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날입니다.
지난 주는 책 소개와 ‘Part1 멘탈’에 대해 같이 읽어 보았습니다.
이번 주는 ‘Part2 일머리’, ‘Part3 직장 화법’ - 일부를 살펴보겠습니다.
〈 읽고, 정리하기 〉
Part2 일머리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는 세트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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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파킹 업무 정리
직장인에게는 업무 순서를 정하는 것이 가장 곤혹스러운 일 중 하나일 겁니다. 예를 들어, 내일 있을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팀장님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가 내려온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에 지장이 생기는 이런 곤란한 경험을 다들 한 번쯤은 해봤을 겁니다. 만약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한다면, 다음의 두 가지의 상황 중 하나에 해당될 것입니다.
첫 번째는 일의 순서를 스스로 정한 경우입니다. 물론 시니어가 되어서는 당연히 자신이 일의 순서를 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10년 차 이하인 주니어일 때는 일의 순서를 내 마음대로 정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가 생각하는 일의 순서와 나의 순서가 뒤바뀌어 재차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조직이 정해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회사나 상사가 일의 순서를 잘못 정해서 직원이 두 번 세 번 일하거나 타이밍을 놓쳤다면, 전적으로 조직과 상사의 책임입니다. 그래서 상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상사는 후배 직원의 업무 순서를 정해줘야 하는데, 많은 상사가 단순히 지시만 할 뿐 업무의 경중, 순서, 완급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이렇게 마구잡이로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일에도 은행에서처럼 번호표가 있습니다. 그 번호표대로 일의 순서를 매기고 상사와 함께 그것을 확인하는 습관이야말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의 순서를 찾는 방법 가운데 첫 번째로 가장 쉬운 것은 납기, 즉 마감 기한입니다. 이 일은 언제까지 해야 되는지, 저 일은 언제까지 하면 되는지 분명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일의 납기를 ASAP As Soon As Possible, 최대한 빠르게 혹은 해질녘쯤으로 정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짓입니다. 캘린더나 다이어리에 분명히 명시할 수 있는 마감을 정해야 합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일의 순서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지 파악해보는 것입니다. 바로 일의 경중에 따라 일의 순서를 정하는 것입니다. 모든 일이 중요하지만 상대적인 중요성은 각기 다릅니다. 너무나 중요한 프로젝트라서 납기에 여유가 있더라도 지금부터 시작하거나 납기보다 일찍 끝낸 다음 검수 가능한 여유 기한을 두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일의 순서를 우선 자신이 판단하고, 상사나 동료, 관련 부서와 함께 중간 정류장에 들러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어떤 일이 더 중요한지 잠깐 정류장에 멈춰 확인하고 가는 겁니다. 그때 중요도의 큰 잣대가 되는 것이 업무에 필요한 경제적인 비용 혹은 업무 결과에 나오거나 기회비용으로 날아가는 돈입니다. 일의 중요성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이 바로 액수인 것입니다. 그래서 일의 순서를 정하는 두 번째 기준에 이 일에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는가 하는 부분까지 포함하여 고려해야 합니다.
한편, 회사 내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언제나 변수라는 녀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일의 순서가 바뀌어야 할 때, 이 변수를 고려하는 순서 재설계 능력이 직장인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자신이 맡고 있던 일의 순서를 빠르게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순서에 맞게 일을 빼는 습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발레파킹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정된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주차 관리자는 들어온 순서나 예상 소요 시간 아니면 단골 순서로 주차를 합니다. 또 나중에 차를 가장 편하게 뺄 수 있는 방법까지 고려합니다. 이는 고객이 나올 때마다 순서에 맞춰 차를 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애초에 주차할 때 차를 빼는 부분까지 염두에 둬야 차를 빼기가 수월하다는 점입니다.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업무 또한 매일 처리할 수 있는 만큼의 분량으로 나누어야 합니다. 그날의 업무량을 차에 비유하자면, 당일 주차한 차가 퇴근 전에 모두 빠져야 합니다. 그래야 내일 다시 새로운 차들이 주차될 수 있습니다. 일의 순서를 정했다면 거기에 맞춰 그날 일은 모두 빼낼 수 있도록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일이 술술 풀리게 하는 연락 프로토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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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 직장 화법
소통을 위한 직장 화법, 호렌소
호렌소는 대면 시간의 감소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보이게 말하는 법입니다. 이 호렌소報連相는 보고報告, 연락連絡, 상담相談의 첫 글자인 보·연·상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입니다. 사실 직장에서의 화법 순서는 호렌소의 보고-연락-상담 이론대로 흐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상담을 통해 업무 지시 사항을 확인하고, 연락을 통해 업무 처리 방향을 전달한 다음, 결과를 보고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순서보다는 보고, 연락, 상담이 계속 순환한다는 것이 직장 화법의 핵심입니다.
