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우 번외>
나 이진우..
22살
운동은 허락했지만,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아버지에 명령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야구팀으로
가서 진정한 프로들의 야구와 부딪혀보고 싶었지만
결국 난 대학교 야구부를 택했다.
정말
야구에 미쳐서 살아왔던 나였다.
덕분에 얼마 전,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뽑혔고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서 난 경기에 제대로 출전도 못했지만,
나에겐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연애?
글쎄... 여자는 모르고 살았다..
미친 듯이 야구만 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그녀...
강지호....
그녀 이후에는
그 어떤 여자도, 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들어올 수 없었다...
그녀의 곁에서.. 정말 친한 후배로 지내는 지난 몇년간은
아무에게도 티를 낼 수 없었지만...
난 그녀에 대한 열병으로 늘 앓아야만 했다...
하지만... 정말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걸까?
이제.. 늘 가슴 한 구석을 너무나 아프게 해오던.. 그녀라는 존재가
점점 추억이란 이름으로 나에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물론 완전히 치유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그녀를 볼 때 마다 가슴이 설레여 오는 건...
여전하지만...
" 젠장, 벌써 졸업이야... "
한숨을 쉬며 소주 한 잔을 터프하게 원 샷 하는 그녀
대학교 4학년...
지금이 늦가을이니까..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닌가 보다.
" 에이~ 씹 , 얼마전부터 나 인턴쉽인지 뭔지 때매 호텔에서
일하잖아.. 젠장, 아주 지 잘난 맛에 사는 년들끼리
와서 어찌나 내 속을 긁어대는지. 나 진짜 이 짓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다. "
지호 선배는 k 대 관광학부를 다니고 있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그것도 서비스업인지라
그녀 성격에 절대 안 맞는 일이라고 우리는
염려했었다.
역시나... 힘든 모양이다.
" 에잇! 드러버라. 드러버라~ 드러버~ 안하고 만다 퉤퉤퉤"
아무래도 많이 취한 거 같다.
혼자서 이미 소주 4병은 마셨으니...
그녀는 이내 고개를 테이블 위로 떨어뜨린다.
" 선배!!! "
대답이 없는 그녀...
정말 취했다.
야윈 거 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아름답다.
첫사랑이라는 거....
그렇다..
이제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어니어도
막상 보고 있으면
애뜻하면서도, 그리우면서도, 안타까운 그런 느낌..
" 이 여자 이거 완전 뻗었구만 ~ "
화장실 갔던 인철이가 인상을 쓰며 자리에 앉았다.
몇 번 그녀를 흔들어보더니 테이블에서 그녀를 일으켜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다.
그렇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놈과 나의 첫사랑...
이 둘은 4년 넘게 연애중이다.
이 둘을 보고 있는 게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은 왠지 뿌듯하고...
또 부럽다.
" 선배 많이 힘든 모양이다. "
" 몰라.. 아주 성질 죽이고 일 할래니까 죽을 맛이겠지.
그르길래. 어울리지 않게 그 과에 왜 들어가냐고, 젠장
지때매 나도 들어갔잖아. "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자신의 연인이 힘들어 취한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는 표정이다..
짜식....
인철이에 대해 더 말하자면 ,
인철이는 지금 선배와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재학중이다.
일부러 그렇게 들어갔다.
딴 놈이랑 바람피나 안 피나 감시해야 한다며.
그리고, 대학 들어와서 5cm 가 더 커진 인철인
1년 전부터는 모델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패션쇼장에서 넘어지고 지호 선배가 딴 남자 만난다는
제보를 듣고, 패션쇼 시작 3초 전에 사라지고, (물론.. 그 제보는
지호 선배가 오빠와 밥을 먹고 있었던 걸 보고 후배들이
오해해서 보낸 거 였다. )
암튼 별별 사건을 다 만들어 내더니
지금은 인지도도 있고, 씨에프에도 출연한다.
녀석... 확실히 모델티가 팍팍 난다.
녀석은 요즘 중고등 여학생한테 인기가 아주 많은데
그녀는 ,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는 것 같다.
