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의 출산 이야기 ☆ 지훈이 엄마로 인사를 드릴게요. 9월 26일이면 벌써 우리 지훈이 백일이에요. 임신 8개월 중반까지 일을 하다 소리 소문 없이 아이를 낳았더니 아직 제가 엄마가 됐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출산 소식을 매스컴에 알리지 않아 본의 아니게 ‘극비 출산’이 되어버렸는데, 시부모님이 좋은 일일수록 유난떨지 말고 조용히 치러야 한다고 하셔서 취재 요청을 모두 정중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 지훈이가 태어난 날은 6월 18일. 친척 어른이 하시는 지방의 한 병원에서 2.8kg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죠. 출산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어요(웃음). 양수가 먼저 터져서 병원으로 갔고, 거기에서 촉진제를 맞자마자 바로 진행이 되더군요. 자궁이 열리는 속도가 빨랐던데다가 무통 분만 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대단히 고통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기 몸무게도 적은 편이었구요. 5시간 진통하고 낳았으니 순산이었죠. 그야말로 쑴풍! 아무래도 열심히 출산 준비를 해온 덕분이지 싶어요. 임신 초기부터 ‘토끼와 여우’라는 임산부 출산 교실에 다니면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교육도 받고 순산 운동법도 배웠거든요. 요가와 비슷한 형태의 순산 체조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주로 골반 넓히기 동작을 반복했고, 그와 함께 걷기 운동을 병행했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 정말 큰 소리 한 번 안 지르고 아이를 낳은 나를 보고 오히려 식구들이 놀랄 정도였잖아요. 남편(김현민·사업가)은 현장에 없었어요. 내가 고통스러워하면서 아기 낳는 모습을 어떻게 보냐고 걱정하길래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거든요. 남편의 손을 잡고 산고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굳이 그런 상황을 보게 하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아이를 처음 본 느낌은 뭐랄까, 신기하고도 감동적이었어요. 응애응애 두 번 울더니 내 품에 안겨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엄마를 쳐다보는 거예요. 너무 감격적이어서 우는 엄마도 있다던데 나는 감동의 웃음이 나왔죠. 속으로 은근히 바라던 사내녀석이어서 뿌듯하기도 했고. 눈물을 글썽거린 쪽은 남편이었어요. 나더러 고생 많았다고, 대견하다고 말하다 눈물이 그렁그렁, 갓 낳은 지훈이를 안고 있다가 또 한번 그렁그렁. ☆ 열달 동안의 임신 & 태교 이야기 ☆ 임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됐어요. 아직은 신혼 초반이니까 2세 계획은 차차 세워야지 막연히 생각하던 즈음에 지훈이가 우리 부부를 찾아왔죠. 집에서 임신 진단 시약으로 테스트를 하고 사실을 확인한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실감도 안 나고 어리둥절해지던걸요. 너무 갑작스러워 여동생한테 임신한 것 같다고 전화로 이야기를 했는데, 여동생이랑 우리 시누랑 친구여서 나랑 통화하자마자 곧바로 시누한테 알린 모양이에요. 우리 아가씨는 또 전화 끊기가 무섭게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 “오빠, 새언니 아기 가졌다며?” 축하 멘트를 날리고…. 그런데 이 남자, 정작 나하고 통화할 때에는 그냥 시큰둥한 거예요. 엄청난 사건 앞에서 그렇게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남편이 어찌나 야속하던지, 눈물이 펑펑 나오더라니까요. 여동생한테 “세상에, 네 형부가 이러더라” 하소연을 했더니 여동생이 남편한테 언니 마음 풀어주라고 했나봐요. 저녁에 케이크랑 꽃다발을 안고 들어왔더군요. 그걸 보고 서운한 마음이 봄눈 녹듯 사라져버렸죠(웃음). 