 사례가 세계에 알려졌다. 많은 나라들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각 나라 대표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세계 13개국 고위 공무원들이 조달청을 방문, 나라장터의 운영 현황을 견학했다. 특허넷시스템은 브라질 필리핀 대만 등 전 세계 30여 개국이 벤치마킹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대표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탄생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자의 취향 변화를 파악해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는 기업, 질 좋고 값싼 상품을 꾸준하게 공급함으로써 고객의 감동을 자극하는 기업에서 탄생되는 것이다. 지역이나 국가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행정의 결함을 최소화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나날이 새로워지려는 자세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 우리의 행정혁신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각인되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혁신인력개발원 교수·객원논설위원 | 2006. 6. 29. 중부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