한 때는 여자 많이 울리고 다녔던 녀석이지만,
정말 무섭고도 신기하게도
그녀와 함께 한 그 순간부터
일체 다른 여자는 만나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 행복하냐? "
난... 함인철에게 물었다...
" 미친새끼.. 민망하게.. "
함인철 멋쩍어 하더니 술 한잔을 자기가 따르고 원샷한다.
" 나.. 결혼하고 싶다. 지호랑 "
" 결혼? "
" 그래. 결혼.. "
" 갑자기 왜? "
" 갑자기 아니야... 오래됐어. 이런 생각한지.. "
인철이 자식... 쑥쓰러워 하는 거 보니..
정말 하고 싶나보군..
" 하자고 해. "
" 말도 마라 10번은 족히 넘게 거절당했다..
청혼하는 사람보고 미쳤냐는데.. 할 말 있냐. "
풋, 역시 선배답다....
" 날 사랑은 하는데.... 날 데꾸 살 용기는 없데..
내가 너무 어리데.. 아직두...
젠장, 누구는 지한테 인정받아 보겠다고..
별 짓거리를 다 하고 돌아다니는데
야.. 어제는 콜라 씨에프 찍는데 제기랄 망할놈의 콜라를
몇 캔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아주 남은 배 터지고 트름 나와 죽으려는데 감독놈이 웃으래
지 같으면 웃음이 나오겠냐? 남일 아니라고 젠장. "
녀석.. 말은 이렇게 해도..
꽤 이제는 정말 적응을 잘하고 있는 듯 싶다.
우리도 정말 어른이 됐나 보다..
쓸데없이 농담만 주고받던 어린애들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의 일, 미래, 그리고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할 줄 아는..
진짜 성인...
" 내가 정말... 지호를 행복하게 해줄 놈이 못 되는 거냐?
그래서.. 지호가 날 믿지 못하고 선뜻 결혼하겠다는 말은 안 하는 걸까? "
항상 선배에게 재섭는 말만 툭툭 내뱉는 녀석이지만..
옆에 같이 있어만 봐도 내가 다 느껴질만큼..
선배를 사랑한다..
" 야 함인철 "
난 장난스럽게 함인철을 불러본다.
" 왜 임마? "
" 만약 니가 그런놈으로 보였다면, 너한테 선배 양보 안 했어. 짜샤 "
난 인철이에게 씩 웃어주었다.
인철이 자식...
특유의 멋진 미소를 날리더니
나에게 술 한 잔을 따라준다..
다음날 난 어김없이
연습하러 왔다..
으....
어제 오랜만에 인철이랑 지호선배를 만나서
과음을 했더니 속이 좋지 않다..
" 오빠, 어디 안 좋아요? "
걱정되는 얼굴로 내 옆에 앉아 날 바라보고 있는
이 쪼마낳고 귀여운 이 꼬맹이는
우리 야구부 매니져인 정현이다.
" 어제 과음을 했더니 속이 좀 안 좋네? "
" 아침은요? 아침 먹었어요? "
" 아니 "
" 오빠 그럼 지금 먹으러 가요. "
" 귀찮아. "
" 얼른요!! 아침 안 먹으면 안되요!! "
정현이는 엄청난 힘으로 날 끌고
해장국 집으로 향했다.
캬~
속이 좀 풀어지는 느낌이다.
정현이는 내 앞에서 내가 숟가락을 뜨면
젓가락으로 김치 찢어서 얹어주느라 정신이 없다.
" 됐으니까 니꺼나 먹어. "
" 싫어요. 해줄래요. "
정현인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치를 계속 찢는다.
정현인 2학년이다.
아버지가 우리야구팀 감독님이시다.
그래서 인지,
어려서부터 야구 왕 팬이었단다.
쑥스럽지만,
고등학교때부터 내 플레이를 보고 동경해왔다면서,
이 대학을 온 건.. 나 때문이라고
정현이가 매니져로 들어오고 난 후 있었던
첫 회식 때 아무렇지도 않게 공표했으며.
작년 크리스마스 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해왔다.
물론.. 난...
동생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정현이는 기달리겠다고 했다..
