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뉴님이 주셨어요♥ 짱 사랑해요♥
34. 뭍으로
“......”
혜성이 가만히 두 눈을 깜빡이며 머리를 움켜쥐고 있던 손을 내린다.
어느 순간 머릿속을 헤집던 극심한 고통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모든 것이 사라졌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의 내면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타인의 목소리가 별안간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는다.
살고 싶다 아우성치던 음양사단원들의 소리도,
뚫어질 듯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민우의 눈을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그의 마음 속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한 순간에 그의 능력이 완벽하게 그대로 증발된 것처럼, 머릿속도, 세상도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
그 순간, 한껏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혜성의 시야로 순간 빠르게 스치는 또 다른 환영.
피가 흥건한 어느 공간,
눈을 뜬 채 죽어 있는 서로와 마라진의 회장의 모습.
그리고… 그 옆에 복부에 칼에 찔린 채 쓰러져 있는 선웅의 모습이
한 컷 한 컷 빠르게 섬광처럼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단순한 환영으로 보이지 않았다.
‘설마.. 설마...’
한껏 혼란스러운 얼굴의 혜성의 어깨를 민우가 움켜쥔다.
“너 대체 왜 그래.”
“갑자기‥ 갑자기 보여. 다른 사람들이.”
“보이다니. 누가.”
“선웅‥ 한선웅이… 죽었어.”
“…뭐?”
갑작스런 혜성의 말에 놀란 민우와 그 뒤로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혜성을 보는 음양사단원들이 보인다.
“무슨 말이야 그게…?”
“내가 봤어. 분명히... 죽었어. …틀림없어.”
“넌 그런 능력이 없잖아. 그건 선호의…”
“쉿…!”
순간, 무언가가 또 다시 눈앞으로 빠르게 스치자, 혜성이 민우의 말을 저지하는 시늉을 하고는
다시 한 번 깊게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집중한다. 무언가 또 다시 눈앞으로 환영이 스치운다.
“충재… 저 녀석 뭘 하는 거지...? 대체 왜 저러지.. 죽은 한선웅 곁에 누워있어.
저 녀석 예전에도 한 번 저런 적이 있었어. 강현민의 악몽 속으로 들어갈 때...
누군가의 의식속으로 들어갈 때 하던 버릇이야.. 내가 다신 그 따위 짓 하지 말라고.. 분명히.. 분명히...”
혜성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 속에 몹시 몰입하고 있었다.
다른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집중하여 한껏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혜성의 팔을 민우가 잡아 쥔다.
“그만,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이대로 있단 우리도 죽어! 정신 차려, 신혜성!”
어느새 바닥의 물은 입술 끝까지 차올랐다.
코와 입으로 호흡을 할 때마다 물이 몸속으로 들어와 그들 모두 목을 힘껏 쳐든 채
최대한 하늘을 향해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물속에 잠긴 몸은 저체온증과 물의 압력으로 천근만근이었고, 하나 둘 의식조차 흐려가기 시작했다.
파랗게 입술이 질린 민우가 다급하게 혜성의 두 볼을 잡아 쥔다.
“신혜성. 정신 차려, 응? 너 지금 의식이 흐려져서 헛것을 보고 있는 거야. 정신 놓으면 안 돼. 내 말 듣고 있어?!”
“보여. 보인다고, 선호처럼. 갑자기... 선호의 것이 내 몸 속에 들어왔어.
헛것을 보고 있는 게 아니야. 내가 아무리 약해 빠졌어도 그 정도 분간은 해.”
“......”
민우는 혼란스러운 듯 아무런 말이 없었고,
이번엔 혜성이 하얗게 질린 얇은 손을 들어 민우의 두 볼을 감싸 쥔다.
“날 믿어. 난 지금 다른 공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야.”
그렇다면… 지금즘 내 능력은 선호에게 가 있을까.
“......!”
순간, 또 다시 눈 앞으로 무언가가 스친 듯 혜성이 말을 멈춘다.
무언가에 골몰히 집중하는 표정. 또 다시 눈앞으로 새로운 환영이 스친다.
그 모습에 민우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번엔... 또 뭐가 보인건데.”
“미래. 아주 가까운 미래인거 같아.
네가… 이민우 네가… 이 문을 부수고,
우린 엄청난 물길에 휩쓸려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모습.”
“안 되는 거 알잖아, 지금까지 봤잖아. 난 그런 힘은 없어. 그런 건 동완이나 할 수 있는...!”
순간, 우뚝 말을 멈추는 민우.
그리곤 크게 떠진 눈으로, 두 손을 들어 머리를 움켜쥔다.
갑작스레 머리로 퍼지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쿨럭 기침을 토하자 울컥 피를 쏟아내는 그.
민우는 제 손바닥에 뱉어진 피를 어리둥절해서 본다.
“........?”
마치 방금 전, 능력이 바뀌기 전에 하나의 전조현상처럼 혜성이 피를 쏟았듯이
그 역시 극심한 통증과 함께 울컥 피를 토해낸다.
민우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혜성을 본다.
그 모습에 거 보라는 듯 혜성이 피식 웃는다.
