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현주가 성경을 거꾸로 읽어내린 책. <예수와 만난 사람들>은 객관적인 성경 읽기보다는 성경 속 등장인물의 시각으로의 읽기를 시도하며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성경내용들을 생기 있게 재창조해내고 있다.
■ 목차
1. 소개의 말
2. 세상 사는 맛
3. 막다른 골목에서
4. 목마른 사람들
5. 형제여, 무엇이 보이는가?
6. 개가 된들 어떠랴
7. 그대들 의젓하고 잘생긴 사람들아
8. 믿어지지가 않는군
9. 한 아기에 대한 회상
10. 우리는 왜 그를 죽여야만 했던가
11. 보세요.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12. 사람이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면
13. 당신, 낫기를 바라시오?
14.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먼저
15. 새벽 닭 울음소리 들으며
16. 재수 없던 날
17. 엠마오 가는 길에서
■ 책 속으로
나도 당신의 죄를 묻지 않겠소. 돌아가시오. 그러나 다시는 같은 죄를 범하지 말아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에게는 살아야 할 아름다운 의무가 있어요. 자기든 남이든 사람을 버린다는 것은 무서운 죄악이오. 다시는 어느 누구든 버리지 말아요. 그분의 억센 손이 내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세상은 아직 넓어요. 찾아보면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오.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거든 우선 저기 보이는 들판과 나무와 작은 짐승들을 찾아가요. 그것들 모두 당신의 사랑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 pp.193-194
■ 독자 리뷰
세계는 실로 하느님이 지으신 곳, 살아갈 만한 터다.
지금까지 신약성서를 읽으면서 성서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자 성서 속의 개성 없는 인물들이 갑자기 입체적이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로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성서속 인물들의 생각, 감정의 흐름등이 너무나 섬세하고 감동적이었다.
예수와 만나기까지는 그야말로 천대받고 무엇보다도 그들 자신이 자신은 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그들이 예수를 만났을 때의 그 벅찬 감동의 물결이 이 책을 통해 생생히 전달되었다. 성서를 읽으면서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이 책을 한 번 읽고 다시 성서를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루했던 성서가 감동적인 소설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금 성서로부터 새로운 교훈을 얻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2001/01/26 (pasid) < pasid 님이 쓰신 서평 검색 >
우리 시대의 고전
도서 검색에서 이 책을 찾으면서 반신반의했었다. 이 책이 목록에 올라가 있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80년대의 삐딱한 눈을 치켜 뜬 이 책이 과연? 하지만 검색어를 타이핑하고 '찾기'를 누르고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고 모니터를 지켜보던 나는(내 컴퓨터는 사양이 조금 떨어진다.) 다음 순간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홍성담 선생의 판화가 찍힌 연한 노란색 표지의 책은 아니었지만 깔끔한 디자인의 책이 모니터에 나타난 것이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성경'이라고 한다. 가족 중 아무도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없는 우리 집에도 성경이 두 권 있다. 또 누구나 예수에 대해서 한 두 마디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의 신비스러운 인격이 쏟아낸 말씀이 마음에 스며드는 것을 한사코 막을 일이 무엇인가?' (이윤기의 '어른의 학교' p.174) 맞는 말이다. 나도 그 말씀이 마음에 스며드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수가 신비스러운 믿음의 대상으로서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거부한다. 이 책은 지은이의 말대로 '성서를 객관적인 제 3의 눈으로 통찰한 것이 아닌 거꾸로, 일부러 주관적인 관점,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그 주관적인 관점이란 무엇인가?
'나는 믿는다. 그는, 있지도 않으면서 사람을 억누르고 속박하고 가두고 분열시키는 온갖 허위의 사슬을 풀어 주는 해방자다.' ( p.162, '당신 낫기를 바라시오?' 중)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중 그 제일가는 일은 용서하는 일인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야말로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그러나 누가 누구를 용서할 것인가? 버린 자는 버림받은 자를 용서할 수 없다. 살인자는 죽은 자를 용서할 수 없다. 자칭 의인은 죄인을 용서할 수 없다. 버린 자는 다만 버림받은 자의 용서를 받아야 할 따름이요 살인자 또한 죽은 자의 용서를 받아야 할 따름인즉, 어느 날 나의 곁으로 오시어 나를 용서해 준 그 사람은 모든 버린 자들을 용서하기 위하여 버림을 받았고 모든 살인자들을 용서하기 위하여 죽임을 당하고 모든 의인을 용서하기 위하여 스스로 죄인이 되었던가' (p.150, '사람이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면' 중)
지은이는 '사람의 모양을 한 자유의 모습'(p.20, '세상 사는 맛' 중)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어떤이는 이 책을 보고 이른바 '민중신학'이라고 거부감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따뜻한 눈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무서운(?) '민중신학'이라는 한 마디 말로 잘라 버리고 내던져버릴 책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이야기책이다. 어려운 구절 하나 없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고 문익환 목사의 소개의 말처럼 '하느님의 아들이 되어 버린 예수를 다시 사람의 아들로 그려 주는, 그렇게 해서 오늘 하느님 없는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눈에 하느님의 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 16편이 들어 있는 이야기책이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가 86년,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89년이었다. 당시의 가격은3000원, 지금은 5000원이란다. 요즈음 보통 책값의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은 고만고만한 책들이 마구 쏟아지는 이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한다. 이러한 책을 우리는 이제 고전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낡은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감동을 주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이 글이 쓰여진 80년대의 '버린 자가 버림받은 자를, 자칭 의인이 죄인을 짓누르는' 현실에서 '버린 자가 버림받은 자를, 자칭 의인이 죄인을 용서하는 척'하는 이 시대에 더욱 큰 울림을 지어낸다는 의미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