입덧 때문에 케이크는 입에도 대지 못했지만. 희한하게도 임신 사실을 인지함과 거의 동시에 입덧 증세가 시작됐거든요. 입덧이 너무 심해 4개월이 끝날 무렵까지 거의 먹지를 못했어요. 오죽하면 몸무게가 3~4kg이나 빠졌을까. 딸기나 황도 같은 과일이랑 시어머님이 끓여주신 누룽지만 겨우 넘길 정도로 입덧이 지독했죠. 우리 어머님, 입덧하는 며느리 먹이려고 손 데어가면서 누룽지 만들고 끓여서 날마다 공수해주셨답니다. 입덧이 끝나고 나서는 컨디션이 좋았어요. 배만 나왔다 뿐이지 얼굴과 몸에 부기가 없어서 활동하는 데에도 별로 지장이 없더라구요. 임신 후의 체중 증가량이 13kg이었으니까 딱 적당했어요. 누가 그러더군요. ‘개그콘서트’ 아이디어 회의를 일주일에 두 번씩 하고 있으니 태교가 따로 필요 없겠다고. 개그 소재를 개발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이라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 하잖아요. 내가 느끼기에도 그게 제일 좋은 태교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십자수, 정말 열심히 했어요. 임산부가 손을 많이 쓰면 좋다길래 십자수를 태교 프로그램으로 선택했는데 거기에 재미가 붙어서 어떤 날은 새벽 5시까지 하기도 했죠. 그러다 얼굴에 기미가 앉아서 안절부절못하고(웃음). 피아노도 배워봤는데 그건 한 달 하고 그만뒀어요. 고상하게 건반 두들기는 건 나랑 별로 어울리지 않아서요(웃음). 태교는 그런 것 같아요. 구체적인 아이템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엄마의 정서적인 안정과 행복한 마음가짐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엄마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 뱃속 아이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거, 아이 낳아본 엄마들은 아실 거예요. 남편은 아기자기하고 곰살 맞은 코드와는 거리가 멀어요. 표현에 인색한, 전형적인 대한민국 표준 남자. 출산을 앞두고 ‘토끼와 여우’에 딱 한 번 같이 간 적이 있어요. 자기가 뱃속에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자보다 실감이 덜할 테니, 당신도 얼마쯤 시간이 지나면 아빠가 된다는 걸 느끼게 해주려고 동행을 제안했죠. 아내의 순산을 돕기 위해 남편이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는데 집에 와서 물어보니까 다 까먹었대요(웃음). 지훈이 태어난 후에도 처음에는 너무 조심스러워서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도 모르던걸요. 아기들이 버둥거리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무슨 큰 일이 난 것처럼 왜 이러냐고 다급하게 묻기도 하구요. 그에 비하면 요즘은 선수가 됐죠. 기저귀도 척척 갈고, 젖병도 잘 물리고, 울어도 잘 어르고…. 디지털 카메라로 아기 모습 담느라 정신이 없어요. “태몽은 개그우먼 김현영 언니가 대신 꿔주었어요. 임신 사실을 안 바로 다음 날 언니한테 전화가 왔는데, 다짜고짜 ‘너, 임신했지?”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맞다고 했더니 자기가 태몽을 꿨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사과를 한아름 안고 있는 꿈. 과일 꿈은 딸이라는데, 씨 있는 과일은 또 아들이라네요(웃음)” |
☆ 100일 육아와 산후 다이어트 이야기 ☆ 우리 지훈이,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2.8kg에서 석 달 만에 6kg이 됐죠. 저녁 8시나 9시쯤에 재우면 어쩌다 가끔씩 새벽에 한번씩 깨고, 보통때는 여섯시까지 계속 자요. 백일 즈음해서 낮밤이 바뀌기도 한다는데, 그러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죠. 어른들은 지훈이가 아빠를 많이 닮았대요. 내가 보기에는 눈은 나를 닮은 듯하고 코와 입은 아빠랑 비슷해서 얼핏 보면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성격은 엄마 아빠의 공통점 하나를 그대로 닮았어요. 고집 센 거. 쬐그만 녀석이 뭔가에 뒤틀리면 배가 고파도 먹지도 않고 집안이 떠나가라 운다니까요, 글쎄. 