“봐. 이젠 너한테도 그런 힘이 생겼을 걸. 아니, 그런 힘이 들어와 있을 거야. 동완이의 것이.
나와 선호처럼, 너와 동완의 능력이 뒤바뀌었다면.”
“대체 누가... 누가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야.”
그 말에 혜성이 그저 피식 웃는다.
“내가… 생각보다 문정혁의 능력을 얕잡아 본 모양이다.”
* * *
“세상에…”
그 시각, 동완 또한 왈칵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극심한 두통은 물론이요,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강력한 기운에 속이 견뎌내지 못 하고 쿨럭 피를 토한다.
먼저 능력을 조율 당했던 이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동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정혁을 보았고,
갑자기 쏟아내는 엄청난 기운으로, 눈이 붉게 충혈 된 정혁이 제법 차분한 목소리로 그런다.
“복도에 갇힌 채 물이 차오르고 있다면 필시 뭘 때려 부셔도 부셔야 나올 수 있을 텐데,
그렇담 그 녀석들에겐 지금 네 능력이 절실히 필요할 거야. 우린 지금 신혜성의 능력이 절실 했듯이.
머리가 좋은 놈들이니, 네 능력을 보내줬음 알아서 잘 헤쳐 나올 거다.”
“문정혁 너‥ 이런 건 언제 익힌 거냐.”
통증으로 인해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동완이 느릿하게 그런다.
그 물음에 어깨를 으쓱하며 정혁이 그런다.
“그런 적 없다. 뭐가 있다고 말을 해줬어야 익히지.”
그 말에 이번인 동완이 피식 웃는다.
결국 저 놈마저… 타고 났다는 얘기군.
* * *
“하아… 하아… 형… 빨리요, 빨리…! 내 손 놓치면 안 돼요!”
충재는 하염없이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있는 아이의 손은 끝까지 선웅의 손을 움켜쥔 채 놓지 않았다.
초점 없는 눈의 선웅은 끌려가듯 충재의 손에 이끌려 그와 함께 있는 힘껏 달음질 치고 있었다.
뒤에선 허리가 굽거나 두 손과 두 무릎을 바닥에 디디고 기는 듯한 자세로
빠르게 쫓고 있는 소름끼치는 형체들의 모습이 보였다.
맹렬하게 충재를 뒤쫓는 그것들에게서 충재는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놓치면 안 돼!’
‘토벌대가 찾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잡아먹자‥!’
‘토벌대....?’
충재는 그의 뒤를 바짝 쫓는 소름끼치는 형체들에게서 생소한 단어를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토벌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은 단어.
어렸을 때 언젠가 불교 공부를 하던 선호에게서 얼핏 들었던 것 같다.
저승에는 저승에 있어선 안 될 물건을 찾아내 소멸시키는 무시무시한 자들이 있다고.
저승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늘 감시하고 쫓는 무시무시한 자들이 있다고.
그들의 이름이 혹‥ 토벌대인가.
그렇다면 지금의 난, 저들에게도 그들에게도 절대 붙잡혀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돼‥ 하고
다짐하듯 심각하게 표정이 변한 충재가 좀 더 힘껏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충재야…!’
순간 귓가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충재야…! 하고 다급하게 부르는 어린 목소리에 충재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아 입술을 깨문다.
'선호니...?!’
하고 충재가 마음속으로 그를 향해 묻는다.
‘내 말 들려? 충재야. 어떻게든 꺼내 줄 테니까. 그대로.. 그대로 절대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려야해.’
하고 몇 번이나 다짐 받듯 끝까지 달리라는 목소리.
그리고 그 순간 뒤편으로 구우우웅… 하고 대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우레와 같이 지천이 뒤흔들리고 땅이 크게 요동쳤다.
흡사 수 십 마리의 말발굽소리 같은.
수 십 마리의 행렬이 맹렬하게 달려오는 듯한 엄청난 진동과 먼지 폭풍에
충재는 다시 한 번 필사적으로 모든 힘을 짜내 달리기 시작한다.
‘충재야! 네 뒤로 토벌대의 무리가 쫓고 있어.
절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달려! 절대 돌아봐선 안 돼!’
충재는 겁에 질려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이를 악물고 달려 나간다.
바짝 뒤를 쫓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처음 자신의 뒤를 쫓았던 알 수 없는 형체들이
귀를 찢을 듯한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끔찍하게 도살 되는 듯한 느낌이 스쳤다.
충재는 원래 자신을 쫓던 것들을 간단하게 소멸시켜버린 그 두려운 존재가 전혀 가늠되지 않았다.
그저 귓가로 점점 더 무섭게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
그의 뒤로 바짝 흩날리는 엄청난 먼지 입자들.
그리고 심장이 터져나갈 듯 조여 오는 그 위압감에 충재는,
그만 더는 견디지 못 하고 두려움과 호기심에 힐끗 뒤를 돌아보고야 만다.
‘......!!!’
그리고 충재의 달아나던 걸음이 그대로 우뚝 멈추고야 만다.
........
그대로 뒤를 돌아본 채, 딱딱하게 멈춰선 충재.
눈앞의 자욱한 흙먼지 속에 아릇하게 퍼지는 형체들.
눈앞에 보이는 검은색의 말들은 머리가 없었다.