너무나 밝은 모습으로..
그리고.. 지금까지 날.. 하염없이 기다려주고 있는 것이다.
내 곁에서..
" 내 꺼 까지 다~ 먹어요. "
정현인 내 해장국 그릇이 비워가는 걸 보더니
자신의 해장국을 내 그릇에 덜어준다.
" 닌? "
" 오빠 먹고 있는 것만 봐도 좋아요. "
저 해맑은 미소....
저 미소는 나에게 두가지 의미를 준다.
하나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는 거..
그리고... 날 너무나 미안하게 만든다는 거..
난 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지호 선배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정현이가 찢어주는 김치에 해장국을 먹고.
곧바로 난 연습장에 돌아가
맹 연습을 했다.
곧 있으면.. 대학 야구 시합이 있기 때문이다..
" 진우 선배, 누가 찾아왔는데요? "
후배가 연습장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누구지?
난 그 쪽으로 달려갔다..
태형이 녀석이다.
" 떠난댄다~ "
" 뭐? "
" 수진이 누나... 결국 그 교수랑 결혼하고.. 떠난데... "
담배 한 모금을 빨고서...
낮게 깔린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태형이..
태형이의 눈은.. 이미 자포자기한 녀석의 심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태형이와 수진선배...
이 둘의 인연도 꽤 길다...
수진 선배는 태형이를 오랫동안 바라봐 주었지만,
태형이는 늘 좋은 누나로만 생각해 왔었다.
이 놈에겐.. 다른 여자들도 많았다..
그 것 때문에.. 아마 수진 선배는 많이 힘들어했을 거다..
태형인.. 최고의 명문대 의학도...
수진선밴... 지방대.. 미술학도..
수진선배는... 열등감을 다 버려가면서 까지..
태형이만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수진선배를 짝사랑 해오던 그 대학 교수가
프로포즈를 해왔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사이에 고민하다가
수진선배가... 태형이를 포기하고
교수와의 결혼을 결심한 것이다.
뒤늦게... 수진선배의 소중함과.. 그녀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태형이는... 막무가내로 수진선배에게 매달렸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수진선배는 내 달에 결혼하고 곧 파리로 떠날 예정이다.
" 나... 진짜 어떻하냐.... 나 정말 수진 누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은데....
결혼해서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질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미칠 거 같아.. "
태형이의 눈에선 눈물이 글썽거린다.
" 젠장.. 왜 이제야.. 깨달았냐고 등신같이!!!!!! "
" 태형아... "
" 너 말이야.... 지금 너 좋아해주는 사람있으면... 잡아라....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
태형이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녀석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아프다..
좋아해주는 사람?
풋..
나 순간 정현이가 떠올랐다...
꼬맹이...
꼬맹이도 날 언제까지 기다려줄까?
만약.. 꼬맹이가 날 떠난다고 할 때
내 기분은... 어떨까?
" 오빠! 이거 마시면서 해요!! "
정현이는 오늘도 변함없이, 자신이 직접 갈아만든
과일쥬스를 내민다.
딸기랑 바나나가 들어갔다는 데... 맛이 괜찮다.
" 야! 한정현!! 너 너무 한 거 아니냐? 어떻게 맨날 진우 선배만 챙기냐~ "
야구부에서 내가 제일 아끼는 투덜쟁이
현호 놈이 칭얼댄다.
" 너 마실래? "
난 쥬스를 현호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실실 웃으며 다가오는 현호
" 앗 정말요? "
" 오빠!!!!!!"
정현이가 매섭게 째린다...
쪼그만 녀석이.. 저럴 땐 정말 쌀벌하다
" 야 현호야 안되겠다. 정현이 무서워서 어디 주겠니? "
" 오빠! 빨리 내 앞에서 다 마셔요! 한 모금도 쟤 주지 말아요. "
" 야~ 진짜 치사해 치사해 줘도 안 먹는다. 퉤! "
투덜대며 돌아서는 현호..
난 결국
정현이 앞에서 그걸 다 마셔야 했다.
연습이 끝나고 난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호텔 레스토랑으로 끌려왔다.
