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터미널에서 8시 30분에 출발하는 3번 버스를 2분전에 도착한 3000번 버스에서 서둘러 환승을 한다. 오후부터 비예보가 있다.
분오어판장에 내리니 거센 바람이 마중 나온다. 분오리돈대로 오르기 전 먼저 분오리 데크길을 걷는다. 썰물이 시작되었지만 지척에 넘실대는 바다 그리고 바다 너머로 장봉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아직은 이른시간이라 동막해변은 한산하다.
분오리돈대에 오른다. 분오리돈대는 1679년(숙종 5년)에 세워진 돈대로 대부분의 돈대가 진이나 보에 속했던 것과 달리 분오리돈대는 진무영에 소속되어 별도의 돈장이 파견되었다.
이 돈대는 조망할 수 있는 시야가 매우 넓으며, 자연의 지형을 이용하여 쌓았기 때문에 평면이 반달모양을 이루고 있다. 4곳에 문을 설치한 외곽 포대로, 관아에서 돈장을 따로 두어 관리하게 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띠었다 한다.
조선 숙종 5년(1679)에 축조한 것으로, 당시의 강화유수 윤이제가 병조판서 김석주의 명을 받아 경상도 군위어영군 8천명이 동원하여 쌓았다.
분오어판장을 통과한다. 예전 같으면 바다호 식당에서 바지락칼국수로 점심 겸 휴식을 취하곤 했었다. 분오리 해변길로 내려선다. 만조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혹시나 해변길이 막히지나 않나 걱정했는데 다행하게도 열려있다.
언제 나처럼 반가운 빨간 시설물이 보여 올라서고 한창 골프연습중인 펜선 마당을 지나 분오리저수지로 가는 길은 찔레꽃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분오리저수지 제방길에 들어선다. 분오리저수지는 겨울에는 빙어낚시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5월의 만나는 분오리저수지는 바람소리만 요란하다.
분오리저수지 제방길을 걷다보면 저수지 너머로 초피산이 눈길을 끈다. 초피산(242m)은 봉오리가 붓끝같다고 해서 풍수상 문필가가 나올 거라는 설도 있었고, 초피나무가많아 초피산이 부른다고 한다.
분오리저수지 제방길은 겨울마다 약 30여분 정도 바다와 갈대숲을 즐기며 걷는 아름다운 길이였는데 5월에 만나는 분오리 제방길은 천상화원이다. 타래붓꽃이 여기저기서 유혹하며 발걸음을 붙잡는다. 민들레도 찔래꽃과 아까시꽃도 반기는 길이다.
갯벌 너머로 각시바위가 시선을 멈추게 한다. 각시바위는 정수사에 들어와 불교 중흥에 힘쓰던 함허대사는 당시 조선을 건국했던 신진사대부들의 숭유억불 정책 탓에 불교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함허당이 강화에 들어와 불교사상을 재해석하고 전파하고 있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집을 나가 있던 함허대사를 찾아온 부인을 함허대사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산 아래 내려와 기다리던 부인은 끝내, 며칠 후 정수사에서 내려다 이는 앞 바다에 바위가 떠올랐으니 이를 '각시바위'라 한다.
강풍이 불어오는 천상화원은 춤바람이 넘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