맹렬한 기세로 다리는 힘차게 달리고 있지만 그 위로는 머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검은 색의 갑옷을 잡은 자들 보였다. 그들 역시… 머리가 없었다.
머리가 잘려나간 단면과 그 가운데로 척추의 하얗고 뾰족한 부분이 날카롭게 솟아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자신의 뒤를 쫓던 무리들의 사지를 찣어 내 주렁주렁 허리춤에 달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 모습에, 충재는 두려움에 다리가 떨려 온 몸이 그대로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 끔찍하고, 지옥의 끝자락 인양 공포스러운 광경에 충재는 숨조차 쉽게 내뱉지 못 하고
그대로 주저앉을 듯 온 몸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충재를 금방이라도 덮칠 듯 그들은 매섭게 아이를 향해 들려 들었다.
그 기세로 아이를 순식간에 짓이겨 버릴 듯 달려오는 말의 무리에
충재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리고 눈을 질끈 감는다.
‘난‥ 난 틀렸어….’
그 아찔한 순간 모든 것을 체념 한 채 눈을 꼭 감은 아이.
막 가장 앞 대열에 있던 말이 앞 발을 높게 쳐들며 무지막지한 말굽으로
그대로 충재를 내리 찍으려는 찰라, 말의 주인이 고삐를 거칠게 당기며 말을 저지시킨다.
그렇게 검은 갑옷의 목 없는 자가 충재를 가만히 향하고 있자,
충재가 덜덜 떨리는 눈을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
그 순간, 그는 허리 뒷춤에서 둥글게 휜 날카로운 양날의 칼을 꺼낸다.
그리고 그것을 높이 쳐들어 그대로 가차 없이 충재를 향해 내리쳤다.
“.....!!!”
그대로 뒷목덜미로 이어지는 엄청난 통증에 충재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뭐라 형용 할 수 없는 기운이 몸속으로 파고들었고, 충재는 저도 모르게 스르륵 눈을 뜬다.
그러면서도 끝끝내 곁에 선웅의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
그리고 이어지는 알 수 없는 기류.
분명 엄청난 통증에 몸이 그대로 조각날 것만 같았는데,
순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충재의 몸이 휙 일으켜 세워진다.
그리고 두 발 끝이 서서히 땅에서 붕 떠올라 휙 공중으로 솟구쳤다.
자신을 향해 내려 친 검은 갑옷의 긴 칼날은 공연히 모랫바닥 위에 박혀 있었고,
자신은 누군가가 끌어내듯 공중으로 휙 몸이 떠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허공으로 몸이 부유하자, 충재는 축 늘어지며 스르륵 빠져나가려는 선웅의 손을 필사적으로 움켜쥔다.
아무런 의지가 없는, 그대로 영혼을 소실된 듯한 선웅의 몸을 이를 악물고 움켜쥐는 충재.
무언가가 자신들을 이곳에서 끌어내고 있다.
충재는 이를 악물고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다시 기도한다.
제발... 제발.... 이대로 우리를 데려가 달라고…
* * *
“하아…”
풀썩… 기어이 선호가 옆으로 휙 쓰러지고 말았다.
하얗게 질린 아이의 얼굴에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충재의 머리 위에 지그시 얹어 놓았던 손끝이 여전히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든든하게 정혁이 있었다.
선호의 작은 등 뒤로 손을 얹은 채 눈을 감고 무언가를 주입시키듯, 그의 힘을 증폭 시켜주고 있던 정혁도
온 얼굴과 목덜미를 흠뻑 적실만큼 땀이 흥건했다.
선호가 풀썩 쓰러지고, 뒤에 있던 정혁도 그대로 뒤로 몸이 넘어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일행들이 놀라서 달려왔고, 재빨리 두 사람을 부축했다.
선호가 지금의 예언과 제 2의 눈을 갖기 전, 그의 고유의 능력인 ‘인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온 몸에서 있는 힘껏 끌어모아 모든 것을 발산했다.
민우가 인간이고 물건이고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포괄적인 의미의 염력을 지녔다면
선호의 원래의 것은 보편적인 염력보다는 타인의 ‘신체’의 일부나 전체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 고유의 능력을 정혁이 증폭시켜주고, 선호는 충재의 의식으로 들어가
아이를 있는 힘껏 끌어내 토벌대에서 지켜냈다.
으으으윽…!
그리고 그 순간 고통에 찬 신음소리와 함께 충재의 감은 눈 사이가 깊게 패인다.
그리고는 이내 스르륵 눈꺼풀이 열리고, 이내… 쿨럭‥! 하는 기침 소리와 함께
그 곁에 있던 선웅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그가 천천히 눈을 떠올렸다.
“세상에...”
“어..어떻게 이런 일이..”
그 모습에 경악하는 사람들.
믿을 수 없다는 듯 선웅과 충재를 번갈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
설이 달려와 침착하게 선웅의 복부를 꾹 누른다.
어느새 차갑게 식어가던 핏자국 위를 다시 뜨겁게 적시는 그의 피.
그것을 꾸욱 눌러쥐며 지혈을 하는 설이 기쁜 듯 작게 미소 짓는다.
