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싸 랑
임 혜 철
“너의 미래는, 지금 하는 것이 너의 미래이다.” 수필가 이현산님!
오늘은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다. 선생님을 만나러 선생님과 같이 은하버스888을 타고 천안으로 가는 중이다.
나의 첫사랑은 바로 선생님이다. 이 고요한 가슴에 파랑을 일으키신 건 바로 선생님으로부터 또 선생님들로부터이시다.
지금도 남아있는 바다의 흔적은 국민학교 6학년 때의 격동이다. 지금도 그 흐느낌의 파랑은 과거로부터 전해져 온다. 억지로 웃기려고 망가지는 친구를 보며 애정 없이 웃어주는 것은 그 친구를 버리는 것이라고 너희를 잘못 가르쳤다고 그 친구의 미래를 가슴 아파하며 자기의 손바닥을 우리더러 때리라고 하시는 그 선생님의 들썩거림이 파도가 되어 부서져 내린다.
어떤 유혹에도 가뿐하게 넘어가주는 불혹의 나이에 이르는 동안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많은 첫사랑들을 했고 마음의 바다는 무지개 빛으로 물들어가지만 완전한 자기회복을 위해서는 수많은 별들을 더 만나야만 한다. 만권의 책 속의 스승과, 만 명의 선생님 안의 사랑과, 만 명의 친구 속의 선생을 만나면 나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길로 가는 보물지도를 다 꿰어 맞출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성의 욕정의 사랑이 개입되는 첫사랑과 구별하기 위해 이런 싸부님을 만나는 첫사랑을 첫싸랑이라고 부른다. 많은 선생을 만나지만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 길을 다잡아주는 싸부님을 만나는 경우는 그리 흔치는 않으며, 그 분들은 나의 가슴의 바다를 처음으로 탄생시키며 나의 첫싸랑이 된다. 그 때의 그 첫싸랑의 감격은 그저 주어진 큰 축복이다.
오늘 같이 은하버스888을 타고 가는 분은 이상하게도 솔직하게도 친구 같은 선생님이시다. 그 분은 나를 빠알간 진리의 바다 안에 푸욱 빠지도록 던져주신 분이고 오늘 또 다른 하늘색 바다안으로 나를 던져주실 국어선생님이시다.
항상 별을 바라보며 살았기에 이분은 꿈을 이루었으며 또 소박한 꿈을 이루어가신다. 이 분과 함께 뻐스를 타고가는 동안에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다행히도 석고상이 되지 않은 마음은 또 한 분의 싸부님을 만난다. 앞으로도 싸부님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받는 그 감격은 (나는 늘 오늘이라는 표현을 쓴다. 어제도 내일도 오늘 같은 지금 이 순간이다.) 첫싸랑의 설레임이다. 역시 은하버스888을 타고 가는 길은 신바람의 길이다. 계속 말의 대화와 마음의 대화를 나누느라 간질거리는 뒤통수를 돌려볼 틈이 없다. 겸손하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그 뒤통수를 한 번 긁적거려서 겨우 시원했다. 가장 좋아하는 버스는 행운의 7번을 초월한 팔팔나는 8번 은하버스888이다. 그 버스는 만나러 가는 버스이기 때문이다. 설레이는 새로운 첫싸랑이 기다리는 별나라로 가는 행복버스이기 때문이다.
아… 별나라에 갔는데, 별나라에서 초롱초롱한 별빛을 발견했다. 언뜻 본 하늘에 열린 구름사이로 빛나는 그 초롱한 별빛… 자기를 찾은 별을 바라보며 작은새처럼 파닥이는 심장으로 바다속 파도소리를 듣는 그 반짝이는 눈동자… 그 아름다운 모습을 순간 바라다 봤다는거이 아니겠습니꺼이…
지금껏 은혜를 나누어주려면 은혜를 위로부터 많이 받아야 한다며 은혜 혜짜를 소개하고 했는데, 어느 한 선생님께서 연락처를 적으시면서 던지는 말씀! “은혜를 많이 나누어주어야지…” 여느 때 같으면 스쳐 지나는 바람일텐데…오늘 나를 죽인 그리고 새로운 마음을 주신 그 분 덕택에 이 말씀이 푸른 하늘에 새겨진다. 육신의 은혜, 마음의 은혜, 영혼의 은혜까지 나누어주자! 그러면 자연히 은혜가 딸려 내려올테니깐…그런 은혜의 통로가 될 수 있고 그런 축복의 사람이란 걸 순간의 스승의 마음이 깨우쳐주신 것이다. 미리 와서 사랑의 커피와 애정의 차를 마련해주시는 그 분의 마음을 보니 사랑이 이 마음에 다운로드가 된다.
