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마을로 가는 버스는 순조롭지 않았다. 김포골드라인 구례역에서 간발의 차이로 놓친 70번 버스는 다음 버스가 53분 후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조금은 후회스러웠다. 예전대로 3000번 버스로 강화터미널로 갈 걸하고, 그런데 그 기다림이 나쁜 것만은 아니였다.
아침에 내리던 가랑비가 대장간마을 버스 정류장에 내리는 순간 비가 뚝 그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철종외가로 가는 길은 이렇게 시간과의 전쟁이었지만 승리였다. 걱정없이 사진과 영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강화나들길 14코스 강화도령 첫사랑길은 원범과 봉이가 외숙인 외가에서 원범이 살았던 용흥궁을 향하면서 사랑을 나누던 사연이 굽이굽이 묻어나는 길이다. 강화도령 철종의 외숙인 염보길이 살던 철종외가는 철종 4년(1853)에 지은 건물이다. 이 건물은 원래 안채와 사랑채를 좌우로 두고 H자형이었으나 행랑채 일부가 헐려 지금은 ㄷ자 모양의 본채만 남아 있다.
철종외가를 뒤로 모퉁이를 돌아가면 언덕 위에 철종의 외할아버지인 염성화의 묘를 비롯해 염덕석,·염상임의 묘가 나란히 있는 철종외가 묘역이다. 비에 젖은 수풀이 뒤엉켜 길을 내주지 않는다.
화남 고재형 선생이 이곳 냉정리 염씨네 선영을 돌아보며 한시 하나를 남겼다.
염씨네 선영은 개울가에 있는데, 소나무 울창하고 풀들이 무성하네, 상서로운 구름이 북쪽에서 용흥전에 들어오니, 하늘의 은혜가 대대로 이어지리.
철종 외가는 1859년(철종 10)에 강화유수 조충식이 왕실의 위신을 세운다는 의미에서 철종 외숙 3인의 묘역을 정화하고 비석을 세웠다. 이에 철종의 외가 5대의 벼슬을 추증하고, 냉정리에 전답 10여 정보를 하사하였다고 한다.
3기 모두 공통적으로 묘표 음기에 ‘용담‘이란 글씨가 움푹하게 파져서 새로 새겨 놓은 흔적이 보인다. 그것은 파평 염씨가 용담 염씨를 가칭하여 철종의 외가라고 속이기 위하여 글씨를 ‘파령’이라고 새긴 것을 새로 정비한 것이라고 한다.
노랑코스모스 금계국이 곱게 핀 인적이 두문 냉정리 마을길이다. 냉정리 마을길도 예전 같지가 않다. 그사이 새로지은 집들이 보인다.
냉정리는 고개의 길가에 우물이 있는데 매우 차가왔기 때문에 동네 이름이 냉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싱그럽게 좌우로 소나무가 늘어서 있는 소나무 숲길을 지나 선원초등학교을 돌아서서 마을길로 접어들면 성회교회가 마중 나온다.
마을길을 걷다보며 찬우물작업실&카페의 팻말이 귀엽게 서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편하게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으며 민박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곳엔 공방 카페답게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나들길은 마을길을 버리고 숲길로 들어선다. 한차례 고즈넉한 산길을 오르고 능선을 만나면서 곧바로 좌측으로 내려서면 하늘을 가리듯 곧게 서있는 잣나무숲길이다. 땅 한 평을 사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이리저리 미끄러지듯 내려서서 횡단보도를 건너 고갯마루로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찬우물 약수터가 마중 나온다.
화남 고재형 선생은 이렇게 노래했다.
솟고개의 동남쪽엔 찬우물이 흐르는데, 주민들 이곳에서 전답을 개간했네, 정씨와 김씨가 고상함을 알아서, 수시로 앞마을 노인들과 교유하며 지냈네.
찬우물은 강화도령 원범이 5년간 귀양살이할 때 강화도 처녀 봉이와 남산의 청하동 약수터에서 만나 이곳까지 오가며 사랑을 나누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왕위에 오른 원범은 봉이 와의 추억을 잊지 못해 가끔 사람을 보내 이 우물물로 빚은 막걸리와 순무 김치 그리고 젓국갈비 등을 궁궐로 가져와 강화도와 봉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길동무와 많은 추억거리를 남겼던 찬우물약수터에는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예전 풍경이 아니다. 서들러 길을 재촉한다. 혈구산 등산로 들머리를 지나고 바다의별 요양원을 만나면서 마을길은 예전과는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나무들의 집이다. 나무들의 집은 서울의 어느 교회가 소유라고 있는 펜션으로 35평형 3채와 예배드릴 수 있는 소예배실이 있다. 시설로는 책을 읽으며 차 한 잔 할 수 있는 나무들의 집 카페 등 편리한 시설들이 완비되어 있다고 한다.
나무들의 집을 뒤로 다리를 건너서면서 우측으로 선행천 산책로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요즘은 노랑코스모스 금계국의 계절이라 선행천에서 꽃길이 아름답다. 그리고 만나는 충렬사로를 가로질러 화성길에 이어 화성길50번길로 오르막길을 가파르게 남산골프연습장을 향해 오른다.
호텔 에버리치 정원으로 들어선다. 강화도 읍내 해발 100m 남산에 자리한 호텔 에버리치는 3만평 부지 위에 70개의 격조 높은 다양한 스타일의 객실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프리미엄 로스터리 카페, 연회장, 야외수영장, 산책길과 등산로, 국내 최대 라벤더 정원이 들어선 4계절 자연친화적 리조트형 부티크호텔이라고 한다.
호텔 에버리치 정원 전망대에 서니 아침비로 구름이 가득했던 하늘이 파란 하늘로 변하면서 조망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정원에는 심신정화 효과가 있는 라벤더향이 풍기고 있다. 라벤더향기를 흠뻑 취하며 점심과 달콤한 휴식시간을 보낸다.
라벤더의 어원은 라틴어 ‘Lavare'로 ’씻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어원처럼 라벤더는 입욕제, 샴푸 등 세정 제품의 주성분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심신안정, 불면증 및 두통완화, 스트레스 해소의 효능이 있고, 해충을 퇴치하고 꿀벌과 나비를 유도해 자연계에 도움을 주는 이로운 식물이다. 또한 라벤더 잎과 꽃은 식용이 가능하며, 특히 꽃의 향기가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