그 곳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한 여자가 앉아 있다.
못 보던 여잔데...
" 일찍 오셨네요? "
난 일단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 누구에요? "
" 인사 나눠. 박사장님 딸. 박혜미, 너랑 같은 학교 2학년 "
박사장님 딸이라....
여긴 왜 와있는 거지?
아~~~ 알겠다... 또 시작이시군..
" 만나서 반갑습니다. "
" 네. "
특징없이... 그냥 단지 예쁘게 만들어진 얼굴..
명품 악세사리와 세련된 옷들..
매번 이런 자리를 끌려올 때마다... 만나는
부잣집 성형미인들의 전형이다..
" 진우야, 그럼 아버지랑 나랑은 선약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봐야 할 것 같은데. "
은근슬쩍 눈치 보며 빠지려는 아버지, 어머니...
내 나이가 아직 22인데... 이런 만남으로
10명 정도의 여자들을 만나왔다.
지겹다..
" 진우야, 혜미양이랑 식사하고 집까지 데려다 주고
들어와!! "
정말.. 환장하겠군...
" 우리 학교 다니신다구요? "
난 약간은 차갑게 물었다.
" 네.. "
" 무슨 과에요? "
" 경영학과요. "
" 아... 네.... "
" 전... 학교에서. 선배님 자주 봤었는데... "
" 아.. 네.. 그래요? "
" 선배님.. 유명하시잖아요... "
" 그런가요? "
형식적인 대화...
내 앞에 있는 이 혜미라는 여자가 싫은 건 아니지만...
재미가 없다..
결국 이렇게 형식적인 대화만을 나누다가
난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헤어졌다.
요즘은 연습 또 연습이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될.. 야구 대회...
가슴이 떨린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만큼..
" 선배, 면회요. "
투수와 타격 연습을 하고 있는 데, 투덜이 현호가
장난스럽게 날 부른다.
" 이번엔.. 여자에요.. "
여자? 누구지??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 진우선배님.. "
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제 본 여자...
혜미? 암튼 그 여자다...
" 여긴 왠일이에요? "
" 그냥... 지나가는 길에 연습하는 거 보고 싶어서요.. "
" 아.... "
민망하군...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나가서.. 차를 마셔야 하는 건가?
" 선배!! "
내 어깨를 툭툭치는 작은 손..
정현이다
" 연습장이 무슨 데이트하는 덴 줄 알아요? "
꼬맹이가 팅팅 불어서 나와 혜미라는 여자를 째린다.
" 빨리 연습해요!! 시합이 몇일 남았다고 농땡이야~!! "
꼬맹이가 내 손을 잡아 끈다.
난처하다...
물론... 탈출하고 싶은 상황이었지만..
혜미라는 여자의 눈빛 때문에.. 미안해지기도 한다..
" 야!! 잠깐만!! "
끌려가면서 난 그 여자를 계속 미안한 듯 보고 있자
당황해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여자는
" 아니에요.. 연습방해 해서 미안해요.. "
라고 말하며 약간은 기분이 상한 얼굴이었지만..
애써 웃어주는 듯, 하더니
차갑게 돌아섰다.
" 선배 진짜~ 너무해요!! "
" 왜? "
" 저 여자가 뭐가 이쁘다구!! "
" 시끄러 임마. "
난 꼬맹이의 머리를 툭툭 쳐주고는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그 여자한테 조금 미안하다..
그리고.. 역시 꼬맹이.. 대단해
날 잡아끄는 힘이 엄청 쌨다.
꼬맹이 여장군..
그 후, 꼬맹이는 계속 나만 보면 툴툴대고, 째렸다.
그래도 과일쥬스는 만들어 주었다.
물론 직접 안 주고 몰래
사물함 안에 넣어두었지만
그리고
혜미라는 사람은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해 왔지만, 번번히 내가 만날 것을
연습핑계 대며 거절하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 여자에게서는
연락이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시합 시작하기 이틀 전 날...
우리는 단합을 위해 식사를 거하게 했다.
내 앞에 앉아서 꼬맹이는 나를 째려보며 홀짝홀짝 술을 마셔대더니
점점 몸을 못 가누고 째려보는 강도가 심해지는 게 취한 거 같다.