선웅은 천천히 두 눈을 깜빡거리다 설과 눈이 마주친다.
설이 힐끗 곁에 누워 있는 충재를 본다.
선웅이 말없이 곁에 누운 충재를 본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모든 걸 그대로 기억해내고 있는 듯‥ 그렇게, 충재를 바라보다
이내 선호를‥ 그리고 정혁을 보다 울컥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 이내 충재가 의식이 돌아오는지 멍하니 뜨고 있던 눈을 두어번 깜빡깜빡 감았다 떠올린다.
옆에 풀썩 쓰러져 있는 선호를 한 번 바라보다 뒤 쪽으로 쓰러져 있는 정혁을 물끄러미 본다.
그 순간 준과 성운이 열심히 몸을 주무르고 있던 정혁이 스르륵 눈을 뜬다.
그리고 충재와 눈이 마주친다.
“......”
정혁은 무사귀환 한 충재를 보고도 아무런 말도,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저 스르륵 상체를 일으켜 충재에게 다가가더니 그대로 있는 힘껏 아이의 뺨을 찰싹 내려친다.
“정혁아!”
동완이 왜 그러냐는 듯 소리치지만 정혁은 비틀거리면서도 손을 들어
있는 힘껏 아이의 멱살을 움켜쥐고 휙 제 코 앞까지 아이의 얼굴을 끌어 온다.
“너.. 너 이 새끼 한 번만 더 이딴 짓 하면.”
“......”
“그 땐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알았어?”
“......”
“대답해. 다신 이딴 짓 하지 않겠다고.”
정혁이 비척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경고하듯 그런다.
역시나 힘없이 정혁에게 붙들려 있는 충재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저 정혁의 불호령에, 그 마음에, 그 눈동자에, 그 진심에..
충재의 눈동자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오른다.
그리곤 이내 천천히 고개를 도리질 친다.
“미안해, 형. 그런 약속은 못 ...해.”
“뭐가 어째..?”
“미안해.. 그런 약속.. 지킬 자신 없어..
난 내 마음이 원하면.. 꼭 구해야할 누군가가 또 다시 생긴다면.. 난 또 갈 거야.
나도 더 이상 어린 애가 아니야.. 이젠 내가 결정해.. 형.. 그런 약속 못 해...미안해.”
“.......”
충재의 대답에 멍하니 있던 정혁이 스르륵 쥐고 있던 아이의 옷깃을 놓는다.
뭔가 화를 낼 수 없는 야릇한 기분이었다.
이제.. 이젠 정말.. 어린 아이가 아닌 건가.
이제..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더 이상 아이를 다룰 수 없는 건가.
이제 아이가 아니라.. 한 어른.. 한 남자가 된 건가.
뿌듯한 일인건가.. 그런데 왜 이렇게 서글픈 생각이 들까..
그렇게 정혁이 피식 웃는다. 그리곤 다시 뒤로 벌렁 눕는다.
십년 치 기운은 다 쏟아 부은 것처럼 좀체 기력이 회복되지 않고, 온 몸에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선웅아.”
정혁은 바닥에 그대로 누워 괜스레 선웅의 이름을 부른다.
“한선웅.”
“응...”
느릿하게, 선웅의 울음 섞인 대답에 정혁이 피식 웃는다. 그리곤 고작 한다는 말이.
“…장수해라.”
그 말에 다들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는다.
이 상황에서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기도 했고, 너무 정혁스럽기도 했다.
“뭐야‥ 벌써 상황 종료 된 건가.”
순간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돌린다.
혜성과 민우, 그리고 그들을 부르러 갔던 음양사단원들이 물에 흠뻑 젖은 몰골로 나타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곳에 서 있었다.
“어서 물 쇼 했냐.”
정혁이 또 시덥지 않은 소리를 하자 혜성이 휙 매섭게 노려본다.
“닥쳐, 이 새끼야. 감이 원 주인 허락도 없이 남의 능력을 멋대로 끌어 가?”
“우리도 죽다 살아났다. 뭐 보내 준 거 덕분에 살긴 했지만.”
하고 비척비척 곁으로 다가온 민우가 털썩 정혁과 선호 사이에 눕는다.
안 그래도 허연 민우의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려 있었다. 동완이 곁으로 와 민우의 턱을 쥐고 휙휙 얼굴을 돌려본다.
“넌 몰골이 왜 그러냐.”
“니 능력. 그거 보통 기운으로는 부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젖 먹던 힘까지 다 짰다. 어쨌든 덕분에 살았다.”
그렇게 충재와 선웅, 정혁과 선호, 민우가 바닥에 쓰러져 있고,
혜성은 한기로 오돌오돌 떨면서도 아이들을 퍽퍽 -아마도 일부러- 밟아대며 걸어가
충재를 일으켜 세우곤 있는 힘껏 양 볼을 꼬집고 늘리고 난리를 친다
“아! 아퍼, 쫌! 왜 그래.. 기운 없어 죽겠는데...”
“너 이 철딱서니 없는 새끼 한 번만 더 그 딴 짓 하면 너!”
“아, 일절만 해.. 정혁이 형한테 다 혼났어...미안해... 걱정 끼쳐서...”
“.......”