선생님은 언젠가 비 오는 날에 지하철을 타고, 천안까지 가셨다고 그 비 오는 날에 비를 맞으며 현충사를 향하는 경치를 소개해주신다. 이제 은하버스888은 은하지하철999로 변하여 천안으로 간다. 마음이 편안한 천안이라는 하늘로 바람에 스치는 별을 헤이러 간다. 나는 선생님에게 풀안개를 소개한다.
올 여름 백로(첫 하얀 이슬이 내린 날), 해 뜨기 전, 영국 브리스톨의 웨슬리 칼리지 잔디축구구장에 담았던 마음의 그림이다!
- 풀 안개 -
발목에서 무릎까지의 높이로 그 곳 풀잎들 위에만 안개가 깔려 있었다
마치 구름 그림자처럼 흐르는 안개의 물결이었다
초원 위를 달리니 풀안개가 흩어져 달아난다
땅과 하늘이 새벽에 사람들이 잠자는 시간에 만나 입맞춤하여 피어난 사랑 자국이다
태양의 빛이 올라오지 않았기에 미쳐 올라가지 못한 선녀는 치마폭을 풀잎 위에 드리우고
여기저기 피하며 달아난다
맨발의 청춘위에 하늘과 땅의 사랑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밟혀간다
다 들켰어…피해봐야 소용없어…이미 얼굴은 은빛사랑으로 물들어 있는 걸…
아침 태양이 여운으로 올라온다
초원에 빛이 한 줄기씩 임하여 풀안개를 한가닥씩 거두어간다
초원의 빛이 한 가닥씩 임하여 풀안개를 한줄기씩 태우며간다
아름다운 이별을 하며 사세
오늘 이 하루도 아름다운 헤어짐을 위한 삶을 사세
야속하게 떠나버린 풀안개인줄 알았는데
초원을 올라 이 마음에 들어와 있는 풀안개인걸…
공을 차며 공 굴리며 물구나무 기도를 하며 일으킨 신바람에 어느새 불려서 다 마셔졌어…
언젠가 이 풀안개를 시를 써서 선생님께 바쳐야지…국어선생님께…
“자기 회복의 길은 남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현산싸부님은 말씀하시지만 나는 남을 모방하고 싶다. 전 세계 어느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모든 지구상의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심을 품고 내려온 영국단기유학길이었는데, 오늘 그 사례를 본 것이다. 그 분의 가슴엔 16개국 언어가 들어 있다. 정성을 다하여 배워온 외국어들이 담겨 있는 그 분의 마인드를 모방하고 싶다. 그 선생님을 뵐 때 그 분을 모방하고픈 새로운 마음이, 새로운 사랑이 싹텄다.
또 사과를 가져오셨다. 대구에서 여기까지 탐스런 사과를 가져와서 소복이 깍아서 사랑을 나누어주시는 그 모습, 사랑의 이십한세기에 새로운 사랑을 따서 생명을 나누어주시는 새로운 이브같으시다.
참 조아하고 또 잘 부르는 가요중 하나는 바로 ‘동행’ 이다. 동행이 있다는 것! 참으로 행복한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분은 비밀의 정원을 가꾸시는 정원지기신가보다. 까페에 글이 젤로 많이 올라와 있다. 비밀의 동산을 지키시는 동행지기!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이랴! 저두 이런 이름하나 따서 던져주세요 사과나무아래에서 주워 주시던지요!
동산이 아닌 정원선생님의 빛나는 스무살의 영혼의 글은 이제야 나를 어른으로 만들려나 보다! 대견스럽게 국화꽃 같은 아내 앞에 돌아와 있는, 어른스럽게 피어오르는 성년해의 남편의 영혼을 지긋이 바라보는 호수 위에서 나를 비쳐보는 나르시소스의 나를 조명해 주는 아름다운 마음의 수필이다. 나르시소스는 호수를 바라보다 내가 아닌 호수에 반해서 빠져서 죽어, 새로운 마음으로 아내의 태 안에서부터 거듭 태어나 새로운 길을 간다. 믿음 한 웅큼 물 먹고 허부적허부적 길을 가는 둘이 합하여 하나가 된 신바람의 광야의 춤잡이!
선생님들이 모인 자리에 제가 끼어 영광스럽고 송구스럽긴 하지만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고, 싸부님들을 만나 나를 속임이 없는 자연스런 길을 발견한 그 첫싸랑의 기쁨이란...
첫싸랑에 겨워 마구 뛰는 가슴은 진정할 길이 없노라매...
사랑의 정원에서 마음껏 첫사랑을 풀안개처럼 들어마시게 해주신 그 은하뻐스888과 그 기사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며 하늘과 바람과 별의 서막을 닫는다.
또 다른 희망의 세계를 바라보며 영원 속의 은하버스는 오늘도 은하계를 매연도 없이 향기만을 날리며 별이 되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