" 이진우!!!! 너 당장 나와!!!!!! "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밖으로 나간다.
난 뭐..
따라나갔다.
" 이진우!! "
얼굴 빨개진 꼬맹이가 초점없는 눈으로
날 바라본다.
" 취했다. 집에 가자. "
" 우리 집도 모르면서!! "
" 어딘데? "
" 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자나. 관심이 없으니까~~~~~
난 다 아는데...
니 키, 몸무게, 전화번호, 집주소, 헤헤.. 나 스토커 같지? "
매니져니까 당연히 다 알겠지... ㅡㅡ;;
꼬맹이 비틀거리는 거 보니..
많이 취한 거 같은데
" 그 여자 뭐야? "
" 뭐가? "
" 그 여자 그 가방 비싼 거 맨 기집애. 그 코 올리고 눈 하고 암튼
싹 뜯어 고친 기집애 말이야. "
혜미라는 사람 말하는 건가?
" 이쁘지도 않은게. 어디라고 꼬리치고 있어! 죽을라고! "
" 그 사람 그냥 아는 사람이야.. "
" 진짜지? "
" 그래. 빨리 집에나 가자. "
꼬맹이는 내가 아무사이 아니라니까 표정이
밝아졌다..
아차!!
데려다 줘야 하는데..
회식한다고 그래서 집에서 차를 안 갖고 나왔다.
난 택시 잘 잡히는 대로 꼬맹이를 끌고 갔다.
꼬맹이라 그런지 가볍다.
" 진우야!!! "
이 목소리...
" 진우~ 너 이놈 여자친구 생겼냐? "
지호선배다..
술에 취해 힘없이 내 옆에 매달려 있는
꼬맹이를 내 팽겨 치고 ..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건...
왜일까..
나도 참 한심하다..
" 아뇨... 그냥 후배에요. "
" 후배? "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우리 곁에 다가오더니
꼬맹이의 얼굴을 본다.
" 귀엽게 생겼는걸~? 어이 아가씨 언니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
꼬맹이는 순간 내 팔을 강하게 움켜쥔다..
지호 선배가 무서운가 보다..
하긴 무섭지..
" 아.. 안녕하세요. "
꼬맹이 나한테 고래고래 소리칠 때랑은 다르게
목소리 기어들어가는 거 보니
쫄긴 쫄았다.
" 그래그래. 귀여운 아가씨. 난 강지호라고 해. 아가씬? "
" 전... 한.. 정.. 현이요.. "
" 이름 이쁘네~ ? 근데 진우야. 어디 가? "
" 회식 끝나고 얘 많이 취한 거 같아서 바래다 줄라고"
" 아~~~~~~~ 그래? "
순간 그녀가 너무 얄미웠다...
내 마음...
정말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하는 건지...
장난스럽게 꼬맹이에 대한 내 마음을 떠보려는
저 표정이.. 너무 야속하다.
" 선배는요? "
" 아.. 나 인철이 만나고 방금 헤어지는 길이야.
촬영있데, 아주 바쁜척은 혼자 다한다 야. "
그렇지... 선배 곁에는
인철이가 있지.....
나 또 왜 이렇게 유치하게 그런 맘을 먹었던 거야?
다 정리했으면서...
" 인철? 함인철? 모델? "
꼬맹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묻는다.
" 오~ 귀여운 아가씨 인철이 알아?
걔 아는 애도 있구나... 아까 이 길거리를 그렇게 싸돌아다녀도
아는 척 하는 사람 아무도 없던데 "
" 왜요.. 그 사람 인기 많은데.... "
" 그래? 그 사람들 다같이 나랑 함께 안과 좀 다녀와 봐야 겠는 걸 ~~ ? "
" 근데.. 어떻게 알아요? 그 사람? "
꼬맹이의 질문에 살짝 당황해 하는 지호선배..
함인철은 늘 당당하게 자기 애인이라고 말하고 댕기지만
아무래도 지호선배 입장에선 인철이에게 흠이 될까봐
확실히 관계를 밝히는 걸 꺼려한다.