아까 정혁에게 했던 거와는 달리 혜성에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잘못 했다 말하는 충재를
잠시 측은하게 바라보던 혜성이 아이의 목덜미를 끌어당겨 그대로 품에 꼭 껴안는다.
“개새끼야. 너 잘못 되는 줄 알구‥ 눈물 날 뻔 했잖아.”
“......”
그 말에 충재가 피식 웃는다. 그리곤 흠뻑 젖은 혜성의 등을 살며시 끌어안고 그의 등을 살살 토닥인다.
눈물 날 뻔 했단다. 신혜성이.
천하의 신혜성이..
문득 문득 이렇게 느낀다.
아, 난 선택 받은 아이구나.
아, 난 사랑 받는 사람이구나 하고..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들 있을 참이냐.”
곁에 계신 사부의 말에 설과 준 그리고 성운이 음양사단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다.
“형님들은 잠시 쉬게 두세요. 슬슬 뒷설거지는 설이 누나랑 성운이랑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준이 의젓하게 말하자, 사부도 그러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신다.
설은 어느 새 음양사단원들을 몇 조로 나누워 구역을 정해주곤 지시사항을 내리고 있었다.
“잔챙이들이 여기 저기 숨어 있는 모양이에요. 곧 배는 한국에 닿을 거고,
항구에 도착하면 열릴 수 있는 모든 문에는 고국에 있는 음양사단 인원들을 배치해 두세요.
바다에 뛰어들지 않는 한 단 한 놈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 하도록. 움직이세요.”
제법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고 계시는 사부의 어깨로 척 무언가가 얹어진다.
슬쩍 돌아보자 뚱한 얼굴의 정혁이 제 턱을 사부의 어깨에 얹고는 맹하니 사부를 쳐다본다.
“뭔 짓거리냐. 치워라.”
“내 힘이란 게 이런 거였습니까.”
“......”
“결국 나에겐 아무 것도 없는 거네요. 어떤 놈 걸 키우고.. 뒤바꾸고 해도..
어쨌든 온전히 내가 가진 힘은 없는 거 아닙니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게냐.”
“......”
정혁은 대답이 없었고, 사부는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차가운 얼굴로 으름장을 놓듯 그러신다.
“행여라도, 절대 네 것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
너는 그저 아이들의 것을 뒤바꾸고, 제자리로 돌려놓을 뿐.
행여라도 다른 아이의 힘을 네 몸안에 실어선 안 된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말이다.”
“…왜요, 내 몸에 넣었다간… 죽기라도 합니까.”
“…그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니 약조 하거라. 절대 네 스스로에겐 넣지 않겠다고.”
“미안하지만 사부, 그런 약속은 못 해요. 지킬 자신 없거든요.
충재 놈처럼 저도 다 커서 이제 애가 아니란 말입니다.”
충재 녀석이 그랬듯,
저도 그런 약속은 못 드리겠어요, 사부님.
죄송합니다.
그냥 알 것 같습니다. 저 아이도 그러했듯이,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는,
그 때의 나 스스로가 결정할 뿐입니다.
* * *
두툼하게 온 몸을 꽁꽁 동여맨 일행들은 멍하니 바다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의 끝자락이 수면 위로 길게 차오르는 게 보였다.
서서히 동이 터오고 있었다.
멀리선 한국의 고깃배들의 불빛들이 드문두믄 바다 위에서 춤을 추었다.
“읏차!”
음양사단원들의 기합 소리와 함께 묵직한 것이 바닥에 놓인다.
마라진과 서로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손에 넣으려 했던, 능력의 보급이 담긴 궤짝이 앞에 놓여 있었다.
준희의 손에 만들어져 설에게 넘겨진 뒤, 다시 정혁에 의해 궤짝에 장착된 폭파 장치가
빨간 불빛을 반짝이며 타이머의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정말 이대로 버려?”
“왜, 아쉬우냐.”
“아니... 뭐.. 그 모든 물건에는 부가가치라는 게 있는 거니까..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니까..”
하고 혜성이 뭔가 아쉬운 듯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자, 민우가 가만히 뒤에서 혜성의 입을 틀어막는다.
“부질없는 소리 그만 하고, 사부님 거행하십시오.”
하고 민우가 씨익 웃는다. 음양사단원들도 지긋지긋하다는 듯 그 궤짝을 바라볼 뿐 누구도 아쉬운 기색이 없었다.
능력의 비밀. 정혁 일행의 능력의 원천을 담고 있는 그 신비의 물건을 그들은 그렇게 바라보다,
사부가 고개를 끄덕이시자 그들은 그대로 그것을 들어 올려 힘껏‥ 바다로 내던진다.
그리고 이내 폭파 장치의 타이머가 작동 되었는지 바다에 빠지는 순간, 짧게 물속에서 불꽃이 일며
작게 조각난 무리들이 물 위로 떠올랐다 이내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모든 비밀을 끌어안고 있는 그것은,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던 그것은..
그렇게 그들 앞에서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야 말았다.
어느 새 태양은 그들의 머리 위를 길게 비추며 얼굴 가득 따듯한 빛을 내리비추고 있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홀가분한 얼굴로 그저 떠오르는 태양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때, 나지막이 사부가 선웅에게 그런다.