말은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도구입니다. 직장생활의 격을 좌우하는 것 역시 말입니다. 직장 화법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직장 노하우로 평가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인이라면 직장 대화를 배우고 연습해야 합니다. 직장에서의 대화는 수다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막말을 해서도 안 됩니다. 근무 시간의 단축으로 오히려 말을 절약해야 하죠. 말의 절약이란 쓸 때 쓰고, 아낄 때 아끼는 효율적인 업무 습관을 말합니다.
생산성 향상을 최고의 목표로 여기는 미국 기업들은 다양한 시도 끝에 대화를 많이 나누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재택근무를 줄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면과 대화는 직장인의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면과 대화의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유용한 가이드가 호렌소입니다.
다시 말해, 호렌소는 디지털 시대의 소통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습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제때 보고하고 연락하는 지침이 아니라 회사와 자신의 목적을 일치시키고, 상사와 동료를 업무 환경으로 인식하고 소통한 결과, 성과를 실현하는 습관인 것입니다. 따라서 호렌소는 목적 사고를 하는 자립형 인간을 지향합니다. 다시 말해 내가 목적을 알고, 그 목적에 맞게 스스로 성취하는 업무 습관을 권합니다. 이에 더해 호렌소는 상사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기능도 담당합니다. 상사에게 정보를 제공해 의사 결정을 돕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업무가 순환될 수 있도록 상사를 보좌하기 때문입니다.
각 상황에 맞는 예의범절이 있듯 직장에서도 일을 잘하기 위한 직장인들의 대화법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직장 화법하면 단순히 직장인이 서로 예의를 차리는 표현 방식만을 떠올렸을 겁니다. 하지만 진정한 직장 화법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고, 상대가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합니다. 직장 화법의 본질 내지는 중심이 현란한 말솜씨나 멋진 보고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거죠. 더구나 근무 시간이 줄어들어 정제된 소통이 필요한 지금, 늘어지거나 중언부언하거나 핵심이 없거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 대화는 오해를 사거나 미완성되거나 불완전하게 떠다닐 것입니다.
직장에서의 대화는 간결하면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적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완성도를 갖춰야 합니다. 집을 짓거나 건축을 할 때 마감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듯, 직장에서의 대화도 항상 잘 마감되어야 합니다. 서로 대화가 통하고 수신과 발신이 완벽하게 일치했을 때 직장 대화는 잘 마감됩니다. 따라서 호렌소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인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구현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려면 투자자와 자본이 필요한데, 이때 투자자는 조직의 동료들이고 자본은 그들의 능력입니다. 그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직장 화법을 완벽하게 구사해야 더 효율적으로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협력을 위한 삼각 축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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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날의 생각 나누기 〉
이번 주는 ‘일머리’와 ‘직장 화법’ 일부를 주제로 5개의 노하우를 요약해서 같이 읽어 보았습니다. 이 중에 저는 ‘소통을 위한 직장 화법, 호렌소’에 관심이 생겨 이에 대해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다시피 호렌소는 보고ㆍ연락ㆍ상담을 말하는 것으로서 대면과 대화의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유용한 가이드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와 자신의 목적을 일치시키고, 상사와 동료를 업무 환경으로 인식하여 소통한 결과로 성과를 실현하는 습관인 것입니다. 또한 상사에게 정보를 제공해 의사 결정을 돕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업무가 순환될 수 있도록 상사를 보좌하는 기능이기도 합니다.
이 호렌소는 1982년에 야마타네증권의 사장, 야마자키 도미지(山崎富治)가 업무 시 ‘보고, 연락, 상담’의 중요성을 제기하였고, 그 후 일본 회사에 ’호렌소’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이하 출처1 참조).
각각을 살펴보면, 보고는 상사가 지시한 업무를 수행 시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것, 연락은 본인의 의견을 배제한 후 사실적인 것만 상사 또는 관련 담당자에게 보고하는 것, 상담은 스스로 판단할 수 없을 때 상사한테 의문사항을 질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의 취지는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 상사와 부하가 순조롭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하여 오해와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 상사는 부하한테 ‘호렌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요구합니다. 하지만 본인한테는 적용하지 않고 스스로 보고받는 입장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일방적으로 보고하는 행위에 그치게 되어 ‘호렌소’의 의미가 없어질 때 입니다.
또 어떤 경우는 책임을 전가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일부 일본 회사에서는 ‘호렌소’의 세 번째 단어 ‘상담’을 특별히 강조합니다. 사사건건 모두 상사한테 보고해야 하는가 하면 보고할 때 핵심적인 부분을 전달하지 않아 일이 딜레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 경우 만약 더 높은 사람으로부터 질책을 당하면 ‘나는 보고했는데 아직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혹은 ‘나는 보고받은 적이 없다’ 등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례로 한국 IT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일본 IT회사의 네트워크엔지니어로 일하는 한 한국인이 호렌소와 관련하여 경험한 글이 있어 이를 소개합니다(이하 출처2 참조).
