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재미있는 술자리가 있었다. 공주사대 수학과 77학번 건장한 청년 세명이 왔다. 다 계순옥 절친들이다. 군산 회현중학교 공모제 교장 노릇 4년을 훌륭하게 마치고 다시 평교사로 돌아온 이항근 선생, 교진 형 근무하던 부여 세도중학교에서 교장 노릇 잘 하려고 무진무진 애쓰는 심재창 선생, 논산 열혈 선생으로 안식년 맞아 곱게 늙어가는 홍상표 선생이 모였다. 군산 앞바다 피조개를 한 망태기 어깨 메고 들어서는 이들과 벽난로 군불에다가 굽고 돼지목살 굽고 종촌 막걸리, 한산소곡주, 오비맥주, 참이슬로 조근조근 목을 축였다. 이러구러 세상 교육을 말하다가 아, 잠깐. 우리가 뭐 엠티하냐, 이러고 마을 도서관으로 몰려갔다. 김민기의 아침이슬, 사이먼과 카 누구더라, 그 이의 노래 음반을 틀었다. 아, 옛날이여. 그 옛날 분위기를 떠올리며 잠시 눈감고 흥얼거리다가 야, 우리 술깨야 해. 아래 탁구장으로 갔다. 교장 대 평교사 편 먹고 게임 시작, 이항근심재창 대 홍상표황금성, 흐흐흐, 5판 3승제로 하자. 첫 판은 3:0, 다시 또 하자 해서 하니 또 3:0, 역시 평교사는 위대하시다. 그럼 당구로 해볼까. 와, 이 거 다르네. 저항이 쎄네. 5판 3승제인데 2:2, 마지막 한 판, 다들 눈에서 빛이 난다. 머리 허옇고 숭숭 빠진 청년들이 낄낄대며 재주를 겨룬다. 아름다운 결판으로 교장 팀 승리다. 아무래도 홍상표가 져준 거 같다. 마지막 까만 공을 미리 넣어주었으니 말이다. 하하하, 깜깜한 세상, 마을길을 넷이 걷는다. 날이 흐려 별들이 다 숨었다. 아무 것도 안 보이니 더 좋으네. 집에서는 계순옥 주모가 조개를 잘 구워놓고 있네. 다시 한 잔 들이키면서 기타 들고 동요부터 노래 시작, 알아서들 옛 노래 풀어내는데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하얀 나비가 날아들고 떠나가는 배가 보이다가 그애와 나랑은으로 이어지고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때 그 새끼를 한목소리로 읊어대다가 그만 대학 시절 계순옥을 짝사랑하다가 끙끙거리던 옆 자리 아무개 선생의 옛이야기까지 들으니 괜히 내 가슴 쿵쿵거리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로 주절주절 이어지는데 설라무니.... 벌써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다. 자야 해. 수업하는 이와 안 하는 이가 다르다. 쿨쿨쿨쿨. 우리는 한살 두살 나이먹어가지만 그래도 정신 하나는 말짱하다.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