“나는 앞으로 남은 음양사단원들을 추스르고 제정비할 인물로 염두해 둔 자가 있네만,
애석하게도 그게 자네는 아니네.”
사부의 말에 선웅은 미소 띈 얼굴로 정중하게 고개를 조아린다. 분부만 내리라는 듯.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동진 최고 수장이셨던 선웅님이 아니면 저희는 그 누구도 따르지..”
당연스레 남은 이들의 수장은 선웅일 거라 생각했던 음양사단원들이
사부의 말에 발끈하여 한 두 마디씩 거들자 선웅은 차가운 얼굴로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듯 손을 젓는다.
그의 짧은 행동에도 모두는 굳게 입을 다문다.
“내가 생각을 해둔 이는 바로..”
그렇게 사부의 시선이 선웅을 지나쳐 그 뒤로 멍하니 생각 없이 서 있는 정혁에게 닿는다.
선웅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짐작은 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부턴 정혁이가..”
“그게 무슨 말인가. 정혁이 저 멍청한 놈에게 뭘 맡기겠는가. 그나마 다 말아먹을게 아니라면.”
사부 은근히 발끈(?)하시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하자, 선웅은 어리둥절하여 그를 본다.
“분명 정혁이를 돌아보신 것이 아닙니...”
그 순간, 먼발치 바다 끝을 보고 있던 정혁의 두 다리 사이로 삐죽 얼굴을 내미는 작은 아이가 보인다.
어린 준희가 바닷바람이 추운지 정혁의 다리 사이에 숨어 바다를 내다보며 재잘재잘 쉼 없이 떠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네. 저 아이는 지혜와 덕과 총명함의 모든 기운을 타고 난 하늘이 내리신 자이니
곁에서 잘 보필해주게. 아무리 총명하다 하나, 아직은 어린 아이일 뿐이니 제 목숨처럼 곁에서 보필하고 지켜줄 자가 필요하네.
나는 그게... 자네였음 좋겠네. 명실상부 대의적으로는 자네가 수장의 임무를 보아도 좋고,
뒤로는 저 아이의 기운을 따르는 것이 좋을 걸세... 내 청을 들어 주겠는가.”
사부의 말에 선웅은 깊게 고개를 고개를 조아리며 굳은 의지를 보인다.
“목숨 다하는 날까지 사부의 뜻을 이행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렇게 사부의 시선이 설과 성운, 그리고 어느 새 제법 친해졌는지 곁에 붙어다니는 준에게로 향한다.
“저 아이들을 음양사단에서 데리고 있어주게.
설이는 배포가 큰 아이니 여자라 무시 말고 큰 임무도 믿고 맡겨 주게.
성운이는 차분하고 욕심이 없는 놈이니, 입이 무거운 일에 쓰면 좋을 테고,
준이 저 아이는 늘 의기가 충만한 아이니 밖으로 돌려도 군말없이 해낼게야. 부탁하네.”
“무슨 말씀... 이십니까.. 음양사단에서 데리고 있으라니..
사부님, 그리고 정혁이네 일행 모두 저희와 이대로 함께 음양사단의 임무를 이어나가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 모두 같은 음양사단원이지 않습니까.”
“예전엔 그랬지. 그러나 지금은 아닐세.”
“사부님...”
“저 아이들은 이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네.
저 아이들은 저 아이들대로 그렇게 나아 갈 걸세.
애초에 어딘가에 섞여서 지낼 팔자가 못 된다네. 바람처럼 휘휘- 떠돌 뿐이지.
그러니, 이제 각자의 삶에 충실하기를 비네.”
“.......”
그렇게 따뜻한 미소와 함께 선웅의 어깨를 다독이시곤
사부가 느릿한 걸음으로 천천히 멀어져 간다.
나른하게 내리비치는 아스라한 햇살 속에 그렇게 어른어른 거리던 노인의 느긋한 걸음소리가 점점 멀어지다,
이내 신기루처럼 그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 * *
“지난 새벽, OO항구에서 발견 된 괴 선박 안에 들어있던 금괴 499개와
여타 추정금액이 약 700억에 달하는 현물에 관해,
당시 선박의 설계자로 자신을 밝힌 여성이 선박 및 그 외 모든 재산 가치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화재가 되고 있습니다.”
뉴스에선 연일 마라진호에 관한 이야기가 떠들썩하게 보도 되고 있었다.
일본도, 중국도, 한국에도 선주가 밝혀지지 않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미스테리한 괴 선박.
그리고 그 선박 안에 들어있는 금괴 499개와 엄청난 양의 역시나 주인이 없는 현물.
그리고 어느 날 그 배를 설계한 장본인이라며 불쑥 나타난 설은
그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란다며
선주가 자신의 부친이라는 그럴싸한 (준희의 위조공문서로 보이는) 증서를 들고 나와
연일 눈 코 뜰 새 인터뷰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니, 지꺼야? 지가 왜 저걸 다 사회에 환원해? 암튼 설이 쟤는 오지랖도 저런 오지랖이 없어.
그냥 음양사단에서 꿀꺽해도 되는 걸 왜 저러나 몰라.”