아이 낳고 힘들었던 건 모유 수유예요. 생각만큼 아기가 잘 빨지 않아서 조금 고생을 했죠. 처음이라서 방법을 잘 몰랐나봐요. 산후 도우미의 도움으로 나중에는 수월하게 했지만요. 모유 수유는 백일이 지나면 마무리하려고 해요. 일을 시작했더니 밖에서 모유를 짜고 보관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더군요. 산후 조리하면서 다이어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어요. 출산 한 달 반쯤 지나 본격적으로 시작했답니다. 우선, 산후 전문 클리닉(미체원)에 다니면서 출산으로 인해 벌어진 뼈와 근육을 바로잡는 산후 치료부터 받았어요. 요통도 있고, 원래 목뼈부터 척추까지 안 좋은 편이었는데 산후 치료를 받으면서 허리 통증이 없어졌죠. 허한 기운을 보충해주는 한약도 같이 먹었어요. 아기를 낳고 나면 여자는 빈 껍데기가 된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몸을 전체적으로 회복하는 치료와 함께 케겔 운동과 복부 운동을 중심으로 운동 요법도 병행했어요. 특히 복부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에요. 윗몸일으키기를 변형한 스타일의 동작인데 꾸준히 했더니 쪼글쪼글해진 배에 탄력이 생기지 뭐예요. 산후 치료와 운동 요법을 3주쯤 하고 나서 8kg이 줄었고, 그 후로 최근까지 3.5kg 빠졌어요. 회복이 꽤 빠른 편이죠. 5kg 남았을 즈음, 예전에 입던 옷을 입어봤더니 바지가 허벅지에서 걸려 올라가지 않더라구요. 빨리 옛날 옷을 입어야지 하는 마음에, 수시로 옷장에 옷들을 입어보면서 스스로 자극도 주고 노력도 많이 했어요. 요사이에는 남은 1.5kg을 마저 정리하려고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40분씩 걷고 있죠. 물론 먹는 것도 조절해요. 등푸른 생선과 두유 등의 식품으로 고단백 저열량 식단을 유지하고 있어요. 무조건 살만 빼려고 했다면 건강을 해쳤을 텐데, 건강을 기본으로 하면서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했기 때문에 몸에 무리도 없고 예전의 몸으로 되돌리는 속도도 빠르지 싶네요. 며칠 전에 아이 낳고 처음 방송국에 갔는데 사람들이 몸은 그대로인데 가슴만 풍만해졌다고 하더라구요(웃음). ☆ 다시 시작하는 나의 일 이야기 ☆ 올해로 방송 생활 15년째예요. 15년간 쉬지 않고 일을 해온 나에게 일은 밥을 먹고 신문을 보는 일상과 똑같은 의미죠. 지훈이를 낳고 몸조리를 하는 동안 난생 처음 경험하는 엄마의 인생이 벅차고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집에만 매여 있다는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더군요. 왜 산후 우울증이라고 하잖아요. 누가 대수롭지 않게 던진 한마디에도 상처받고 눈물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거요. 일을 서두른 것도 그런 이유예요. 일에서 얻는 에너지와 가정에서 얻는 에너지가 고루 섞여야 내 삶이 행복해지니까요. 백일도 안 된 지훈이가 자꾸만 눈에 밟히지만 생활의 윤기를 잃은 엄마보다 일을 하면서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엄마가 지훈이한테도 좋을 거라고 자위를 하고 있죠. 결혼으로 내 인생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어요. 좋은 배필을 만나 보금자리를 꾸미고, 그 안에서 전보다 행복이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느낌은 들었어도 인생이 달라졌다고 할 만큼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낳아보니 아이라는 존재가 바로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구나, 실감이 나네요. 잠든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순간, ‘토끼와 여우’에서 만난 6월 출산반 엄마들과 인터넷으로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순간 입가에 번지는 환한 웃음. 그런 맑고 고운 웃음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