글쓴이에 의하면, 한국의 회사에서는 사전 업무 경험이 있는 경우 보통 일주일 정도 교육이 진행되고 나면 바로 네트워크 접속 권한을 받게 됩니다. 반면에 일본의 회사에서는 경력직 입사임에도 거의 두 달 만에 회사 내부 네트워크 장비 접속 권한을 주었습니다. IT업계에서 한국이 속도를 중요시한다면, 일본은 안정성을 중요시 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그런지 업무 처리에 있어서 굉장히 신중하고, 결과를 낼 때 모험을 바탕으로한 시도 보다는 안전성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로 '호렌소' 원칙을 지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글쓴이가 약간의 여유 시간에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단순 반복적인 네트워크 장비의 점검을 자동화 툴로 만들어 팀 내부에 공유를 하고 검토 및 테스트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답을 기다리다 지쳐 보고 없이 실제로 적용하였습니다. 물론 장비에 문제를 일으킬만한 중대 사안이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것이었습니다. 점검을 문제 없이 잘 마치고 나서 “오늘 자동화 툴을 이용해서 점검을 마쳤습니다.”라고 상사에게 보고를 했는데, 칭찬은 커녕 오히려 “보고도 없이 진행을 했느냐, 그러다 장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냐”라고 꾸중만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상사의 바로 옆자리로 이동하여 집중 관리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한 중국인이 일본 회사에 취업하여 경험한 사례입니다(이하 출처3 참조). 글쓴이는 중국인 커리어우먼으로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중국 우정성의 국가공무원으로 근무할 당시 처음 일본의 비즈니스맨과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일본 기업과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일본 비즈니스맨은 2주마다 담당자가 계속 바뀌었음에도 전혀 혼란스럽지 않게 업무가 매끄럽게 이어갔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여 관찰을 해보니, 그들은 상세하게 쓰여진 매뉴얼을 모두 공유하고 있어서 작업이 속인화(属人化)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매일 아침, 조례를 하며 각자가 담당하고 있는 작업을 오늘은 어디까지 할 것인가를 의논하는 체제가 갖추어져 있었고, 담당자가 교체되어도 매뉴얼만 읽으면 일의 전반적인 상황과 자신이 할 일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에 글쓴이는 당시 일본이 기술도 정보량도 중국보다 훨씬 뛰어났기에 일본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에 1998년 일본 IT기업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보니, 확실히 일본 기업의 매뉴얼이나 시스템은 담당자가 바뀌거나 키맨이 없더라도, 해외에서 업무를 지장 없이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아마도 일본인의 매뉴얼과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세계에서도 탑레벨일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은 자신들이 만든 매뉴얼 체제로 인해 세계로부터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일본인은 한번 만든 매뉴얼이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이상할 정도로 피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시류에 맞지 않음을 알면서도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좋은데, 매뉴얼에 너무 속박되어 행동이 제한되어도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설령 매뉴얼이 없더라도 ‘보이지 않는 매뉴얼’를 따르는 인간이 되어버린 사람도 매우 많습니다. 즉 상사의 지시에 따르며, ‘전례가 없는 건 하지 않는다’ ‘이 업계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우리 회사도 오랜 기간 아무런 문제 없이 잘해왔다’는 이유를 들어 고집스럽게도 과거의 방식을 답습합니다. 이는 매뉴얼에 따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정리하면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일반 사원에게 결정권을 주지 않으므로 하루의 업무가 끝나면 일보에 적어 보고하고, 상사의 고go 사인이 나올 때까지는 다음 스텝으로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소위 호렌소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업무 보고에 시간을 너무 들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상사의 지시가 없는 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을 ‘지시 (해)바라기 인간’ 이라 부릅니다. 지시를 기다리는 타입의 인간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건 하지 않고, ‘다음엔 뭘 하면 될까요?’ 라며 하나하나 상사에게 확인을 합니다. 이것도 보이지 않는 매뉴얼에 따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지시받은 일밖에 하지 않게 되면, 업무의 폭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넓어지지 않으며 성장도 없을 것입니다. 결국에는 자신의 성장이 멈춰버렸다는 사실도 느끼지도 못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매뉴얼 사고’ 가 일본이 세계에서 자꾸 뒤쳐지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처럼 호렌소, 매뉴얼 사고와 행동에 대해 가장 확연히 알 수 있는 사례는 아마도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일 것입니다(이하 출처4, 5 참조). 일본인들은 2020년 5월 도쿄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에 확진자 집계가 엉터리로 이뤄졌다는 뉴스를 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엉터리 집계 행정의 빌미가 된 것이 아날로그형 통신기기로 볼 수 있는 팩시밀리였다는 후속 보도가 나오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쿄도(都)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복지보건국에 설치된 수신 전용 팩스 1대로 관내 31곳의 보건소로부터 확진자 정보를 받아 취합해 매일 공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손으로 종이에 적어 보내는 보고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의료기관과 확진자를 관할하는 보건소로부터 중복으로 보고받는 사례가 더해져 100건이 넘는 착오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외에 도장 찍는 문화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확산 속 재택 근무 중인데도 불구하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이유로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일본 사회에서는 속출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관리자들이 하는 일의 큰 몫이 오프라인 문서에 도장 찍는 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장 사용이 전자결재 문화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관공서의 행정 처리, 은행계좌 개설, 계약 체결 등 일상생활에서 도장을 많이 사용합니다. 