하고 혜성은 연신 툴툴 대고 있었다.
사실 설이 저런 오지랖을 펼치는 데는 그만한 꿍꿍이 내지는 나름의 전략이 있었다.
연일 보도 되는 대중매체를 통해, 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신기원 음양사단’이라는 단체의 특성과
사회적 기여도에 대해 철저한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
이렇게 사회에 훌륭한 일을 하는 자신들은
고통 받는 영혼, 혹은 영혼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사설 단체이며
언제든 믿고 맡겨 달라는 홍보성 짙은 멘트를 새로 디자인한 명함까지 들고
생긋 웃으며 흡사 홈쇼핑 광고하듯 매스컴에 열렬히 보도하고 있었다.
명성과 매출, 인지도와 사회 기여의 네 마리 토기를 잡겠다는 준희와 설의 계략임이 분명했다.
둘 다 필시 CEO 체질이 분명한 듯 했다.
“근데 저것들 끝까지 변태 같지 않냐. 금덩이가 500개면 500개고, 400개면 400개지 499개는 뭐래?
암튼 일본 새끼들 음흉한 건 알아줘야 해.”
느긋하게 기대 누워 발가락으로 리모콘을 틱틱 누르고 있던 정혁이 그러자,
혜성이 별 말 없이 피식 웃고는 슬며시 방에서 나간다.
* * *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 평상 끝에 고운 손 하나가 말려 놓은 나물을 부지런히 다듬고 있다.
그 때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온 누군가의 손이 그 일을 거든다.
슬쩍 고개를 들어올린 향심이 의외라는 듯 작게 미소 짓는다. 그 얼굴에 혜성도 따뜻한 미소로 화답한다.
평생 집안일이라곤 손 하나 까딱 안하는 혜성이지만, 여린 손으로 묵묵하게 나물을 다듬고 있는
향심 옆에선 고분고분 시키지도 않은 일을 거들고 있다.
그 두 남녀의 모아진 등과 뒷모습이 오누이처럼 다정하고 포근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향심씨..”
그 때 문득 혜성이, 나지막이 향심을 부른다.
“뭐... 갖고 싶은 거 없어요?”
“네? 갑자기 무슨...”
“뭐 명품백이나 화장품이나 그런 거...?”
하고 혜성이 쑥쓰러운 듯 묻자, 향심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한다.
일평생 ‘명품’이란 단어도 그다지 들어본 바가 없고, 시골에 온 뒤로는 스킨 로션 말고는
화장품이라고는 발라본 기억도 없는 그녀가 눈을 꿈뻑꿈뻑하며 그를 본다.
그 꾸밈없고 한없이 순진한 모습에 혜성은 그저 피식 웃는다.
그리곤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나며 향심에게 손수건 하나를 슬며시 내민다.
“오늘 아랫 동네 장 서는 날이죠? 맛있는 것 사다가 우리 오늘 신나게 먹어요, 그럼.
남는 건 생활비에 보태던지, 아니면 향심씨 쓰고 싶은 데 쓰구요.”
“......?”
그리곤 여전히 어리둥절 해하는 향심을 뒤로 하고 휘파람을 불며 유유히 사라진다.
향심은 혜성이 두고 간 손수건을 살포시 펴보다 화들짝 놀라 ‘어머나!’ 하고 뒤로 몸을 젖힌다.
살며시 펼쳐본 손수건 안엔,
번쩍번쩍 태양빛 아래 빛을 번쩍이는 묵직한 금덩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
“사부 할아버지. 시원하세요? 여기도요?”
“응, 오냐.. 아이구.. 좋구나..”
“아주 팔자들이 늘어지셨구만?”
나무 그늘 아래 홀로 바둑을 두고 있는 사부와 그런 사부 옆에 붙어 팔 다리를 주무르고 있던 충재와 선호의 곁으로,
마치 동네 껄렁이는 깡패처럼 어슬렁어슬렁 다가온 혜성이 괜히 시비를 걸 듯 그런다.
“야. 니들 재롱 그만 떨고 가서 얼른 짐들 싸.”
“짐? 무슨 짐을 싸?!”
“가서 싸라면 싸!”
그리고는 성큼 사부 앞으로 다가와 사부가 혼자 골몰하시며 두고 있던
바둑판의 알들을 톡톡 알까기 하듯 튀기며 혜성이 그런다.
“대체 언제까지 날 이 깡촌에 박아두려고 이래?”
“......”
“팩스랑 전화 한 대 놔줄테니까, 연락 자주하슈.”
“뭐라고 지껄이는 게냐. 니 놈은.”
“이제 여기 재미없다고. 지겨워. 우리 배울 만큼 다 배웠잖아. 안 그래..?”
“......”
대답 없는 사부의 얼굴을 빤히 보며 혜성이 그런다.
“우린‥다시 도시로 갈 거야.
원래 살고 있던 북적거리고 복잡한 사람 사는 동네로.
그래야 더 재밌는 구경거리가 가득 하지. ...안 그래?”
"네 놈이 언제 그 말 하나 했다."
별 놀라지도 않는 사부의 말에 혜성은 다부진 얼굴로 씨익 웃는다.
"출발은 내일 새벽, ...우린 도시로 떠나겠어.
