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야기 034 가을 33 가을운동회
빙혼 초등학교는 봄소풍, 가을운동회가 매년 열렸었다.
가을 운동회는 파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열렸는데 동네 사람들도 대부분 참석을 하였다.
신기한 일은 소풍과 운동회 날은 오전에는 맑았다가 오후에 꼭 비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
1~3학년때까지 청, 백, 녹, 황으로 나뉘어 운동을 하였는데 4학년부터는 청백으로만 나누었다.
100미터/계주달리기, 넓이뛰기, 줄다리기, 바구니 터트리기, 기마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마을별 주민들도 참석하는 경기도 몇 개 있어 가을운동회는 인근 지역 주민의 축제였다.
운동회날 학생들 몇몇은 학년별로 모여서 국민교육헌장 시험을 보기도 하였는데
빙혼은 1~3학년 매년 시험을 보았고 1학년때는 어리버리하였으나 2~3학년때는 상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를 잘하여 5학년 전주로 전학을 가기 전까지
학년과 학교를 대표하는 달리기 선수로 활동을 하였는데 군 단위까지 시합을 간 적이 있었다.
올림픽 참가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얼만나 험한 여정(旅程)을 겪어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학급에서 1등, 학년에서 1등, 학교에서 1등을 하면
면단위로 학교 대항전에 참가하여 3등 이내, 군단위 3등 이내, 도 단위 3등 이내에 들어야
비로소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 후보가 되었다가 1등을 해야만 올림픽에 참가를 하니
올림픽에 선수로 참가를 한다는 것을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고난의 여정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제일 재미있는 것은 기마전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등치가 있는 학생이 말이 되고 양쪽에 겨드랑이에 손을 넣은 기수를 태우는 2명
기수가 되는 학생은 일단 가벼워야 하고 힘도 좀 있고 날렵해야 하기 때문에 빙혼은
4, 5학년 모두 기수로 선발이 되어 기마전에 참가를 했었다.
기마전은 기수가 상대방 머리에 묶은 청백띠를 빼앗으면 이기는 경기인데
아무래도 남자끼리 격한 운동경기라서 늘 다치는 사람들이 속출하였다.
모두가 제일 기다리는 것은 집에서 가져 온 점심이었다.
학교 여기저기 동네사람, 이웃끼리 모여 앉아 서로가 가져 온 음식을 나눠 먹는 일이었다.
찰밥, 떡, 온갖 나물, 우린감 등 배가 터지도록 먹는 날이 가을운동회였다.
해질 무렵이 가까우면 어김없이 비가 한두 방을 쏟아지기 시작하였고
어떤 때는 비를 맞고 계속하기도 하였고 어떤 때는 교실로 비를 피하기도 하였다.
아마 빙혼처럼 시골 출신 사람들에게는 가을운동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가을이 오면 가끔 그 시절을 떠 올릴지도 모르겠다.