" 인철이.. 나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어. 제일 친한 친구야..
이 선배도 같은 고등학교 나왔고 "
" 아~ 진짜요? 오빠 왜 말 안 했어요.. 진작에
싸인 받아다 달라고 했을텐데.. "
" 귀여운 아가씨 내가 아가씨를 위해 하나 받아둘게. 걱정 마. "
지호 선배는 특유의 미소를 짓더니 나의 어깨를 툭툭친다.
" 숙녀분 잘 바래다 드려라. 난 이만... 화영이와 약속이 있어서. "
" 화영선배 만나요? "
" 앙!! 잘 가!! 연락해!! "
" 네. 화영 선배한테 안부전해주세요 "
" 그래, 그래 "
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을 한참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냥... 내 머리는 안 그런데.. 내 몸이 그러고 있으니까...
" 오빠 가요. "
꼬맹이는 이런 날 느꼈는지 날 잡아끈다.
난 꼬맹이의 집 앞까지 택시를 타고 데려다 줬다.
꼬맹이 녀석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 내 팔에 매달려 있다.
" 들어가. "
" 지혼가 하는 언니.. 오빠가.. 좋아했던 사람 맞죠? "
꼬맹이.. 진지한 얼굴로 날 본다.
꼬맹이가 그녀를 어떻게 알지?
" 나 혼내면 안되요? 우리부.. 탈의실 사물함 정리하면서... 선배 지갑
살짝 본 적 있어요.. 그냥.. 일부러 볼려고 한게 아니라.. 떨어졌길래
누구껀가 하고 보다가.. 오빠꺼라서.. 궁금하기도 하고.. "
" 어.. "
" 근데.. 거기에.. 선배랑 그 지혼가 하는 언니랑 찍은 사진이..
깊숙이.. 박혀 있는 걸 봤어요... 뒤에는...
잊지 말자... 그녀를 사랑했던 기억..
이렇게.. 써있었고 "
꼬맹이가 그걸 봤구나...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 생각날 때 보려고
깊숙이... 집어넣었던 사진이었는데..
" 그랬구나....... "
" 그.. 언니... 아직도 좋아해요? "
" 지호선배.. 인철이 여자친구야.. "
꼬맹이 눈이 흔들거린다.
놀랐나보다..
" 오빠... "
" 정현아... 나... 니 맘 잘 알고, 고맙게 생각하는데,
아직은.. 내가 누굴 정말 좋아해 줄 자신이 없다... "
" 그.. 언니 때문인가요? "
"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야.. "
꼬맹이 가만히 날 바라보더니 내 품에 쏙 안긴다.
" 오빠.. 많이 힘들었죠? 그죠? "
울먹이는 꼬맹이의 목소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 정현아.. "
꼬맹이는 내 가슴에 묻었던 얼굴을 들어내며 날 다시
바라본다.
" 나 이제 오빠 더 좋아할거야. 오빠 힘내요!! "
엉뚱하고 당황스러운 정현이의 말투..
해맑고 순수한 모습에
나도 몰래 웃음이 나온다.
" 오빠 여기서 잠깐만 기달려요!! 아주 잠깐만!! "
꼬맹이는 뭐가 생각났다는 듯 집으로 뛰쳐 들어간다.
뭐 때문에 그러지??
암튼.. 꼬맹이....
참.. 독특한 애야...
꼬맹이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5분 쫌 지났을까?
꼬맹이 녀석이 헐레벌떡 컵을 들고 나온다.
" 이거 뭐야? "
" 과일쥬스요. "
" 뭐? "
" 빨리 마셔요. 내일은 일요일이라 못 해다 주니까. "
정말 특이해...
못말리겠다. 꼬맹이녀석
" 빨리 먹어요!! "
재촉하는 꼬맹이 때문에 결국 난 꾸역꾸역 과일 쥬스를
마셨다.
꼬맹이는 만족스러운 듯 헤~ 웃고 있다.
귀여운 녀석
" 나간다!! 월요일 날 시합장에서 보자 "
과일쥬스 다 마셔주고 돌아서는데 꼬맹이가 내 손을 잡아끈다.