그러니 부디, 몸 건강하슈, 사부."
.....
산을 넘고,
물은 건너,
우리는 다시
사람에게로 간다.
깊고 어두운
도시의 빗속을 찾아서.
[제 2화] 황금물결 마침
히히히, 이건 리멤버전진님이 주셨어요 ♥
......................................................................................................................................................
이제 제 3화 [도시괴담] 이 이어집니다.
제3화는 액션이나... 스케일보다는...
우리 동생들 새벽에 쉬야 하러도 못 가게 만들어주겠어.. 으흐흐흐흐...
늦가을 공포물도 나름 상쾌할거예요 꺄하하하 >_<
아,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연재기간 3주 정도?) 후에 말이예용.
잘끝나서 다행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유님대박!!!!!!최고!!!!!!! 드디어막을 내리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여사님이 금덩이 하나를 훔치셨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인데 그래ㅋ향심씬좋겠다....ㅠ
신여사님이 금덩이 하나를 훔치셨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인데 그래ㅋ향심씬좋겠다....ㅠ
지금 신의선물과 황금물결을 이틀에걸쳐 다 봤어요!!!! 역시 시간가는줄 모르고 정신놓고 봤네요!!!! 정말 최고라는 말밖에는 할말이없어요ㅠㅠㅠㅠ
역시 우리 셩이가 금덩이 하나를 가져왔었군요 ㅎㅎㅎㅎ
크크크 마지막에 499개가된 금덩어리가 밝혀지네요ㅎㅎ잘읽었어요~이제 괴담을 읽으러~ㅎㅎ
^^* 대박..!!
진정한 지도자란 구성원들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 능력을 배가시켜주고 능력을 함양하는 능력을 가진 자. 정말 딱 문리다에게 어울리는 힘인 것 같아요~
우와와와... 큰일 해결하느라 수고하셨어요! 이제 다시 평범한 사람들 사이로 가는 그들 앞에 작은 시련만 닥치길 빌어보아요. 그나저나... 지금이 좀 어둡고 깊은 새벽이라... 잔뜩 겁을 준 사유님 덕에 다음편을 날 밝고 읽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 ㅠㅠ 난 겁많은 여자니까...
그 와중에 슬쩍 하신 혜성이의 손놀림에 다시금 감탄 또 감탄했습니다 ㅋㅋㅋㅋ 엄청나게 큰 일을 이루어낸 이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야 겠어요 ㅋㅋㅋ
꺄 금덩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신혜성 짱 ㅋㅋㅋㅋㅋ도시좋죠!!
수고하셨어요~ 아~ 막 사릉한다는~ ^^
다들 행복하라긔!!!
잼있었어요!ㅋㅋ도시괴담도넘기대되용ㅋㅋ꺅~~
어쩐지 499개 숫자가 좀 이상하다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 빼돌렸엌ㅋㅋㅋㅋㅋㅋㅋ 잘봤습니다!!
ㅎㅎㅎ 퓨499개ㅎㅎㅎ 향심씨 결혼할때 쓰면 딱좋겠어요ㅎㅎㅎ
울 혜성이 역시 실망시키지 않네요!ㅋㅋㅋㅋ 슬쩍한 금괴ㅋㅋㅋ
아....사유님은정말....애정해요ㅋㅋㅋㅋㅋㅋ오늘신의선물황금물결다봤어요....수시면접준비해야되는데ㅋㅋㅋ
오랜만에 보는거지만 감동은 더하네요..ㅜㅠ
으어어 무서운건....ㅋㅋㅋ 하나 부족한 금괴는 결국~ㅋㅋㅋ
ㅋㅋㅋㅋ금 500개에서 해성이 하나 빼와서 499개가 된건가요?ㅋㅋㅋㅋㅋㅋㅋ
499개ㅋㅋㅋㅋㅋㅋ
언제봐도 너무 재밌어요@@ 정주행 횟수 세기도 힘듭니닼ㅋㅋ
매번 모른척 정주행 해도 역시나 감동이네요 ㅋㅋㅋ
향심이랑 혜성이 둘이 있는 모습이 찡하네요ㅠㅠ 금덩이의 반전ㅋㅋㅋㅋ 이제 도시로 내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네요ㅎㅎ
ㅠㅠㅠㅠㅠ너무재밋어요ㅜㅜㅜ향심이랑혜성오빠랑언제재회가이루ㅏ질지ㅜㅜㅜㅜㅜㅜ
역시 혜성이!!ㅋㅋㅋㅋ
그거1개?ㅋㅋㅋㅋ
신음 통틀어 가장 흥미진진한 신의선물ㅡ황금물결!! 오랜만에 정주행 완료했습니다ㅎㅎ
499ㅋㅋㅋㅋㅋㅋ 끝까지향심씨는모르는걸까요?? 궁금하네용
아ㅋㅋ 역시 혜성오빠네요
역시 사유님!! 살려주실줄 알았어요!! ㅋㅋ
글고보니 1부에서 선호가 진이한테 준 5억이랑 흑린에서 준 10억은 어디갔어요? 그돈이면 싼땅사서 건물 짓겠구마 ㅎㅎㅎㅎ
사유님.기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