도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도장을 다룰 때의 예절도 엄격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보수적인 관공서, 금융계 등에서는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서류에는 도장을 비스듬히 찍는 것이 매너입니다. 상사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사실 무엇이든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그것은 태동한 초창기에는 잘 작동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시스템의 틀만 남아서 그것이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합니다. 일본 사회도 좋은 리더가 있었을 때는 이것이 잘 작동되었습니다. 그러나 1세대 경영진이 물러나고, 2세대, 3세대 경영진으로 내려오면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연락 받으면 그것을 해결해주지 않고 묻혀 버리기도 해서 결국 형식적인 상담으로 이어져 그 자체가 유명무실해 지게 된 것입니다(이하 출처6 참조).
특히 요즘과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과거에 만들어진 매뉴얼은 새로운 이슈에 적합하게 대응하기가 어렵고, 더욱이 매뉴얼에 있지 않은 문제는 보고하여 상담을 요청해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사도 해결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쓸데없는 논의만 계속하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다 흐지부지되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실무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이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일본 비즈니스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위 직급자부터 최고 직급자까지 지금까지 만들어진 매뉴얼에 책임을 떠넘기고 무책임한 영역만을 골라서 그들만의 역할놀이만 계속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조직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당수 업무를 상사의 지시를 일일이 받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여’ 처리하라는 요구를 받습니다(이하 출처7 참조). 조직이 구성원에게 직무 재량권을 주고, 성과로 그의 업무능력을 평가합니다. 직원은 자기 업무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동시에 그에 따르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됩니다. 조직 내 구성원의 업무 성과와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직무 재량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알아서 해라’ 조직문화는 관료제에 바탕을 둔 조직 운영의 경직성을 탈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업무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므로, ‘보고·연락·상담’ 없이 ‘알아서 해라’라는 방식만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일 두 나라 조직이 업무 분화·전문화와 직무 자율성을 중시하고, ‘소통 능력과 솔직함을 갖춘 인재’와 ‘의욕이 강한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즉, 한·일 조직문화의 차이는 ‘강조점이 어디에 더 주어지냐’에서 비롯된 것일 뿐입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외국인은 ‘알아서 해라’라는 상사의 지시가 가장 처리하기 힘든 요구라고 한결같이 토로한다고 합니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외국인은 ‘알아서 해라’라는 지시를 받으면, ‘늘 하던 일’만 하고 ‘새로운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괜히 솔선해 일하여 실패하고, 그 성과에 책임지는 상황을 피하려 합니다. 그들과 함께 일하는 한국인들은 ‘언제까지 일일이 지시하며 일을 처리할 수 없지 않은가’라며 답답해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조직이 직원과 보고·연락·상담을 상당 기간 지속해 그의 업무 처리 역량을 키운 후, 직무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알아서 해라’ 조직문화는 직장인이 업무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성실히 일을 처리하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 구성원의 도전정신을 고취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인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호렌소’와 한국의 ‘알아서 해라’의 조직문화를 적절히 잘 버무려 우리만의 것으로 재탄생시켜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Part3 직장 화법’ - 나머지, ‘Part4 직장 스킬 노하우’를 같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참조글 〉
O 출처1: '호렌소(ホウレンソウ)'와 '컴플라이언스(コンプライアンス)' - 일본 회사의 직장 상식 - tsunagu Local
O 출처2: 한국인의 일본회사 서바이벌_ 호렌소 원칙 경험담
O 출처3: 잘 나가던 일본이 망가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 광교신문
O 출처4: 일본은 선진국인가... 코로나19에 드러난 민낯-무역뉴스
O 출처5: [세계는 지금] 코로나19로 ‘이제야’ 도장 없애는 일본-무역뉴스
O 출처6: 일본 시스템의 기본은 호렌소라는 건데, 그게 지금 저렇게 되게 만들고 있는 거... : 클리앙
O 출처7: [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韓 조직문화 ‘알아서 해라’와 日 ‘호렌소’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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