난 순간 꼬맹이의 엄청난 힘 때문에 그 쪽으로 쏠렸고
꼬맹이의 입술이 내 볼에 닿았다.
진짜 깜짝놀랐다.
" 파이팅!! "
꼬맹이 윙크를 날려주고 놀라 굳어 있는 날 뒤로한채
집으로 냅다 뛰어 들어간다.
꼬맹이한테.. 당하다니...
다시 웃음이 난다.
일요일날에도 꼬맹이 녀석의 파이팅 문자가 10개 정도가 와있었다.
아무래도..
괜히 얘기해준 거 같다.
시합날...
첫 경기는 대학부에서 우리 학교랑 경쟁학교인 k 대 이다. (참고로
난.. H대 )
첫 경기에서 강호를 만나다니.. 정말 운도 없다..
하지만...
어차피 결승에서 만날 상대이니까..
매도 빨리 맞는 법이 낫겠지..
시합 10분 전, 몸을 풀고. 나는 불팬에 앉아 있었다.
오늘 애들 오기로 했는데...
왔을라나?
" 오빠!!! "
꼬맹이의 목소리다..
난 고개를 돌렸다.
꼬맹이는 손짓하며 자기쪽으로 오란다.
키득키득 거리며 웃고 있는게 왠지 불안하다.
저 쪼마난게
뭘 또 꾸미고 있는 건지...
난 꼬맹이 쪽으로 갔다.
" 왜? "
" 야!!!!!!!!!!!!!!! 이진우!!!!! "
꼬맹이쪽으로 갔을 때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지호선배가 있었다.
" 선배? "
" 야!! 오늘 잘해라!! 못하면 알지? 아작을 내버릴테야!! "
알딸딸.. 하다.. 지호선배가 왜 여기에 있지
난 꼬맹이를 바라봤다.
꼬맹이 의미심장한 미소이다.
" 언제 왔어요? "
" 어? 아까. "
이때 벨소리가 울리고 지호선배가 전화받았다
" 아니야 화장실갔다가 진우 후배를 만나서 잠깐 진우 보러 왔어
뭐? 콜라? 미친. 니가 사다 마셔!! 뭐? 시끄러 끊어! 아~ 내가 얘땜에 못살아.
진우야!! 암튼 파이팅이다!! "
지호 선배는 활짝 웃으며 내 머리를 자기 이마로 툭툭치더니
씩씩하게 사라졌다.
" 뭐야? 어떻게 된거야? "
" 오빠가 보고 싶어할 거 같아서.. 경기 전에 보고 힘내라구요. "
꼬맹이....
너 착한거니.. 아님.. 어디 모자란 거니..
" 나 잘했죠? "
머리 긁적이며 웃는 꼬맹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너무 귀엽기도 하고...
심정이 복잡~ 하다.
" 나.. 지호선배 좋아하는 거 아니야.. 지금은... 잊었어..
왜 쓸데없는 짓을 해.. "
" 쓸데없는 짓이었어요?
난... 오빠가 좋아할 줄 알고.. 그런건데... "
내 이말 한마디에
금방 꼬맹이의 얼굴이 우울한 표정으로 바뀐다.
" 이그.. 시작하겠다. 들어가자. "
난 꼬맹이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밖고서
불팬으로 다시 향했다.
" 오빠!!! "
난 돌아서서 꼬맹이를 바라봤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시원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꼬맹이
" 나.. 그럼... 아직 희망 버리지 않아도 되는 거죠? 이제 그 언니 안 좋아하니까
나 포기 안 해도 되는 거죠? 나 포기 안 해요!!! "
순간 활짝 웃는 꼬맹이의 얼굴이
햇살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밝아 보인다..
두근...
가슴이 떨려온다...
처음으로... 꼬맹이에게 느낀 설레임...
꼬맹이가....
저렇게 이뻤었었나?
<진우번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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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힘소설+]
막.ㄴㅏ.ㄱㅏ.는 . 스 . ㄹㅣ. 즈<1-4년후>
붸스퀸라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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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1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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